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다뷰[2호] 2016년 한국 국제개발협력을 돌아보다

2018-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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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한국 국제개발협력을 돌아보다


'현장의 많은 실무자들은 땀과 눈물로 진보를 이루어냈지만, 일부 고위층들이 이상하게 만들어 버린 해.' 2016년 한국의 국제개발협력은 그렇게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올 한해 개도국 현장에서 개도국의 발전과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성숙을 위해 공공과 민간영역의 많은 실무자들은 최선을 다했다. 국제규범을 준수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며, 성과를 관리하는 등 현실을 이상 쪽으로 한걸음 더 움직이기 위해 노력했고, 효율적인 사업관리를 위해 많은 일들을 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들이 허무하게 느껴지는 상황일들도 올해 한국 국제개발협력에서 발생했다.

 

발전대안 피다는 마무리 되어가는 2016년 한국의 국제개발협력을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 관점에서 정리한다.

 

첫째, 2016년 한국은 '개도국의 발전을 지원할 자격이 있는가?' 라는 물음에 직면했다.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은 한국을 휘저었다. 정치, 경제, 사회와 문화가 휘청거렸다. 한국의 개발경험을 개도국에 전하겠다고 국제사회에서 호기롭게 외쳤던 일들을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절차적 민주주의가 갖추어지면 우리는 발전한 선진국인가? 이런 한국의 발전 경험을 개도국에 전수해야 하는가? 1960~80년대 압축적인 경제성장의 토대 위에 현재의 공여국 한국이 존재하지만, 진정으로 우리가 다른 국가의 발전을 지원할 자격이 있는 국가인지를 심각하게 성찰케 만든 한 해였다. 비선실세가 개입해 추진된 이상한 원조 코리아에이드는 한국의 ODA를 일거에 퇴보시켰다. 국제규범을 적응하고, 성과를 관리하려 애쓰던 노력은 코리아에이드 앞에서 무너졌다. 코리아에이드는 사사로운 개인의 이익추구가 공공정책을 어떻게 망가뜨릴 수 있는지에 대한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대표 사례로 오래 기록될 것이다. 앞으로 특검의 수사과정에서 누가 이를 기획하고 주도했는지, 철학없는 관료들이 어떻게 동조했는지 밝혀지기를 기대한다. 또한 발전대안 피다와 시민사회는 100억이 넘는 예산이 확정된 코리아에이드를 앞으로 정부가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지속적으로 감시할 것이다.



둘째, 정부가 원조투명성을 제도화하기 시작했지만,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다.


한국은 올해 원조투명성 증진을 위한 국제적 이니셔티브인 국제원조투명성기구(International Aid Transparency Initiative, 이하 IATI) 가입 이후 처음으로 정보를 공개했다. 기본항목 13개를 공개한 정부의 노력은 IATI 비가입국가인 일본의 정보공개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또한 매년 국제 원조기관의 원조투명성을 측정하는 국제시민사회 조직인 'Publish What You Fund'가 발표한 원조투명성지수(ATI:Aid Transparency Index) 결과 KOICA가 46개 기관 중 41위를 했다. 이 두 가지 내용은 한국 국제개발협력 투명성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 양적으로 거침없이 성장하고 있지만, 질적으로는 여전히 부족하다. 원조가 투명하다는 것은 단순히 정보를 잘 공개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납세자의 세금을 통해 다른 국가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국민들에게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원조투명성이다. 원조투명성을 위한 기본적인 제도구축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한국 원조의 투명성과 책무성 제고를 담보할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  

 


셋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대한 한국 정부의 국제개발협력 이행계획이 없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s)가 2015년 9월 UN에서 공식 채택됐다. 그러나 2016년이 끝나가는 이 시점까지 정부는 한국 국제개발협력이 SDGs 달성에 어떻게 기여해야 할지에 대한 종합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지난 6월 UN 고위급 정치포럼(HLPF)에서 국별보고서(Voluntary National Report)를 발표해 SDGs 이행계획을 제시했지만 전반적으로 아쉬운 수준이었다. 특히 국제적 이행 부분에서는 개발협력 4대구상과 2차 국제개발협력기본계획 등을 명시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국의 ODA가 파트너 국가들이 SDGs를 달성하는데 얼마나,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체계적인 전략과 그것을 이행할 체계가 필요하다.


 

넷째, 정부와 민간의 파트너십이 다양해졌지만, 깊어지지는 못했다.


정부의 민간과의 파트너십은 다양해졌다. 기존의 NGO외에도 기업, 대학, 연구기관 그리고 스타트업 등 파트너십에 참여하는 주체의 종류와 성격까지 다양해졌다. 이는 2016년 한 해의 현상만은 아니지만,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올 한해 KOICA의 민관협력사업이 '출연금'에서 '민간경상보조금'으로 전환되는 과정은 정부와 민간 파트너십의 성숙에제동을 걸었다. 미비한 준비, 토론 없는 추진과정은 '책무성 강화'라는 명분마저 퇴색하게 만들었다. 또한 올 한해 있었던 각종 정부-민간 정책대화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산하 각종 위원회에 대한 민간위원의 참여과정, 고위급정치포럼(HLPF) 준비를 위한 시민사회 대화, 2차 CPS 수립을 위한 시민사회 간담회 등 여러 과정에서 정부는 시민사회와의 파트너십을 목적이 아닌 명분을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진행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다섯째, 시민사회의 긍정적·부정적 측면의 변화가 감지된다.


오랜 기간 동안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중요한 행위자로 자리매김해온 시민사회의 변화가 감지되는 한 해였다. 시민사회 내의 더욱 다양한 주체들이 국제개발협력에 참여했다. 기성 단체에서 경험을 쌓은 청년들이 독립적인 단체들을 시작했다. 대형단체에서 40대 중반의 실무자 출신 대표가 나오는 등 젊은 리더들의 출현이 가시화 되었다. 동시에 NGO의 모금과 홍보에 대한 문제제기도 계속되고 있다. 내용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국제비영리단체의 거리모금에 대한 비판적 논점의 기사가 주목을 받았다. 대형NGO의 빈곤포르노성 모금홍보에 대한 논란도 SNS상에서 뜨거웠었다. NGO의 모금과 홍보에 대해 비판적인 관점을 가지고 지켜보는 시민들이 점점 증대하고 있다. 그리고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의 역할에 대한 기대와 역량에 대한 걱정이 동시에 존재한다. 무엇보다 시민사회의 긍정적 성과와 우려사항에 대한 깊은 토론의 장이 여전히 부족한 현실이 우려스럽다.  

 

2016년이 마무리 되고 있다. 올 한해 한국 국제개발협력은 다양한 성과를 냈다. 그리고 변치 않는 제도와 문화적 구조에 좌절하기도 했다. 2016년에도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발전을 위해 애써 온 국내외 정부와 민간의 모든 동료들에게 깊은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전한다. 올해 남은 보름의 시간만이라도 성찰과 휴식의 시간을 가지기를 희망한다.                  



기사 입력 일자: 2016-12-15


작성: 발전대안 피다 운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