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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18호] 국제개발협력 미투운동, 발전대안 피다의 늦은 답장, 그 후

2019-01-30 10:43
조회수 190

국제개발협력 미투운동, 발전대안 피다의 늦은 답장, 그 후


2018년은 ‘미투운동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제개발협력 분야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웠나?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 뭘 그 정도 가지고 그래? 그 사람 원래 좀 그렇잖아! 몰랐어? 술 먹으면 원래 다! 그보다 더한 것도! 내가 보기엔 별거 아니구만! 이것도? 혹시 너도? 혹시 나도?’

우리가 오랫동안 세계 빈곤과 세계 평화를 고민해왔고, 인권과 정의, 평등을 중요한 가치로 내세워, 사람이 중심이 되는 인권에 기반한 개발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사람들, 소위 말해 ‘좋은 일’을 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었기에 그 충격은 더 컸을 것이다.

국제개발협력 미투운동이 호명한 성폭력 가해자 중에는 ‘발전대안 피다’를 낳은 ODA Watch의 설립자 일부도 포함되어 있었다. ‘나도야!’하고 ‘Me Too!’를 외친 목소리 당사자(필자)가 ‘피다’측에 직접 피해 사실을 알리는 편지를 보냈고(2018년 8월 초), 그 안에는 우리가 말로만 하는 ‘사람을 꽃 피우는 발전’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이 꽃 피는 발전’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피다’가 국제개발협력 NGO의 큰 형님으로서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에 피다는 웹진 ‘피움’에 ‘국제개발협력 미투운동, 발전대안 피다의 늦은 답장’이라는 제목의 편지를 실어 그간 고심해왔던 피다 운영위원회의 반성과 성찰, 다짐을 밝혔다(2018년 12월 초). 그리고 국제개발협력 미투운동의 이야기를 다시, 함께 써 내려가기 위한 첫 걸음으로, 2018년 12월 11일(화) 늦은 저녁 7시 종각 마이크임팩트 스퀘어에서 ‘사람이 꽃피는 발전의 길 – 제9회 국제개발협력 미투운동’ 행사를 열었다.
 

▲’사람이 꽃피는 발전의 길’ 9회차 발표 중인 송유림 활동가 ⓒ 발전대안피다


 
국제개발협력 미투운동이 당면한 과제

이 날 첫 번째 발표를 맡은 송유림 ‘피움’ 편집장은 국제개발협력 미투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당사자 중 한 사람으로서 그 동안의 활동 과정과 주요 성과, 한계와 어려움 등을 공유해주었다. 국제개발협력 미투운동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사례들이 있었는지는 이미 발행된 ‘피움’ 13호, 14호뿐만 아니라 2018년 5월 29일(화) 광화문광장에서 가진 기자회견문, 성명서, 이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을 통해 기사화된 내용으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이 날 송유림 편집장은 “성명서를 통해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활동하는 모든 개인과 기관들에게 함께 성찰하고 연대할 것을 촉구했지만, 큰 변화는 보이지 않고,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는 회원단체들에게 각자 △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 성폭력 예방 가이드를 마련하고 △ 사건 사고 발생시 협의회와 공유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이 다였다. 그러나 이를 받아 각 회원단체 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와 움직임들이 있었는지는 확인하기 어려웠다”며 “사람들이 국제개발협력 미투운동에 현재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구하는 것 같아 버겁고 힘들었다”고 밝혔다.

국제개발협력 미투운동을 시작한 이들은 전/현직 활동가로 당사자 집단이기도 하고, 각 단체의 실무자로서 일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또한 “사안이 사안인만큼 어렵고 힘든 사연들을 몇몇 사람들이 계속 도맡아 다루는 일에 지치기도 하고, 반성하지 않는 가해자들의 모습에 무력감을 느끼기도 하고,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하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했을 때는 계속 이런 식으로 가도 될지 고민이 많았다”며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국제개발협력 분야는 왜 바뀌지 않을까? 그간 고민해 온 내용도 함께 나누었다. 그는 ① 수직적인 민-관 관계때문에 섣불리 문제를 제기했다가 사업에 불이익을 당하진 않을까 주저하게 되는 현실 ② 뭉쳐본 적 없는 시민사회 ③ 불합리한 고용 형태로 인해 ‘조금만 참으면 귀국인데…’ 하면서, ‘크게 문제 일으키지 말자…’ 하고 그냥 참게 되는 활동가들의 처지 ④ 현지 문화를 존중하라고 강요하는 분위기 때문에 활동가들이 올바른 문제제기를 하기 어려운 상황 ⑤ 부족한 젠더 감수성을 그 이유로 꼽았다.

그는 “국제개발협력 미투운동이 무엇을 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벽에 부딪힌 채로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고 현재는 휴지기 상태로 있다”며 아쉬워했으나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국제개발협력 활동가들의 어려움을 나누고 자성하며 성찰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만든 것,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더 많은 사례들을 모으고 논의를 활성화시킨 것, 성명서를 작성하고 연대서명을 받아 기자회견을 한 것,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이 많은 일들을 해내며 힘차게 달려온 것 등등은 치하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번 더 “앞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국제개발협력 미투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연대의 힘을 모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함께 모색해줄 것”을 부탁했다.
 

▲’사람이 꽃피는 발전의 길’ 9회차 발표 중인 정하경주 소장 ⓒ 발전대안피다


 
공동체, 성폭력을 직면하고 다시 사는 법에 대하여

두 번째 발표를 맡은 정하경주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장은 국제개발협력 미투운동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목소리를 낸 당사자 몇명의 상담을 맡은 것이 인연이 되어 이 자리에 함께 했다. 그는 한국사회에서 의미 있었던 주요 사건들을 토대로, 우리가 함께 기억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를 다시 짚어가며, 국제개발협력 미투운동이 걸어온 길과 성과를 재조명하고 우리 공동체가 성폭력을 직면하고 다시 사는 법에 대해 제대로 논의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노하우를 전해주었다.
 
정하경주 소장은 “오늘 이 자리에 주최측과 미투운동을 이끈 당사자들 이외의 다른 사람들이 더 많이 왔더라면 좋은 자리가 될 수 있었을 텐데…” 하고 아쉬워하면서도 “어쩌면 이것이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지만, 그렇더라도 함께 연대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앞서 발표한 사례들을 다시 언급하며 “왜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는 이러한 성폭력들이 지난 몇 십년 동안 계속 발생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문제제기 할 수 없었나? 왜 얘기하지 못하고, 문제제기하지 못하고, 그 문제제기를 이어받아서 함께 고민하지 못했나? 왜 계속해서 같은 상황에 활동가들을 파견하고, 특히 20대 젊은 여성들을 위험한 환경에 처하도록 놔두고, 몇 십년간 성폭력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그냥 방관해왔는가?” 물으면서 “이것은 어떤 성폭력 가해자들 개인의 문제라기 보다는, 국제개발협력 생태계가 가지고 있는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짚어주었다.

또한 “피해자들이 성폭력 피해사실을 말하는 것도 누군가를 음해하거나 치부를 드러내려는 것이 아니라, 이 조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으려고 한다는 것을 의심하지 말고 잘 알아 달라”고 힘주어 말하며, “그 의미를 훼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앞서 발표한 내용 중에 ‘우리가 뭘 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피해자들이 해야 할 일은 이미 다 했다”고 본다며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는 가해자들이 고민해야 할 몫”이라고, “무대 위에 세워져야 할 사람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라고, “이제는 함께 하고 있는 동료들로서, 공동체와 조직이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바로잡아주었다.

그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좌절감에 빠지기 보다는 ‘서로의 생각들과 각자의 고민들이 무엇인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말했다. “우리 조직이 그동안 어떻게 운영되어 왔고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우리라는 것, 우리가 스스로 문제를 예방하고 대처할 수 있는 주체라는 것”을 다시 상기시켜주었다. 무엇보다도 “이 과정을 통해 ‘이렇게 하면 처벌받는구나’ 하는 것을 배우기보다는 ‘우리가 어떻게 관계를 맺을 때 평등할 수 있고, 관계가 평등할 때 우리 안에서 어떤 변화들이 일어날 수 있고, 이것은 우리 모두에게 좋은 변화라는 것’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동체 내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 해결의 가치와 원칙


그동안 성폭력 사건을 공론화하여 해결해왔던 많은 조직에서 공통적으로 다음 4가지를 중요한 ‘가치와 원칙’으로 꼽았다. 그것은 바로 ① 영혼이 있는 절차 ② 피해자의 재위치화 ③ 의미화 ④ 기억을 공유하는 공동체다.

첫 번째, 영혼이 있는 절차란 △ 절차대로 가해자를 징계하고 나면 해당 사건이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가해자가 절차상의 문제나 징계 수위에 대해 부당함을 제기하기라도 한다면, 우리 조직 안의 차별적인 문화라던가 불평등한 관계에 대해서는 신경을 쓸 수가 없게 된다. 그러니 영혼 있는 절차를 밟기 위해서는 ‘무엇이 문제인가’부터 고민하기 시작해서 △ 모두가 논의에 참여하도록 격려하고 △ 피해자의 요구안을 받아서 그대로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적 책임으로서 가해행위를 징계해야 함을 말한다.

그는 “가해자가 공개사과를 하기로 마음은 먹었지만, 그 내용이 사과와는 너무 거리가 먼 경우가 있는데, 이에 대해 끊임없이 피드백을 줘서 뭔가 공개할 만한 수준의 사과문을 만들었다고 했을 때, 그렇게 해서 공개된 사과문이 과연 피해자에게, 우리 조직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물었다.

그리고 덧붙여, 많은 사람들이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계속 만나야 하는 상황에서 어려움을 토로하는데, 개인 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 문화나 구조의 문제로 바라보아야 함을 강조했다. 또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가해자도 은근슬쩍 활동을 재개하기 시작하는데, 가해자가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이 조직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면, 또 다시 피해자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징계 절차 이후에도 계속해서 확인하고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두 번째, 피해자의 재위치화란 △ 피해자라는 정체성이 이 사람의 진짜 정체성이 아니고, 매우 일시적인 것이므로, 조직이 피해자의 정체성을 재위치화 시켜주는 것이 필요한데, 피해자는 ‘협상의 주체이고, 이 싸움을 통해 공동체에 기여하는 구성원이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피해경험을 통해 변화를 이야기하는 사람’임을 주지시키는 것을 말한다.

특히 “피해자를 ‘골칫덩어리, 뭔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자꾸 제기하는 사람, 비위를 맞춰줘야 하는 사람, 우리 조직의 치부를 폭로하는 사람’ 등으로 봐서는 안 된다. 성폭력은 한 사람이 ‘시민으로서의 존재를 박탈당한 경험’ 또는 ‘인간이 아닌 존재로 취급당한 경험’인 것이고, ‘성적 도구로 착취당한 경험이 고통이 되는 것’이므로, 피해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명예를 회복하려는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성폭력 사건과 관련하여 조직 내에서 제대로 이야기를 하려면 어떤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 많은 조직들이 ‘이러한 성폭력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모두가 알게 되는 것이 과연 괜찮은 건가? 비밀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를 두고 계속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피해자가 비밀보장을 원하는 조직은 뭔가 잘못된 조직이다. 피해자가 피해경험을 말함으로써 뭔가 불이익을 당하고, 탓함을 당하고,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배제당할 수도 있다는 불신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비밀보장을 원칙으로 하게 되면, 그 사건에 대해 아무도 논의할 수 없고, 논의하지 않으니 비슷한 일은 또다시 발생하고, 또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그러니 비밀보장이 필요 없이 언제든지 이야기할 수 있고, 이야기했을 때 피해자가 탓함을 당하지 않고, 말하면 받아들여지고, 변화되는 조직을 향해 가야 한다”고 조언해주었다. 또한 “성폭력이 발생한 경우 은폐되는 일이 많고, 이에 따라 피해자가 오히려 조직을 떠나고, 가해자는 굳건히 버티면서 같은 일을 되풀이해가고, 결국 여성들은 이 조직에서 경력을 쌓아서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강조하며 “결국 비밀보장주의는 가해자를 위한 것이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세 번째, 의미화란 △ 성폭력 피해를 어떤 공적인 수준에서 해결하고자 발화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자신의 고통을 해석하고자 하는 의미 투쟁이다. 공론화 과정에서 피해자는, 그것이 개인적으로 알아서 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공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문제라고, 행실과 몸가짐과 조심성의 문제가 아니라 타인을 인간이 아닌 존재로 간주하고 그런 인식을 행동으로 실행할 수 있는 권력의 문제라고, 피해자가 지나치게 예민한 것이 아니라 가해자가 지나치게 무감각한 것이라고, 농담/칭찬/말실수니까 봐줘야 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을 비하/모욕/대상화/굴복시키려는 행동을 ‘정상’이라고 용인해 온 조직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바로 이러한 ‘의미’로 이해되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성폭력이 도대체 ‘무엇을 훼손하는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이에 대해 공동의 합의가 있으면, ‘그것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신경 써야 하는가’ 하는가 라는 식으로 논의 방향을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성폭력은 그동안 우리 공동체가 어떤 것을 지지하고 격려해왔는가, 누구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존중해왔는가에 따라 조장될 수도 있고, 예방될 수도 있다.”고 짚어주면서 “젠더 감수성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고, 상황과 관계 등에 따라서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므로,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갱신하고 확인해가면서, 평균적인 감수성 자체를 높여 갈 것”을 당부했다.

“성폭력 문제뿐만 아니라, 차별 문제, 여성에 대한 유리천장 문제, 고용의 불평등 문제 등 이것이 ‘부정의하고 부당한 것’이라는 점을 우리 모두가 다같이 인지할 때 변화가 가능하다. 내가 그 ‘부정의’에 연루되어 있고, 이것은 곧 나의 문제이며, 이 조직에 속해 있고 이 문화를 계속 만들어가고 있는 내가 바로 당사자라는 것을 인지할 때, 외부의 전문가가 와서 해결해줄 거야 라는 기대에서 벗어나, 우리 모두가 이것을 내 문제로 삼아 이야기를 끌어갈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기억을 공유하지 않는 공동체는 변할 수 없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 공동체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나이테를 그려가는 것으로 생각하길 바란다. 이것이 어떤 실패의 경험이나 누가 무엇을 잘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그래도 우리가 지금은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이런 자리가 만들어졌다는 것에 의의를 두길 바란다. 이 자리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와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는 것, 이것을 통해 공동체가 복원되고 있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주길 바란다. 이런 이야기를 하게 해준 사람들의 의미를 같이 기록하고, 역사로 남기고, 경험을 축적해 나가면서, 앞으로도 꾸준히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꼭 성폭력이 아니더라도, 이걸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도, 뭔가 부정의하고 부당하다고 느껴지거나, 다른 성별이나 권력 간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은 그게 무엇이든 누구든 언제든 잘못됐다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미투운동의 의미를 상기시켜주었다.
 

▲’사람이 꽃피는 발전의 길’ 9회차 발언 중인 한재광 공동대표 ⓒ 발전대안피다


 
한재광 공동대표는 이날 행사를 마무리하며 “국제개발협력 미투운동이 촉발된 데에는 저희 단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습니다.”라고 밝히고, 상처받은 모든 분들께 대표로서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 동안 자유로운 조직의 분위기에서 성적인 농담과 성희롱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이것에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도 그냥 넘기고 제대로 문제를 제기하거나 거르지 못한 점, 선배로서 직/간접적으로 들려오는 이야기들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채로 비겁한 방관자로 있었던 점, 많은 사람들이 아파하고 힘들어 했는데도 불구하고 책임자 위치에서 어떻게든 해결되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점” 등을 일일이 언급하며 여러 차례 허리 숙여 인사했다.

앞으로 “조직 내에서 다시는 성폭력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문제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도록 위원회를 만들고, 책임지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서 잘 풀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가해자로 호명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2019년 총회에서 회원들과 상의하여 처리하고, 국제개발협력 미투운동과 관련하여 ‘피다’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 운영위원회 및 회원들과 논의하여 결정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자리를 통해 국제개발협력 분야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서 불거지고 있는 성폭력 사건들이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잘 해결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는 누군가의 선배이기도 하지만 후배이기도 하고, 피해자였지만 동료이기도 하고, 현장 활동가이기도 했다가 실무자였다가 책임자 위치로 가고 있으며, 2차 피해가 되는 줄도 모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적도 있고, 가해자인줄도 모르고, 동조자로 방조자로 있었던 적도 많았기에 계속 고민을 이어 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면목없고 창피하고 도망가고 싶기도 하겠지만 버텨주는 이유, 아프고 힘들고 그만하고 싶다가도 본질적인 이야기를 계속 꺼내 드는 이유는 모두, 우리 주변에서 다시는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피다’가 은폐·엄폐·포장을 선택하지 않고, 드러내어 ‘권력형 성폭력 성희롱 성차별’과의 이별을 선언하고 앞장서 준 것에 너무 너무 감사했다. 이 모든 일들이 그간 발전과 대안을 논해왔던 ‘피다’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본다. 지속적으로 ‘성평등’한 국제개발협력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전수조사가 필요하면 적극 조사를, 또는 당사자들 간의 소통창구로, 좋은 선례로 남아, 눈에 보이는 변화를 만들어 가는 일에 함께 해주기를 바란다.



기사 입력 일자 : 2019-01-31


작성: 박정화 발전대안 피다 시민활동가 / qwjdg@hotmail.com



[참고]

* 국제개발협력 미투운동 페이스북 페이지 : https://www.facebook.com/idcmetoo/

*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을 직면하고 다시 사는 법' 자료집 : http://www.womenlink.or.kr/archives/3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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