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과 사람들[26호] 토크콘서트 2회차 후기: 4가지 키워드로 살펴본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한국 국제개발협력 정책이 가야할 길

2020-12-03
조회수 4317

4가지 키워드로 살펴본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한국 국제개발협력 정책이 가야할 길

-발전대안 피다 2회차 온라인 행사 후기-


지난 11월 23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한국 국제개발협력정책이 가야할 길”이라는 주제로 두 번째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행사에서는 발전대안 피다가 작성한 ‘사람이 꽃피는 발전’의 눈으로 본 <제2차 한국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2016~2020)> 리뷰와 곧 수립될 <제3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2021~2025)> 제언 문서를 중심으로 대담이 진행되었다. 사회는 강하니 발전대안 피다 사무국장이 맡았고, 패널로는 한재광 발전대안 피다 대표와 장대업 서강대학교 글로벌한국학과 교수(발전대안 피다 운영위원)가 함께했다.


▲ 2회차 온라인 토크 행사 진행 모습 ©발전대안피다


[사전토크] 피다에서 말하는 새로운 관점의 발전 그리고 국제개발협력은 무엇인가요?

장대업 피다가 추구하는 발전은 사람이 꽃피는 발전입니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자유롭고 능동적인 개인들의 공동체가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 선택한 정신적·물질적 행복의 조건들을 충족시켜 나가는 과정이 사람이 꽃피는 발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하니 피다는 사람이 꽃피는 발전의 길을 가기 위한 가치들을 바탕에 두고 2차 기본계획 평가 및 3차 기본계획 제언을 진행했습니다. 오늘은 그 결과물 중 가치와 국익, 총체성, 성찰성, 다원성 4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합니다.


평가분야
평가기준평가질문/항목
가치지향
가치와 국익
 한국 국제개발협력이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한국 국제개발협력은 어떤 국익을 추구하는가?
총체성
 한국 국제개발협력은 협력대상국에 어떤 발전을 이루고자 하는가?
성찰성
 한국 국제개발협력은 성찰적 발전을 지향하는가?
다원성
 한국 국제개발협력은 협력대상국의 다원적 발전을 지원하는가?

<표1.> 4가지 키워드의 평가 매트릭스


[키워드1] 가치와 국익

강하니 첫 번째 키워드는 ‘가치와 국익’입니다. ’한국 국제개발협력이 어떤 가치를 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있어 가장 뜨거운 논쟁은 국익에 대한 것 같습니다. ’어떤 국익이냐, 국익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에 어떤 의미가 있느냐‘에 관한 논쟁이 있는데요. 관련하여 설명 부탁드립니다.

한재광 지난 5년간 정부가 발표한 공식문서에는 ‘한국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이하 ODA)를 통해 국익을 추구하겠다. ’라고 했지만, ‘그 국익은 무엇이다!’ 라고 체계적·객관적·종합적으로 분석한 내용은 없습니다. 사실 국익은 여러 나라에서 오랫동안 ODA를 통해 추구해온 목표입니다. 한국은 3차 기본계획에서 정부가 국익을 명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중요한 건, 영국, 일본, 호주는 50-60년동안 ’국익이냐 보편적 인도주의의 추구냐‘는 논쟁이 있었다는 겁니다. 아직 한국에서는 ’ODA를 통한 국익추구‘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합의 과정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성급하게 이를 시행하게 되면, ODA의 본질을 잃어버리고 결국 상업성과 한국의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는데 편중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장대업 저는 ODA에 있어서 ’국익‘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연대의 관점에서 개발협력을 바라보는 것과 국익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또, 국익이라는 말은 오해의 소지와 오염의 소지가 많습니다. ’ODA는 국익을 추구한다‘ 했을 때 이것이 국가기구, 기업, 시민 중 누구의 이익인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강하니 그러면 3차 기본계획에서는 국익이 아닌 어디로 가야할까요?

한재광 (표2)를 보시면 피다는 3차 기본계획의 최고 비전으로 국익 대신 “빈곤과 억압으로 고통받는 이와 그를 돕는 주체와의 연대”를 썼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난, 독재, 권위주의, 기후변화, 불평등의 문제로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고통받는 사람들과 그들을 돕는 국가, 국제기구, 대학, NGO 등의 여러 주체와 연대하는 것을 최고의 비전으로 제안하였습니다.

<표2.> 3차 기본계획 목표체계 제안 출처: 발전대안 피다 [2020 기본계획 평가 및 제안서] P.61 재구성


[키워드2] 총체성

강하니 두 번째 키워드는 ‘총체성’ 인데요! 총체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해주세요.

장대업 발전과정이라고 하면 어느 한 측면의 발전으로 다른 측면의 발전들이 억압되거나 상실되어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와 달리 총체적인 발전은 경제, 사회, 정치, 문화 간의 균형이 얼마나 이루어지는지 살피고, 협력국에서 그런 발전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한재광 총체성의 관점에서 2016년~2018년 한국의 ODA를 살펴보면, 평균적으로 경제 인프라 및 서비스의 비중이 가장 컸습니다. (표3)을 보시면, 학교, 병원 등의 사회인프라는 평균비중 36.4%로 경제인프라와 합치면 70~80%가 넘습니다. 1986년 UN 문서에는 ’발전은 정치·경제·사회·문화 여러 측면의 총체적인 발전이다‘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2016년~2018년의 지표만 보면 한국은 경제와 사회분야의 발전만 추구했던 것이지요.


<표3.> 2차 기본계획 한국 ODA 지원 분야별 비중 출처: 발전대안 피다 [2020 기본계획 평가 및 제안서] P.29 재구성


게다가 한국 ODA는 기업의 해외진출을 위한 수단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표4)를 보시면 한국 기업의 해외진출을 위한 직·간접적 수단으로 ODA를 쓰자는 내용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 내용은 정부가 정책문서에서 공개한 것으로, ODA를 통해 기업진출을 지원하겠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한국 ODA는 누구를 위한 ODA인가’라고 질문할 수 있습니다.


직접적 수단
간접적 수단
  • 청년기술기업, 기술 스타트업 등의 국제원조 진출 기반 확대 (2018년 종합시행계획, 함께하는 ODA)
  • 아프리카 및 중남미 등 신흥국에 EDCF지원을 강화하여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 촉진 등 상생의 국제개발협력 추진 (2018년 종합시행계획, 기재부 시행목표)
  • 우리나라의 전자정부 구축 및 추진 경험·노하우 전수를 통해 개도국 전자정부발전 지원과 국내기업의 해외진출 거점 확보 (2018년 종합시행계획, 행안부 시행목표)
  • ‘신남방정책’․‘신북방정책’ 등 핵심 대외정책 및 일자리 창출, 국내기업 해외 진출 등 여타 정책에 기여하는 ODA 추진 필요 (2019년 종합시행계획, 개발협력 대내외 여건)
  • 민간기업의 기술력 등을 활용한 개발협력 사업확대* 및 성공사례 확산을 통해 개도국 시장개척·상생(경제·사회문제 해결) 도모 (2020년 종합시행계획 민간부문협력강화)
  • 우리 기업의 신흥국 협력사업 참여 확대를 위해 시장차입 재원을 활용하는 개발금융 도입을 추진 (2016 개발금융의 ODA 활용 방안)
  •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 가능성이 큰 분야를 전문화차별화 전략을 통하여 협력사업 표준모델을 개발활용 (2018년 종합시행계획, 농림축산식품부 주요정책과제)
  • 개도국 전자정부 발전 지원과 국내기업의 해외진출 우호적 분위기 조성 (2019년 종합시행계획, 행안부 시행목표)
  • 기술무역장벽 완화, 우리 기업의 수출 지원, 시험인증기관 해외진출 지원 등을 위해 개도국을 대상으로 한국형 표준·인증체계를 전수 (2019년 종합시행계획, 산업통상자원부 주요정책과제)
  • 바이오시밀러, 화장품 분야 등 신규 유망분야 개발협력 확대로 우리 기업해외진출 기반 마련 및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2019년 종합시행계획, 식품의약안전처 주요정책과제)
  • 우리나라의 경쟁법·제도와 유사한 경쟁환경을 개도국 현지에 구축함으로써 우리기업의 해외진출 및 원활한 활동 지원 강화(2019년 종합시행계획, 공정거래위원회 주요정책과제)

<표4.> 한국기업의 해외진출 수단으로서의 ODA활용 관련 내용 

출처: 발전대안 피다 [2020 기본계획 평가 및 제안서 P.33 재구성


강하니 경제·사회 인프라에 ODA가 집중되어온 실정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요. 3차 기본계획에서는 이에 대한 어떤 구체적인 방안이 있을까요?

한재광 피다는 3차 기본계획에서 정치, 경제, 사회 전 부분의 균형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합니다. 구체적으로 UNDP에서 개도국의 민주적 거버넌스라는 표현을 쓰고, 선발 공여국(미국, 영국, 스웨덴 등)은 인권, 선거, 젠더 항목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키워드3] 성찰성

강하니 세 번째 키워드는 ‘성찰성’입니다. 성찰성은 스스로 돌아보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피다가 이야기하는 국제개발협력의 성찰성은 무엇인가요?

한재광 피다는 성찰성을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봤습니다. 하나는 불평등의 문제, 또 하나는 기후위기의 문제입니다. 피다에서 정부의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에 담긴 수천 개의 사업  리스트를 분석해봤습니다. ‘불평등’을 제목에 명시한 사업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단순하지만 한국 국제개발협력은 불평등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사업은 없다고 말할 수 있겠고요. 두 번째는 기후위기인데요. 사업 제목으로 봤을 때, 2016년 기후변화 사업은 5개 부처에서 13개 사업으로 당해 연도 총 1,230개의 사업의 1%를 차지했습니다. 가장 비중이 높을 때가 2020년 44개 사업으로 한국 ODA 사업의 3% 미만이 기후변화 관련 사업이었습니다.

장대업 성찰적 발전은 정의에 관한 개념과도 연결됩니다. 한국이 1940년대부터 발전을 하기 위해 국내·외적으로 추구해온 과정이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양산된 가장 주요한 두 가지 부정의가 환경 부정의(특히 기후정의)와 사회 부정의(특히 분배정의) 입니다. 기후 부정의는 기후위기를 만드는 사람 따로, 그로인해 고통받는 사람 따로인 것을 말합니다. 온실가스 배출국가들이 온실가스로 인해서 만들어진 기후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기술도 독점하고 있는 현실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분배정의가 부재한 상황에 살고 있는데요. 아시겠지만 80년대 이후 상위 1%의 소득은 계속 증가하고 하위 50%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쪽으로서는 환경정의에 대한 성찰이, 다른 한쪽으로는 사회정의에 대한 성찰이 필요합니다.


[키워드4] 다원성

강하니 오늘의 키워드 중 마지막, 다원성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피다에서는 다원성을 어떻게 다루었나요?

한재광 지금까지 발전의 주체는 대부분 정부(국가)로 생각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발전은 정부만이 아닌 시민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어 시민에 의한 발전을 이루는 것입니다. 따라서 다원성은 첫째, 한국이 시민사회를 협력대상으로 얼마나 지원했는가, 둘째, 협력국의 취약층(여성, 아동, 노인, 장애인, 난민 등)에 대한 지원을 얼마나 했는가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2차 기본계획에서 한국은 협력국 시민사회에 대한 직접 지원을 하지 않았습니다. 취약층 지원의 경우에는 2016~2020년도 중 사업 비중이 가장 낮을 때가 3.87%(2020년), 가장 높을 때가 5.26%(2018년)이었습니다. 그 비율이 낮지는 않지만 좀 더 커져야 한다는 것이 저희의 제안입니다.

장대업 우리가 다원적 발전을 얘기할 때 중요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이 사람들이 ‘우리 사회와 동일한 발전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는 것이 국제개발협력의 목표인가‘입니다. 다원성을 인정하는 것은 이들이 각각의 능력과 기준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도록 돕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하니 그럼 다원성의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제안하셨나요?

한재광 앞서 공유한 <표2. 3차 기본계획 목표 체계 제안>을 보면서 설명드리면, 전략목표 달성을 위한 세부목표로 7가지(▲민주주의 증진, ▲성평등한 사회 추구, ▲기본적 교육권과 보건권 실현, ▲절대 빈곤 해소, ▲포용적 번영추구, ▲평화롭고 안전한 사회 추구, ▲위기대응 및 회복력 증진)를 제안했습니다. 이 7가지 세부목표는 상위 목표와 모두 연결됩니다. 한국 국제개발협력이 이런 세부목표와 전략목표를 통해 중간목표와 비전을 성취하는데 두 가지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하나는 가장 취약한 그룹을 우선순위로 하자는 것입니다. 

  • 가장 취약한 국가와 취약층과의 협력 우선
  • 현지 시민사회와의 협력 증대로 협력대상국의 다원적 발전지원


또한, 3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입니다. 2022년 정권이 바뀌게 됩니다. 대개 새로운 정부에서는 기존의 계획을 바꿉니다. 5년 동안 시행될 계획이 바뀌게 되면 열심히 만든 문서가 새로운 문서로 대체되는 것이지요. 이에 대해 정부가 국제개발협력 정책의 임기를 대권의 임기와 맞추어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을 하자는 것이 마지막 제안입니다.


4가지 핵심 키워드로 이루어진 토크콘서트는 기후위기, 재분배, 연대 등 개발협력 속 다양한 가치를 어우르며 넓고 깊게 채워졌다. 국제개발협력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면서 앞으로 고민해나갈 지점들을 짚어본 뜻깊은 시간이었다. 

피다의 고민과 제안이 그저 문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정책에 반영이 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마무리 발언에서 한재광 대표는 우리 사회 발전과정을 보면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정책과 제도를 변화하는 데 많은 기여를 했지만, 상대적으로 국제개발협력 분야는 그 영향이 적어 아쉽다고 언급하면서 ‘시민의 힘’을 강조했다. 정부가 국제개발협력 분야 내 어떤 정책문서를 어떤 가치를 담아 만들어 가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피다와 함께 시민들이 목소리 내며 변화시켜 나가는 것에 함께 해주기를 당부하면서 말이다.

장대업 교수는 국제개발협력 이전에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의 발전에 대해 생각해보기를 희망한다 말했다. 스스로의 발전과정을 성찰하지 못하면 국제개발협력에서도 성찰적인 협력이 나올 수 없고,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맹목적으로 조명하거나 강요하는 협력이 될 수 있으니 경계해야 한다며 성찰의 중요성을 다시금 밝혔다. 또한, 피다의 발표가 다소 이상적으로 느낄 수 있겠지만 기후위기, 불평등, 사회정의의 결여만큼 현실적인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상적인 방안을 모색하는데 그치지 않고 현실 대안을 모색하는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다짐 발언으로 행사를 마쳤다.


*본 기사는 2회차 토크콘서트에서 이루어진 대담을 요약 및 정리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링크를 통해 행사 녹화 영상과 원문(보고서)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 2회차 온라인 토크콘서트 다시보기 :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snqDXYQepyk&feature=youtu.be

2) [보도자료] 발전대안 피다 제3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 제안서 발표 (제안서 원문 다운로드)

: (링크) http://www.pida.or.kr/58/?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5353391&t=board



기사 입력 일자 : 2020-12-03


작성 : 최하영 피움 기자단 / zakhar102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