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과 사람들[피다X라플] 이주여성 연구 통해 성찰하는 수평적 연대로서의 국제개발협력 (DevelopHER 팀 인터뷰)

2025-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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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여성 연구 통해 성찰하는

수평적 연대로서의 국제개발협력


항상 '밖'을 향하는 것이 기본값인 국제개발협력의 시선. '안'으로 돌려 볼 수는 없을까요?
발전대안 피다는 국제개발협력의 안팎과 활동가의 사이를 흐르는 콘텐츠를 만드는 비영리 스타트업 라운지플러스와 함께 이주민을 주제로 2부작 특별기획을 준비했습니다. 송금이나 귀환 같은 '현상'이 아닌, 우리와 한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개발도상국 사람들의 '삶'이 넓은 범주에서의 국제개발협력과 교차하는 지점을 포착해 보았습니다.
그 첫 번째 순서로, 국내 여성 이주노동자 연구를 통해 상호의존과 연대라는 국제개발협력의 본질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있는 활동가 커뮤니티 DevelopHER(디벨롭허)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본 글은 DevelopHER 팀과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의 내용을 이해도를 위해 일부 편집하여 재구성했습니다.)



Q. 안녕하세요! 피움 독자들을 위해 팀 소개를 부탁드려요. 

 

 A.   DevelopHER(디벨롭허)은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활동하는 실무자와 연구자들이 모인 모임이에요. 현재 총 6명(리아, 매나, 벨라, 세미, 와르다, 으잉)의 멤버들이 참여하고 있는데요. 모두 국내·외에서 국제개발협력 분야 실무 경험이 있고, 국제개발학, 여성학, 지리학, HRD* 등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저희는 2022년 스터디 모임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국제개발협력분야에서의 젠더와 다양성, 포용성에 관한 분석과 토론을 주 활동으로 이어 오고 있어요. 본래는 '개발협력분야 젠더와 다양성 연구회(개젠다)'라는 명칭을 사용했는데, 최근 새로운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 HRD: Human Resource Development (인적자원개발)



Q. 기존 이름으로만 계속 알고 있었는데, 새 이름을 만들게 된 배경이 무엇인가요?

 

 A.   기존 이름인 '개젠다'는 ‘발협력 분야 더와 양성’이라는 의미였는데요. 개발협력 분야에서 젠더 이슈를 중심으로 성평등, 성소수자, 이주, 난민, 환경, 경계성 등의 주제들을 탐색하던 과정에서 이 모든 주제를 포괄할 수 있는 단어를 고민하던 중 ‘다양성’이란 키워드를 담게 되면서 만든 이름이었어요.

작년부터 재단법인 숲과나눔의 풀씨연구회 4·5기 지원으로 국내 여성 이주노동자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되면서, 기존의 캐주얼한 젠더 스터디 모임에서 본격적인 연구 모임으로 발전하게 되었어요. 저희는 현재 초점을 두고 있는 여성 이주노동자뿐만 아니라 성별 임금 격차, 유리천장, 돌봄, 사회 안전 등 여성에게 특히 불리하게 작용하는 젠더 이슈 전반에도 주목하고 있는데요. 팀명 속 HER는 단순하게 ‘여성’을 뜻하는 단어이기도 하지만, 저희가 추구하는 가치인 Humanity(인류), Equity(평등), Rights(권리)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기도 합니다. 이는 성별에 관계없이 모두가 존엄과 권리를 누리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저희의 포괄적인 목표, 그리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여성들이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고 역량을 강화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어요.



Q. 처음 팀을 만들 때 멤버들이 공유했던 목표나 문제의식은 무엇이었나요?

 

 A.   처음 모임을 만들던 2021년 후반에서 2022년은 한국에서 백래시* 문제가 심각하던 시기였어요. 그동안의 실무 경험을 통해 한국의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젠더 주류화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는데, 백래시의 영향으로 인해 성평등 사업이 위축될까 걱정이 더해졌죠. 이에 대응하여 국제개발협력 사업에서 젠더 주류화를 실천하기 위해 젠더 이슈에 대해 더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었고, 이를 각자가 수행하는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기회로 삼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습니다. 또한 젠더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슈를 자유롭고 안전하게 논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목표도 있었고요.

* 백래시(Backlash): 사회의 진보적 변화로 영향력이나 권력이 줄어든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반격하는 현상



이미지 출처: (구)개젠다포에버 인스타그램



Q. 국제개발협력과 관련하여 젠더 이슈 스터디를 하던 모임으로 시작해 국내 여성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게 되기까지, 말씀하신 문제의식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궁금해집니다.

 

 A.   처음에는 책과 논문을 읽거나 강의를 들으며 젠더 이슈에 대한 이론적 역량을 강화하고, 다른 단체들과 연결될 수 있는 방안을 탐색하는 데 중점을 두었어요. <에코페미니즘>,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등 이론서를 탐독하며 페미니즘 관점에서 발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공부하기도 하고, 국내 여성단체에 방문하여 국제협력 사례를 들으면서 국제개발협력 분야가 아닌 시민단체와 개발협력의 접점을 고민해 보기도 했습니다. 

스터디 모임을 하며 읽었던 책 중에 <깻잎 투쟁기>가 있었는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농촌의 이주노동자가 마주하는 현실에 대해 토론하며 이주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팀원 모두 해외에서 외국인으로서 일하며 선주민과 이주민의 위치를 모두 겪어 보았다는 공통의 경험도 있었고요. 마침 개발 넥서스 담론이 부상하면서 KOICA에서도 귀환 이주자 대상 사업을 기획한다는 소식이 있었고, 한국의 인구 감소로 인해 이주 노동력 확보의 필요가 커지는 등 현안과 관련한 자료를 접하면서 관심을 더욱 키우게 되었어요. 특히 외국인-여성-노동자의 삼중 취약성이 두드러지는 국내의 현상들을 고찰하며 이주노동자라는 키워드를 다각도로 바라보면서 의견을 나누었는데, 그러던 중 풀씨연구회 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지며 이 주제로 연구를 추진해 볼 수 있게 되었죠.



국내 여성 이주노동자에 대한 연구를 벌써 2년째 진행해 오고 계신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의 연구인가요?

 

 A.   1차년도(2024년) 연구의 제목은 '여성 이주노동자 노동환경 안정성 실태와 개선방안에 대한 고찰'이었는데요. 결혼 이주민, 그리고 결혼 이주민이 아니면서 제조업이나 농업에 종사하는 여성 이주노동자의 노동환경 실태를 알아보는 연구였어요. 

1차년도 연구 결과, 결혼이주여성이나 농촌, 서비스 분야 이주여성 관련 연구는 다수 존재하지만 제조업 분야 이주여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통계 생산이나 선행 연구가 부족하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제조업 분야는 내국인 노동자도 여성보다는 남성이 다수인 분야이기도 하고, 고용허가제(E-9)로 입국하는 제조업 분야 이주노동자도 대부분 남성이라는 통계가 있거든요. 따라서 사각지대에 놓인 중소 제조업 분야의 여성 이주노동자를 조명하고, 이들의 고용안정성에 어떤 요인들이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는 후속 연구를 기획했죠.

1차년도 연구가 여러 분야를 종합적으로 조사하여 실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활동이었다면, 2차년도인 올해의 연구는 특정 분야에 집중해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학술논문으로 게재하고자 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현재 서울 중랑구 면목동 일대에서 제조업 분야에 종사한 경험이 있는 몽골 여성들을 대상으로 1차 데이터 수집을 완료한 상태입니다.



Q. 국제개발협력 활동가의 관점에서, 이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한국 내부의 일이 외부의 개발과 다르지 않다'고 느끼셨기 때문일까요? 

 

 A.  (으잉) 개발협력 사업은 우리가 지원하는 국가·사회의 발전을 표방하고, 이 과정에서 구조적 문제 분석 및 해결책 도출 등을 수행하죠. 저는 개발협력 실무자로서 다른 사회의 구조적 한계 등을 지적하는 데는 익숙했지만, 정작 한국의 문제에 대해서는 동일한 수준으로 의식하지 않았어요. 그러나 한국 사회의 이슈들이 개발협력 현장에서 우리가 문제라고  지적해 온 것들과 근본적으로 동일한 원리로 작동하고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을 때, 스스로 그들을 ‘돕는’ 자리에 위치시킨 우리 사회의 모순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돕는’ 행위를 통해 같은 모순을 타 사회에서 재현하거나 전이시킬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생겼어요. 나아가, 우리는 연결된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에 어떤 한 사회의 발전만으로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고도 생각했고요. 

예를 들어, 사업 대상국에서 직업훈련을 통해 경제적 자립을 돕고 해당 사회의 경제적 발전에 기여한다면 이는 장기적으로 이주를 촉진할 수 있어요(일정 수준의 경제적 발전은 이주를 촉진합니다). 그 결과로 그 사회의 일부 구성원이 한국으로 이주노동을 하러 왔을 때, 한국 노동시장의 견고한 이중구조와 이로 인한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라는 문제에 대한 개선 노력 없이 단지 저렴한 인건비의 인력으로서 이들을 수용한다면, 이들은 보다 위험하고 차별적인 노동환경으로 흘러가게 될 텐데요. 이는 평등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이라고 보기 어렵겠죠. 이러한 인식 속에서 개발협력은 ‘외부의 문제’를 다루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부의 문제점도 함께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Q. 우리 사회가 이주(자)를 바라보는 태도나 인식, 그리고 국제개발협력을 바라보는 태도나 인식 간에 연결고리가 있을까요? 

 

 A.   우리 사회가 이주민을 바라보는 태도는 결국 ‘타자’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의 문제이고, 이는 국제개발협력의 태도와 깊이 맞닿아 있어요. 한국이 개발협력을 할 때 종종 ‘도와주는 우리’와 ‘도움을 받는 그들’로 구분하듯, 국내에서 이주민을 대할 때도 여전히 ‘함께 사는 우리’보다는 ‘돕거나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는 시선이 남아 있죠. 하지만 개발협력의 진정한 의미가 상호의존과 연대에 있듯이, 우리 사회가 이주민을 동등한 이웃으로 바라보는 태도 또한 그 연대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시작된 연대의 출발점이 정책으로도 이어진다면 이주민과 관련된 많은 이슈들이 자연스럽게 해소될 거라고 기대하고요.



Q. 한국에서도 이주와 개발을 연결하는 시도가 조금씩 확대되고 있는 듯한데요. 이런 흐름 속에서 우리는 책임 있는 공여국으로서 어떤 방향성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A.   저희 팀은 이런 질문을 해 보고 싶어요. 그 사업들에서 이주 정책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있나요? 한국에 부족한 임시적 ‘인력’의 충원인가요, 잠재적 미래 ‘구성원’을 맞이하는 건가요? 사업이 상정(상상)하는 이주노동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나요? 

(세미) 사람은 각자 다양한 배경과 성격을 가지고 있고, 특히 외국에서 온 사람이라면 그 차이가 더 두드러질 수 있는데요. 이러한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도록, 포용적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제도적·인식적 뒷받침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으잉) 책임 있는 정책을 위해서는, 이주를 통해 결국 단순 ‘노동력’이 아니라 ‘사람’이 온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피다x라운지플러스 인터뷰팀에게 2025년 연구 내용을 소개하는 DevelopHER


Q. 향후 DevelopHER 팀의 활동 방향이 궁금합니다. 계속 연구 중심의 활동을 진행하실 예정이신가요? 연구하거나 활동하고 싶은 주제는 무엇인가요?

 

 A.   팀원들의 전공과 경력, 그리고 관심사는 다양하지만, 우리의 공통점은 국내외 취약계층의 삶이 더 나아지기를 바라고 있다는 점입니다. 취약계층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주제를 찾아서 연구 또는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요. 우리는 우리가 잘 할 수 있고 또 하면서 가치를 느끼는 주제라면 많은 부분에 열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2025년은 연구 중심으로 활동을 마무리하지만, 향후에는 다양한 플랫폼에서의 확장 활동을 모색하고 있어요. 현재는 단체 구조가 완전히 갖추어지지 않아 활동 범위에 한계가 있다는 걸 인식하고 있는데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조직 구조와 운영 방식을 체계화하고 있습니다. DevelopHER은 앞으로도 팀원 공통의 관심사와 역량을 기반으로 온·오프라인에서 활동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에요.



Q. 멤버 개개인이 각자 관심 있는 주제나 이슈를 향후 팀의 활동에 접목하기 위한 아이디어나 계획이 있으신가요?

 

 A.   (세미) 저는 일자리 문제를 주요 연구 분야로 다루고 있고, 특히 여성의 경력 개발, 경력 단절, 그리고 돌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국제개발협력 업계를 살펴보면 여성 종사자가 다수를 차지하지만, 정작 전문가나 관리자 직급에는 남성이 많잖아요. 이는 단순히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여성에 대한 역할 인식, 그리고 여성 리더의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여성의 경력 지속 여부와 직업 정체성이 생애주기(나이·직급)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연구해 보고 싶습니다.

(와르다) 저는 동아프리카, 특히 탄자니아의 어촌 여성들의 삶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개발도상국 어촌에서 여성이 하는 역할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역할과 관련된 통계나 연구는 아직 많이 부족하거든요. 현지의 고정된 성역할로 인해서 여성은 직접 어선을 타고 어획을 하지 않으나, 그 이후 어류의 유통과 판매에 큰 기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역할은 종종 비가시화되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껴요. 이 여성들이 지역의 경제를 책임지는 핵심적인 역할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고 직업의식을 가지며 일할 수 있도록 인식개선 캠페인이나 프로젝트 등으로 이어가고 싶습니다. 

(리아) 저는 직업기술교육훈련이나 성평등 요소가 주요 관심사예요. 개발도상 국가, 공간의 다양한 위치와 환경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을 비교 연구하여 탐구하고 싶어요. 이미 국내외에 많은 담론들과 연구들이 존재하지만 여전히 관심이 필요한, 주목을 가져야 하는 흥미로운 키워드들이 많다고 느끼거든요. 또한 그동안 문헌조사, 현장조사, 인터뷰, 심층면접조사 등의 질적 연구를 해 왔지만 앞으로는 참여관찰, 통계분석 등의 새로운 연구 방법론을 시도하고 싶습니다. 이에 더해, 요즘 환경과 동물권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 기회가 된다면 젠더와 엮어서 다뤄 보고 싶어요.

(으잉) 키워드로 이야기하자면 지금은 초국적 관점에서 젠더와 노동, 민주주의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노동의 의미와 양상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이것이 남성과 여성의 삶 및 정치적 태도에 미치는 영향을 탐색하고 분석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제 선진국의 빅테크가 중심이 되어 AI 열풍이 심화되고 있는데, 이러한 기술과 산업의 변화로 인해 개발도상국의 일자리는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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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행: 장예지 (라운지플러스 대표·발전대안 피다 운영위원)

정리: 김향지 (발전대안 피다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