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코로나19 국제개발협력 지원 접근에 있어 고려할 사안들
코로나19는 1918년 전 세계를 강타했던 인플루엔자 대유행 이후 가장 크게 다가온 감염병 대유행으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그 유행을 이어가고 있으면서 그 피해와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서 시작되어 아시아를 거처 전 세계로 퍼져갔던 코로나19 유행은 유럽의 국가들과 미국에서 지속해서 발생이 이어지고 있으면서 중남미를 거쳐 러시아 등에서도 큰 피해를 끼치고서 인도와 방글라데시 등 서남아시아에 매우 큰 발생을 이어가는 중이다. 초기에 감염유행의 많은 전파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이 되었던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국가 중 한국을 비롯하여 대만과 베트남 뉴질랜드 등은 코로나 감염관리를 잘 대응해나간 국가로서 국제적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한국은 이들 국가 중에서도 국경폐쇄와 도시봉쇄 등이 없이 코로나 감염관리를 적절하게 잘 대응해나간 국가로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의 코로나 대응 경험은 K-방역이라 불리며, 이러한 성공적인 대응의 경험을 기반으로 코로나19 감염유행과 관련한 국제개발협력의 노력 또한 활발하게 추진되는 중인 가운데, 한국의 코로나19 성공 경험과 함께 향후 국제개발협력 지원에 있어서 몇 가지 생각해볼 점들을 짚어보려 한다.
우선 코로나19에 대한 한국의 신속한 대응의 성과에 있어서, 한국은 열악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2015년 메르스 경험을 바탕으로 비교적 준비가 잘 되었던 상황이 있었던 점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신속한 역학조사가 가능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 보호법의 개정이 있었고 유례없이 신속하게 코로나19 진단키트가 민간에 의해 생산되어 승인될 수 있도록 하는 신속 승인제도 등이 갖추어져 있었는데 이는 메르스 대유행의 여파로 이루어진 조치들이었다. 또한 질병관리본부의 운영 체계에서도 감염병 발생 시 방역 현장을 종합적으로 총괄 지휘 통제하는 ‘긴급상황센터(EOC : Emergency Operations Center)’이 신설 및 위기소통담당관실의 신설 등이 있었다. 이외에도 역학조사관 인력이 메르스 이후 중앙에 30명, 시도 당 2명 이상 배치되도록 개편되었고 시도에는 감염병관리지원단이 구성되는 등, 메르스의 여파로 인하여 감염병 대응의 역량이 대폭 보완된 측면이 있었다. 따라서 메르스 대응의 뼈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잠재적으로 유입될 수 있는 해외유입 신종 감염병에 대한 대응의 준비에 지난 4년여간 큰 노력을 기울여왔고, 이러한 일련의 노력이 이어지는 상황 가운데 한국이 효과적 대응을 하게 된 상황이 있었음을 주목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한국의 성과가 국내의 상황과 여건 속에서 이루어진 측면을 이해하면서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단순히 공식화된 지원을 통해 한국의 경험이 단기간에 그대로 재현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음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는 코로나19와 관련해서 중저소득국가를 돕고자 하는 접근에 있어서 한국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하는 접근은 신중해야 하며, 단순한 경험 공유 및 한국의 접근의 전수 개념 차원을 넘어 먼저 해당 국가들의 지역적이고 개별적인 상황을 잘 이해하고 그 국가들에 적합한 지원을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한국적인 상황과 여건하에서 접근을 한 것이며, 대부분의 중저소득국가들의 경우 한국과는 다른 의료환경과 통신 여건 등 인프라 기반환경 및 다른 차원에서의 감염병 관리 기반역량이 구축되어 있다. 예를 들어 진단검사실험실을 운영할 수 있는 여건과 인력적 역량기반 현황이 다르거나 기본적으로 역학조사 인력으로 교육훈련을 시킬 수 있는 인력의 수준과 상황이 다를 수 있다. 또한 지속해서 진단검사를 제공하고 역학조사를 진행하며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기본적 여건이 다른 상황에서, 한국적 접근의 공유에 집중하는 것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되도록 한국의 방역관리 방식의 공유에 우선을 두기 전에, 해당 지원대상 국가의 여건과 상황을 파악하고 각 국가가 처한 상황과 여건 및 그 국가들이 구축해온 보건의료 체계와 방역관리 체계의 상황 등을 고려한 최적의 지원 방향을 수립하되, 그러한 여건 속에서 선별적으로 공유가 가능한 한국의 경험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많은 국가의 코로나19 지원에 한국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여러 국가에서 이미 코로나19 관련 지원들이 WHO와 UNICEF, UNDP 등을 포함한 다양한 국제기구와 함께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등의 대규모 국가프로그램 재정 지원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미국과 영국, 일본, 중국 및 유럽 연합 등의 다양한 지원 주체들이 다채로운 규모와 형태의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의 지원이 어떻게 포지셔닝되고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접근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개별적인 국가들의 지원에 있어서 파트너기관들과 조율과 연계는 항상 쉽지는 않을 수도 있으며, 코로나19 지원에 관여하는 다양한 개발협력 파트너들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한 조율과 연계가 더욱 중요할 것이다. 많은 중저소극국가들의 상황 가운데 한국만의 접근으로 해당 국가의 방역 증진을 이루어낸다는 생각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관련 중저소득국가에 제공하는 지원의 내용에 있어서는 단지 한국의 진단기기와 진단키트, 방역용품의 물품 제공 지원에 집중하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으며, 또한 지원의 과정에 있어 한국제품의 수출 및 한국기업의 진출이 우선순위가 되는 것은 제고 할 필요가 있다. 되도록 코로나19에 대한 물품의 지원을 넘어서,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역량을 갖추어야 할 다양한 요소를 구성하여 지원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해당 국가의 코로나19 관련 역학조사 역량의 강화 및 진단검사실험실 인력의 역량 강화와 함께 감염병 감시체계의 구축 등 코로나19와 관련된 감염병 관리의 기본요소들이 강화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의 구성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나아가 코로나19에만 국한된 지원이라기보다는, 해당 국가가 장기적으로 코로나19 이외의 다양한 감염병 위협에 대응해나갈 수 있도록 감염병 분야의 보건 안보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 있어 코로나19 지원을 통해 국가적 차원에서 감염병 분야에 집중하여 지원할 기회를 활용하도록 하되, 감염병과 관련한 국가 보건의료 체계 강화의 접근을 취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단지 진단검사기기의 활용 역량이 강화되는 식의 접근이 아닌 국가의 감염병 예방과 관리, 감염병 대응 체계의 제도적 역량 및 정책역량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적 역량의 확보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접근이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향후 코로나19가 개별국가들과 세계의 감염병 보건 안보를 위협하는 대유행의 끝이 아닐 수도 있음을 고려하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개별국가에 대한 지원을 넘어서는 지역적 차원에서의 지원과 한국의 역할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2000년대 이후로 전 세계는 사스와, 조류독감, 신종플루, 에볼라, 메르스, 지카, 그리고 지금의 코로나19 등 다양한 감염병의 유행이 일어나고 있으며, 추후 또 다른 감염병의 글로벌 팬데믹이 찾아오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개별적인 국가들에 대한 국가적 감염병 관리 역량의 지원과 함께 이를 넘어선 권역 혹은 지역(regional) 차원에서의 감염병 대응 역량 및 거버넌스의 강화에 한국이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경우 과거 사스와 조류독감, 신종플루 등 감염병 유행이 지속해서 발생한 곳으로서,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감염병 관리 강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국이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에 있어 단지 아시아지역 중저소득국가에 대한 개발원조 지원의 개념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지역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이 지역 공동의 감염병 조기 탐지와 대의의 공동의 역량이 함께 향상되도록 하여 한국 자국의 감염병 관련 보건 안보의 강화에도 기여하면서 지역적 공동 보건 안보의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취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접근을 통해서 한국 경험의 공유라는 틀에서 벗어나 다른 대륙 지역보다 비교적 성공적인 대응의 성과를 보이는 아시아 지역공동체의 코로나19 대응의 경험을 함께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여기에서 도출된 공동의 시사점(learned lesson)을 아시아의 경험으로서 국제사회에 함께 제시하도록 하는 가운데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성과의 특수성과 보편성이 균형 있게 드러나도록 하는 것 또한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는 이러한 모든 노력을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국내나 국외적으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기관 여건의 확보와 인적 역량의 확대가 있다. 먼저 국내적으로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비롯한 감염병 대응의 전반적인 역할을 수행해온 질병관리청에 충분한 전문가 인력의 충원과 전문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인적 역량과 전문성이 한층 보완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질병 관리 당국이 국내의 감염병 관리 대응을 위한 충분한 인력과 전문적 역량을 확보하게 되면서, 국내 감염병 대응의 연장선상에서 국제적인, 혹은 지역적 감염관리의 국제협력과 공동의 연계협력에 기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필요할 것이다. 나아가 코로나19를 비롯한 감염병 분야 ODA 지원을 수행해나가는 기관에 감염병 관련 전문가 인력, 혹은 국제보건 분야 전문가 인력의 확보가 확대되어야 한다. 한국이 전 세계적인 팬데믹 유행의 상황 가운데 많은 수의 중저소득국가에 대한 감염병 분야 지원을 진행해나가면서 지역적 리더쉽의 역할을 발휘하기 위해서, 이를 수행해나가기 위한 전문가 인력의 확보는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과제일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없이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한국이 감염병 분야의 국제개발협력을 심화시키고 발전시켜나지 못하고 단기적인 정권의 ODA 과제 추진의 외형을 갖추는 것으로 그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규모가 확대되어 가는 가운데 그 어떠한 보건의 세부 분야보다도 심화한 전문성이 필요한 감염병 분야 국제개발협력 지원의 기반을 추국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 확보와 함께 구체적인 정책적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코로나19의 유행은 당분간 인류와 함께 할 것이며 한국과 함께 한국이 지원해오던 여러 중저소득국가들에도 지속해서 문제가 되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이 추진해나갈 코로나19 관련 국제개발협력의 지원에 있어서 한국의 경험을 전수하고 한국의 진단기기와 키트들을 제공한다는 관점을 넘어, 코로나19에 대한 국가들의 근본적 여건과 역량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원의 방향을 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코로나19만이 아니라 근본적인 감염병 대응 역량에 있어 수원국 국가들의 국가적 역량기반 구축에 기여하면서, 개별국가를 넘어선 지역적 차원에서의 감염병 대응 체계가 구축되고 강화될 수 있도록 하는데 한국이 국제사회에 이바지해나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기사 입력 일자 : 2020-10-29
작성 : 이훈상 국제보건개발파트너스(GHDP) 대표, 연세대 보건대학원 객원교수
/ hoonsanglee.md@gmail.com
발전대안 피다에서 2020년 10월부터 웹매거진 <피움>을 통해 "모두를 위한 발전" 칼럼 코너를 선보입니다. 이 코너는 미·중 대결의 격화, 인공지능의 성장, 코로나19의 발흥, 기후위기 심화 등 여러 이슈가 우리를 둘러싼 가운데 소수가 아닌 “모두를 위한 발전”의 길을 찾고자 하는 취지에서 시작합니다. 앞으로 1년간 매월 우리 사회의 ▲노동 ▲보건 ▲여성 ▲인권 ▲평화 ▲환경 에서 활동하는 6인의 전문가들이 우리 모두를 위한 발전에 관해 쓰신 좋은 글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피움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기대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필진 소개 : http://www.pida.or.kr/pium/?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5218755&t=board
한국의 코로나19 국제개발협력 지원 접근에 있어 고려할 사안들
코로나19는 1918년 전 세계를 강타했던 인플루엔자 대유행 이후 가장 크게 다가온 감염병 대유행으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그 유행을 이어가고 있으면서 그 피해와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서 시작되어 아시아를 거처 전 세계로 퍼져갔던 코로나19 유행은 유럽의 국가들과 미국에서 지속해서 발생이 이어지고 있으면서 중남미를 거쳐 러시아 등에서도 큰 피해를 끼치고서 인도와 방글라데시 등 서남아시아에 매우 큰 발생을 이어가는 중이다. 초기에 감염유행의 많은 전파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이 되었던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국가 중 한국을 비롯하여 대만과 베트남 뉴질랜드 등은 코로나 감염관리를 잘 대응해나간 국가로서 국제적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한국은 이들 국가 중에서도 국경폐쇄와 도시봉쇄 등이 없이 코로나 감염관리를 적절하게 잘 대응해나간 국가로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의 코로나 대응 경험은 K-방역이라 불리며, 이러한 성공적인 대응의 경험을 기반으로 코로나19 감염유행과 관련한 국제개발협력의 노력 또한 활발하게 추진되는 중인 가운데, 한국의 코로나19 성공 경험과 함께 향후 국제개발협력 지원에 있어서 몇 가지 생각해볼 점들을 짚어보려 한다.
우선 코로나19에 대한 한국의 신속한 대응의 성과에 있어서, 한국은 열악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2015년 메르스 경험을 바탕으로 비교적 준비가 잘 되었던 상황이 있었던 점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신속한 역학조사가 가능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 보호법의 개정이 있었고 유례없이 신속하게 코로나19 진단키트가 민간에 의해 생산되어 승인될 수 있도록 하는 신속 승인제도 등이 갖추어져 있었는데 이는 메르스 대유행의 여파로 이루어진 조치들이었다. 또한 질병관리본부의 운영 체계에서도 감염병 발생 시 방역 현장을 종합적으로 총괄 지휘 통제하는 ‘긴급상황센터(EOC : Emergency Operations Center)’이 신설 및 위기소통담당관실의 신설 등이 있었다. 이외에도 역학조사관 인력이 메르스 이후 중앙에 30명, 시도 당 2명 이상 배치되도록 개편되었고 시도에는 감염병관리지원단이 구성되는 등, 메르스의 여파로 인하여 감염병 대응의 역량이 대폭 보완된 측면이 있었다. 따라서 메르스 대응의 뼈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잠재적으로 유입될 수 있는 해외유입 신종 감염병에 대한 대응의 준비에 지난 4년여간 큰 노력을 기울여왔고, 이러한 일련의 노력이 이어지는 상황 가운데 한국이 효과적 대응을 하게 된 상황이 있었음을 주목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한국의 성과가 국내의 상황과 여건 속에서 이루어진 측면을 이해하면서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단순히 공식화된 지원을 통해 한국의 경험이 단기간에 그대로 재현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음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는 코로나19와 관련해서 중저소득국가를 돕고자 하는 접근에 있어서 한국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하는 접근은 신중해야 하며, 단순한 경험 공유 및 한국의 접근의 전수 개념 차원을 넘어 먼저 해당 국가들의 지역적이고 개별적인 상황을 잘 이해하고 그 국가들에 적합한 지원을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한국적인 상황과 여건하에서 접근을 한 것이며, 대부분의 중저소득국가들의 경우 한국과는 다른 의료환경과 통신 여건 등 인프라 기반환경 및 다른 차원에서의 감염병 관리 기반역량이 구축되어 있다. 예를 들어 진단검사실험실을 운영할 수 있는 여건과 인력적 역량기반 현황이 다르거나 기본적으로 역학조사 인력으로 교육훈련을 시킬 수 있는 인력의 수준과 상황이 다를 수 있다. 또한 지속해서 진단검사를 제공하고 역학조사를 진행하며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기본적 여건이 다른 상황에서, 한국적 접근의 공유에 집중하는 것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되도록 한국의 방역관리 방식의 공유에 우선을 두기 전에, 해당 지원대상 국가의 여건과 상황을 파악하고 각 국가가 처한 상황과 여건 및 그 국가들이 구축해온 보건의료 체계와 방역관리 체계의 상황 등을 고려한 최적의 지원 방향을 수립하되, 그러한 여건 속에서 선별적으로 공유가 가능한 한국의 경험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많은 국가의 코로나19 지원에 한국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여러 국가에서 이미 코로나19 관련 지원들이 WHO와 UNICEF, UNDP 등을 포함한 다양한 국제기구와 함께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등의 대규모 국가프로그램 재정 지원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미국과 영국, 일본, 중국 및 유럽 연합 등의 다양한 지원 주체들이 다채로운 규모와 형태의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의 지원이 어떻게 포지셔닝되고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접근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개별적인 국가들의 지원에 있어서 파트너기관들과 조율과 연계는 항상 쉽지는 않을 수도 있으며, 코로나19 지원에 관여하는 다양한 개발협력 파트너들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한 조율과 연계가 더욱 중요할 것이다. 많은 중저소극국가들의 상황 가운데 한국만의 접근으로 해당 국가의 방역 증진을 이루어낸다는 생각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관련 중저소득국가에 제공하는 지원의 내용에 있어서는 단지 한국의 진단기기와 진단키트, 방역용품의 물품 제공 지원에 집중하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으며, 또한 지원의 과정에 있어 한국제품의 수출 및 한국기업의 진출이 우선순위가 되는 것은 제고 할 필요가 있다. 되도록 코로나19에 대한 물품의 지원을 넘어서,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역량을 갖추어야 할 다양한 요소를 구성하여 지원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해당 국가의 코로나19 관련 역학조사 역량의 강화 및 진단검사실험실 인력의 역량 강화와 함께 감염병 감시체계의 구축 등 코로나19와 관련된 감염병 관리의 기본요소들이 강화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의 구성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나아가 코로나19에만 국한된 지원이라기보다는, 해당 국가가 장기적으로 코로나19 이외의 다양한 감염병 위협에 대응해나갈 수 있도록 감염병 분야의 보건 안보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 있어 코로나19 지원을 통해 국가적 차원에서 감염병 분야에 집중하여 지원할 기회를 활용하도록 하되, 감염병과 관련한 국가 보건의료 체계 강화의 접근을 취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단지 진단검사기기의 활용 역량이 강화되는 식의 접근이 아닌 국가의 감염병 예방과 관리, 감염병 대응 체계의 제도적 역량 및 정책역량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적 역량의 확보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접근이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향후 코로나19가 개별국가들과 세계의 감염병 보건 안보를 위협하는 대유행의 끝이 아닐 수도 있음을 고려하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개별국가에 대한 지원을 넘어서는 지역적 차원에서의 지원과 한국의 역할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2000년대 이후로 전 세계는 사스와, 조류독감, 신종플루, 에볼라, 메르스, 지카, 그리고 지금의 코로나19 등 다양한 감염병의 유행이 일어나고 있으며, 추후 또 다른 감염병의 글로벌 팬데믹이 찾아오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개별적인 국가들에 대한 국가적 감염병 관리 역량의 지원과 함께 이를 넘어선 권역 혹은 지역(regional) 차원에서의 감염병 대응 역량 및 거버넌스의 강화에 한국이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경우 과거 사스와 조류독감, 신종플루 등 감염병 유행이 지속해서 발생한 곳으로서,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감염병 관리 강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국이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에 있어 단지 아시아지역 중저소득국가에 대한 개발원조 지원의 개념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지역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이 지역 공동의 감염병 조기 탐지와 대의의 공동의 역량이 함께 향상되도록 하여 한국 자국의 감염병 관련 보건 안보의 강화에도 기여하면서 지역적 공동 보건 안보의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취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접근을 통해서 한국 경험의 공유라는 틀에서 벗어나 다른 대륙 지역보다 비교적 성공적인 대응의 성과를 보이는 아시아 지역공동체의 코로나19 대응의 경험을 함께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여기에서 도출된 공동의 시사점(learned lesson)을 아시아의 경험으로서 국제사회에 함께 제시하도록 하는 가운데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성과의 특수성과 보편성이 균형 있게 드러나도록 하는 것 또한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는 이러한 모든 노력을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국내나 국외적으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기관 여건의 확보와 인적 역량의 확대가 있다. 먼저 국내적으로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비롯한 감염병 대응의 전반적인 역할을 수행해온 질병관리청에 충분한 전문가 인력의 충원과 전문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인적 역량과 전문성이 한층 보완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질병 관리 당국이 국내의 감염병 관리 대응을 위한 충분한 인력과 전문적 역량을 확보하게 되면서, 국내 감염병 대응의 연장선상에서 국제적인, 혹은 지역적 감염관리의 국제협력과 공동의 연계협력에 기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필요할 것이다. 나아가 코로나19를 비롯한 감염병 분야 ODA 지원을 수행해나가는 기관에 감염병 관련 전문가 인력, 혹은 국제보건 분야 전문가 인력의 확보가 확대되어야 한다. 한국이 전 세계적인 팬데믹 유행의 상황 가운데 많은 수의 중저소득국가에 대한 감염병 분야 지원을 진행해나가면서 지역적 리더쉽의 역할을 발휘하기 위해서, 이를 수행해나가기 위한 전문가 인력의 확보는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과제일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없이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한국이 감염병 분야의 국제개발협력을 심화시키고 발전시켜나지 못하고 단기적인 정권의 ODA 과제 추진의 외형을 갖추는 것으로 그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규모가 확대되어 가는 가운데 그 어떠한 보건의 세부 분야보다도 심화한 전문성이 필요한 감염병 분야 국제개발협력 지원의 기반을 추국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 확보와 함께 구체적인 정책적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코로나19의 유행은 당분간 인류와 함께 할 것이며 한국과 함께 한국이 지원해오던 여러 중저소득국가들에도 지속해서 문제가 되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이 추진해나갈 코로나19 관련 국제개발협력의 지원에 있어서 한국의 경험을 전수하고 한국의 진단기기와 키트들을 제공한다는 관점을 넘어, 코로나19에 대한 국가들의 근본적 여건과 역량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원의 방향을 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코로나19만이 아니라 근본적인 감염병 대응 역량에 있어 수원국 국가들의 국가적 역량기반 구축에 기여하면서, 개별국가를 넘어선 지역적 차원에서의 감염병 대응 체계가 구축되고 강화될 수 있도록 하는데 한국이 국제사회에 이바지해나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기사 입력 일자 : 2020-10-29
작성 : 이훈상 국제보건개발파트너스(GHDP) 대표, 연세대 보건대학원 객원교수
/ hoonsanglee.md@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