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과 사람들[27호]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활동지속가능성에 관하여: KAIDEC 동계학술대회 시민사회분과 후기

2021-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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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활동지속가능성에 관하여

- 2020 국제개발협력학회(KAIDEC) 동계학술대회 시민사회 분과 발표 후기 -


지난 2020년 12월, 국제개발협력학회(Korea Association of International Development and Cooperation, 이하 KAIDEC) 시민사회 분과에서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의 현황과 과제 : 활동가들의 활동 지속가능성’ 이라는 주제로 발표가 열렸다. 여기에 서울시NPO지원센터의 <활동가 역량강화 연구지원사업: 활력향연>의 지원을 받은 연구 두 팀이 참여했다. 먼저 2019년에  <떠난 이들에게 듣다: 한국 개발NGO 활동가의 활동 중단 경험 연구>에 참여한 오민영(좋은일하시네요) 활동가의 발표가 이루어졌고, 2020년, <국제개발협력 계속해보겠습니다 :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2030활동가의 활동 실태와 지속가능성 연구>에 참여한 ‘국개협UP’의 우승훈, 차홍선 활동가의 발표가 이어졌다. 본 발표의 사회는 KAIDEC시민사회협력 특별위원회 위원장이자 발전대안 피다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한재광 대표가 맡았다. 


첫 발표 > 떠난 이들에게 듣다 : 한국 개발 NGO 활동가의 활동 중단 경험 연구 – ‘좋은 일 하시네요’ 의  오민영 활동가

‘좋은 일 하시네요’ 팀은 NGO활동가나 국제개발협력 전문가를 꿈꾸는 청년이 많아지는 가운데, 이와는 반대로 개발 NGO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떠난이들의 이야기를 ‘온전히’ 들어보고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와중에 공익 활동가 전반에 관한 연구는 존재했지만 ‘개발NGO 활동가’만을 위한 선행연구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연구 팀은 당사자의 목소리를 기록하는 것에 중심을 두고, 한국 개발NGO활동가의 활동 중단 경험 연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개발NGO 활동가들이 국제개발협력 업계를 떠나는 복합적인 요인을 이해하고, 기존 개발NGO 활동가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고자 하였다. 

▲ '떠난 이들에게 듣다 : 한국 개발NGO 활동가의 활동중단 경험 연구' 보고서 표지  *출처 : 서울시NPO지원센터


연구는 개발NGO 전(前) 활동가 7명을 심층면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면담 참여자를 선정하는 기준으로 ▲한국에 본부를 둔 개발NGO에서 최소 2년 이상 실무자로서 개발협력 프로젝트 및 프로그램을 관리한 경험이 있는 자(단 국제기구, 정부 산하 원조기구는 제외), ▲최소 1년 이상 해외 현장에서의 파견 경험이 있는 자, ▲현재 국제개발협력과 무관한 일을 하고 있거나 휴식기를 가지고 있는 자, ▲30대 여성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연구 팀은 7명의 면담 참여자들에게 어떠한 계기로 국제개발협력을 시작했으며, 어떠한 계기로 그만두게 되었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활동가들이 국제개발협력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다양했다. 먼저 ▲국내 및 해외 자원활동 경험을 통해 국제개발협력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경우를 들었다. 대학 사회봉사 수업, 지역 봉사활동 경험, 국제교류활동 등을 통해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이다. 이어 ▲종교적 배경으로 인해 국제개발협력을 시작한 경우를 설명했다. 교회 내 직 간접적 선교 활동을 통해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한편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활동 동기는 ‘가치 실현’이었음을 말하며, 많은 이들이 ▲영리보다는 공공의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국제개발협력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다고 응답했음을 전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들에게 국제개발협력 업계를 떠나게 만들었을까? 오 활동가는  활동가들이 국제개발협력을 그만두게 된 요인을 크게 6가지로 분류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활동가들은 이 6가지 요인들에 의해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다가 어느 순간 사소한 계기로 개발NGO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는 것이다. 6가지 요인을 하나씩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불안한 고용 형태’라는 업계 특성을 언급했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인턴과 봉사단원으로 일할 경우, 경력 인정도 정규직 전환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인력이 부족한 업계 특성 상 인턴이나 봉사단원도 정규직 실무자가 담당해야 하는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받는 처우는 정규직에 비해 차이가 크고, 인턴이나 봉사단원으로 일했던 경험은 경력으로 인정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정규직 입사 시 가장 낮은 직급부터 다시 시작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활동가들이 2년 계약 만료 시점이 될 즈음인 입사 23개월 차에 퇴사 후 재입사를 하는 경우도 많있다고 했다. 소위 ‘쪼개기 계약’이라고 불리는 이 관행은, 2년동안 일한 계약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공개 채용을 다시 밟게 한다는 점에서 활동가들에게 불필요한 피로를 야기한다. 한편, 해외 활동가 중에서는 취업비자 미발급으로 인해 해외 체류가 불안정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활동가들은 취업비자가 아닌 관광비자로 일하는 불안정한 신분에 놓이기도 했고, 따라서 체류할 집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해외 활동을 위해 마련되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것들에도 에너지를 크게 소비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이다.


 ‘헌신과 희생을 당연시하는 조직 문화’는 활동가들이 국제개발협력 기관을 떠나게 하는 두 번째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고 밝혔다. 많은 국제개발협력 기관들이 인권과 존엄을 핵심 가치로 논함에도 불구하고 내부 직원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해주지 않는 모순적인 면모를 보이는데, 활동가들은 비교적 높은 수준의 직업 윤리를 요구 받지만 근로자로서의 활동 권리는 잘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힘들어도 사명감을 가지고 헌신하며 자신의 행복한 삶을 희생하는 “순교문화”에 놓이는 것 이다. 높은 수준의 사명감과 개인 삶의 희생, 그리고 영어와 현장 경험 등 많은 능력이 요구되는 것에 비해 활동가의 처우는 너무나 낮았다.  


활동가들이 국제개발협력 기관을 떠나게 하는 세 번째 요인은 ‘활동가 1인에게 부여되는 과도한 책임’ 을 언급했다. 개발 NGO 활동가들은 조직 체계의 부재 속에서 현장 사업과 운영의 총 책임을 지는 경우가 많다. 1~2년차 활동 경험을 가진 사람이 책임자의 역할을 맡으며, 인턴이나 봉사 단원이 정직원과 차이 없이 일하는 현실에 놓여있기도 하다. 인수인계도 받지 못한 채 처음 일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모든 권한과 책임이 위임되기도 하는데, 이는 활동가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지적했다. 한편 리더십의 전문성 부족이 활동가들에게 어려움을 주기도 한다며, 상사나 지부장이 현지 선교사가 되는 경우, 그들은 현지 상황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국제개발 사업에 대해선 잘 모르는 경우가 있어 활동가들에게 과도한 권한을 주어지는 경우가 있음을 설명했다. 또한 한국의 고도성장 시기에 맞추어 조직이 성장함에 따라 리더의 자리에 오르게 된 사람들이 상사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들은 실무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활동가들에게 좋은 지시를 내리거나 업무에 대한 좋은 수퍼비전(supervision)을 제공해주지 못하고, 이는 활동가들의 체계적인 활동에 어려움을 준다.


활동가들이 국제개발협력 기관을 떠나는 네 번째 요인으로 ‘종교 중심의 조직 문화’를 꼽았다고 전했다. 7명의 면담 참여자 중 6명이 개신교 기관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으며, 그 중 5명은 본인의 종교도 개신교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사적인 영역인 신앙을 업무의 역량처럼 증명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고 한다. 또한 선교와 국제개발 사업 사이의 가치관이 충돌을 경험하기도 했는데, 가령 선교사는 지역 주민들을 봉사 활동의 ‘수혜자’로 보는 것에 비해 활동가는 지역 주민들을 ‘동등한 사업 파트너’로 보는 데서 생기는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 더불어 선교사가 개발 관련 비용과 선교 비용을 혼합해서 쓰려는 경향을 보여 혼란스러웠던 경우도 있었다는 경험들을 설명했다.


활동가들이 국제개발협력 기관을 떠나는 다섯 번째 요인으로는 ‘해외 파견에 대한 가족의 반대와 불안정한 삶에 대한 고민’이라 말했다. 해외 파견을 많이 나가는 개발NGO 활동가들은 종종 정착을 바라는 파트너와 가족의 반대로 갈등을 빚게 된다고 한다. 많은 활동가들이 가정을 꾸려 정착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기 위해 개발협럭 일을 그만둔다는 사례들을 함께 전했다.


마지막으로 활동가들이 국제개발협력 기관을 떠나게 되는 요인은 ‘가치 충돌로 인한 회의감과 무력감’이라고 한다. 이는 많은 활동가들이 ‘가치 실현’을 동기로 국제개발협력에 발을 들이는 상기해보면 의미심장하다. 활동가들은 국제개발협력 그리고 기관(단체)의 핵심가치애 동의하여 일을 시작하지만,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기 어려운 현실을 마주하고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가령 현지 주민의 상황이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으며, 후원자의 욕구나 자본의 논리에 따라 진행되는 사업들은, 활동가들에게 일을 지속할 의욕을 잃게 만든다. 이러한 업계의 구조는 기관 내에서 엄청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한은 활동가 개인의 힘으로는 바꾸기가 힘들다. 이에 활동가들은 그들의 일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데에 무력감을 느끼며, 일을 지속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오 활동가는 더 나아가 조직의 지향점이 ‘가치 실현’이 아닌 기관의 ‘성장과 팽창’으로 바뀐 현실도 이들이 회의감을 느끼게 된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한국 NGO들의 규모가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많은 NGO들이 조직의 성장과 후원자 모집에만 급급하게 되었다 비판받고 있다. ‘재원 확보’가 기관의 존재 이유가 되었고, 많은 활동가들은 국제개발 활동을 지속할 동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개발협력 업계를 보다 건강하게 만들고, 활동가들이 일을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연구에서는 우선 활동가가 자신의 역량에 맞는 권한과 자율성을 가지며, 적절한 슈퍼비전(supervision)을 받으며 조직 안에서 일하는 환경이 요구된다고 말한다. 활동 연차가 짧은 활동가에게는 과도한 책임을 지우면 안 되며, 적절한 수퍼비전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분야 내에서 비정규직 활동가의 고용 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전반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계약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이나 봉사단원과 인턴 경력 인정 등 보다 유연한 인사 제도를 도입하는 데 힘써야 하며, 조직문화 개선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희생을 당연시하는 인식, 업무와 혼합된 종교 중심의 조직문화에서 벗어나 개인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문화로 나아가고 성장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을 강조했다. 활동가가 적정 수준의 권한과 자율성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본 연구에서는 무엇보다도, 성장 제일주의가 아닌 미션과 핵심가치에 따라 일하려고 하는 개발NGO들의 조직 문화가 요구됨을 알렸다. 오 활동가는 가치 실현이 개발NGO의 존재 이유임을 명심하면서 모두가 동의하고 공감하는 가치를 추구할 때, 이는 활동가들이 움직이고 자신의 일에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라 말하며 발표를 마쳤다.


두 번째 발표> 국제개발협력, 계속해보겠습니다 :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2030 활동가의 활동 실태와 지속가능성 연구 – ‘국제협UP’팀 우승훈, 차홍선 활동가

◀ 국제개발협력 계속해보겠습니다
: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2030 활동가들의 활동 실태와 지속가능성 연구 보고서 표지

*출처 : 서울시NPO지원센터


‘국제협UP’ 팀은 2019년 20-30대 전현〮직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활동가5명이 모여서 만든 스터디 그룹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현장 주민들의 기본 인권을 어떻게 더 보장하고 확대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이들은 자연스럽게 국제개발협력 활동가에 대해, 그 중에서도 팀원들이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2030 활동가의 권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논의는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2030 활동가의 활동실태와 지속가능성’에 관한 연구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국개협UP의 연구는 활동가들의 열악한 실태를 부각해 어려움을 호소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활동가 지속가능성’에 대한 발전적 논의의 토대를 마련하고 활동가 스스로 업을 계속해 나갈 방법을 찾아볼 것을 제안 한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고도 했다. 연구의 제목이 “국제개발협력, 계속해보겠습니다”인 이유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이를 위해 국개협UP 팀원들은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에서 1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20~30대 전·현직 활동가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 170명의 응답을 수집했고, 응답 결과의 심도있는 분석을 위해 설문조사 응답자 중 6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설문 참여자의 기본 정보를 살펴보면 응답자 중 여성(74%)이 남성(26%)보다 약 세 배 가량 많았으며, 78%의 활동가가 개발협력 NGO 사무국이 주로 위치한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었다. 이어 응답자의 연령 특성 상 1년 ~ 3년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67%로 가장 많았으며, 단체 내에서 ‘실무자’ 직급(인턴과 간사 등)으로 일하는 사람이 66%로 가장 많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발표에 따르면 개발협력 활동 시작 동기에 대해서 ‘사회변화에 기여’하고 싶어서 처음 활동을 시작했다고 응답한 사람이 36%로 가장 많았고, ‘다른 사람을 돕고 싶어서’ 시작했다는 응답(19%)이 뒤를 이었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사회변화나 타인을 돕는 일을 원해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에 응답자의 23%가 월드프렌즈NGO 봉사단을 통해 개발협력 활동에 입문했다고 응답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제개발협력 분야는 학력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알려져 있는데, 전체 응답자의 37%가 석사 과정에 있거나 석사학위가 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국제개발협력 활동을 시작하기 전 이미 다른 전공의 석사학위를 취득했거나, 활동을 시작한 이후 관련 공부를 더 하고 싶어 석사 활동을 시작한 경우를 모두 포함한다. 연구팀은 학위가 중요시 여겨지는 업계 분위기 속에서 학위와 경력을 적절히 고려하고 보상할 수 있는 구조와 활동 다양성 그리고 본질을 고민하는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활동가들의 활동실태는 어떨까? 연구팀은 설문 응답자들에게 임금, 활동내용, 일과 생활 균형, 자기발전 가능성, 가치실현, 조직문화라는 6개의 주제에 대한 전·현직 활동가들의 활동 만족도를 조사하였다. 응답자들은 각각의 주제에 1점(매우 불만 족)부터 5점(매우 만족)까지 점수를 매겼는데, 이들이 가장 불만족하다고 응답한 부문은 ‘임금’으로 2.4점을 기록했다. 그들이 가장 만족해하는 부문은 3.5점을 기록한 ‘가치 실현’이었다.


임금에 관한 구체적인 조사 결과, 170명 중 현직에 있는 104명이 답을 했다고 한다. 응답자들이 받는 평균 임금은 약 218만 원(세후, 각종 수당 포함, 상여금 제외)이었으며, 남자는 평균 234만원, 여자는 211만원의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러한 경향이 분야 내에서 보편적 현상인지에 관해선 본 연구에서 충분히 다루지 못했지만, 여성이 전체 구성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분야임에도 여성이 남성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 경향이 사실이라면 개선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한편 실무자와 중간 책임자의 평균 임금은 각각 210만원과 280만원으로 나타났는데, 실무자의 임금은 대체로 180만 원에서 230 만 원 사이로 수렴하는 반면, 중간책임자의 임금은 187.5만 원에서 400만 원까지 넓은 분포를 보여 같은 직급임에도 소속에 따라 임금이 크게 차이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실제 받는 임금 외에, 각자가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임금에 대한 설문도 진행하였고 그 결과 활동가들은 자신의 업무와 역량 등을 고려했을 때 직급별로 최소 56만 원에서 최대 175만 원 정도의 추가적인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희망 적정 임금과 실제 임금의 괴리는 봉사단원에게서 크게 나타났는데, 원칙적으로 봉사단원에게는 현지생활비와 주거비 외 임금이 지급되지 않지만, 인력 부족으로 인해 이들이 사업 수행이나 회계 등 실무자와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이들은 175만원 정도의 추가적인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근무시간은 대체로 적절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되었고, 초과근무를 할 땐 초과근무수당(9%)이 아닌 대체 휴가(34%)를 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신체적·정신적 피로도는 5점 만점에 평균 3.4점에서 기록되었고, 피로의 원인으로 업무 부담, 조직 문제, 코로나 상황 등이 언급되었다고 한다. 피로 해소를 위해 상담을 받거나 상담을 고려하거나 실제 받아본 활동가는 43% 이었는데, 이에 대해 재난지원심리전문가그룹 ‘이지스’의 신정식 상담가는, 해외 활동이 많은 국제개발협력 활동가 특히 봉사단원에게 주로 나타나는 심리적 어려움으로 ▲소수 인력이 지부에서 일하는 특성으로 인해 오는 관계에서 오는 갈등, ▲현지 지부에서 만나는 관리자와 파견 봉사단원 간 세대 갈등, ▲재난 경험에서 오는 트라우마나 강도 등 안전하지 못한 환경에서 일하게 되며 느끼는 스트레스와 두려움 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활동을 중단해본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에게 중단 이유에 대한 설문한 결과는 어떨까? 발표자들은 ‘조직 리더십 및 조직문화’로 그만두었다는 응답이 21%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이는 ‘계약만료’(23%) 다음으로 큰 원인이며, 상당수의 2030세대 활동가들이 활동 중단을 선택할 만큼 조직 리더십과 조직문화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음을 의미한다. 응답자의 19%는 조직 내에서 근로 형태나 성별에 의한 차별을 받았다고 답하기도 했는데, 실무자와 똑같은 일을 하는 인턴이 낮은 직급을 이유로 회의에서 배제되는 등 차별 받거나, 여성이기에 결혼 여부가 해외 파견 결정 과정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이 예시 중 하나였다고 언급했다. 한편76%의 응답자가 3개월 이상 중장기 해외 출장이나 파견 경험이 있었는데, 이들은 해외 활동에서 활동에 대한 동기부여를 찾기도 했지만, 반대로 건강(23%), 교통(17%), 젠더(14%), 비자(14%) 등 다양한 측면의 위협을 느꼈다는 응답을 전했다.


다음으로 자신의 활동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호칭에 대해 조사한 결과 대다수 응답자가 ‘실무자’(33%)와 ‘활동가’(25%)라는 호칭을 선호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간단한 호칭에 대한 질문에도 업에 대한 시각과 가치관이 담기기 마련인데, 국제개발협력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부르는 호칭에 대한 분야 내 합의는 아직 존재하지 않으며 이는 국제개발협력 활동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해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설문에 응답한 활동가들은 국제개발협력 활동을 지속하고 싶어할까? 활동 지속가능성에 관한 설문에 참여한 현직 활동가 중 81%는 3년 뒤에도 활동을 지속하고 싶다고 응답했다고 전했다. 그 이유로 ‘사회변화에 기여할 수 있어서’(32%)라는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했다. 이를 보아 활동가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활동가 자신들이 사회변화를 이끄는 데 분명 기여하고 있으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직 활동가들이 활동을 지속하고 싶지 않다고 응답한 이유로는 ‘장기적인 전망 없음’(33%)과 ‘임금이 충분하지 않아서’(19%)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응답자들은 대체로 개발협력 분야 전반과 소속 단체, 그리고 자신의 활동 전망이 ‘보통’이라고 응답했으나, 자신의 활동 전망에 대해서는 24%의 응답자가 ‘모르겠다’를 택하기도 했음을 알렸다. 활동 전망에 대해 ‘어둡다’라는 응답도 꽤 많았다고 했다. 발표 상에서 분야 전반의 전망이 ‘어둡다’라고 응답한 한 활동가는 경직된 조직문화가 변하지 않는다면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에 더는 일할 사람이 없어질 거라며 조직문화가 반드시 변해야 할 시점임을 강조했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따라서 국제개발협력 활동가의 활동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심도 깊은 논의가 이제는 정말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본 연구는 그 방안 중 하나로 ‘활동가들 간 연대 활동’을 제시한다. 활동가 사이에 기본적인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조사해본 결과, 설문 응답자의 73%가 다른 활동가와 보통 이상의 교류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했다. 교류는 개발협력 교육이나 행사, 해외 활동, 업무미팅 등, 공적인 활동 과정에서 주로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활동가 연대체로 가장 선호하는 형태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문에는 네트워크 (45%), 소모임(31%), 노동조합(11%) 순으로 응답이 많았다고 한다. 연대 방안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위해 본 연구팀은 시민사회 활동가의 연대 활동 사례를 전문가 그룹부터 단체 내 상조 회까지 총 6개 를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여러 사례들을 살펴본 결과, 활동가들의 연대 활동에는 ‘축구’, ‘뉴스레터 제작’ 등 구체적인 취미 활동이나 사업이 있었으며, 연대는 자신의 필요와 관심으로부터 기획된 활동이기에 재충전과 환기의 기회가 될 수 있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고 했다. 또한, 이러한 실천은 다양한 방식으로 모임 구성원과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며, 나아가 분야 생태계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따라서 국개협UP팀은 연대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두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국제개발협력 청년 활동가 네트워크 강화다. 연대를 통해 활동가들은 그동안 혼자 대응할 수 없었던 조직 문화나 임금 체계 개선 등과 관련해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변화를 일으킬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활동가 마음 돌봄, 자기계발, 취미활동과 관련된 소모임도, 활동가들이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정서적 유대를 이어나갈 수 있기에 권장한다고 밝혔다. 두 번째 방안으로는 후속 연구 및 토론 진행을 제안했다. 본 연구는 활동가들의 활동 환경과 그들의 인식에 대한 최소한의 통계자료를 제공하였으나, 풍성한 논의를 위해서는 많은 후속 연구들이 뒤를 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령 본 연구의 정례화를 위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활동가의 활동실태와 지속가능성에 관한 변화를 살펴보거나, 40대 이상의 활동가들의 실태도 파악하는 것도 좋은 연구 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젠더 이슈, WFK NGO 봉사단, 노동과 활동의 관계, 현지 국적 활동가의 삶과 활동 등 국제개발분야 시민사회 내 다양한 직무에 관한 연구들도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활동지속가능성에 관한 두 발표는 활동가들의 활동 실태에 관해 분석함과 동시에 활동가들이 놓여진 업무 환경에 개선 방안에 대해 고민해보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던 뜻 깊은 시간이었다. 국제개발협력 NGO 활동가들이 놓인 분야 내 구조와 업무 환경은 개선되어야 할 지점이 많았으나 그간 공식적으로 논의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잘못된 지점들을 공론화하는 것도 변화의 첫걸음이 아닐까? <좋은일하시네요> 그리고 <국개협UP: 국제개발협력 계속해보겠습니다>, 두 발표들을 시작으로 더 많은 활동가들이 구성원들의 정당한 권리 보장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연대하여 변화를 이끌어내기를 기대해 본다. 발전대안 피다도 이러한 움직임에 함께하며 연대할 것을 약속한다.



기사 입력 일자 : 2021-02-10


작성 : 김채현 (서울대 윤리교육학과/씨티-경희대 NGO 프로그램 인턴) / pida1025@gmail.com




  • 국개협UP : 국제개발협력, 계속해보겠습니다 :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2030 활동가의 활동 실태와 지속가능성 연구(우승훈, 차홍선, 김나리, 박은정, 이인애 / idc.uppp@gmail.com) -보고서 다운로드 링크/ http://www.snpo.kr/bbs/board.php?bo_table=npo_aca&wr_id=4496&sfl=wr_14&stx=%EB%8F%84%EC%8B%9C%EC%9E%AC%EC%83%9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