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들[24호] 서울환경영화제: 영화 <막시마(Máxima) 그리고 클라우디아 스패로우> 리뷰

2020-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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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움 24호 5번째 기사는 총 3개의 짧은 기사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020년 7월 2일부터 15일까지 개최된 <제 17회 서울환경영화제> 상영작 중 피움 기자단이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감상하고 싶은 작품 3편을 선택해 공유합니다. 


<막시마 Máxima 그리고 클라우디아 스패로우> 리뷰


▲ 사진1: 영화 중 한 장면, 출처: http://seff.kr/project/maxima/ 


지난 7월 2일부터 15일까지 서울 환경영화제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환경과 인간의 관계를 되돌아보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까지도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환경 영화를 발견할 수 있는 장이었다. 그 중에서도 ‘발전’, ‘사람’, ‘환경’의 의미를 고민해볼 수 있는 영화 한 편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제17회 환경영화제의 국제경쟁 부분 대상은 클라우디아 스패로우 감독의 <막시마(Maxima)>가 차지했다. 또한, 국제 경쟁작 11편을 대상으로 관객이 직접 투표한 네스프레소 관객상 역시 총점 4.75/5를 얻은 <막시마>가 선정됐다. 이 영화의 어떤 부분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영화 <막시마>는 돈을 위해 자연환경을 파괴하려는 미국의 거대 기업과 이에 맞서는 ‘막시마’ 라는 페루 안데스 출신의 한 원주민의 투쟁을 다룬다. 단지 개인의 땅을 수호하기 위함이 아닌 환경과 이웃을 생각하고, 인간의 권리와 정의를 포기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우리는 감동과 용기를 얻는다. 윤리적인 문제를 넘어 우리의 ‘생존’을 위해 환경은 보존되어야 한다고, 우리가 ‘개발’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실은 ‘파괴’일 수 있다고, 이 영화는 말하고 있다. 


1994년 막시마 가족은 페루 북부의 땅을 구매해 농사를 짓고 양을 치며 살아간다. 다음 해 미국 금광업체 뉴몬트가 운영하는 페루 야나코차 광산은 콩가 광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자 막시마의 땅이 속해 있는 토지를 매입하려 한다.  콩가 광산 예정지에는 주요 수원지 4개가 속해 있는데, 호수의 물을 빼고 금을 채굴하고 나면 그 땅에는 유독물질만이 남게 된다. 채굴의 대가는 사회 전체가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그녀는 생명을 지키기 위해 야나코차에 맞서게 된다.


세계에서 금을 두 번째로 많이 생산하는 야나코차 광업회사는 세계에서 금 생산비가 가장 낮다. 그 이유는 중금속 제거 기능을 만들지 않는 등 환경 규정을 전혀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야나코차는 수은을 흘려 신경질환으로 주민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용수 4배를 배출한 적도 있었다. 수많은 만행을 저질렀던 야나코차가 이번에는 금 채굴을 위해 막시마 가족에게 강제퇴거 조치를 명령한다. 막시마가 자신의 땅임을 주장하며 이를 거절하자 뉴몬트와 야나코차는 경찰을 매수해 물리력을 행사한다. 집을 무너뜨리고, 농작물을 없애고, 키우던 동물들이 죽이고, 그녀의 딸을 때려 쓰러지게까지 한다.


막시마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순간에도 자신은 침입자가 아니라며, 우리의 물과 땅을 지켜 내자며, 생명의 존엄성은 값을 매길 수 없다고 끊임없이 외친다. 이웃 주민들은 그런 막시마의 모습에 “막시마는 우리의 동지, 광산은 우리를 못 이긴다!”라고 외치며 힘을 모은다. 환경단체와 인권 변호사의 도움으로 소송을 제기했고, 카하마르카 고등법원과 대법원 또한 막시마의 편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야나코차는 정부 당국이나 법원의 판결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누가 이 나라를 실제로 다스리고 있는지 보여주려는 듯 여전히 횡포를 부리고 있다. 도로를 막고, 울타리를 치고, 감시카메라 설치하고, 드론을 띄워 막시마를 감시한다. 심지어 막시마의 변호사 자식에게도 위협을 가한다. 법무부 장관이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현행법으로는 그녀를 보호할 길이 없는 상황이다.


대세를 거스르기 힘든 세상의 풍조 속, 가난한 자들을 위한 정의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막시마가 있는 페루 북서부의 카하마르카는 위암 환자가 급증하고, 아동 영양실조가 세계에서 2번째로 높은 도시로 꼽히고 있다. 놀랍게도 카하마르카 지역과 같은 곳의 빈곤퇴치에 의무를 지고 있는 기관은 대출과 투자로 수십억 달러 벌고 있다. 실제로 막시마를 괴롭히고 있는 대기업 또한 국제금융공사(IFC)와 세계은행(World Bank)에 지분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필자는 2018년 7월 23일에 일어난 라오스 댐 사고가 떠올랐다. 라오스와 한국 정부, 그리고 한국의 기업들은 누구를 위한 개발을 했던 것일까? 참사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기억하고, 삶의 터전을 빼앗겨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라오스 사람들이 막시마의 모습 같았다. 


▲ 사진2: 영화 중 한 장면,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_S-O3cQS3Aw


이처럼 정의 실현과 땅과 농민들의 권리를 존중해달라는 막시마의 외침은 더욱 폭발적으로 우리의 마음을 울린다. 대기업의 경제적 권리보다 인간의 권리가 우선이라는 그녀의 외침과 행동은 큰 귀감이 되었고, 2016년 그녀는 ‘녹색 노벨상’으로 불리는 골드먼 환경상을 수상한다. 또한, 서울 환경영화제를 통해 많은 사람이 그녀의 이야기에 주목하게 되었다. 클라우디아 스패로우 감독은 이러한 수상이 투쟁의 원동력이 되고, 막시마와 같은 이들에게도 목소리를 낼 기회를 준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노력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미국 뉴몬트 마이닝 회사는 2019년 세계 최대 금 생산 기업이 되었고, 10여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민사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러니 찰나의 관심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지금의 관심과 분노를 잊지 않고, 앞으로 막시마가 헤쳐나갈 길에 함께 서야 한다. 앞으로도 막시마의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그녀가 해내고 있듯 권력의 횡포에 우리도 정의를 실현할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보자.



기사 입력 일자 : 2020-07-31


작성: 채하영 피움기자단, 숙명여자대학교 일본학/글로벌환경학 전공 대학생 (chaecindy@naver.com)


*영화에 대한 자세한 정보 : http://seff.kr/project/maxi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