[입장문] 우리부터 꽃 피우자: 국제개발협력 미투운동, 끝나지 않은 이야기

2019-07-05

우리부터 꽃 피우자:

국제개발협력 미투운동, 끝나지 않은 이야기


국제개발협력 미투운동이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시작된 2018년 3월부터 지난 1년 간, 발전대안 피다는 우리 단체 내부와 국제개발협력 분야 내 위력에 의한 다양한 폭력과 조직문화에 대해 성찰하고 논의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간의 이야기를 개발협력분야에 알리고 향후 피다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공유하여 더 큰 변화의 계기가 되고자 이 글을 씁니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어디에 있었는가’라는 자문 

발전대안 피다의 전신인 ODA Watch는 지난 2006년 설립 이후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대표적 감시자로서 활동해왔지만, 조직문화는 시대적 한계와 내부적 모순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중년의 전문가 그룹과 이십대 청년 활동가 그룹이 주축인 구조가 파생한 힘의 불균형 속에서 명백한 ‘권력형 성폭력 성희롱 성차별’의 문제가 있어왔지만 그것을 드러내놓고 지적하지 못했습니다. 구성원들의 인권과 젠더 감수성이 부족했으며, 이러한 문제에 대해 자체적 성찰과 변화를 위한 민주적 소통을 가능케하는 조직문화를 가지지 못했습니다. 에둘러 표현하고 못본 척 덮어두며 쉬쉬한 시간 속에서 많은 모순들은 더욱 커져왔고, 2018 국제개발협력 미투운동을 통해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국제개발협력 미투운동을 통해 발전대안 피다가 호명된 이후, 피다는 개인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과 동시에, 그 긴 시간 동안 모두가 묵인하고 침묵해온 이유가 무엇인지를 근본적으로 성찰하고자 했습니다. 운동의 목적이 작은 목소리들을 압도하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었는가, 운동을 이끄는 이들의 지위와 체면을 지키는 일이 운동 자체를 지키는 일과 혼동되는 동안 우리는 어디에 있었는가, 그리고 새로운 조직문화와 운동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것 인가. 


우리는 이러한 성찰과 반성, 새로운 구상의 모든 과정을 국제개발협력 분야 활동가들과 피다 회원들과 함께 하고자 했습니다. 2018년 5월 국제개발협력 미투운동의 기자회견과 성명서 발표를 위해 연대하였고, 2018년 12월 ‘사람이 꽃피는 발전의 길: 국제개발협력 미투운동’ 공개 토론회를 통해 공론장을 마련했습니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 상담소 상담을 통해 가해자에 대한 징계만이 능사가 아니라 단체 내부에서 드러내 놓고 논의하는 과정을 통해 단체의 조직문화와 국제개발협력 분야 문화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피다는 2019년 3월 총회 회원 논의와 추가 작업을 통해 미투운동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의혹이 제기된 당사자에 대한 영구 제명(당시 회원 1인)과 영구 재가입불가조치(탈퇴 회원 1인)를 취했습니다. 그 과정 자체가 소수 운영위원회만의 과정이 아닌, 회원들과 함께한 성찰과 결단의 과정이 되고자 노력했습니다. 오랜 시간 함께 활동해온 공간이었기에 다양한 관계와 감정이 교차하는, 모두에게 어려운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회원들은 각자의 서로 다른 입장을 이해하고자 노력하였고, 단체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주었습니다. 


미투운동 이후, 피다가 선 곳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서 우리가 이루고자 했던 바는 과거의 조직문화와 잘못된 관습과의 철저한 단절이었습니다. 미투운동으로 시작된 성찰과 논의의 시간을 통해, 피다는 ‘사람이 꽃피는 발전의 길’을 만들기 위해 피다 내부의 문제부터 냉철하게 성찰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이에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 조직문화의 근본적 개선, 미투운동 확산을 위한 연대를 위한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1. 내부제도 마련과 전담 위원회 설치 

  • 피다에서는 미투운동의 확산과 젠더를 포함한 위력에 의한 문제의 예방과 사후처리를 위한 내부 제도 구축을 위한 제도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이의 목적은 단체 내 위력에 의해 발생하는 다양한 폭력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조직의 문제라는 점을 공동으로 인식하고, 건강한 조직문화를 가진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규정과 제도를 만들어 문제를 예방하고 사후조치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 이를 통해 전담 상설위원회 설치, 제도 이행 모니터링, 구성원을 대상으로 새로운 제도 및 규정에 대한 모니터링과 인권감수성 및 젠더감수성 교육과 면담을 꾸준히 해나갈 것입니다. 


2. 조직문화의 근본적 변화 

  • 피다는 자유롭고 수평적인 토론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단체 내 위치나 사회적 지위,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소통할 수 있는 문화를 지향합니다.
  • 피다는 조직의 확장이나 효율성 보다는 사람의 안녕과 성장을 중시합니다. 단체가 해내야 할 일이나 운동의 목적을 위해 맹목적으로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개인의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각자의 상황에 대해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어 갈 것 입니다.
  • 피다는 자발적 의사에 의해 모인 회원 참여에 기반한 자원활동가들의 조직입니다. 참여의 문턱을 더욱 낮추고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시민들이 모이는 장이 될 수 있도록,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고 언제나 열려있는 조직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이러한 다양한 시민들의 참여는 피다의 조직문화를 다채롭고 민주적으로 만들어갈 것입니다. 


3. 미투운동과 사람이 꽃피는 발전의 확산 

  • 피다는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미투운동의 확산을 지지하고 연대 합니다. 위력에 의한 폭력으로 고통받았던 누구든 피다를 찾아와 상의하고, 서로 공감하고, 함께 해결방안을 찾아갈 수 있는 공동체가 되고자 합니다. 
  • 피다는 국제개발협력 분야 내 사람이 꽃피는 발전의 확산을 위해 인권문제 공론화에 앞장 서고자 합니다. 국제개발협력 내 위력과 잘못된 관습, 편협한 시각에 의해 자행되어온 인권침해문제에 대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모으고, 변화를 촉구할 것입니다. 


국제개발협력 미투운동이 곧 사람이 꽃 피는 발전입니다. 결국 운동의 궁극적인 목적 중 중요한 한 가지는 이 운동을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의 안녕과 행복입니다. 지금 우리가 선 곳에서 철저하게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하고 새로운 나아감을 시작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언제든 지금과 같은 성찰과 변화의 노력이 가능할 수 있도록 피다 회원 및 지지자분들의 지속적 관심과 아낌없는 비판을 바랍니다. 



2019년 7월 5일

발전대안피다 운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