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들[4호] TV로만 배운 아프리카, 아프니까 그만하자

2018-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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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만 배운 아프리카, 아프니까 그만하자

인종차별, 역사에서 지워지지 않는 그 이름


인종차별. 듣거나 보기만 해도 눈살 찌푸려지는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으면, 열이면 열 잘못된 역사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인종차별을 제도적으로 금지한 것은 채 100년도 되지 않았다. 또한, 법적인 영역과는 별개로 일상생활 속에서는 아직도 많은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인종에 따라 쉽게 일반화 하고 있다. 흑인은 어떻고, 황인은 어떻고, 백인은 어떻다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흑인에 대해서는 피부가 검은 탓인지, 더럽다고 생각하거나 편향된 이미지로 인해 똑똑하지 못하다는 등 전 세계적으로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 "The soiling of old glory". 국내에는 "국기의 불명예" 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 Wikipedia


이민자와 나라로 널리 알려진 미국도 이 문제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 미국에서 흑인 노예들이 해방된 것은 남북전쟁이 끝난 1865년의 일이다. 하지만, 그 후로도 흑인들은 많은 차별을 받으며 살아야 했다. 1950년대까지도 버스 좌석에서부터 화장실에 이르기까지 흑인들과 백인들은 삶의 공간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었다. 1950년대를 지나면서 법적으로 흑인에 대한 모든 차별이 금지되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함께 이 문제를 개선하려고 노력하기까지는 수십 년이 더 걸렸다. 위 사진은 백인들이 흑인 학생들과의 통학버스 이용을 반대하는 시위 과정에서 성조기로 흑인 변호사를 공격하는 장면이다 이 사진이 1976년에 찍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확실히 인식개선에 얼마나 긴 세월이 필요했는지 알 수 있다. 미국 내에서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은 오늘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 집권한 트럼프 정부의 국정 기조로 인해, 인종차별에 대한 이슈가 사회적인 문제로서 점점 더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한국에서 아프리카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우리나라는 인종주의에 대해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세계 곳곳에서 일자리를 찾아온 사람부터, 관광객, 유학생까지 이제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을 지하철이나 도심 곳곳에서 만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그에 따라 외국인에게도 친절한 동방예의군자지국의 명예를 지켜나가는 사례들도 있지만, 반대로 다양한 형태의 차별도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 남미, 아프리카와 같은 대륙 출신 사람들에 대한 차별 사례가 많다. 오랜 시간 동안 역사적으로 한민족을 강조해 타 문화에 배타적이 되었다거나 탈아입구(脱亜入欧)[1], 백인우월주의적 의식이 강하다는 등 여러 가지 분석이 있지만, 결국 이 땅에 그들을 향한 인종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최근 아프리카 국가 출신 사람에 대한 차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 출신 사람들이 방송에 출연한 내용을 살펴보면, 그들의 피부색이나 출신 지역을 이유로 멸시당한 경우가 많다. JTBC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으로 유명해진 가나 출신 샘 오취리는 과거 지하철에서 한 아주머니로부터 까만XX가 왜 왔냐며 당장 한국을 떠나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더 슬펐던 것은 현장의 사람들이 그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아프리카 출신이라는 이유로 욕을 먹거나 다른 외국인들과 차별대우를 받는 경우도 허다했다. 2014년 부르키나파소, 짐바브웨 출신의 조각가와 공연가들은 ‘포천 아프리카 예술박물관’으로부터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급을 받으며 여권 압수, 열악한 기숙사 환경, 직원들의 욕설 등 천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인종차별을 겪은 아프리카인들의 경험을 들어보면, 가해자의 인식 속에는 주로 아프리카는 미개하거나, 가난하다는 식의 편견이 가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주변에서 “학교에 갈 수 있냐”, “컴퓨터는 있냐”, “동물은 얼마나 많이 보냐”는 등의 질문들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는 미디어에서 보도되는 극단적인 이미지로 인해 약 10억 명의 아프리카 대륙 사람들을 일반화하는 것이며, 54개국으로[2] 이루어진 아프리카 대륙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행위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의문을 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 에볼라로 인해 아프리카인의 출입을 막는다는 이태원의 안내문. ⓒ 국민일보


아프리카의 다양성과 광활함을 알지 못하는 또 하나의 사례로 2014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사태를 들 수 있다. 당시, 이태원의 한 맥줏집에서는 에볼라 감염을 우려해 아프리카 손님들을 받지 않는다는 벽보를 붙였다. 에볼라가 서아프리카 3개국가에서 발병했다는 정확한 정보와 관계없이 ‘아프리카인’이라는 모호한 기준으로 입장불가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남아공 출신의 백인은 출입했다는 문제제기가 SNS를 통해 퍼지자, 해당 맥줏집에서는 결국 사과문을 붙였다. 은고비 키타우 주한 케냐 대사는 이 사태에 대해 “무심코 넘길 수 있는 ‘해프닝’ 같지만, 아프리카에 대한 무지와 편견이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사건이다”, “아프리카는 국가별로 경제 등 여러 면에서 발전 정도의 편차가 유독 크기 때문에 더더욱 국가별로 바로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3] 맞는 말이다. 만일 서구권 국가에서 홍콩, 베트남에서 발생한 사스로 한국인의 출입을 막는다면 우리도 이를 문제 삼지 않을까. 비슷한 시기 덕성여대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많은 사람이 아프리카 대륙인들의 입국에 우려를 표했던 것 또한 아프리카에 대한 무지와 편견이 한국 내에 얼마나 크게 자리 잡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였다.



국회의원 발언에까지 심겨진 인종주의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은 일반 대중들에게도 만연하지만, 최근에는 국회에서까지 편견으로 얼룩진 인종차별적 발언이 나왔다. 주인공은 바로 바른정당 소속 이은재 의원으로 지난 1월 국회에서 ‘국정교과서 금지법’이 통과된 데 대해 “아직도 우리 국회만이 미개하다.”, “아프리카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은재 의원은 과거 용산참사 때, 시위대를 향해 “용산 도심 테러” 라는 막말을 퍼부었고, 조윤선 전 장관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청문회를 개회하려는 위원장에게 ‘사퇴하라’고 고성방가를 하며 파행을 유도했던 경력이 있었다. 특히 2016년 국정감사 도중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에게 질문의 정확성을 잃어버리고, ‘지방재정법 위반’, ‘횡령’, ‘거짓말’ 등 자극적인 표현을 남발하며 고성을 이어가다가 결국 인터넷에서 “MS오피스를 왜 MS에서 샀냐”는 패러디를 낳으며 유명인사로 등극했다. 결국 이 의원은 거듭된 막말과 고성을 넘어서 외교적으로 큰 실례를 범하기에 이르렀다. 이 의원이 살아온 삶이 어떠했는지는 다 알 수 없지만, 발언들을 통해 이 의원이 가진 태도가 얼마나 무례했는지, 그리고 아프리카에 대해 얼마나 잘못된 인식을 가졌는지 알 수 있다. ‘이번 일은 미개한 일이며, 이런 미개한 일은 아프리카에서나 있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는 아프리카 54개국 정상과 대사들뿐만 아니라, 해당 국민 전부를 싸잡아 ‘미개한 사람들’로 치부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분명 큰 잘못이며, 당사자 입장에서는 마땅한 정정 발언과 사과를 받아야 할 일이다.


▲ 국회에서 발언중인 이은재 의원의 모습 ⓒ 뉴스1


We Will Never Give Up


국내에서는 이런 이슈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관심을 두는 일이 드물다. 먼 곳에 대한 일이고,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에 나가서 동양인을 비하하는 행위에 대한 비난은 서슴없으면서, 우리가 가진 편협한 인식 혹은 잘못한 행위에 대한 반성이 없다면 이것이야말로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아프리카인사이트는 국내에서 대(對) 아프리카 인식개선과 옹호활동을 하는 개발협력단체로서, 성명서를 통해 바른정당 이은재 의원에게 합당한 사과와 정정 발언을 요구했다. 또한 국내에 있는 아프리카 대륙 출신의 사람들에게도 공유할 수 있도록, 아프리카 대륙에서 사용자가 많은 언어 5개(영어, 프랑스어, 스와힐리어, 암하릭어[4], 아랍어)로 번역하여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이은재 의원 측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단지 본인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삭제하는 데 그쳤다. 지금은 이 의원의 대답을 넘어 국내의 인식 문제로 확장하고자 국내 아프리카인 차별을 중단하기 위한 온라인 서명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총 130여 명의 서명을 받았으나, 더 많은 분이 이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뜻을 함께해 결국 이 의원이 자신의 잘못된 발언에 대해 정정발언과 함께 마땅한 사과를 하길 바란다.


이번 성명서와 서명운동의 의의는 단순히 한 개인의 잘못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모두 잘못된 인식에 대해 인정하고, 참된 배려와 존중의 자세를 갖자는 것이다. 모든 국민이 아프리카를 올바로 알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앞으로도 아프리카인사이트는 멈추지 않고 계속 노력해나갈 것이다.


▲ 이은재 의원의 '아프리카 미개' 발언에 대한 성명서. 왼쪽 위부터 한글, 프랑스어, 스와힐리어, 영어, 아랍어, 암하릭어. 

ⓒ 아프리카인사이트


참된 ‘글로벌’ 시대를 위하여


이미 과학적인 입장에서 ‘인종’이라는 개념은 사멸했다. 한 인종의 개념을 다른 인종과 구분 지어 설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워싱턴 대학교의 자연 인류학자 로버트 서스만 박사는 인터뷰에서 “실제로 유전학 연구를 해보면 인간 집단들 사이에 유전적 차이점보다 유사점이 더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5] 결국, 인종적인 구분은 과학적 실재라기보다, 문화적 이질감에 따른 허상에 가깝다. 결국, 지구상 인종차별이 존재하게 된 이유는 서로의 문화적 이질감에 대한 포용과 배려가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는 작년부터 올해까지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의 실체가 드러나며, 많은 사람들이 국내의 문제들로 인해 발생한 아픔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문제에 집중하다 보니, 인종차별과 같은 일은 우리의 일처럼 여겨지지 않는 분위기가 퍼지기 쉽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한국도 인종차별의 문제를 안고 있다. 내국의 문제에 귀를 기울이면서 동시에 국내에 거주하는 ‘사람’들, 비록 피부색이나 말은 조금 다르지만 같은 ‘사람’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자세는 글로벌 시대에 필요한 참된 자세라 할 것이다.

사실 방송에서 인종차별의 경험이 이야기 된 것은 비단 최근의 일이 아니다. 또한, 이번 필자의 글과 같은 주제의 글도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이전에도 우리는 그들의 고백 앞에서 “아, 우리가 그러고 있었구나!” 라는 반응만을 보여왔다. 물론, 미국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국민의 인식이 개선되기까지는 개개인의 끊임없는 노력에 더해, 오랜 시간까지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고 이러한 소극적인 자세로는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 그리고 그 오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가진 무관심과 편견이 불러일으키는 문제점을 알고, 또 고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것과 같이 아프리카인을 단순히 수혜자로만 인식하고, 마치 우리가 그들을 구원할 구세주와 같은 프레임을 유지한다면, 협력과 상생을 강조하는 글로벌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질을 의심받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아프리카 대륙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고, 그곳은 54개 이상의 다양성이 넘치는 곳이다. 글로벌 시대를 말하기 전에 참된 ‘글로벌’을 알자. 바로 알기를 힘쓰자. 아래에는 이번 성명서가 포함된 국내 아프리카인 차별 반대 서명 링크와, 아프리카인사이트의 홈페이지 링크를 남기니 이 간단한 행동에서부터 첫 걸음을 내디뎌 보자. 몇 걸음 더 걸어가보고 싶다면, 아프리카인사이트의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또 다른 다양한 활동과 교육에 참여할 수 있다. 아프리카 대륙은 우리 생각보다 그리 멀지 않다.

   

※ 아프리카인 차별 반대 서명 링크: https://goo.gl/o3v63u

※ 아프리카인사이트 홈페이지: http://www.africainsight.or.kr



기사 입력 일자: 2017-02-28


작성: 김한빈 아프리카인사이트 매니저 / bean@africainsight.org



[1] 직역하면, ‘아시아를 벗어나(탈아) 유럽(구라파)에 든다(입구)’ 는 말. 일본 개화기의 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가 일본의 나아갈 길을 제시한 이론으로서, 서구 문명의 우수성을 따르고, 전통적 기조를 유지하는 조선과 청나라와의 관계를 버려야 한다는 내용이다. 결국 백인 혹은 서양인을 우월하고, 타인종의 것은 열등하다는 식의 인종주의적 사상이다.

[2] UN에서 인정한 승인국 기준.

[3] 노석조, 이태원 맥주집의 에볼라 논란에 케냐 대사가 발끈한 사연, 프리미엄조선, 09.04.2014,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9/02/2014090202279.html, 02.23.2017

[4] 에티오피아의 공용어. 아랍어, 히브리어와 같은 뿌리를 두고 있다.

[5] Eliza Sankar-Gorton, 인종과 인종차별의 놀라운 ‘과학’, 허핑턴포스트, 07.02.2015,

     http://www.huffingtonpost.kr/2016/03/21/story_n_7711212.html, 02.21.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