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다뷰[9호] KOICA 이사장은 누가 되어야 하는가?

2018-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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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ICA 이사장은 누가 되어야 하는가?


문재인 정부의 거침없는 개혁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국제개발협력 분야는 예외다. 정부가 지난 7월 19일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상의 국제개발협력 정책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현재까지라면 문재인 정부의 국제개발협력은 박근혜, 이명박 정부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촛불시민혁명이라는 큰 사건이 국제개발협력에는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듯하다. 원조통합은 슬그머니 내려놓고 일자리 창출만을 내세운 것이 정부가 발표한 국정과제의 실체다. 현 정권의 지도부에는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탁견은 고사하고 식견을 가진 이들이 없는 듯하다. 한국 국제개발협력은 또 이렇게 5년을 보내야 하는가? 과연 5년 뒤라고 나아질까?

 

국제개발협력의 개혁을 위해서는 한국국제협력단(이하 KOICA) 이사장 선임이 중요하다.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대표성을 가진 기관이자 실질적인 얼굴인 KOICA의 이사장 선임은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개혁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인사가 될 것이다.  지난 KOICA 이사장 선임과정에 최순실의 영향이 있었고, 내정된 인사를 위한 졸속진행이라는 비판이 있었기에 많은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4월 전 이사장이 자진 사임한 이후 현재까지 이사장 자리는 공석으로, KOICA는 조만간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신임 이사장 후보를 선정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누가 이사장으로 임명될 것인가? 세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첫째, 외교부 고위급 인사가 임명되는 것이다. 역대 이사장과 같이 개도국 대사 경험이 있는 전직 외교부 고위급 인사가 임명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캠프 내 외교담당 그룹인 '국민 아그레망' 소속의 전직 대사가 부임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 예측하는 1순위이다. 이 안이 선택되는 데에는 '산하기관 관리'에 대한 '외교부의 영향력 유지'가 결정요인으로 작동할 것이다.    

둘째, 공공기관 관리역량을 가진 전직 공공기관 임원 혹은 관료가 임명되는 것이다. 준정부 기관이 된 KOICA의 조직, 재정, 사업, 인사관리를 효율적으로 하여 효과적인 공공기관으로 거듭나게 할 수 있는 인사가 이사장으로 부임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전문성이 있느냐보다는'공공기관 관리역량'이 중요한 결정요인이 될 것이다.  


셋째, 개혁을 추진할 민간의 인사가 임명되는 것이다. '관'적으로 사고하는 전현직 공무원보다 유연한 사고로 KOICA의 전략과 사업, 조직을 개혁할 시민사회나 학계 등 민간의 인사가 부임할 수 있을 것이다. 정권 지도부의 강한 '개혁의지'가 이 안을 선택할 결정요인이 될 것이다.

 

물론 다른 시나리오도 있다. 전직 국회의원과 같은 정치인이나 KOICA 출신의 인사가 이사장으로 부임할 수도 있다. 물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말이다.

 

사실 어느 출신이 KOICA 이사장으로 부임해야 하는가?보다는 어떤 덕목을 가졌는지가 더 중요하다. 발전대안 피다는 정부가 다음의 다섯 덕목을 갖춘 인사를 KOICA 이사장으로 임명하도록 제안한다. 이는 KOICA와 나아가 한국 국제개발협력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다.

 

첫째,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

국제개발협력의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철학을 정립한 인사가 KOICA의 이사장으로 부임해야 한다. 국제개발협력을 단순하게 단기적 국익추구를 위한 정책수단이라는 얕은 인식을 가진 인사는 적절치 않다. KOICA가 인류 보편의 가치추구와 현재 한국이 처한 현실적 상황을 어떻게 조화해 나갈지는 지도자의 깊은 철학적 성찰에서 시작할 수 있다.

 

둘째,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정책적, 사업적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국제개발협력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이다. 역대 KOICA 이사장 중 국제개발협력 정책 및 사업적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대선캠프에 참여했던 전직 대사가 부임해 일하며 배웠던 것이 최근의 현실이었다.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역사가 30여 년이 되어가는 현재, 전문성을 갖춘 많은 인사들이 배출되었다. KOICA 이사장직이 더 이상 일하면서 배우는 수준의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전문가가 부임해야 한다.  

 

셋째, 원조통합을 이루기 위한 정치력이 있어야 한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100대 정책과제 발표 직전에 KOICA를 중심으로 하는 무상원조 통합방안이 타 부처의 반대로 무산되었다고 한다. 기관에 대한 유불리와 상관없이 원조통합은 한국 국제개발협력이 성취해야 할 과제이다. 무상원조전담기관인 KOICA의 신임 이사장은 원조통합을 이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강력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깝게는 주무 부처인 외교부와 무상원조를 실행하는 타 부처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서는 기획재정부와 청와대까지 원조통합과 개혁에 동의하게 만드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더 나은 국제개발협력을 만들기 위해 학계, 언론, 시민사회, 민간기업 그리고 국민들의 마음을 모으는 적극적인 정치력을 갖춘 인사가 KOICA 이사장으로 부임해야 한다.  

 

넷째, 공공기관 조직관리에 대한 역량이 있어야 한다.

KOICA는 연간 약 6,000억 원의 국민 세금을 주로 해외에서 집행하는 준정부 기관이다. 또한 구성원의 상당수가 해외에 근무하며, 기본적으로 다양한 국내외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조직이다. 이에 KOICA 이사장은 탁월한 조직관리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최근 10여 년간 KOICA에 부임했던 이사장들은 모두 조직개편 작업을 진행했지만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왔는지는 의문이다. KOICA의 새로운 이사장은 조직의 성격과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내부 구성원들이 조직의 사명을 내재화해 실제 활동에 연결할 수 있도록 이끌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준수해야 할 핵심가치인 투명성과 책무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현해 내는 인사여야 한다.    

 

다섯째, 다양한 파트너십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KOICA는 정부 내 다양한 기관들 그리고 시민사회, 민간, 학계와 파트너십을 맺는 기관으로, 자체적으로도 기관 정체성을 '플랫폼'이라고 정의했다. 이에 KOICA 이사장은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대화와 협력에 적극적인 인사여야 한다. 높은 자리에 앉아서 명령을 내리려고만 하고, 사업 파트너들과 소통에 소극적인  인사는 적합하지 않다.

 

우리는 작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한국 국제개발협력이 얼마나 권력에 취약한지 지켜봤다.  올해 대선 과정에서 정당들이 국제개발협력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도 보았다. 그리고 개혁적이라는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국제개발협력 분야 국정과제의 개혁수위에 실망했다. 이제 남은 중요한 개혁과제 중 하나가 KOICA 이사장 선임이다. 어떤 과정을 거쳐 누가 임명될지 지켜볼 것이다.

 


기사 입력 일자: 2017-07-31

 

작성: 발전대안 피다 운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