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들[인간존엄 모금문화] 연민을 넘어: 20대가 보는 빈곤, 그리고 기부의 새로운 길 (기고)

2026-01-30
조회수 180

발전대안 피다는 2024년부터 (재)바보의나눔의 지원으로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인간존엄 모금문화 확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개발도상국 최취약층의 삶을 대상화하고 자극적으로 재현하여 '빈곤포르노'라는 비판을 받는 모금 광고들이 여전히 제작·소비되는 문화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도덕적 옳고 그름, 물질적 지원과 비물질적 옹호의 이분법, 분절적인 책임 소재 규명 및 절차적 정의를 통한 해결이라는 접근을 넘어, '인간존엄'이라는 가치를 시작과 끝에 둔 새로운 상상을 해 보자는 취지입니다. 

총 3개년 사업의 2차년도 활동을 마무리하며, 이러한 피다의 뜻에 공감하여 기고로 참여한 대학생들의 글을 소개합니다. 첫 번째 글은 2025년 1학기 국립부경대학교 국제지역학부의 교양 교과목 <글로벌 이슈와 세계시민> 수업에서 진행된 '빈곤포르노' 및 기부 문화에 관한 조별 활동 결과 보고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20대 대학생이 빈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그리고 더 건강한 모금과 기부를 위한 제안을 조사한 결과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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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을 넘어: 

20대가 보는 빈곤, 그리고 기부의 새로운 길


최근 MZ세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청년 세대에 대한 다양한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개성 있고 자기 관심사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세대로 평가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개인주의적이다", "무기력하다", "무관심하다"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규정되기도 한다. 그러나 특정 세대를 하나의 성격으로 묶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이며, 오히려 세대 갈등을 심화시킨다는 분석이 있다.1) 특히 기성세대가 청년을 '무기력한 존재'로 단정하는 태도는 세대 간 이해를 좁히기보다 갈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오늘날 청년들은 알고리즘 기반의 편향된 정보 환경 속에서 성장해 왔으며, 이는 개인의 성향이라기보다 사회·기술적 조건이 낳은 현상이다. 따라서 청년을 비난하기보다는 그들의 언어와 감각을 이해하고 이에 맞는 방식으로 소통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세대 조건을 지닌 청년들은 사회 문제, 특히 빈곤과 같은 구조적 이슈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특히 오랫동안 연민과 동정의 정서로 소비되어 온 '빈곤'이라는 문제 앞에서, 지금의 20대는 어떤 시선을 가지고 있을까?


흥미로운 점은, 오늘날 청년들이 빈곤을 단순히 '불쌍함'의 문제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연민에 머물지 않고 빈곤을 초래하는 구조적 요인과 사회적 책임을 함께 고민하며, 기부 방식 또한 이러한 기준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고 인식한다. 이는 곧 청년 세대가 빈곤을 이해하고 기부를 판단하는 방식에서도 새로운 전환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감정적 호소만으로 설득력이 작동하던 시대를 지나, 청년들은 빈곤의 구조적 맥락, 기부의 윤리성, 그리고 투명성을 기준으로 행동을 결정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실제 연구와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된다. '기빙코리아 2024'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부 동기는 과거의 '불쌍해서'라는 감정적 이유에서 '사회적 책임'과 '투명성·신뢰'로 이동하고 있다.2)  특히 청년층은 기부 여부를 결정할 때 감정 호소보다 정보의 신뢰성과 맥락적 설명을 더 중시한다. 그러나 청년층의 경제적 여력은 아직 제한적이어서, 인식과 공감이 실제 기부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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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기빙코리아의 기부 동기 조사 결과>


부산의 20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부 경험이 없는 20대 중 다수가 경제적 이유(34.6%), 기부금 사용처 불투명성(34.6%), 기부 유도 방식의 불편함(15.4%) 등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이는 청년이 무관심해서가 아니라, 경제적 사정과 기부처에 대한 신뢰성의 장벽이 참여를 가로막고 있음을 보여 준다. '기빙코리아 2024'의 또 다른 조사 결과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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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기빙코리아의 기부 관심도 조사 결과>


이러한 변화는 청년들이 기부를 결정할 때 감정적 호소보다 구조적 설명, 투명성, 신뢰성을 훨씬 더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점을 보여 준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여러 장벽을 넘어야 한다. 앞선 조사에서 확인되었듯이 경제적 여력의 부족, 기부처에 대한 낮은 신뢰도, 불편한 기부 유도 방식 등은 청년의 참여를 가로막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조건 속에서 청년들은 빈곤이라는 문제 자체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기부 동기의 변화가 실제로 빈곤에 대한 인식 변화와 맞물려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제개발, 기후 위기, 인권 등 복합 의제에 꾸준히 노출된 청년일수록 문제의 원인을 구조적 차원에서 이해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다시 말해, 청년층은 빈곤을 단순한 '연민'의 대상이 아니라 정치·사회·환경적 불평등이 얽힌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번 글의 목적은 이를 직접 관찰하기 위해, 즉 청년, 특히 20대가 빈곤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그리고 '빈곤포르노'라 불리는 자극적 모금 방식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데 있다. 조사는 1·2차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1차는 청년층의 빈곤 인식 전반을 파악하고, 2차는 '빈곤포르노' 관련 경험과 기부 행동 간의 관계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러한 방식은 청년층이 빈곤 문제를 단순히 감정적 차원이 아닌 구조적 맥락 속에서 이해하는 정도를 측정하고, 이를 통해 향후 기부 문화 개선과 대안적 모금 방식 개발을 위한 기초 자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빈곤포르노'는 1980년대 영국과 미국 등에서 대규모 자선 캠페인이 확산하던 시기에 등장한 개념으로, 기부를 유도하기 위해 수혜자의 고통을 과도하게 강조하거나 비참한 장면을 반복적으로 노출하는 방식의 모금을 가리킨다. 단기적으로는 시청자의 감정적 반응을 이끌어 기부율을 높인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전략'으로 평가되기도 했지만, 장기적으로는 빈곤을 하나의 상품처럼 소비하게 만들고, 당사자의 존엄성을 침해하며, 수용자에게 피로감과 냉소를 누적시킨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1차 설문조사는 전국의 20대 청년 100명을 목표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2025년 5월 14일부터 31일까지 진행했다. 설문 문항은 ▲빈곤의 정의와 원인 인식 ▲'빈곤포르노' 경험 여부 및 이에 대한 감정적·윤리적 반응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 제시 능력 등을 포함하였다. 총 71명이 응답했으며, 이 중 20세(2006년생)가 63명으로 가장 많았고, 26~29세 응답자는 2명으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조사 결과는 매우 명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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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빈곤포르노' 접촉 비율>


전체 응답자 중 90.1%가 '빈곤포르노' 영상이나 광고를 접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는 해당 세대가 어릴 때부터 TV 공익광고, SNS 바이럴 영상, 해외 아동 후원 캠페인 등을 다양한 매체에서 지속적으로 접해왔다는 점을 보여 준다. 이들은 '빈곤포르노' 노출 이후 주로 피로감, 반복되는 이미지에 대한 싫증, 불쾌감, 과장에 대한 의심 등의 부정적 감정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빈곤을 강조하는 기존의 공익광고 방식이 더 이상 신선하거나 동기 유발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청년층에서 충분히 자리 잡고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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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빈곤포르노'를 접한 후의 감정>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바로 이 지점에서 드러난다. 부정적 정서를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응답자의 약 53.5%는 이러한 방식이 '기부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라는 기능적 효과를 인정하며 찬성하였다. 즉, 청년들은 '빈곤포르노'의 윤리적 문제점을 분명히 인식하면서도, 동시에 '효과가 있다면 현실적으로 필요할 수도 있다'라는 실용적 판단을 함께하고 있었다. 이는 청년 세대가 단순히 무관심하거나 냉소적이라는 기존의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윤리성과 실효성 사이의 균형점을 찾으려는 복합적 판단 구조를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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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빈곤포르노'에 대한 입장>


더 나아가 20대 응답자들은 기존 방식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새로운 대안적 홍보 방식을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이들은 감정 자극에 의존하는 방식이 아닌 사실과 데이터 기반의 설명, 현장 중심의 구체적 서사 전달, 수혜자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스토리텔링, 과장 없이 '일상'을 보여 주는 접근 등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꼽았다. 특히 단순히 '불쌍한 사람을 돕자'라는 메시지가 아니라, 빈곤이 발생하는 구조적 원인-불평등, 정치·환경 요인, 제도의 실패를 이해할 수 있는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요구도 강하게 나타났다. 이는 청년들이 빈곤을 감정의 차원에서만 소비하지 않고, 문제의 배경과 구조를 이해하는 과정 자체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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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빈곤의 개념에 대한 이해도>

A: 빈곤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한 응답자 그룹 
B: 빈곤의 개념을 부분적으로 이해한 응답자 그룹
C: 빈곤의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한 응답자 그룹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빈곤이라는 것에 대한 인지도가 미친 영향이다. 1차 조사에서는 '빈곤포르노'에 관한 설문뿐만 아니라, '빈곤 개념을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였다. 이는 청년들의 인식 차이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으로 나타났다. 빈곤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 응답자들은 빈곤을 개인의 능력 부족이 아닌 사회·정치·경제적 구조의 결과로 이해했으며, 감정적 연민보다 문제의 배경과 맥락을 파악하려는 태도가 두드러졌다. 이들은 대안을 제시하는 능력도 비교적 높았다. 반면, 개념을 부분적으로만 알고 있거나 오개념이 잡혀있던 응답자들은 빈곤을 주로 연민의 소재로 이해했으며, 빈곤의 원인을 구조적 문제보다 개인적 사정에 가깝게 해석하는 경향이 강했다. 빈곤을 거의 이해하지 못한 집단에서는 무감정·무관심이 가장 두드러진 반응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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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7.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하는 빈곤의 요인>


이러한 차이는 빈곤에 대한 개념적 이해 수준이 곧 빈곤 감수성의 깊이를 결정한다는 점을 보여 준다. 특히 '빈곤포르노'를 접한 경험이 있고 동시에 빈곤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한 응답자들은 자극적 영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정보 기반 설명과 존엄성 중심 홍보 등 대안적 접근을 요구했다. 이는 '빈곤포르노' 노출이 단순한 피로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개념적 이해와 결합할 때 더 높은 수준의 판단과 감수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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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8. 빈곤에 처한 사람을 보고 느끼는 감정>


결과적으로 1차 조사는 20대 청년들이 단순히 자극적인 영상에 피로감을 느끼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의 모금 방식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동시에, 새로운 대안과 기준을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청년세대는 빈곤을 감정적 동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 속 불평등이 누적된 결과로 이해하고 있었고, 따라서 기부 또한 '감정적 호소'가 아닌 '정보의 신뢰성, 투명성, 관계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요약하자면, 이들은 '빈곤포르노'의 영향력을 비판하면서도, 기부 효과를 위해 존재하는 현실적 이유 역시 인정하며, 윤리성과 실효성 모두를 고려한 숙고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


1차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응답자의 53.5%가 빈곤포르노에 대해 '찬성' 입장을 보였으며, 이를 통해 실제로 '빈곤포르노'가 기부 행동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추가적인 의문이 제기되었다. 특히 빈곤포르노를 접했을 때 느낀 감정으로 '측은지심·동정심'이 33.8%로 가장 높게 나타나, 이러한 감정이 미디어의 상업화된 연출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따라 '빈곤포르노'가 과연 효과가 있는지, 기부 행동으로 연결되는 실제 경험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미디어가 빈곤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에 대한 청년층의 인식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자 2차 조사를 진행하게 되었다.


2차 조사는 1차 설문의 참여 여부와 상관없이 부산 지역 20대 청년을 대상으로 6월 2일부터 7일까지 진행되었으며, 목표 인원 30명 중 총 28명이 응답하였다. 설문 문항은 △'빈곤포르노' 접촉 후 기부 의향 △기부로 이어진 실제 경험 △기부 경험 부재의 이유 △미디어의 빈곤 상업화 여부 △빈곤의 과장·선정적 표현 인식 △미디어 보도의 바람직한 방향성 등을 포함해 보다 심층적으로 청년들의 인식을 탐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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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9. '빈곤포르노' 접촉이 기부 의지로 이어진 경험의 여부>


2차 조사의 전체 응답자 중 60.7%가 "'빈곤포르노'를 접한 후 기부 생각이 든 적이 있다"라고 답하였지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진 경험은 7.1%에 불과했다. 기부 경험이 없는 부산의 20대 중 다수가 경제적 이유(34.6%), 기부금 사용처 불투명성(34.6%), 기부 유도 방식의 불편함(15.4%) 등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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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0. '빈곤포르노' 접촉이 실제 기부로 이어진 경험의 여부>


 이는 청년이 무관심해서가 아니라, 경제적 사정과 기부처에 대한 신뢰성의 장벽이 참여를 가로막고 있음을 보여 준다. 또한 응답자의 71.4%가 미디어가 빈곤을 상업화한다고 느꼈고, 64.3%가 미디어가 빈곤을 실제보다 과장하거나 선정적으로 표현한다고 답했다. 이들은 바람직한 미디어 보도 방향으로 기부금이나 후원금의 사용처와 투명성 보도(32.1%), 동정심 유발이 아닌 구조적 문제의 설명(32.1), 당사자의 존엄성 존중(21.4%), 자극적인 이미지 사용 자제(가이드라인 마련)(14.3%)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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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1. 실제 기부 경험으로 이어지지 않은 이유-1>


 두 결과를 종합하면, 미디어의 바람직하지 않은 보도 방식과 정보의 불투명성, 그리고 청년의 경제적 여유 부족이 기부 의향을 실제 행동으로 전환하지 못하게 하는 주요 원인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는 기부 문화 개선의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자극적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의 실제적 효과는 한계에 도달했으며, 정보의 투명성, 수용자의 참여성, 수혜자의 일상과 상호연결을 통한 새로운 광고 방식이 필요하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청년층의 참여 저조를 보완하기 위해 시간 및 재능 기부와 같은 비금전적 기부로의 전환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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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2. 실제 기부 경험으로 이어지지 않은 이유-2>


또한 2차 결과에서 부산의 20대는 미디어와 기부 방식의 바람직한 방향성에 대해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였다. 그들은 무엇보다 '미디어의 노력'을 강조하며, 사실 중심의 보도와 대상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더불어 NGO들의 정부 지원금 의존도 낮추기, 횡령 루머에 대한 명확한 해명 및 엄격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응답했다. '빈곤포르노'에 대한 문제의식은 설문을 통해 시작되었지만, 이를 통해 청년들은 단순한 감정적 반응을 넘어 윤리적 판단과 대안 제시 능력을 보여 주었다. 이는 청년층의 의지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경제적 제약과 신뢰 기반을 흔드는 구조적 요인이 크다는 것을 유의미하게 보여 준다.


청년들의 이러한 시각은 단지 개인의 성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학교에서의 교육 속에 녹아들어 간 세계시민 교육과 관련 특강을 마련하는 교육 정책과, '희망 편지 쓰기 대회', 사랑의 열매 배지 구매, 크리스마스실 구매 등과 같은 NGO 기부 경험은 유년기부터 청소년기에 이르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축적된 결과다. 즉, 교육과 경험이 청년의 빈곤 감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길러온 것이다. 1차 조사에서도 이러한 특징이 드러났다.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빈곤을 구조적 문제로 보지 못했지만, 빈곤의 개념을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청년은 문제 감수성과 대안 제시력이 높았다. 흥미롭게도 이들은 '감정이입'보다 '맥락 이해'를 통해 빈곤을 바라보려는 성향을 보였다. 빈곤을 '안다'라고 답한 집단은 이를 사회적 책임과 구조적 불평등의 결과로 인식했지만, '잘 모른다'라고 한 집단은 "불쌍하다", "어쩔 수 없다"라는 감정적 반응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앞서 언급했던 1·2차 조사의 결과를 보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참여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유소년기부터 빈곤 문제를 체험하고 고민할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앞으로는 청년에게 기부를 '요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들의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연결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최근 청년들은 SNS 인증을 기반으로 한 챌린지형 기부, 즐길수록 기부가 연동되는 게임형 기부, 팬 활동을 사회적 선행으로 확장하는 팬덤 기부처럼 재미·취향·참여성을 결합한 새로운 방식에 훨씬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특히 팬덤 기부는 자발성과 공동체적 성취감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며, 실제로 방탄소년단 팬덤 ARMY가 진행한 숲 조성, 아동 구호 후원, 글로벌 캠페인 참여 등은 수억 원 규모의 기부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방식들은 청년의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높은 참여감을 제공해, 기부의 심리적 허들을 크게 낮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제 시민단체가 해야 할 과제는 이러한 흐름을 확장해 청년이 자발적으로 빈곤 문제와 만날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일이다. 기존의 자극적 이미지, 죄책감을 자극하는 구호, '지금 당장 행동하라'는 압박식 캠페인으로는 더 이상 청년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대신 애니메이션, 음악, OTT 콘텐츠, 밈(meme) 등 청년들이 이미 소비하고 있는 문화적 언어를 활용해 빈곤 문제를 다시 번역하고 연결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즉 관행처럼 반복된 접근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과 행동 방식을 제안하는 '틀 깨기 전략', 청년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자만추형 참여 모델'이 요구된다. 특히 기후 위기와 빈곤의 연계성을 조명하거나, 환경·인권 분야 시민단체가 협업해 공통 의제를 다루는 방식은 청년들에게 익숙한 문제의식과 사회적 책임감을 동시에 자극할 수 있다. 결국 먼저 변해야 하는 것은 시민단체와 활동가들이다. 이들의 새로운 시도와 태도가 쌓여야 시민의 참여가 뒤따르고, 사회가 변하며, 제도와 기업 역시 변화의 흐름을 따르게 된다. 청년을 탓하기보다 그들의 세계로 한 걸음 더 들어가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 그것이 청년과의 신뢰를 회복하고 지속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청년들은 무관심한 것이 아니다. 그들이 다가가지 못했고, 다가갈 계기가 없었을 뿐이다. 선구자들이 해야 할 일은 그 길을 연결해 주는 것이다. 기성세대가 청년을 무기력하다고 탓하기보다, 청년의 관심사 속에서 새로운 참여 방식을 제안하고 실험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소통이자 기부 문화 혁신의 출발점일 것이다.



글쓴이:김서진  /  국립부경대학교 인문사회과학대학 자유전공학부 학생(ksj000101@gmail.com)

박기태  / 국립부경대학교 환경해양대학 해양학전공 학생(parkgitae1203@gmail.com)

문기홍  / 국립부경대학교 국제지역학부 조교수(kihong.mun@pknu.ac.kr)



참고자료

1) 정효진 (2024). 대학생이 인식하는 MZ세대에 관한 연구: 토론 논제 'MZ세대는 예의(禮儀)가 없다'를 중심으로. 『한국소통학보』 Vol. 23 No. 1, pp. 53–114.

2) 한국기부문화연구소 (2024.12.26.). 기부동기. https://research.beautifulfund.org/13873/

3) 한국기부문화연구소 (2024.12.26.). 기부하지 않는 이유. https://research.beautifulfund.org/138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