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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대안서울국제여성영화제 <우먼> 후기: 울타리 밖으로 나올 힘과 울타리 안을 들여다볼 관심

2021-10-14
조회수 447

본 기사는 지난 8월, 피움 기자단 2기 최하영 기자가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특별상영작이었던 <우먼(Woman, 2019; 아나스타샤 미코바 &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을 관람한 후기입니다. 


영화 <우먼> 후기:

 울타리 밖으로 나올 힘과 
 울타리 안을 들여다볼 관심 


영화 ‘우먼(Woman)’을 관람한 날은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드는 8월 말의 화창한 오후였다. 오랜만에 영화관에 가는 길, 입구에 ‘서울국제여성영화제’라고 적힌 스크린이 보이자 사진을 찍기도 했다. 설렘 가득했던 기분은 영화를 본 후, 다른 의미의 설렘으로 바뀌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영화에 대한 나의 사전 지식은 영화제 홈페이지에 적혀있는 소개글(링크)이 전부였다. 그리고 소개글을 읽은 나의 첫 소감은 ‘50개국 2,000명의 여성을 인터뷰했다고? 그럼 그 중 몇 명이 영화에 나오는 걸까? 2,000명이 다 나오진 않겠지..?’였다. 그러나 영화에 대한 나의 무지 덕분에 나는 꽤 오랜 시간 영화를 곱씹어 볼 수 있었다.




소개글에 적힌 것처럼 영화는 수많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 모두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이야기하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앞에 앉은 인터뷰어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만큼 생생하게 출연 여성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영화였다. 이야기는 삶 속에서 경험한 편견부터 교육, 월경, 결혼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었고, 뒤바뀌는 주제에 따라 기쁨과 슬픔, 행복, 분노 등의 감정이 인터뷰이의 얼굴에 넘실거렸다.


한 여성은 오빠가 상급 학교에 진학하면서 더이상 학교에 다니지 못하게 되었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그녀는 만약 그때 자신이 떼를 썼다면 엄마가 학교를 가게 해 줬을 테지만, 떼를 쓸 수 없었다고 했다. 아주 어린 시절 할례를 경험한 한 여성은 가족 중 그나마 말이 통한다고 생각했던 삼촌에게 물었다. “나에게 왜 그런 일을 한 거예요?” 그녀의 삼촌은 대답했다. “네가 여자아이라서 그래.” 어떤 여성은 사별한 남편을 떠올리며 사랑에 대해, 스스로에 대해 이야기했고, 또 다른 여성은 직장에서의 자신의 모습을 이야기했다. 그렇게 계속 여성들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이야기의 주제만큼 스크린 속 여성들의 모습, 삶의 방식, 경험이 다 달랐다. 다만 이들을 하나로 묶는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영화의 제목과 같이 ‘우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 속 여성들과 우리의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삶에서 각자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점이 아닐까. 영화에서 여성들은 자신이 살면서 겪은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생을 살아가며 우리도 각자의 어려움을 마주하게 된다. 그 어려움은 성별, 나이, 학력, 신체적 특징 등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나 편견에서 기인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이기고 극복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영화 속 여성들은 말한다.


카피라이터이자 작가인 김민철의 『모든 요일의 기록』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 어떤 믿음은 울타리 안에 가두지 않고, 멀리멀리 떠나 보낸다. 그래도 된다는 용기를 준다.

나에게 이 영화는 세상이 정해 준 울타리를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살아도 된다는 응원처럼 다가왔다. 내 마음껏 살아도 된다니! 영화를 본 후 설렐 수밖에.


물론 영화 한 편으로 설레며 마음대로 삶을 살아갈 수 없는 환경에 처한 사람들도 많음을 안다. 용기만으로 이겨 내기에는 마주한 현실의 벽이 너무도 높은 사람들. 요즘의 아프가니스탄 상황을 보면, 울타리를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도 된다는 응원만큼, 울타리 속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려는 노력 역시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속 어느 성범죄 피해자는 이렇게 말한다. 자신이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누구도 들으려 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어쩌면 일상에서 스치듯 보았던 기사 한 줄, 영상 하나가 누군가의 간절한 외침이었을지도 모른다.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알리며 연대하는 활동이 새삼 귀하고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꽃피는 발전’이라는 발전대안 피다의 비전과 미션을 떠올리며, 나 또한 기자단 활동을 통해 소외된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고 전달하는 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를 바라 본다. 하루빨리 모두가 자신의 삶을 온전히 꽃피울 수 있는 때가 오기를.





글쓴이: 피움 기자단 2기

최하영 (zakhar102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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