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야기[21호] 국제개발협력 3차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준비 작업이 시작되다

2019-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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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개발협력 3차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준비 작업이 시작되다

<중장기 ODA 추진전략 수립을 위한 학술행사: OECD DAC 가입 10년, 성과와 전망>과 피다의 계획


올해는 한국이 지난 2010년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에 가입한 지 10년 째 되는 해이다. 동시에 2016년 발표된 한국정부의 <국제개발협력 2차 기본계획>이 종료되는 2020년을 한 해 앞두고, 2021년부터의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정책기조를 담은 <3차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준비작업이 시작되는 해이기도 하다. 지난 8월 26일 외교부와 국제개발협력학회(KAIDEC: Korea Association of International Development and Cooperation) 공동주최로 열린 세미나 <중장기 ODA 추진전략 수립을 위한 학술행사: OECD DAC 가입 10년, 성과와 전망>은 3차 기본계획 수립 준비를 위해 정부와 학계,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는 첫 시작이었다.


▲ 'OECD DAC 가입 10년, 성과와 전망' 학술회의 진행 모습 c.발전대안피다


행사는 총 3부로 이루어져, 1부에서는 권혁주 국제개발협력 학회장의 개회사와 강정식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의 환영사가 있었다. 이어 올해 2월 OECD DAC 의장으로 취임한 수산나 무어헤드(Susanna Moorehead)가 2019-2020년 동안 OECD DAC의 3대 중점 추진과제를 중심으로 기조발제를 했다. 무어헤드 의장은 현 시대 글로벌 수준에서 기후변화, 분쟁예방과 평화구축, 불평등 감소를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이슈라고 설명하며,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3대 과제로 첫째 OECD DAC는 민관협력(PPP: Public Private Partnership) 등 ODA를 넘어선 개발재원 확대, 둘째 분쟁 등 인도주의적 위기상황 대응과 같은 단기적 성과와 장기적 목표를 가지고 개발을 위한 개입을 해나가는 것 등 주요 개발이슈 간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대화 및 혁신 활성화, 셋째 양성평등을 위해 여성과 소녀에 대한 지원 확대를 제시했다.


이어 2부에서는 고려대 최흥석 교수가 '한국 ODA의 성과 그리고 OECD DAC 20년의 과제: ODA 거버넌스를 중심으로' 발표를 통해 지난 10년 간의 추세를 정리하고, 한국 ODA가 성숙(통합)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전략적 접근의 제도화, 정책결정 및 집행의 통합성 및 효율성 제고, 책임성과 조직학습을 제고하는 사업평가 체제의 구축, 공공(public) 개발협력의 강화, 기술 전문성과 지역 전문성 제고 등 ODA 거버넌스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이어 이화여대 김은미 교수가 사회를 맡아 진행된 토론에서는 KDI 국제정책대학원 임원혁 박사가 한 국가의 비전과 전략은 국가적 정체성과 관련이 있다며, 한국은 독재, 전쟁, 빈곤을 극복한 경험과 산업화, 민주화를 이룬 경험을 바탕으로 개도국의 산업화와 민주화 달성에 기여하는 것을 정책과 비전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대학교 장현식 이사는 집행기관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가에 맡겨지지 않고 정치적 외풍의 영향을 심하게 받는 한국 ODA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3조원을 육박한 ODA 자금을 효율성있게 집행하기 위해서는 분권화와 근거기반 접근법, 컨설턴트 육성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어 KCOC 양수경 본부장은 DAC 가입 이후 주요성과로 인도적 지원전략 개정과 정부-시민사회 파트너십 기본정책 마련을 꼽으며, 향후 과제로는 국제개발협력위원회가 주도적 기획/조정 역할을 할 수 있도록 ODA 추진체계를 정비하는 것, 국제사회에 약속한 ODA 증액에 대한 구체적 타임프레임과 목표치를 마련 하는 것, 시민사회의 애드보커시와 캠페인을 확대하는 것, 시민사회를 통한 ODA 집행 비율을 늘림과 동시에 프로젝트 수준의 예산 협력을 넘어 포괄적인 정책 수준의 협력을 만들어가는 것을 제시했다.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김성규 박사는 ODA가 정치적/경제적 외부환경에 종속되어 추진되어 온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며, 개발협력 분야 내 소통구조와 역할분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 책무성 향상을 위한 시민사회 참여와 전문적 사업 타당성 조사와 평가, 환류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3부에서는 강릉원주대학교 황원규 교수가 새로운 국제개발 환경 속에서 제3차 기본계획 수립 시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지향점으로 삼아야 할 요소들을 총망라하여 정리한 내용을 발표했다. 국익 추구를 넘어 지구촌 공익 구현을 위한 국제개발협력의 정책 목표 전환, 개발 효과성 증진을 위한 국제규범에 맞는 지원방식으로의 개선, 수원국 정부를 넘어 민간/시민사회/빈곤층과 협력하는 포용성 확대, SDGs의 주류화, 남남협력 등을 통한 개발도상국과의 다자간 협력 강화, 국제개발협력 위원회 개편, 수원국 개발사업 현장 조정기능 강화, 국제개발협력 전문기관 및 인력 확충, 한국의 특성화 및 비교우위 분야에 대한 고찰 등이 주요 요소로 제시됐다. 이어 서울대 권혁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서 오현주 외교부 국제개발협력국장은 최근 국제적으로 ODA 분야에서 국익이라는 단어가 금기 시 되지 않는 추세이며, 국익이라는 개념을 단기적 경제이익이 아닌 국제규범에 따른 공공재 창출과 같이 정의하여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ODA가 점점 더 무역, 투자, 개도국 시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ODA가 민간재원과 합쳐져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깊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서울대 김태균 교수는 오현주 국장이 설명한 국제지형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왜 개도국을 지원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를 통해 ODA 국정철학을 정하는 작업이 진행되지 않은 점을 문제라며, 발전국가의 개발주의 연장선에 매몰되어 있는 한국 원조철학의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한재광 발전대안피다 공동대표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지난 2000년대 중반 이후 한국 국제개발협력 정책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한국이 ODA지원을 통해 개도국에서 이루고자 하는 '발전상'이 무엇인지, 그것이 발전국가인지, 아니면 인간개발 혹은 사회개발인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는 것을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했다. 한대표는 또한 2005년 이후 정부가 작성한 다수의 국제개발협력 정책 및 정권들이 제시한 국제개발협력 분야 국정과제의 가치가 국익추구와 인류 보편적 이익실현이 혼재해 있었음을 지적하며, 3차 기본계획에는 보다 분명하게 한국 국제개발협력이 궁극적으로 추구할 가치가 담겨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수립 작업이 시작될 한국정부의 국제개발협력 3차 기본계획 준비에 앞서 2차 기본계획에 대한 평가작업이 필수적이라며, 정부뿐 아니라 학계, 시민사회, 정당의 참여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장은하 박사는 한국 원조의 방향성을 정하려면 개도국이 한국으로부터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한류와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는 점을 이야기했고, ODA분야에서 젠더 주류화의 한계와 극복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 'OECD DAC 가입 10년, 성과와 전망' 학술회의 토론 모습 c.발전대안피다


이번 학술행사는 3차 기본계획 수립 준비를 위해 처음으로 정부와 학계, 시민사회가 만난 자리였다. 발제와 토론을 통해 현재 ODA를 둘러싼 국제원조지형 변화와 한국 ODA의 지금까지의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가 폭넓게 논의되고, 향후 한국 ODA 방향성 설정을 위한 다양한 인사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개괄적인 내용을 정리하는 목적의 학술행사였기에, 실제 2차 기본계획은 잘 이행이 된 것인지, 2차 기본계획의 이행과정에서 얻어진 교훈은 무엇이었는지, 그것이 3차 기본계획에는 어떻게 반영될 것인지, 그리고 3차 기본계획의 수립을 위한 구체적인 과정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등 많은 점이 궁금증으로 남았다. 추후 외교부를 넘어 범정부 차원에서 3차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준비 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정부와 학계, 민간, 시민사회에서 2차 기본계획에 대한 평가와 환류, 3차 기본계획에 담겨야 할 내용들에 대한 토론이 점차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발전대안피다는 관점있는 국제개발협력을 만들어가기 위해 '사람이 꽃피는 발전'이라는 '발전상'을 가지고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 2차 기본계획의 종료와 3차 기본계획 준비작업과 관련해서는 '사람이 꽃피는 발전'의 관점에서 2차 기본계획 평가 작업을 시작했다. 이는 발전의 총체성(경제 뿐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적 측면 발전이 반영되었는가 등), 성찰성(한국 발전과정의 과오를 성찰하고 이에 기반하여 ODA를 하고 있는가 등), 다원성(개인과 공동체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ODA를 하고 있는가 등), 민주성(정부, 시민, 기업, 학계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민주적 발전을 추구하고 있는가 등), 자주성(협력국과 시민, 지역주민이 스스로의 발전모델을 만들어 갈수 있도록 지원하는가 등), 연대성(전반적으로 종합해보았을 때 연대적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가) 등의 관점에서 2차 기본계획의 내용과 이행결과를 분석해내는 작업이다. 피다에서는 이와 같은 '사람이 꽃피는 발전'의 관점에서 2차 기본계획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3차 기본계획이 '사람이 꽃피는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해나갈 것이다.



작성 일자 : 2019-09-04


작성: 강하니 발전대안 피다 사무국장(haneek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