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야기[5호] 최순실 ODA 이권개입, 국조실·외교부·코이카는 어디로 숨었나?

2018-02-11
조회수 9269


최순실 ODA 이권개입,

국조실·외교부·코이카는 어디로 숨었나?



지난 2월은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역사에서 가장 소란스러운 한 달이었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의 주범인 최순실이 ‘코리아에이드’에 이어 ‘미얀마 K타운’으로 또다시 ODA를 사적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한 것이 드러나면서 특검은 인사 개입문제로 김인식 코이카 이사장을 소환했고, 언론은 왜 ODA가 최순실의 먹잇감이 되었는지 보도하느라 바빴다. 그러는 동안, 정작 이 사안의 중심에 있는 정부기관인 국무조정실(이하 국조실)과 외교부, 코이카는 연일 쏟아지는 의혹에도 가끔 언론보도에 대한 해명자료를 발표하는 것 말고는 잠잠했다. 그러나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밝히기 위한 특검수사와는 별개로, 최순실의 ODA 이권개입을 둘러싸고 밝혀지지 않은 의문들이 너무나 많았다.


발전대안 피다는 지난 2월 22일, 이러한 의문들을 해소하기 위해 국조실·외교부·코이카를 대상으로 공개질의서를 발송하고, 최순실이 이권을 위해 개입한 대표적인 ODA 사업 ‘코리아에이드(Korea Aid)와 ’미얀마 K타운‘의 추진경위와 코이카 김인식 이사장 임명과정 등에 대해 질의했다. 하지만 세 기관 모두 민감한 질의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거나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일부 답변은 거짓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사안별로 답변내용을 하나하나 짚어가다 보면 한 개인의 ODA 이권개입이라는 중차대한 위기상황에서 이 사태를 야기한 책임이 있는 정부기관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반성 없는 태도를 보이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코리아에이드


회의록조차 공개되지 않는 정체불명의 ‘코리아에이드 TF’,

국조실은 참석도 파악도 못 해, 외교부는 참석했지만 몰라


코리아에이드 사업은 2016년 1월 21일부터 4월 21일까지 총 7차례 개최된 정부 합동 TF에서 추진을 논의한 후, 지난해 5월 말 출범했다. 대통령 비서실이 주재한 이 TF 회의에는 회의 별로 참석기관은 상이하나 대체로 외교부,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의 관계부처와 코이카,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 농촌진흥청, 해외문화홍보원 등의 산하기관, 그리고 민간에서는 미르재단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외교부가 제출한 TF 회의 개최 현황 자료(2쪽 요약본)에 따르면 회의에서는 △사업 추진 및 분야별 사업내용, △트럭 조달 및 장착시설, △하반기 운영계획, △현지 답사단 파견, △사업 준비현황 및 홍보계획, △명칭 및 로고 등을 논의했다.


이렇게 범부처가 주관한 코리아에이드 사업 논의에 국조실(개발협력정책관실)이 참석하지 않은 이유를 질의하자 국조실은 “개별 사업의 발굴이나 기획은 각 시행기관이 진행하는 사업”이라고 밝히며 당시 추진현황에 대해서도 “별도로 보고받거나 자체적으로 파악한 바 없다”고 답했다. 물론 보통의 일반적인 ODA 사업이라면 국조실의 답변대로 각 담당기관이 진행할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코리아에이드는 대통령 비서실이 직접 주재하고, 8개 이상의 부처와 시행기관이 공동으로 주관하여 대통령의 해외순방 기념으로 준비한 일종의 브랜드 사업으로 특수한 경우에 해당한다. 국제개발협력위원회를 개최해 매년 주요 정책을 심의하고, 각 부처와 기관별 ODA 사업을 최종적으로 조정하는 가장 상위의 기관인 국조실이 당시 추진과정과 내용을 파악하지도 못했다는 것은 국조실의 역할과 기능을 되묻게 한다.


TF 회의에 참석한 외교부의 입장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미르재단과 최순실의 코리아에이드 개입 정황을 밝히기 위해 중요한 근거자료인 TF 회의록 유무와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회의록을 제출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외교부는 “동 T/F 회의를 주관하지 않은 외교부로서는 회의록을 작성한 적이 없다”며 엉뚱한 답변만 내놓았다. 누가 작성했든 회의록이 존재하는지, 왜 공개하지 않는지가 핵심이지 외교부가 회의록을 작성했는지는 중요한 사실이 아니다. 지난달 언론을 통해 2016년 1월 29일 청와대 외교비서관실에서 작성한 「아프리카 개발협력사업 관계부처회의(2016.1.26.)」 자료가 공개되면서[1] 회의록의 존재가 사실로 드러났다. 외교부는 각 회의 별 일정과 참여자, 상세한 회의내용을 공개해달라는 요청에도 이미 다 공개된 참석기관과 간략한 논의안건만을 제시했다. 미르재단의 코리아에이드 개입 논란이 불거진 작년과 최순실의 K타운 사업 개입으로 떠들썩했던 올해에도 정부기관이 하나같이 모르쇠로 일관할 뿐 아니라 최소한의 정보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최순실의 ODA 이권개입을 묵인하고 동조하는 행위이다.



‘미르재단’의 개입을 조직적으로 은폐한 외교부와 코이카


앞서 공개된 TF 회의록에 따르면 미르재단은 ‘코리아에이드 브랜드화 계획을 마련’하고, ‘이화여대와 협력해 K-Meal 사업의 쌀 가공식품을 생산’하기로 하는 등 기획 단계에서부터 사업을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지적하며 코리아에이드 사업 추진과정에서 미르재단의 역할을 상세하게 알려달라는 요청에 외교부는 “미르재단이 코리아에이드 T/F에 참여, 의견을 개진하였으나, 실질적인 사업 준비는 정부 기관에서 담당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교부의 주장과 달리 미르재단은 사업 기획단계에서 TF 회의에 참석했을 뿐 아니라 정부의 사전답사단 및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에도 동행했고, 코리아에이드 음식 분야 사업인 K-Meal의 쌀 가공식품 개발에도 참여해 실제적인 이득을 챙겼다.


특히 외교부는 미르재단의 코리아에이드 개입과 관련하여 작년부터 공식 브리핑을 통해 “코리아에이드 사업 예산은 미르재단에 사용된 적이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해왔다. 이에 대한 재확인을 요청하는 이번 질의에도 외교부는 “2016년도 코이카의 코리아에이드 예산(50.1억 원)은 미르재단에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며 “이는 사실관계에 부합한다”고 재차 밝혔다. 하지만 3월 중순, 언론보도를 통해 코이카가 지난해 미르재단 직원 2명의 아프리카 답사 출장비(항공비, 숙박비 등)를 지원한 사실이 드러났다.[2] 미르재단은 2016년 5월 20일 코이카에 ‘코리아에이드 사업의 현장진행 및 확인을 위한 출장여비 지원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 출장비 지원을 요청했다. 외교부는 이후 담당부서 실무진의 착오라고 해명했으나 사안의 중대성을 생각하면 단순 착오라는 해명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 2016년 11월 정례브리핑에서 코리아에이드 예산이 미르재단과 무관하다고 밝힌 외교부 대변인 ⓒYTN


그뿐만 아니라 외교부와 코이카 모두 국회에 제출한 코리아에이드 관련 자료에서 ‘미르재단’을 의도적으로 누락한 사실도 추가로 밝혀졌다. 외교부는 코리아에이드 사전답사 보고서에서 미르재단과 차은택의 광고대행사 인터피지(Inter PG)가 포함된 ‘답사단 구성’ 항목을 삭제했다. 코이카도 코리아에이드 사업계획이 담긴 「Korea Aid 분야별·지역별 Action Plan(2016.06)」 문서를 제출하면서 청와대가 컨트롤 타워 역할 및 정책 조정을 한다는 부분과 청와대, 외교부, 농림부 등과 ‘미르재단’이 포함된 구성 부분을 삭제했다. 결과적으로 외교부와 코이카는 고의적으로 정보를 숨기고, 거짓 해명을 하면서까지 최순실의 이권개입을 조직 차원에서 은폐한 것이다.

 


제대로 된 평가도 없이 졸속으로 통과된 2017년 코리아에이드 예산


정부는 코리아에이드를 둘러싼 비난에 대해 주요 성과로 각 차량운영 당시 참여한 인원수와 주민들의 반응을 소개했다. 하지만 인원수만으로는 해당 사업이 실제 주민들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성과측정을 포함하여 2016년 추진사업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실시했는지 질의하자 코이카는 “2016년 12월 3개국 코리아에이드 센터 워크숍을 통해 각국에서의 활동을 점검하고, 향후 사업추진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부터는 적정시점에 프로젝트 평가 절차를 준용하여 중간평가·종료평가 등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2016년 사업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평가도 없었을뿐더러, 이 과정도 없이 2017년 예산과 시행국가를 대폭 확대한 셈이다.


올해 코리아에이드 사업 총예산은 101억 5천만 원으로, 당초 국제개발협력위원회(이하 국개위)에서 의결한 예산 143억 원 중 42억 원 가량만 부분적으로 삭감되었다. 지난해 8월 열린 27차 국개위에서 이틀에 걸친 짧은 서면심의를 통해 2017년 코리아에이드 예산 및 시행국가 확대안을 졸속으로 통과시킨 것을 지적하자 국조실은 “국개위 운영세칙에 따라 ‘회의 소집이 어렵거나 안건내용이 경미한 경우’ 등은 서면 개최가 가능”하다는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당시 코리아에이드 출범 이후 비판여론이 높았던 것을 감안하면 이미 수립한 「17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을 수정하면서까지 사업 예산을 세 배 이상 확대하고, 시행국가를 3개국 더 확장한다는 것은 결코 ‘안건내용이 경미한 경우’가 아니며, ‘회의 소집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그 이유를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현재 사업추진계획 수립 중, 전문가·시민사회 의견 수렴 예정


지난해 말 국회 예산심사에서 확정된 예산안에 따라 기존 3개국(에티오피아, 케냐, 우간다)과 신규 3개국(라오스, 캄보디아, 탄자니아)에 대한 2017년 사업추진계획을 수립했는지에 대해 외교부는 “최근 코이카가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를 대상으로 2017년도 사업추진계획안을 작성했다”고 답했고, 코이카는 “기존 3개국에 대해서는 국별 특성에 맞는 보건 아웃리치 프로그램으로 사업내용을 보강하였으며, 신규 3개국에 대한 사업추진계획은 금년 상반기 중 확정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향후 추진방향에 대해 간담회 개최 등 공식적으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 있는지 질의하자 외교부는 “코리아에이드 사업 발전을 위한 시민사회의 건설적인 제안에 대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경청할 용의가 있다”고는 했으나 구체적인 계획을 언급하지는 않았고, 시행기관인 코이카는 “향후 전문가 그룹, 시민사회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코리아에이드는 대표적인 ‘최순실 표 ODA 사업’으로 과정이나 내용상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던 사업인 만큼 사업추진계획을 확정하기 전에 다양한 외부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하며, 추진계획을 포함한 전체 추진과정을 더욱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명칭 변경은 판단 유보, 전면 폐지에 대해서는 언급 안 해  


코리아에이드는 기획 단계부터 최순실과 미르재단이 주도적으로 개입한 사업이었고, 이후 음식·문화 사업이 폐지되었다. 따라서 ‘코리아에이드’ 명칭을 폐기하고, 이미 확정된 2017년 예산은 기존의 보건 ODA 사업체계에 통합하여 궁극적으로는 코리아에이드 브랜드 전체를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에 대해 코이카는 “사업의 폐지 및 변경 여부는 정부(국개위/외교부) 차원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며 확답을 피했고, 외교부는 “현재 코이카 측이 진행하고 있는 코리아에이드 사업내용 개선 작업을 보아가며 명칭 변경 여부 등을 판단하도록 하겠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하지만 코이카도 “국별 특성에 맞는 보건 아웃리치 프로그램으로 사업내용을 보강했다”고 했고, 외교부 역시 “그간 국회와 시민단체의 지적사항 등을 감안하여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보건’ 사업(역량강화 요소 포함)으로 지속 보완, 발전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설명대로라면 코리아에이드는 이미 보건 사업으로 변경되었다는 것인데, “보건, 음식, 문화 요소가 결합된 새로운 개발협력 모델”이라는 기존의 사업모델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상황에서 ‘코리아에이드’라는 명칭을 굳이 고집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사업 기조와 방향에 대해서는 이미 어느 정도 결정이 된 만큼, 외교부가 지체하지 않고 현명한 판단을 하길 기대한다.  



미얀마 K타운


K타운은 “산자부 주관으로 아는 바 없다”


지난 2월, 특검 조사 결과 최순실이 ODA 자금으로 미얀마에 760억 원 규모의 컨벤션센터를 건립하는 ‘K타운’ 사업 과정에서 특정 기업의 참여 대가로 지분을 받은 ‘알선수재’ 혐의가 드러났다.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는 지난해 7월 5일 미얀마 상무부 장관이 방한해 컨벤션센터 건립을 요청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K타운 추진 논의가 시작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언론에 공개된 ‘미얀마 K타운 사업계획안’ 자료에 따르면 미얀마 장관이 방한하기 두 달 전인 5월부터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정만기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 1차관을 중심으로 이미 청와대 내부회의에서 사업추진 필요성과 후보지 조사현황, 개발방안, 향후 계획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3] 외교부와 코이카에 K타운 사업을 처음 알게 된 시점과 경로에 대해 질의하자 모두 공통적으로 “미얀마 K타운 사업은 산자부 주관 사업으로 구체 내용에 대해 알지 못한다”며 “K타운과 별개로 7월 미얀마 측의 요청으로 ‘미얀마 컨벤션센터 건립사업’을 인지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2016년 8월 정부합동조사와 9월 예비타당성조사 등에 외교부, 코이카 등과 함께 산자부도 같이 참여했고, 당시 정부가 K타운 사업으로 컨벤션센터 건립을 추진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아 외교부와 코이카는 K타운의 구체 내용도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청와대와 코이카 단독으로 사업 추진 논의


코이카는 지난해 7월 김인식 이사장의 동남아 3개국 사업현장 방문 당시 컨벤션센터 후보지를 방문하고, 부지가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전문을 통해 청와대, 외교부, 산자부, 기재부 등과 공유했다고 밝혔다. 이후 코이카 김인식 이사장 등은 8월 정만기 산자부 1차관(당시 산업통상자원비서관)을 포함한 청와대 관계자 3명과 만나 구체적인 추진 논의를 진행했다.[4] 상위 부처인 외교부 없이 청와대와 코이카만 만난 것에 대해 코이카는 “요청에 응하여 참석했다”고 답변했으나, 여러 부처와 기관이 합동으로 진행 중이던 사안을 왜 코이카와 단독으로 논의한 것인지 다소 의아스러운 지점이다. 또 코이카는 회의 당시 “7월 동남아 3개국 사업현장 방문계기에 확인한 후보 부지의 부적합성을 설명했다”고 밝혔지만, 공개된 회의록에서는 10월 초 VIP(박근혜 전 대통령) 현장방문을 위해 '미얀마 정부의 사업요청서 제출', '코이카의 사업타당성 조사', 'Agent 선정' 등이 필요하다는 등 사업 추진에 필요한 조치들이 주로 논의되었다.


▲ 2016년 8월, 청와대와 코이카의 컨벤션센터 건립 관련 회의결과 문서 ⓒ시사IN


졸속으로 진행된 예비타당성조사, “정상외교 사업 검토 차원에서 신속하게 진행”


외교부, 산자부, 코이카 등으로 구성된 미얀마 컨벤션센터 사업 정부합동조사단은 2016년 9월 5일-7일까지 예비타당성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조사에 참여한 한 연구원의 인터뷰에 따르면 조사 주제도 통보받지 못한 상태에서 현지에 갔고, 4일 만에 평가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모든 과정이 졸속으로 추진되었다고 밝혔다.[5] 이에 대해 외교부와 코이카는 “미얀마 측의 공식 요청도 있었고, 향후 추진 가능성이 있었던 정상외교 사업 검토 차원에서 신속한 타당성 검토가 이루어졌다”며 미리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동일하게 답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 일정을 감안하더라도 통상적인 타당성조사 절차에 비해 예외적으로 급속하게 추진된 배경에는 누군가의 강력한 추진 의지가 있었던 것이 아닌지 반문하게 한다.



코이카 김인식 이사장 인사개입


임명절차를 담당한 외교부·코이카 모두 “아는 바 없어”


최순실은 K타운 ‘알선수재’ 혐의와 함께 K타운 사업 추진을 위해 유재경 미얀마 대사와 김인식 코이카 이사장의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코이카 신임 이사장 공모는 2016년 5월 4일부터 9일까지 이례적으로 상당히 짧은 기간에 진행되었고, 코트라 출신의 인물이 내정되었다는 소문이 돌다 결국 코트라 출신 김 이사장이 임명되면서 당시에도 임명절차를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관련 법령 및 관례에 따라 임명 절차를 진행하였으며, 최순실 씨의 이사장 인사 개입에 대해서 외교부가 아는 바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코이카는 외교부의 산하기관으로 당시 신임 이사장 후보자 선출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에도 외교부 개발협력국장이 참석하는 등 외교부와도 밀접하게 연관된 사안으로, 모른다고 해서 그냥 넘길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또, 코이카는 2월 1일 보도자료를 발표해 "김인식 이사장이 코트라 독일 무역관장 재직 당시 최순실과 접촉했다는 정보는 사실무근이며, 최순실과 일면식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인식 이사장은 2월 13일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유재경 미얀마 대사의 환송 만찬 당시 최순실을 본 적이 있다고 시인했고, 이후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이에 대해 코이카는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밝혔듯이 최순실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사후적으로 인지한 부분”이라며 “이사장 임명관련 외부인 개입여부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답했다. 결과적으로 3월 6일 특검의 최종 수사결과에 따르면, 김 이사장의 임명과정에 최순실의 입김이 작용했으며, 둘은 임명 무렵에 1회 저녁 식사를 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김 이사장은 지난해 5월~7월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동행하면서 진행 상황 등을 최 씨의 측근인 이상화 KEB하나은행 글로벌 영업2본부장을 통해 최씨에게 카카오톡으로 보고했다. 이렇게 인사개입이 확인된 상황에서 외교부와 코이카는 더 이상 모른 체 해서는 안 되며, 이제는 김인식 이사장의 향후 거취에 대해 분명하게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 2월 19일 특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한 김인식 코이카 이사장 ⓒNews1


한편 김 이사장은 지난 2월 6일 코이카 본관에서 직원들과 ‘이사장과의 대화’를 진행하면서 내부제보자를 언급하며 국회의원실이나 언론 등 외부에 제보하는 것을 지적하고, 조직 보호 차원에서 제보자를 축출시켜야 한다는 발언으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시민단체 내부제보실천운동은 성명서를 내고 “공공기관장이 임직원에 대해 그 권리이자 의무에 해당하는 부패행위의 신고를 막고자 하는 것으로서 형법상 강요죄에 해당한다”며 김 이사장을 강요죄로 고발했다. 실제로 외교부, 코이카 등이 조직 차원에서 최순실의 개입을 은폐했을 때에도 내부에서 자료들이 공개되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문제들이 알려질 수 있었다. 김 이사장은 내부의 입을 틀어막기 전에 한 기관의 수장으로서 본인의 부적절한 임명 문제부터 돌아봐야 할 것이다.  



진실을 밝히는 것이야말로 ODA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길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ODA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나 지지도가 하락할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위기’ 그 자체가 아니라, 위기를 대하고 극복하는 자세에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 정부의 태도는 별로 희망이 없어 보인다. 담당기관으로서 정확한 경위를 인지하거나 파악하지도 못했고,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하며, 거짓 해명으로 조직적인 은폐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순실이 ODA로 이권을 챙길 수 있었던 데에는 비단 박근혜 전 대통령의 권력만이 아니라, 이에 침묵하고, 동조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했던 정부기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국조실·외교부·코이카는 최순실 ODA 이권개입에 대한 진상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책임져야 한다. 그것이 곧 납세자인 국민에 대한 책무이며, 이번 사태로 불거진 ODA에 대한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기사 입력 일자: 2017-03-31


작성: 이유정 발전대안 피다 간사 / daralee0123@gmail.com



* [참고] 공개질의서 및 답변서 전문 보기: http://pida.or.kr/220963411562



[1] JTBC, 아프리카 돕기 '코리아에이드', 실상은 '최순실 돕기' (2017.02.13)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421493

[2] YTN, 외교부 '국정농단' 은폐의혹..."국회에 거짓 보고", 2017.03.12

http://www.ytn.co.kr/_ln/0101_201703120439167012

[3] JTBC, 청와대 'K타운 장밋빛 회의'…사업 전망 부풀려 투자 유치(2017.02.04)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414863

[4] 시사IN, 미얀마 K타운은 ‘최순실 타운’(2017.02.06)

http://www.sisain.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28369

[5] KBS 추적60분 미얀마스캔들, 누구를 위한 해외원조인가(2017.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