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과 사람들[11호] 발전대안을 찾아가는 시민들의 찐한 행동, 네팔 시민현장감시단 ② 진정한 발전은 “지금 이 순간”

2018-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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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대안을 찾아가는 시민들의 찐한 행동,
네팔 시민현장감시단

② 진정한 발전은 “지금 이 순간”


[편집자 주] 발전대안 피다( ODA Watch) ()바보의나눔의 ‘공익활동 지원사업으로 지난 3년간 시민이 직접 개발협력 현장을 감시하는 <시민현장감시단활동을 진행해 왔습니다. 2015년에는 동남아시아 지역의 캄보디아, 2016년에는 아프리카 르완다올해는 서남아시아 지역의 네팔을 활동 국가로 선정해 한국 국제개발협력 활동 전반을 모니터링 했는데요. 11호에서는 감시단이 네팔 현장에서 확인한 한국 ODA 사업들의 성과와 문제점, NGO의 홍보/모금 방식에 대한 네팔 시민들의 생각을 정리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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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진정한 발전은 “지금 이 순간”


▲인사하는 버티켈 마을의 여성그룹 의장 머니따씨 ⓒ발전대안 피다


‘발전’의 사전적 정의는 ‘더 낫고 좋은 상태나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감’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더 낫고, 더 높은 단계로 계속 나아가는게 당연하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발전은 정말 필요한 것일까? 발전한다는 건 좋은 걸까? 네팔 시민현장감시단은 이러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안고, 어렵고 복잡한 네팔의 국제개발협력 현장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감시단이 네팔 현장에서 확인한 한국 ODA 사업의 성과와 어려움은 무엇일까? 네팔 시민들이 말하는 한국의 원조와 발전의 의미는 무엇일까? 지난 10호에 이어 생생한 활동 결과들을 소개한다.
 

네팔의 미래를 위한 두 직업훈련사업, 무엇이 달랐나

한국은 2010년 ‘ODA 선진화 방안’에서 직업훈련 분야(이하 직훈 분야)를 주요 원조모델로 개발하기로 결정하고, 직훈 분야 ‘ODA의 종합전략과 기본 틀’을 마련해 중점협력국가 선정하고 국별협력전략(CPS) 수립 시 중점분야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 직훈 분야의 사업별 지원 현황을 살펴보면 주로 프로젝트형 사업이 90%를 차지하며, 직업훈련원 건립과 전문가 파견, 초청연수를 통한 기술이전 등으로 구성된다. 감시단은 KOICA가 무상원조로 지원한 일반적인 사업 형태의 ‘기술직업교육훈련’ 분야 사업으로 카트만두 대학 내에 설립한 ‘카트만두 대학 기술훈련센터 설립사업(11-14/350만불)’과 부뜨왈 직업훈련원 건설사업(08-11/568만불)’을 살펴보았다.


▲부뜨왈 직업훈련원(KNIT)을 둘러보는 모습(왼쪽)과, 카트만두 대학 관계자과 면담 중인 감시단(오른쪽) ⓒ발전대안 피다



두 사업 모두 네팔의 높은 실업률을 해결하기 위한 고용창출과 향후 산업발전의 기초가 되는 인력양성,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문인력 양성이라는 국가적 목표에 따라 네팔 정부가 요청한 사업이다. 카트만두 대학의 기술훈련센터(TCC:Technical Training Center)는 카트만두 대학이 사업시행기관(파트너 기관)으로 정식학위과정이 아닌 3개월, 6개월, 1년 단위의 단기 취업 과정이고, 부뜨왈 직업훈련원(KNIT:Korea-Nepal Institute of Technology in Butwal)의 경우, 사업시행기관이 네팔의 인적자원을 개발을 위한 국가자치단체인 기술교육직업훈련위원회(CTEVT:The Council for Technical Education & Vocational Training)로 정식 학위를 받을 수 있는 디플로마 과정(3년)이라는 차이가 있었다.

감시단이 두 직업훈련사업을 비교해 본 결과, 몇 가지 상이한 점이 있었다. 첫 번째로 파트너 기관 선정에 대한 사항이다. 결과적으로는 기술교육직업훈련위원회가 운영하는 부뜨왈 직업훈련원이 카트만두 대학의 기술훈련센터에 비해 훨씬 더 긍정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었다. 부뜨왈 직업훈련원은 필요한 교과목도 신설하고, 지역주민을 위한 단기 프로그램도 진행하며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었고, 훈련 후 취업 연계를 위해 KOICA 시니어 단원 파견과 PC&IG(Placement Councelling & Income Generation) 부서를 운영하는 등 효율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었다.실제로 부트왈 직업훈련원에서 제공한 취업 관련 데이터에 따르면 정원의 80% 이상이 취업에 성공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 인터뷰에 따르면 학생들과 강사진의 만족도와 자부심도 높은 편이었고, 지역사회의 평판도 좋았다. 게다가 사업 기획 당시에는 학과별 정원이 30명이었지만, 점차 수요가 많아지면서 더 많은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정원수를 48명으로 증대했다. 반면 카트만두 대학 기술훈련센터의 경우, 지진 때 큰 피해 없이 건물과 장비가이 유지된 점은 다행이었지만, 훈련생의 수가 당초 계획한 정원수에 한참 모자랐다(정원수 180명, 현 훈련생 6명). 또한, 성과관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는데, 정리된 데이터가 없어 정확한 취업현황도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KOICA 측에 사업수행기관으로서 카트만두 대학의 적절성과 선정 이유에 대해 질의한 결과, 약 20명의 교직원으로 구성된 기계공학과를 운영 중이어서 우수한 인적자원을 확보하고 있고, 기술훈련 관련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어 타당한 결과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확인한 훈련생수와 성과관리 상황을 보면 기술이 담보되었다고 해서 운영 역량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두 번째는 사업 기획 과정에서의 문제점이다. 부뜨왈 직업훈련원의 경우 사업을 발굴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네팔 교육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학제간 혼선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후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네팔 측에서 요청한 3년제 디플로마 과정이 아닌 2년제 한국식 직업훈련과정으로 최종 확정되어 조치가 필요했다고 언급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개교 전에 3년제 디플로마 과정으로 조정해 운영되고 있었다. 사후평가보고서에 기재된 내용과 실제 현장의 상황이 달라  꽤 혼란스러운 순간이었다. 카트만두 대학 직업훈련센터는 부적절한 수요조사로 타겟팅이 잘못된 점이 문제였다. 당초 카트만두 대학 측은 인근 지역 주민의 실업 상황에 따른 심각성을 인식하고, 기존 직업훈련 시스템으로 충족되지 못하는 기술훈련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대학-지역사회 상생 교육모델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사업계획서상에는 해당 지역의 빈곤한 주민과 청년을 위한 직업훈련과 취업연계가 주요 목표로 명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현지 담당자에 따르면 실제로는 이미 직업이 있거나 기본 기술이 있는 학생들이 참여해 보수 교육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KOICA 측에 사후평가 및 사후관리사업 추진계획 여부를 질의한 결과, 현재 차년도 사후평가 대상사업 포함 여부에 대한 심사가 진행 중이며, 현지 KOICA 사무소를 통해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파트너 기관(카트만두 대학)과의 협의를 통해 검토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감시단은 두 개의 직업훈련 사업을 통해 KOICA와 파트너 기관의 책임도 중요하지만, 사업수행기관인 ‘PMC(Project Management Consulting)’의 태도와 책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앞서 말한 학제간 문제들을 포함해 필요한 교과목 선정부터 기자재 지원까지 정작 협력대상국에서 합당하게 요청하는 사항들을 잘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지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한 문제가 크다. 어쩌면 공여국이라는, 도움을 주는 입장이라는 생각에 갇혀 그들을 감히 낮게 바라본 것은 아닌지 부끄러워졌다.


17년이나 지난 오래된 원조, 그 이후

감시단은 한국의 유상원조 사업을 확인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네팔의 제 2 도시인 포카라로 건너갔다. 네팔은 전력 부족이 심각한 나라로 작년까지만 해도 전력부족으로 대규모 정전을 막고자 일정 지역별로 전력공급을 순차적으로 중단, 재개하는 순환정전 제도를 운영했다. 이에 네팔 정부는 전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원조를 통한 수력발전소 건설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소, 중간 규모의 수력발전소 건설을 집중적으로 설립하고 있다. 이 중 감시단은 1996년에 시작해 2000년에 종료된 한국수출입은행의 ‘모디강 수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살펴보았다. 15백만불(약 164억원)이 투입된 이 사업은 종료된 지 17년이 지났으나 시설이 비교적 잘 유지되고 있었고, 전력 생산량도 좋은 편이었다. 특히 3년 전 부임한 현지 소장의 의지와 리더쉽을 발휘했고, 그 결과 관리효율성이 증대해 이전과 달리 월등히 높은 전력 생산량을 보이고 있었다. 과거 전력 생산량이 총 생산량의 35~50% 수준에 머물렀다면, 현 소장이 부임한 이후로 70% 이상의 생산량이 유지되고 있었던 것이다.  국제개발협력에서 그토록 강조하는 ‘오너십(Ownership)’이 한 리더의 의지를 통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EDCF가 지원한 모디강 수력발전소 현장에서 설명을 듣는 감시단 ⓒ발전대안 피다



특히 본 사업은 사업 수행 전 KOICA가 ‘사전 실시설계 조사’를 진행했다는 점이 특이했다. 한국의 초창기 ODA 사업에서도 유무상 연계 활동이 있었다는 사례를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너무 오래된 사업이다 보니 2007년 사후평가 이후, KOICA와 한국수출입은행(EDCF) 모두 추가적인 모니터링이 이루어지지 않아 모디강 사업에 대한 협력이나 사업 정보를 얻을 수 없어서 아쉬웠다. 한국수출입은행의 경우, 사업 현장 방문을 위해 협력을 요청하자 오래 전 사업이고, 네팔엔 주재 사무소가 없어 도움을 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업 자료도 홈페이지에 공개된 사후평가보고서 요약본 외에는 전혀 없었다. 다행히 현재 EDCF의 차멜리야 수력 발전소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네팔 전력청(NEA)의 연결과 현장 방문을 흔쾌히 도와주었다.

추후 감시단은 현장방문에 비협조적이었던 한국수출입은행과 사업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 KOICA 측에 아쉬움을 전하며, 사업이 한국의 지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네팔 자체적으로도 지속적으로 관리되고, 활용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또, 모디강 수력발전소 실무자들의 역량강화 교육이 필요하다는 현지 소장의 의견을 KOICA 현지사무소에 전달하며 후속 훈련에 대해 제안했다. 앞으로 네팔뿐 아니라 많은 협력 대상국의 유무상 원조가 조화롭게 협력해 나갈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고민해야 할 때다.


‘새마을 시범마을’이지만 정작 마을 사람들은 모르는 새마을운동

▲네팔 새마을회 임원들을 만나러 가는 길(왼쪽), 마을주민과 인터뷰하는 감시단(오른쪽) ⓒ발전대안 피다


새마을운동 ODA는 박근혜 정권의 주요 국책사업 중 하나였으나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사업 예산이 크게 축소되었다. 이에 따라 KOICA는 최근 새마을운동 관련 ODA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신규사업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새마을’ 명칭도 모두 삭제했다. 그러나 타 부처 및 자자체에서 수행하는 새마을운동ODA는 사업이 일부 축소되더라도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시민현장감시단은 행정안전부의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새마을운동중앙회의 네팔 새마을 시범마을 조성사업(12-14)을 살펴보았다.

23만불 규모로 지원된 이 사업은 종료보고서에 따르면 ‘국민들의 협동심과 근면정신을 고취시켜 실질적인 소득증대와 마을 환경 개선’을 주요 성과로 명시하고 있다. 감시단은 거리상의 이유로 지원한 3개 마을 중 2 마을과 7 마을만 방문할 수 있었는데, 두 마을 모두 시멘트길이 잘 닦여진 것 외에는 현장에서 만난 마을 사람들이 보고서와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사업으로 인해 도움을 받은 수혜자의 현황 파악도 불분명했고, 보고서에서 지원된 내용과 대상이 많이 달랐다. 가축은행이나 양어장 등과 관련해 주민들과 인터뷰를 할 때에도 현장을 안내한 네팔 새마을회 회장이 사업과 연관이 없는 집에 방문해 시간을 허비하기도 했다. 실제로 양어장은 마을 사람 개개인이 소유하고 있어 지원 사업으로 축조된 것으로 보기도 어려웠고, 염소나 다른 지원을 받은 사람들도 본인이 어떤 기준으로 받게 되었는지 모르고 있었다 또한, 새마을운동 ODA 사업에서는 협동심을 고취시킨다는 명목으로 한국의 새마을운동 성공 사례 등을 알려주는 ‘새마을 교육’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감시단이 만나본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은 새마을운동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었다. 정기적인 새마을 교육으로 마을 사람들이 새마을운동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새마을회 임원들의 답변과는 상이한 반응이어서 현장 방문 내내 답답함을 자아냈다.

가장 의문스러운 점은 네팔 새마을회 판타 나바라즈 회장의 운영 방식과 태도였다. 대표적으로 남은 사업비를 네팔 새마을 금고에 입금해 새마을회의 운영금으로 활용한 사례가 있었다. 판타 회장은 네팔 법에 근거해 사용했다고 설명했지만 지원된 사업비를 계획된 목적 외에 임의로 사용했다는 점이 쉽사리 이해되지 않았다. 감시단은 귀국 이후 지난 9월 초, 보고서에 기재된 내용과는 다른 현장의 지원 상황과 파트너로서 판타 회장의 적절성, 네팔 시범마을에 대한 사후 계획 등에 관한 공개질의서를 새마을운동중앙회에 송부한 상태다.



네팔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아요”


▲네팔 시민들에게 해외 NGO의 모금/홍보 영상을 보여주는 모습 ⓒ발전대안 피다


감시단은 ODA 사업을 살펴보는 것과 동시에 국내외 NGO들의 자극적인 홍보/모금 방식에 대한 네팔 사람들의 반응과 생각이 궁금했다. 발전대안 피다는 2011년부터 자극적인 영상과 이미지를 활용해 동정심에 호소하는 홍보/모금 활동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오고 있다. 가난하고 장애를 가진 모습들을 부각시켜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존재’로 협력대상국 사람들을 대상화 시키는 많은 NGO들의 실태에 대해 알리고, 개선해 나가려면 현지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 널리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기부는 기부자를 위한 것이 아니기에, 기부를 받는 현지 사람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고 고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감시단은 국외의 유명 NGO의 모금 영상과 국내에서 해외아동결연 사업을 하는 일부 단체의 홈페이지 화면 이미지를 네팔 시민들에게 보여주면서 솔직한 생각을 나눠달라고 부탁했다. 감시단은 한국 NGO인 ‘네팔 품’의 협력으로 네팔 청년 그룹인 PGG(Paaila Gaun Gharma, 이하 PGG)와 인권에 기반한 활동을 하는 국제 NGO ‘Action Aid Nepal’이 지원하는 버티켈(Badikel) 마을의 여성그룹을 만났다. 먼저 영상과 이미지를 본 PGG 청년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한 청년은 “직설적으로 말하면 마음에 들지 않는 방식”이라며, 사람을 물건처럼 취급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답변했다. 다른 청년은 영상에 나온 모습들이 정말 사실에 가깝다면 자극적이더라도 지금의 방식이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방식이 정말 좋은 방식인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PGG 청년들은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일대일 아동결연 방식을 꽤 낯설어 했다. 기본적으로 후원을 해서 도움이 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최소한의 정보만으로 아이를 선택해 후원하는 방식은 그 아이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배려 없이 후원이 이루어질 수 있다며 좋지 않은 선택방식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렇다면 버티켈 마을의 여성들은 어땠을까? 여성그룹 의장인 머니따씨는 영상을 보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면서, 일대일 아동결연 방식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사진만 보면 정확한 재정상황에 대해 알 수 없다면서 마을과 지역에 대한 관심과 설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다른 그룹원도 영상의 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하면서 실제 지원할 가정을 방문하고 각 가정에 필요한 모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불어 영상에 네팔 사람들이 등장한다면 근면하고 다른 사람들을 잘 도와주는 협조적인 사람으로 보여졌으면 한다면서 가난한 모습으로만 비춰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를 버티켈 마을로 안내했던 액션에이드의 실무자 Renu씨는 모금이 하나의 방식일 뿐이라고 강조하면서 , 모든 사람에게는 인권이 있기 때문에 물건처럼 취급해 사고 팔 수 없다고 덧붙였다. 가난한 국가라고 해서 어려움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네팔 사람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웃을 수 있고, 지난 대지진에도 모두가 굶주리고 어려운 가운데 ‘힘을 모은다’ 는 정신을 통해 어려움을 헤쳐나갔다고 말했다.

네팔 사람들은 단체와 후원자가 상황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명 지원이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마을 안에서 도와주고, 함께 어려움을 고민하고 있으니 그 외의 것을 지원해주는 방식도 필요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우리 기준에서 불편하다거나 부족해 보인다고 해서 막연한 지원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금 느낀 순간이었다.


“지금 이 순간”이 지구촌 곳곳에 이어지길 바라며

2주간의 일정 내내 네팔 사람들에게 ‘발전’이 도대체 무엇인지, 발전이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도로가 생기고 병원과 학교가 세워지는 것이라는 대답들도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지금 이 순간” 이었다. 삶의 편리성도 중요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눈을 맞추고 대화를 하고, 생각을 전하는 이 순간이 그들에겐 곧 발전이라는 것이다.

버티켈 마을에서 만난 여성들은 집안에서, 마을에서 자기 목소리도 내기 어렵고 글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었지만, Action Aid Nepal을 통해 교육을 받고, 세상을 알아가면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스스로가 원하는 자유를 찾아 진정한 삶의 발전을 이뤄나가고 있었다. 배움이 필요한 사람은 교육을 받고, 아픈 사람은 치료를 받는 것은 ‘발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이다. 그저 가난하다는 이유로 이전엔 행사하지 못했던 것을 할 수 있게 된 것만이 발전이라고 규정짓는 건 어쩌면 우리의 오만함이 아닐까? 발전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권리와 인식의 성장과 자유의 쟁취라고 답했던 네팔 사람들의 목소리를 기억하며, 지구촌 어느 곳에서든 “지금 이 순간”의 발전이 계속해서 이어져 나가기를 바란다.



기사 입력 일자: 2017-11-22

작성: 이재원 발전대안 피다 애드보커시팀장 / tony5jw@naver.com



※ 네팔 시민현장감시단 다큐콘서트 "네팔에 피다" 개최
네팔 시민현장감시단 활동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고, 단원들과 뒷이야기를 나누는 다큐콘서트 '네팔에 피다'가 오는 11월 25일(토) 종각 마이크임팩트 살롱E룸에서 진행됩니다.  

* 참가신청/자세히 보기: http://pida.or.kr/221136330808

※ 네팔 시민현장감시단 크라우드 펀딩 오픈
현재 네팔 시민현장감시단 다큐 상영회 준비와 활동책자 제작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펀딩 안내: 
https://www.tumblbug.com/pidanep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