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과 사람들[15호] PIDA. 책, 피다 도서 집담회 그 첫번째 이야기 - ‘우리는 왜 공부할 수록 가난해지는가’

2018-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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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DA. 책, 피다 도서 집담회 그 첫번째 이야기   

‘우리는 왜 공부할 수록 가난해지는가’


흐드러지게 아름다운 벚꽃이 떨어지는 것을 보며 마음이 꿀렁거리던 4월의 어느날, SNS에서 반짝이는 별이 가득해 마음에 드는 포스터 한장을 마주했다. 게다가 그 포스터의 제목은 내 마음 속을 읽은 듯쿡 와 닿았다.  ‘사람이 꽃피는 발전의 길, 국제개발협력에서 일하는 당신 지금 행복한가요?’ 몇년째 스스로에게 수만번도 더 물었던 질문이었는데 이걸 공개적으로 같이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라니..! 세부 사항을 꼼꼼히 읽어보기도 전에 신청하기 버튼으로 손이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


1회 청년편, 2회 대학원생 연구자편 세션에서 다양한 배경의 참가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각자의 자리에서 갖고 있는 고민과 한계를 함께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사이다를 마신 것 같은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추운 겨울날 따뜻한 차 한잔 나눠 마시는듯한 온기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렇게 나눈 이야기들이 여기서 그치고 만다면 무슨 의미일까’라는 회의감이 마음 한 켠에서 비집고 올라오려 할 때, 도서 집담회 공지를 들었다. 고민을 공유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대안을 같이 이야기해보고 싶다는 갈망에 손 끝으로 빠르게 신청서를 작성하게 했다.


▲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 책표지 ⓒ 인터넷 교보문고 


첫 번째 도서집담회의 책은 ‘우리는 왜 공부할 수록 가난해지는가’로 선정되었다.  군더더기 없이 솔직 담백한 문체로 주로 공부와 가난이라는 이슈를 겪고 있는 여러 청년들을 인터뷰한 글로 구성되어 있어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책을 가벼운 마음으로 덮을 수 없었다. 우리 청년 세대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다시 한번 직시했기 때문이리라. 집담회에 참가하신 분들과는 책을 읽은 소감을 나누며 자유롭게 책과 삶에 대한 대화를 이어갔다. 대학이 현재 우리사회에서 거대한 오류의 집합체로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하기도 했고, 책 제목처럼 공부하면서 가난해졌던 각자의 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2시간여 동안 빈틈없이 진행된 집담회 내용 중 주요 대화를 공유하고자 한다.



피움 편집위원: 대학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있는 것에 반대로 등록금은 점점 올라가고 그것을 제어할 장치가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꼭 빚을 지면서까지 공부를 해야 할까?


피움 편집간사: 대학이라는 제도에 회의감이 들기는 하지만 대학을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도 안정적인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이 있을까? 내 경우엔 대학원을 다니면서 두 세개씩 계속 일을 하다가 잠깐 수업을 듣는 식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했는데 일과 공부가 주객전도된 상황에서 내 자신의 능력부족을 탓 했다. 책을 읽으면서는 이것이 개인의 탓이 아니라 구조적 모순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피움 편집위원: 빚에 대한 우리들의 태도도 바뀔 필요가 있다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하며 읽었다.. 내가 청년으로서 충분한 자원을 갖고 있지 않을 때 사회에서 쓸 수 있는 자원을 가져다 쓰고 나중에 갚는 방식에 대해서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모 개발NGO 실무자 : 금융권에서는 빚을 내고 이자를 내는 형태로 자본을 운용하는 것을 투자 개념으로 보고 있는데, 학비에 대한 빚은 투자 개념보다는 훨씬 무겁고 불편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모 대안학교 국어교사: 학자금 대출을 받는 시스템부터 그런 분위기가 조장된다. 학자금을 신청하기 위해서 자신의 계층을 설정하게 되어있고 본인이 가난하기에 이걸 받아야 한다는 증빙을 해야하는데 책에서는 그것을 ‘가난 증명서’라고 언급한다. 그런 시스템 자체가 빚을 지고 공부하는 것에 대해 떳떳한 태도를 갖추기 어렵게 하고 있지 않은가?


피움 편집간사: 계층을 인증하고 빌리게 하는 제도가 자신의 가난으로 인해 빚을 지게 되었으니 개인 탓을 할 수 밖에 없는 매커니즘을 만드는 것 같다.


모 개발NGO 실무자: 많은 사람들이 빚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면서 공부하고 있는데 우리가 그렇게 힘들게 내는 대학 등록금의 투명성도 확인하기가 어렵다. 무상교육을 당장 실현하기 어렵다는 대학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그렇다면 대학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


모 대안학교 국어교사 : 대학교육연구소라는 곳에서 매년 대학별 재정상태와 적립금을 공개하고 있는데, 대학의 엄청난 적립금만 봐도 재정적 운영이 얼마나 학생을 배려하고 있지 않은지 알 수 있다.


피움 편집위원: 동의한다. 대학에서 왜 그만큼의 적립금을 두고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을까? 몇 십년째 변하지 않는 적립금에 대한 문제제기는 마치 불가침의 카르텔 같다.


모 개발NGO 실무자: 대학이 우리 사회에서 인간을 평가하는 척도로 작용하다 보니 모두가 재정적인 어려움을 감안하고도 대학사회로 진입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한  인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모 대안학교 국어교사: 사람 그 자체를 보는 것이 중요한데 그 기준을 설정하는데 있어서 사회의 성숙도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 학벌주의가 예전에 비해 많이 사라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장벽이다.


피움 편집간사: 학벌이라는 것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지만, 우리가 성장해온 사회적 환경이 대학이라는 외의 다른 선택지를 고려하기 어렵게 패쇄적이기도 했다.


모 개발NGO 실무자: 그렇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가듯이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자연스럽게 대학에 진학한다는 사고가 일반적이다. 다른 세계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선택지를 알기가 어렵다. 대학원도 마찬가지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석사 학위가 필요한 시점이 오고, 적은 월급으로 어렵게 모아둔 돈을 다 학비에 쏟아부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힘들게 지불한 등록금의 지불 가치에 대해 만족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다수이다. 빚을 내서 지불한 등록금에 대해서 대학, 대학원 교육이 충분히 보상해주지 못하고 있기에 빚의 존재가 더욱 불편해지는게 아닐까?


모 대안학교 국어교사 : 책을 읽으며 청년의 기본소득 이슈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청년에게 제공되는 기본소득이 학업에 대한 지출로만 이뤄져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경직된 분위기도 바뀔 필요가 있다. 여가 활동을 통해서도 다양한 학습적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피움 편집간사: 층위를 매겨 지원하는 형태로 가난해서 청년에게 기본소득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이니까 다양한 경험을 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가 도와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모 대안학교 국어교사: 학비를 투자 하면 미래에는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달콤한 거짓말을 하고 있는 사회에 속지 않고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 빚에 억눌린 청년 세대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피움 편집간사: 대학교육이 의무교육이 되거나 공공재로 인식 될 수 있는 변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재정적 이유로 학과가 통폐합되고사라지는 과정에서 피해 받는 학생도 없어야 할 것이다.


▲ PIDA 첫 번째 도서집담회  ⓒ 발전대안 피다



공부할 수록 가난해지는 경험을 해보았던 집담회의 참가자들은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고 이해하며, 쉽게 변하지 않을 사회에 분개하기도 하며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특히 갈수록 높은 학력과 언어 실력 등의 스펙을 요구하고 있는 국제개발협력분야는 공부할 수록 가난해진다는 명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 해야할 지, 사회를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는데 힘을 실어야 할지 등의 질문에 열쇠를 찾아보려는 토론이 밤늦도록 이어졌다.


또한, 등록금 문제뿐만 아니라 주거, 생활비, 대학의 재정 투명성 등 논의의 이슈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만큼 청년 부채 문제는 어느 한 조각을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닐 것이다. 공부할 때 돈 걱정하지 않을 수 있는 사회가 되려면 수천 수만개 사회이슈의 퍼즐조각들이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과정을 건강하게 견뎌내기 위해서는  우리를 억누르려고 하는 ‘빚, 채무’라는 어두운 그림자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고, 사회가 변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계속해서 함께 들여다 보고 고민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우리의 첫번째 도서 집담회는 마무리 되었다. 


그러니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빚이 있는들 어떠하리. 나를 성장시켜줄 수 있는 의미 있는학습의 과정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빚의 동반자가 되어주리라는 마음 근육을 키우는 연습을  시작해보자.



기사 입력 일자: 2018-07-31


작성: 기미경 사단법인 캠프 해외사업팀장 / 0131km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