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움 ㅣ 코너별 보기

발전대안 피다에서 격월로 발행하는 웹진 '피움' 기사를 코너별로 보실 수 있습니다. 

피움 ㅣ 코너별 보기

대안[25호] 1. <곁지기 사진가 하동훈의 시선> 누구의 골목

2020-09-03
조회수 303

<곁지기 사진가 하동훈의 시선> 


"누구의 골목"



▲ 골목을 차지한 놈   ©하동훈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골목길. 

차는 속도를 늦추며 앞서 가던 사람을 기다려주고, 길을 걷던 사람은 차가 다가오면 길가 벽쪽으로 붙어준다. 

서로를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여유를 내어주는 모습을 마주할 때면 우리 동네가 더 좋아진다. 


그 골목길 한 편에 있던 빨간 고깔이 어느 날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오지 마세요.’라고 알려주는 표시, 서로의 안전을 위한 구조물이다. 

그런데, 주변에는 위험한 공사 현장도 없었고, 주위상황과는 무관하게 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무슨 중요한 자리를 저리 지키고 서있나 자세히 보니, 바로 옆에 가정집으로 들어가는 철문이 보인다. 

순간 ‘내 집 앞이니, 여기는 차를 대지 마시오.’ 하는 경고로 느껴졌다. 벌겋게 열을 내며 서 있는 뾰족한 선.


몇 년 또는 몇 십 년을 같은 곳에 살다보면 집 앞 공간이 자신의 소유로 여겨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차도 사람도 지나다니는 공공의 공간인 골목을 나와 내 가족의 편의를 위해 선을 그어버리고 오지말라고 하는 것처럼 느껴지니 이내 마음이 불편해진다.


오래도록 큰 불평을 들을 일이 없었고, 혹은 실제 본인 소유의 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이는 마음에 걸릴 것도 없이 사람들을 돌아가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내가 누려오던 편리와 편안함들은 어느 누군가의 배려이고, 감수함이 바탕이었을 것이다. 

그 동안 누리고 있었으면서도, 그것이 ‘당연하다’ 라고 느끼고 있었던 것이 얼마나 많았을까 돌아보게 된다.


나에 대해서는 자유와 권리를 먼저 말하고, 타인에 대해서는 책임과 의무를 날 세워 말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어디를 보아야 할까.



기사 입력 일자 : 2020-09-03


사진&글 : 하동훈 ‘사진하는 공감아이’ 사진치유자, 곁지기 사진가 

/ donghoon.ha.michael@gmail.com

7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