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들여성영화제 <미얀마의 봄 - 파둑혁명> 후기: 자신만의 방법으로 다양하게 연대하는 모습의 아름다움

2021-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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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바람이 불어 오던 어느 여름밤, 우리는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상영작으로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다룬 다큐멘터리 <미얀마의 봄 – 파둑 혁명>을 보고 소감을 나누기 위해 모였다. 미얀마 사태가 발생한 지 벌써 7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짧고도 긴 시간 속에서 미얀마의 국민들의 삶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우리는 그곳에서도 미래와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에게 이 영화가 어떻게 다가왔는지 함께 나누고자 한다.

 


<미얀마의 봄: 파둑혁명> 후기

자신만의 방법으로 다양하게 연대하는 모습의 아름다움


수은  /  저 같은 경우는 미얀마 사건의 원인과 개요 등 이런 요소들에 대해서만 많이 들어봤지, 실제로 그들이 어떤 형식과 방법으로 혁명을 이뤄나가고 있는지는 알지 못했거든요. 근데 이번 영화에서는 혁명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그 형태에 대해서 많이 다루는 것 같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시를 읽는 시위, 드럼 시위 등이 인상 깊었어요. 흔히들 시위라고 한다면 이마에 머리띠 둘러매고 큰 소리로 투쟁하는 것만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었으니까. 약간 신세대 느낌이랄까? 굉장히 신선했어요.

하랑  /  저도 비슷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미얀마 사건에 대해서 뉴스와 같은 매체에서 볼 때는 싸우는 모습들을 위주로 보도하기도 했고, 우리가 흔히 시위라고 말하면 싸움과 관련된 이미지들을 많이 생각하곤 하잖아요? 무력적인 방법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다치는 모습들을 볼 때마다 속상한 생각이 들었는데, 영화에서는 그런 모습들은 비교적 보이지 않고 다양한 방법들로 자신들이 가지고 있고 할 수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시위를 전개하더라고요.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고, 드럼을 치는 등 최대한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시위를 하는 모습들이 인상 깊게 다가왔어요.

수은  /  맞아요. 예전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에 관련된 다큐나 영화만 봐도 굉장히 급진적인 모습을 보여주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양상이 정말 달라진 것 같아요. 하랑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자신이 가진 어떠한 것으로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는 것. 이게 굉장히 인상 깊더라고요.

하랑  /  그렇죠.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인 택시 운전사를 생각해 봐도 같은 나라에 있으면서도 당장 다른 지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는 했는데, 이제 SNS와 같은 매체들이 발달하게 되고, 사람들이 자신들의 생각들과 목소리를 자유롭게 낼 수 있는 시대적인 분위기가 바뀌다 보니까 한 사건에 대한 시위의 모습들도 많이 바뀌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자신들만의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는 모습 인상 깊어 


수은  /  시위가 생각보다 장기화되고 있잖아요. 코로나 시국이라 시위 참여자들의 안위도 많이 걱정됐어요. 지금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대부분은 국제 사회의 개입을 위한 성명서를 많이 발표하시던데, 그 외의 다른 방법은 또 없나 싶기도 했어요.

하랑  /  맞아요. 아무래도 시위를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되고, 군인들과 대치하는 과정을 봤을 때 군인들은 완전 무장을 하고 시민들에게 공격을 하지만,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무장의 형태는 허술해 보이는 안전모가 전부인 것 같더라고요. 코로나 문제도 물론 심각하지만, 시위 참여자분들의 안전 문제도 걱정스러워요. 우리가 항상 이야기하지만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너무나도 중요한 것 같아요. 한동안 미얀마 시위가 심했을 당시에는 뉴스에서도 자주 언급되었고, 제 SNS에서도 미얀마 시위를 지지한다는 게시글을 종종 보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 관심이 많이 시들해진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어요.

수은  /  초기에 비해서는 많이 사그라들기도 했죠. 부끄럽지만 저 역시도 그렇고요. 미얀마의 상황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잖아요. 최근 뉴스를 보니까 미얀마에서 외국 기업들이 계속해서 철수를 하는 상황이라고 하더라고요. 군부가 부족한 현금을 메우기 위해 해외의 조폐 업체들과 접촉했지만, 이에 응하는 업체가 없었다고 하고요. 그렇다면 결국은 군부 진영의 재정 상태도 어려워지는 건 시간 문제인데, 시간만이 해결책인가 싶기도 해요. 상황이 나아지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죠.

하랑  /  맞아요. 사실 저도 말은 이렇게 해도 가끔은 제 삶을 살아가느라 주변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세상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지도 못하고 있을 때가 많아요. 그러다가 잠시 숨을 돌릴 때 '아, 근데' 하면서 확인해 보는 경우가 참 많이 있거든요.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이 생각이 나기도 하지만 하염없이 기다리는 건 힘들겠죠. 또한 영화에서 '다음 세대에게 이런 상황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우리도 미얀마처럼 몇십 년 전 민주화를 위해 앞장섰던 많은 분들이 이런 생각을 하면서 시위에 참여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내가 당연하게 앉아서 누리는, TV를 보고, 친구들과 밥을 먹고, 공부를 할 수 있는 이 자유가 옛날 내 나이대의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나니 '내 앞가림이나 잘해야지'라는 개인주의적 사고 방식보다는, 사회가 다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코로나 시국에 시위 참여자들의 안전 문제가 걱정 

 관심이 많이 시들해진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들어 


수은  /  영화를 소개하는 글 말미에 이런 내용이 있더라고요.  "이들은 로힝야 난민 학살과 같은 소수 민족 탄압에 다수 민족인 버마족이 얼마나 무지했었는지에 대해 반성하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얻기 위해 여성과 소수민족을 포함해 미얀마의 모든 이의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무력 진압에 대항하기 위해 가장 예술적이고도 창의적인 방식으로 시위 형식을 발전시켜 나간다. 이들은 자신들의 운동이 다음 세대를 위한 투쟁, 곧 미래를 위한 투쟁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한국 언론에서 종종 ‘한국의 과거’로 재현되는 — 그리고 그로 인해 타자화되는 — 미얀마는 없다. 자신들의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를 고민하며 동료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미얀마의 현재’가 있을 뿐이다." 

얼마 전 미얀마 사태를 다룬 <벌거벗은 세계사>라는 프로그램을 봤는데, 미얀마 청년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스스로 로힝야 민족 같은 소수민족을 탄압했던 과거를 돌아보고 그들에게 사과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역지사지의 마음을 느꼈달까요. 어찌 보면 미얀마가 더욱 성장하기 위한 과도기가 아닐까 싶어요. 지금 군부의 만행은 결코 용납할 수 없지만, 이로 인해 서로 연대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미얀마 사람들의 모습은 참 아름답더라고요. 저는 거기서 희망을 느꼈어요. 하랑님 말씀처럼 내 앞가림만 잘하는 사회보다는 서로 연대하는 사회가 더 아름답고 살기 좋은 사회 같기도 하고요.

하랑  /  맞아요. 곳곳에서 들려오는 군부의 만행들과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은 절대 잊어서는 안되지만, 소수민족들을 탄압했던 과거를 반성하고 함께 연대하며 민주화라는 하나의 가치를 위해 나아가기 위한 모습은 멋진 모습이지 않나 싶어요. '시민들이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하다', 저번에 양동화 위원님이랑 인터뷰하면서 해 주셨던 말씀이 생각이 나네요. 그리고 위원님과 인터뷰했던 내용 중에 자기가 지내고 있는 지역과, 나라의 문제들도 관심을 가지라고 하셨잖아요. 영화 보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에 그 말씀이 생각 났어요. 우리는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얻어냈지만, '지금 내가 이렇게 영화를 보고 있을 때 한국의 다른 누군가는 이런 문화 생활을 누릴 수 있을까?' 등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주변을 많이 둘러보면서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가에 대해서 많이 관심을 가지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느꼈어요. 어쨌든 계속 반복되는 결론이지만, 시민이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하다는 게 결론이에요.



지난 2021년 2월, 미얀마의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했다. 이에 굴하지 않고 미얀마의 국민들이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평화 시위를 이끌어간 지 벌써 7개월째이다. 그들의 투쟁에 계속해서 국제 사회가 관심을 가져 주길, 한낱 개인일지라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 주길 바라는 마음이 닿았으면 한다. 미얀마를 잊은 당신에게.



글쓴이: 피움 기자단 2기

최수은 (justlikehannah@khu.ac.kr)

유하랑 (hara12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