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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다's View[18호] 한국 ODA로 피해를 입으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나요?

2019-01-3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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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ODA로 피해를 입으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나요?


필리핀 일로일로(iloilo)주의 할라우 강에 필리핀 정부는 댐을 건설하려 해왔습니다. 1970년대부터 계획된 사업이었지만 실제로 시행되지는 못했습니다. 주민들의 반대도 있었고, 대규모 댐 사업은 그 자체로 많은 것을 고려해야만 하는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12년, 수출입은행은 할라우 강 댐 건설사업에 대외경제협력기금으로 지원하기로 필리핀 정부와 계약을 맺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반대 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국제민주연대와 참여연대를 비롯한 한국의 몇몇 시민사회단체들은 2013년부터 한국정부가 추진하는 할라우강 댐 사업에 반대하는 필리핀 주민들과 만나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왔습니다. 국회를 통해 수출입은행에 질의와 면담의 시간을 갖기도  하였고, 수출입은행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도 열었습니다. 최소한 수출입은행이 ODA사업을 하면서 적용하겠다고 한 “세이프가드(Safeguard)
[1]”의 내용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혀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수출입은행이 만든 세이프가드(Safeguard)는 여전히 수출입은행의 “영문”홈페이지에서만 확인이 가능합니다. 중요한 ODA 정책 중 하나가 영문 홈페이지에만 존재한다니, 정말 신기하지 않습니까? 이는 마치 세이프가드의 존재를 숨기려는 듯한 의도로 보여집니다.

이번 피움 18호 View에서는 현지 주민들이 댐 사업을 반대하는 세세한 이유와, 그런 주민들의 반대가 사실은 일부의 이야기일 뿐이라는 수출입은행 측의 논리를 자세히 소개해 드리지는 않으려 합니다. 하지만 필자가 전하고픈 말은 과연 한국 정부와 기업을 포함하여 소위 “우리”라고 부르는 한국 사회는 ODA 사업과정에서 발생하는 누군가의 피해에 대해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피해에 대해 보상하고 재발방지를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살펴보자는 것입니다.


피움을 통해 여러 차례 다뤘지만 작년 7월, 라오스에서 ODA 사업으로 시행된 댐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였고, 여전히 사고의 원인은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있습니다. 라오스 댐 사고를 보면서, 필리핀 할라우 강 댐 사업에서는 라오스 댐 사고의 비극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4월, 선주민 대표를 포함한 3명의 필리핀 활동가들이 한국을 방문하여 수출입은행과 댐 시공을 맡게 된 대우건설을 만났습니다. 현지에서의 여러 문제와 우려를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은 그대로 진행되었습니다. 필리핀 정부가 현지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사업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 사업의 자금을 대고 이 사업을 시행하는 한국정부와 기업에 문제를 제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4월달 면담을 통해, 한국정부와 기업은 주민들이 제기하는 문제를 충분히 수용할 준비와 자세가 되어 있지 못함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OECD 다국적기업가이드라인
[2]에 따라 설치된 한국 연락사무소(National Contact Point, 이하 NCP)에 진정을 제출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작년 10월, 기업인권네트워크(KTNC Watch)와 참여연대, 필리핀 할라우 강을 위한 민중행동(JRPM)은 산업통상자원부에 설치된 한국NCP에 필리핀 할라우 강 댐 사업이 OECD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취지로 진정을 제출하였습니다. 한국NCP는 2000년부터 지금까지 20건 가까운 진정을 접수 받았지만, 단 한차례도 가이드라인에 근거한 의미 있는 결정을 내린 적이 없어서 국제사회의 비판은 물론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도 2차례 개선권고를 받은바 있습니다. 그래서 큰 기대는 없었지만, 적어도 작년부터 공공기관의 인권경영을 정부가 추진하는 시대가 된 만큼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약간의 기대가 있었습니다. 사실 UN과 OECD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정부 예산이 투여되는 사업(ODA는 당연히 포함됩니다)은 물론이고, 민간기업의 사업에서도 인권침해를 방지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2011년부터 강력히 권고하고 있습니다.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 원칙(UN Guiding Principles on Business and Human Rights)”로 대표되는 이런 움직임에 따라 한국정부는 이미 여러 차례 UN을 통해 한국기업의 사업수행 시에 인권영향평가 도입과 같은 인권침해 방지 대책과 더불어 피해자들을 위한 한국 NCP의 개선과 정부 차원의 피해자 지원제도를 수립할 것을 모두 권고받았습니다. 이런 흐름에 비춰볼 때, 민간기업 프로젝트가 아닌 시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ODA 사업으로 피해가 발생했다면 정부가 여기에 대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입니다. 적어도 이미 존재하는 한국NCP에서 ODA 프로젝트에 대한 진정을 더욱 주의 깊게 다뤄주기를 기대하는 것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본격적으로 댐 건설이 시행되면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필리핀 당국과의 충돌도 예상됩니다. 이 사업에 반대하는 활동가들과 주민들의 안전도 계속 우려됩니다. 일례로, 지난 12월 필리핀 할라우강 댐 민중행동 사무국장인 존 알렌시아가(John Alenciaga)씨가 한국을 방문하여 4월 한국방문 이후에 자신을 비롯하여 방한했던 활동가들이 “테러리스트”낙인 찍기 대상에 올라 현재 큰 위험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말해주었습니다. 실제 이 리스트에 오른 몇몇 활동가들은 괴한에 의해 살해당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한국NCP는 1월 21일에 홈페이지를 통해서, 이 사업에 대해 제기된 진정을 기각한다고 발표하였습니다. 기각의 이유는 정부의 양허성 차관사업으로 진행되어 OECD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의 진정대상이 아니며, 대우건설이 시공사 계약을 맺기 전에 일어난 일들에 대한 진정이라 대우건설 역시도 진정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였습니다.

기각의 이유가 적절한가는 별도로 논의하더라도 제가 묻고 싶은 것은 이것입니다. 국민이 세금으로 진행되는 ODA사업을 하면서 피해를 예방하는 세이프가드가 제대로 마련되고 작동한 것은 맞습니까? 그러함에도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사업시행으로 발생될 수 있는 인권 및 환경침해를 예방할 수 있는 정책은 마련되어 있습니까? 예방조치를 했음에도 피해가 발생하면 그때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어 있습니까?

저는 여전히 이 물음에 우리는 제대로 답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물음에 답해 가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피다를 비롯한 한국 시민사회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이에 피다는 앞으로도 해당 사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감시하며, 문제해결을 위한 연대행동과 더불어 ‘사람’이 고려되는 발전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자 합니다. 라오스 댐 사고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정부와 해당 기업에 UN과 OECD기준에 근거하여 문제를 제기할 예정입니다. 그때는 조금은 다른 답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사 입력 일자: 2019-01-31


필자: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피다 운영위원 / khis21@hanmail.net



[1] 프로젝트 사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환경적ㆍ사회적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가이드라인.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2012. EDCF Safeguard 개정 방향 및 향후 과제. EDCF 이슈페이퍼, 1(2).

[2]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한국 연락사무소 홈페이지에서는 가이드라인과 연락사무소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다국적기업들이 활동하고 있는 국가의 정책 및 그 사회와 조화를 이루어 활동하도록 보장하기 위하여 책임 있는 기업행동에 관한 원칙과 기준인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였으며, 가이드라인은 회원국 공동의 명의로 다국적기업에 대해 일정한 사회적 책임을 부여하는 국제규범임.

-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한국을 포함한 총 47개국의 수락국들이 각기 국내연락사무소(National Contact Point : NCP)를 설치하여 가이드라인을 홍보하고, 가이드라인의 이행과 관련하여 제기된 문제를 처리함으로써 이행력을 확보하고자 함.

(출처: http://www.ncp.or.kr/servlet/kcab_ncp/info/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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