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다뷰[28호] 미얀마 시민의 민주화 투쟁을 지지한다! 한국 국제개발협력은 이웃국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연대해야 한다.

2021-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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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시민의 민주화 투쟁을 지지한다! 

한국 국제개발협력은 이웃국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연대해야 한다.   



2021년 2월 1일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켰다. 군부는 아웅산 수치와 정치 지도자들을 연금했다. 미얀마 시민은 전국에서 항의 시위에 나섰다. 군과 경찰은 무력으로 시위대를 진압했다. 사망자 소식이 연일 전해졌다. 미얀마 시민은 국제사회에 적극적 개입을 요구했다. 2월 19일 미얀마 시민들이 주 미얀마 한국 대사관 앞에서 무릎을 꿇고 도움을 요청하는 영상이 소개됐다. 시민들이 짓밟히는 모습은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며 민주화 시위에 나선 미얀마 시민의 모습은 한국 사회에 매우 특별하게 다가왔다.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 운동의 모습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군부 쿠데타에 항거하고 민주화 시위에 나선 시민들의 모습은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발전을 추구하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와도 직접 연결된다. 많은 한국 시민이 민주화 시위에 나선 미얀마 시민을 위해 모금에 참여했다. 시민사회단체와 연구자들은 군부 쿠데타를 비난하고 미얀마 민주주의 회복을 기원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스님들과 재한 미얀마인들 그리고 시민사회 활동가들은 민주화를 기원하는 오체투지를 했다. 


주요 원조 공여자들은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대해 발빠르게 입장을 표명했다. 2월 뉴질랜드 총리는 국제개발협력 프로그램이 군사정권을 지원하지 않도록 지시했다. 미국 원조기관 USAID는 4,240만 달러 규모의 양자간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이하 ODA)를 국제 및 현지 시민사회 지원으로 전환하고, 인도주의적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미얀마에 대한 새로운 ODA 프로젝트는 중단하지만 국제기구와 NGO를 통한 인도주의적 지원은 지속할 의사를 밝혔다.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정부관계자들은 쿠데타 발생 즉시 군부를 비난하며 민주적 규범 준수와 문민통제, 법치존중을 강조했다. 국제 NGO 옥스팜은 성명을 통해 폭력을 자제하고 인권 존중과 취약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 대한 특별한 지원 및 보호를 강조했다. 한국 월드비전도 3월 11일 미얀마 아동과 시민학살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대한민국 국회는 지난 2월 26일 본회의를 통해 미얀마 쿠데타 규탄 결의안을 채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3월 6일 폭력진압을 규탄하고 구금된 인사의 석방을 촉구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 외교부는 3월 1일 미얀마 군과 경찰당국의 폭력진압을 규탄하며 폭력 사용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3월 12일에는 미얀마와의 국방 및 치안분야의 신규교류와 협력을 중단하고, 군용물자 수출을 불허하며 산업용 전략물자 수출허가를 엄격하게 심사할 것이라 밝혔다. 또한 미얀마에 대한 개발협력 사업을 재검토하지만 시민들의 민생과 직결되는 사업과 인도적 사업은 계속 진행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국정부의 대외전략인 신남방정책의 주요 대상국가 중 하나이며 국제개발협력 중점협력국인 미얀마에 대한 실질적 제재에 나선 것이다. 많은 한국 시민이 정부의 정책결정에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미얀마 군부와 연관성있는 사업을 해온 한국기업을 제재하는 등 더욱 강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국 국제개발협력은 미얀마처럼 민주화 투쟁 과정을 겪고 있는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한국의 과거를 돌아보면 방향이 보인다. 국제사회는 당시 개도국이었던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과정을 지켜보며, 한국전쟁 이후 오랫동안 지속된 권위주의 정권의 강압 통치 속에서 시민사회 역할에 특히 주목했다. 1960년대 이후 서구 종교단체, NGO, 재단 등은 한국 가톨릭농민회, 크리스챤아카데미, 산업선교회, YMCA 등을 지원했다. 이들 단체는 제공받은 자금으로 지역 농민, 노동자, 여성, 지역, 주민, 협동조합 및 빈민운동단체 활성화를 위해 활동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화 운동, 여성운동, 빈민운동 지도자가 대거 성장했다. 이들 사회운동단체와 지도자들은 한국의 민주화와 인권성장에 직접적으로 기여했다. 당시 한국 시민사회를 지원했던 자금의 상당수는 ODA 자금에서 나왔다. 이처럼 국제개발협력을 통해 시민사회 활성화를 지원하는 것은 쿠데타를 포함한 군부의 잘못된 정치개입과 권위주의 통치를 억제하고 방지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며, 장기적으로 다원적인 민주주의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길이다. 시민사회의 성장을 통해 시민은 자국 발전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 당장 열매를 맺기는 어렵지만, 그것이 바른 방법이다. 그 좋은 사례가 바로 한국이다.


한국 정부가 미얀마에 대한 개발협력사업을 재검토하고, 미얀마 시민의 민생과 직결되는 사업 및 인도적 사업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것은 잘한 결정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 정부에는 다른 공여국처럼 현지 시민사회를 지원하고 싶어도 이를 실행할 프로그램이 없다. 개도국 현지 시민사회단체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운영했으나 그마저도 중단한지 오래다. 한국 정부의 국제개발협력은 보다 직접적으로 개도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기 보다는, 민주주의를 위한 제반환경조성과 제도마련을 위한 <공공행정 분야> 지원을 우선순위로 두고 지속해왔을 뿐이다. 한국 국제개발협력 중기 정책인 ‘제3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2021~2025)’에도 개도국 민주주의 발전 지원에 해당하는 직접적 언급은 없다.  


만약 한국 정부가 미얀마 시민사회와 직접 협력하는 프로그램이 있었고, 많은 한국 시민사회단체가 현지 단체와 깊고 풍성한 연대의 고리를 만들어 왔다면, 우리는 기도, 성명서, 모금운동을 넘어 더욱 실질적 연대활동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연대의 고리를 통해 미얀마 시민이 긴급히 필요로 하는 의약품, 의료기자재, 식량을 지원했을 것이다. 미디어와 국제법을 활용한 장기 투쟁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고, 나아가 이후 민주주의 회복과 발전 과정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었을 것이다. 늦었지만 그러한 연대의 고리를 지금부터라도 만들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 발전대안 피다는 다음의 다섯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한국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단체들은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고 민주주의 회복을 지지하는 연대활동에 보다 적극 참여해야 한다. 미얀마 등 현장에서 활동하는 개발NGO들이 사업수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치적으로 예민한 문제를 부담스러워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지점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고한 생명이 죽어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최소선 이상의 연대와 지지가 시급하다. 

둘째, 한국 정부는 미얀마에 대한 개발협력사업을 재검토하고 민생직결 및 인도적 사업 계속 진행을 결정는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협의해야한다. 어떤 사업이 시민에 도움이 될지, 어떤 사업이 군부에 도움이 될지를 시민사회와 함께 논의하는 것을 강력히 제안한다.    

셋째, 한국 정부는 한국 국제개발협력이 이웃국가 민주주의 발전을 지원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더욱 실질적인 사업이 구체화할 수 있도록  근본적 정책 변화를 꾀해야 한다. 

넷째, 한국 정부는 협력국 현지 시민사회단체와 직접 협력하는 국제개발협력 프로그램을 실행해야한다. 이는 민주주의 발전의 핵심요소인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조치다. 

다섯째, 한국 시민사회의 더 다양한 주체들이 현지 시민사회와 협력해야 한다. 기존의 개발NGO외에도 인권, 여성, 환경, 주민 및 민주주의 운동 분야 시민사회단체의 국제개발협력 활동 참여가 필요하다. 


발전대안 피다는 민주주의를 짓밟고 시민을 학살하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규탄한다.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해 피 흘리는 미얀마 시민을 지지한다.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의 국제개발협력이 이웃국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연대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 발전대안 피다도 이에 적극 동참하고 행동할 것이다.  



기사 입력 일자 : 2021-03-19


작성: 한재광 발전대안 피다 대표 / hanligh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