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야기[5호] 국제개발협력 개혁과제에 대한 대선 주자들의 생각은?

2018-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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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개발협력 개혁과제에 대한 대선 주자들의 생각은?


제19대 대선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당에서는 경선 열기가 점점 고조되고 있고, 일부 당에서는 이미 최종후보가 결정되기도 했다.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데다 60일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치러야 하는 특수한 상황이다. 제한된 일정이다 보니 모든 과정이 압축적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모양새다. 국제개발협력은 매번 대선 때마다 후보자에게나 유권자에게나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이슈였지만, 국정농단을 저지른 최순실이 사적 이익을 위해 ‘코리아에이드’, ‘미얀마 K타운’ 등 ODA 사업에까지 개입한 것이 밝혀지면서 국제개발협력 분야도 지난 대선 때와는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되었다.

이에 따라 국제개발협력 애드보커시 활동을 위한 시민사회 연대체인 ‘국제개발협력시민사회포럼(KoFID, 이하 코피드)’은 지난 3월 13일, 대선 후보자 7명에게 ‘국제개발협력 개혁과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서를 발송했다. 최순실의 ODA 개입 사태로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 개발협력의 큰 오점으로 남은 두 가지 ODA 사업인 ‘코리아에이드’와 ‘새마을운동ODA’ 추진에 대한 의견과 개도국 빈곤퇴치와 인권, 평등, 인도주의 실현이라는 ODA의 기본취지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정책을 질의했다. 이 중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심장정 정의당 의원,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 5명의 후보는 세부적인 내용에서 의견 차이는 있었지만 공통되게 문제제기를 인정하고, 개혁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나름의 정책을 제시했다. 바른정당의 대선주자로 확정된 유승민 의원과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답변하지 않았다.  



코리아에이드: 모두 현행대로 추진하는 것에 반대

  *후보자명 가나다순

문재인: 객관적인 평가 결과를 근거로 사업 추진여부를 결정해야 함.
손학규: 이미 드러난 문제만으로 지속하기 어려움.
심상정: ‘코리아에이드’와 같은 사업방식의 국제개발협력 사업은 전면 폐기해야 함.
안희정현재 진행 중인 사업이라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가 필요함.
이재명: 진행된 사업은 빠른 시간내에 마무리하되, 새로운 사업은 일단 중단해야 함.


                                                                                                             
지난해 5월 박근혜 대통령 아프리카 순방을 계기로 출범한 코리아에이드는 비선실세와 관련된 미르재단이 주도해 절차적으로도 졸속으로 추진되었고, 내용상으로도 현지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지속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2017년에는 기존 우간다, 케냐, 에티오피아에 더해 라오스, 캄보디아, 탄자니아에까지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후보들은 기본적으로 코리아에이드에 대한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 현행대로 추진하는 것은 모두 반대했지만,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서는 약간씩 차이가 있었다.

심상정 후보는 단발성, 비현지화, 비전문기관의 참여를 코리아에이드의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하고, 코리아에이드와 같은 방식의 국제개발협력 사업은 전면 폐기해야 한다고 가장 강력한 주장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이고 현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ODA를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학규 후보는 한국이 어려웠을 때 해외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원조 자체는 필요하나, 투명하고 공정해야 지속 가능할 수 있다며 코리아에이드의 경우 이미 드러난 문제만으로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안희정 후보는 코리아에이드가 초기 사업형성과정에서부터 문제점이 많았다며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이라도 원점에서부터 사업의 타당성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ODA 개혁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시작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높은 수준의 자구책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재명 후보는 안 후보와 달리 지금까지 진행된 사업에 대해서는 빨리 정상적으로 마무리하고, 신규 사업은 중단하되 차기 정부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후보는 코리아에이드가 투명성, 공정성, 상호의존성 등 ODA의 핵심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고, 이 같은 관점에서 사업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그 결과를 토대로 사업 추진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면서 당장은 판단을 유보했다.



새마을운동 ODA: 국내외의 부정적 평가는 인정하나, 구체적 추진방식에서는 차이 보여


문재인: ODA 사업 원칙에 부합하고, 사업 대상으로 적합한지 검토해야 함.
손학규: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고려 없이 일방적인 미화와 홍보는 잘못된 것임.
심상정: 원칙적으로는 즉각 폐기해야 하나, 국가 간의 신뢰를 고려해 사업내용, 기간 등을 변경해야 함.
안희정: 현재까지 진행된 새마을ODA 사업을 평가하고, 본래의 취지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방법론을 찾아야 함.
이재명: 특정 권력의 이해관계를 개발협력 사업에 이용하는 것으로 중단해야 함.


‘새마을운동 ODA(이하 새마을ODA)’는 박근혜 정부 이후 대폭 확대된 사업으로, 정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추진되었다는 점과 국가별로 특수한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적용되었다는 점, 제대로 된 평가나 검증 없이 확대했다는 점 등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후보들은 모두 이러한 부정적인 평가는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에서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먼저 이재명 후보는 특정 권력의 이해관계를 국제개발협력 사업에 이용했다는 점에서 새마을ODA는 중단해야 한다고 가장 강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심상정 후보 역시 원칙적으로는 즉각 폐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면서도, 국가 간 약속 때문에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사업을 일방적으로 폐기하는 것은 국가 간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따라서 사업내용을 변경하거나 기간을 축소하는 등 세부사항을 수정해야 하며, 일방적인 홍보나 생색내기식 새마을ODA 사업은 그 자체로 파트너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사업이라며 전면적인 내용 수정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나아가 ‘새마을학’ 등 관련 국내 사업 지원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후보는 ODA의 경우 사업의 지속성이 중요한데, 새마을ODA와 같이 한국에서 정치적 논란이 있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지속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코리아에이드에 대한 입장과 마찬가지로 ODA 사업 원칙에 부합하고 사업 대상으로 적합한지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희정 후보는 새마을ODA가 지난 수년 동안 대표적인 한국 ODA 모델로 국제사회에 확산되었지만, 국내외적으로 비판이 적지 않다며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해 현재까지 진행된 사업에 대한 면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나아가 주인의식과 자립역량을 일깨워 가난을 스스로 극복하게 하는 새마을운동의 본래 취지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방법론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학규 후보 역시 새마을운동을 통해 국민들이 근대화와 발전에 대해 자각한 측면은 긍정적이나, 관 주도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정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며 이러한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인 미화와 홍보는 잘못되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가적인 대외원조사업을 개인의 사적인 목적을 위해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보았다.


ODA를 기본취지에 맞게 사용하기 위한 정책 제안

▶ 문재인: 사업 추진 과정상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투명성·공정성·지속가능성 등의 원칙이 중요함.
 손학규: 투명하게 관리할 시스템 구축이 필요함.
심상정: 국제사회에서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파트너국의 입장에서 필요한 사업을 추진하며, 무상원조 중심으로 진행해야 함.
안희정: 전문가들의 참여를 통한 단계적인 개혁 실행 로드맵이 필요함. 개혁의 핵심은 분절화 및 불투명성 극복, 모니터링 및 평가체제 구축, 인도주의 실현 등임.
이재명: 국제기준에 맞는 정책 결정, 수행, 평가 절차를 준수하고, 코이카의 투명성을 높여야 함. 국제개발협력이 민간의 수익사업에 악용되지 않도록 시민단체의 감시가 중요함.


이번 최순실의 ODA 개입 사태로 인해 예산 집행과 관리, 모니터링 등 ODA 실행구조와 체계 전반에 대한 개혁 요구가 높아졌다. 따라서 후보들에게 ODA가 ‘코리아에이드’와 같이 더 이상 특정세력의 사익추구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새마을ODA’처럼 정권의 이해에 따라 좌지우지되지 않고, 개도국의 빈곤퇴치와 인권, 평등, 인도주의 실현이라는 ODA 기본취지에 맞게 사용하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질의했다. 후보들은 국제개발협력의 이념과 동기, 원칙, 절차, 제도 등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정책들을 제시했다.

먼저 국제개발협력의 이념과 동기 측면에서 후보자들은 각기 인식을 달리했다. 문재인 후보는 우리나라가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발전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주도적 일원으로 ODA가 매우 상징적인 사업이라고 보았다. 심상정 후보는 한국이 가지는 국제사회에서의 위상과 경제력에 맞게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안희정 후보는 국익과 인도주의 실현 사이의 긴장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개발협력의 주요한 원칙으로는 많은 후보가 ‘투명성’을 우선으로 꼽았다. 이재명 후보는 코이카의 관리 및 운영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고, 문재인 후보 역시 사업 추진과정에서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중요하게 보았다. 한편, 심상정 후보는 파트너국의 입장에서 필요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절차적인 측면에서 이재명 후보는 국제기준에 맞는 정책 결정, 수행, 평가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안희정 후보는 여러 전문가의 참여를 통한 단계적인 개혁 실행 로드맵을 강조하며 분절화 해소, 불투명성 극복, 모니터링 및 평가 체제 구축, 인도주의 실현을 꼽았다. 제도적인 면에서 손학규 후보는 투명하게 관리할 시스템 구축을 주장했고, 이재명 후보는 민간의 수익사업에 악용되지 않는 정책수행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한국 국제개발협력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해나갈 후보는 과연 누구일까?

아직 각 정당의 최종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데다 세부적인 공약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질의서를 통해 후보들이 국제개발협력 분야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고, 개혁과제를 해결할 의지나 계획이 있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 심상정 후보는 코리아에이드 즉각 폐기, 새마을ODA 전면수정을 주장하며 개혁과제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개혁 의지를 보였고, 이재명 후보도 코리아에이드 전면 재검토, 새마을ODA 중단을 주장하며 상대적으로 분명한 입장을 제시했다. 손학규 후보도 두 사안의 문제점은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으나, 정책 제안이 다소 간략하여 후보자의 인식을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안희정 후보의 경우, ODA 개혁을 위해 정부와 국회의 의지, 국민적 동의를 강조하면서 현실적인 개혁 방안으로 단계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문재인 후보는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한 ODA의 원칙을 강조했으나, 코리아에이드와 새마을ODA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주장하며 판단을 유보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무엇보다 ODA가 개인의 사익추구 수단으로 전락한 심각한 상황에서도 질의에 답하지 않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의 태도는 유감스럽다.  

이제 머지않아 각 당의 최종 후보가 결정되고, 주요 공약들이 차례로 공개될 것이다. 후보들은 현재 한국 국제개발협력이 당면한 심각한 위기를 인지하고, 산적해 있는 구조적 문제들을 청산하기 위해 혁신적이면서도 실현 가능한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 이번 질의에 대한 답변내용을 어떻게 구체화하고, 공약에 반영해 나갈 것인지도 중요할 것이다. 코피드를 중심으로 한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도 이번 질의서를 시작으로 국제개발협력 주요 방향에 대한 정책제안서를 발표하고, 대선이 끝날 때까지 계속 대응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미래를 이끌어 갈 후보는 과연 누구일까? 대선을 향한 레이스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기사 입력 일자: 2017-03-31

작성: 이유정 발전대안 피다 간사 / daralee012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