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야기[2호] 코리아에이드, 의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18-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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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에이드, 의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우간다 코리아에이드 사업현장에서 이동중인 박근혜 대통령 ⓒ뉴시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지 두 달이 되어가는 지금, 한국 사회는 분노로 들썩이고 있다. 전국적으로 많은 시민들이 주말마다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거리로 나섰고, 지난 12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에도 분노한 민심은 쉬이 사그라들지 않는 분위기다. 이제는 연루되지 않은 것을 찾는 편이 더 빠를 정도로 많은 사건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고, 그 가운데 ‘코리아에이드’도 있다.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 당시 출범한 코리아에이드는 보건, 음식, 문화 분야별 차량으로 운영하는 이동형 개발협력 사업이다. 영양개선을 한답시고 한식을 나눠주거나 문화교류라며 K-POP 뮤직비디오를 틀어주는 이 얼토당토않은 사업이 공개되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함과 동시에 가장 궁금해했던 것은 과연 누가 이 사업을 기획했느냐였다. 대통령 순방을 계기로 진행된 사업인 만큼 청와대가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다.   결국 지난 9월 국정감사를 기점으로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코리아에이드에도 개입한 정황들이 드러났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리아에이드가 문제시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밝혀진 동시에 더욱 큰 문제들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발전대안 피다는 코리아에이드 출범 직후 기획과정, 사업목표, 추진방식, 효과성, 지속가능성 등의 측면에서 코리아에이드를 둘러싼 의문들을 제기한 바 있다(참고: OWL 113호, ‘코리아에이드(Korea Aid)를 둘러싼 8가지 의문들’). 이러한 의문들이 아직 채 해소되기도 전에 비선실세 개입까지 더해지면서 코리아에이드는 더 많은 의문들을 낳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지난 12월 3일 국회 본회의에서 2017년 예산안이 통과되면서 코리아에이드의 내년도 예산은 42억원만 삭감된 101억 5천만원으로 최종 확정되었다. 이로써 내년에도 코리아에이드가 지속하게 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아직 풀리지 않은 여러 의문들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지난 국정감사 이후 얼마 전 끝난 내년도 예산심사에 이르기까지 지난 두 달여 동안 코리아에이드에 추가된 의문점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사업기획 단계에서 비선실세 개입 드러나

 

- 코리아에이드 정부합동 TF에 참여한 미르재단, 그러나 회의록은 없다?  

정부는 올해 1월 21일부터 4월 21일까지 총 7차례 코리아에이드(당시 ‘K프로젝트’) TF 회의를 개최하고, 분야별 사업내용 및 준비현황에 대해 논의했다. 전체 참석자 명단이 공개되지 않은데다 회의 별로 참석기관도 상이했으나, 청와대를 중심으로 중앙부처는 외교부,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 문화체육관광부가, 그리고 각 부처의 산하기관으로 한국국제협력단(이하 KOICA),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 농촌진흥청, 해외문화홍보원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정부 부처를 중심으로 진행된 이 회의에 당시 설립한 지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신생 민간재단인 ‘미르재단’이 참석했다는 것이다. 지난 9월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외교부는 3월 초 현지답사 전까지 미르재단 이한선 상임이사가 회의에 참석했다고 시인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 회의 참석자는 “주요 콘셉트를 미르재단에서 제시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미르 관계자에게 보고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증언했다.[1] 코리아에이드 사업 기획에 미르재단이 깊이 관여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르재단은 회의 참석에 그치지 않고 지난 3월 3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된 사전답사반에도 동행했다. 미르재단의 류모 문화기획·콘텐츠사업팀장은 3월 사전답사에 이어 5월 말 박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에도 참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르재단이 코리아에이드 음식 분야 사업인 K-Meal에 사용된 쌀 가공식품을 개발했다는 이유만으로 정부의 순방 프로젝트 논의과정에 전면적으로 참여한 것은 쉽사리 납득되지 않는다. 이러한 의혹을 해소하고, 앞선 회의참석자의 증언처럼 미르재단이 코리아에이드 사업을 주도했는지 여부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TF 회의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여러 의원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외교부를 비롯해 회의에 참석한 정부 부처들은 주관부서가 아니라는 입장만 반복하며 “회의록이 없다”고 답변했고, 결국 외교부는 각 회의 별 일자와 한두 줄의 회의주제가 적힌 두 쪽짜리 요약본만을 제출했다. 사실상 청와대가 주도한 것으로 보여지는 이 TF의 회의록이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반대로 회의록이 절대 공개되어서는 안 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게 한다.

 

- 코리아에이드 사업 논의 이전부터 쌀 가공식품 개발을 준비한 미르재단

▲ 미르재단이 이화여대 연구팀과 개발한 쌀 가공식품. 

왼쪽이 영유아용 크래커, 오른쪽이 산모・가임기 여성용 파우더. ⓒ농림축산식품부


코리아에이드 중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림부)가 주관한 음식분야 사업 ‘K-Meal’은 현지인의 영양개선을 목적으로 우리 쌀 가공식품과 한식, 현지식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사업의 효과성 측면에서 일회적인 음식 제공으로 만성적인 영양부족 상태를 개선할 수 있는가도 중요한 논쟁거리지만, 더욱 큰 문제는 미르재단이 K-Meal 사업에 개입한 것이다. 미르재단은 설립 직후인 지난해 11월 이화여대 측에 개발도상국 영양지원 사업에 필요한 쌀 가공식품 생산 전략과 시제품 전략을 요청했고, 코리아에이드 정부합동 TF 첫 회의가 있기 하루 전인 올해 1월 20일, 농림부는 이화여대 산학협력단(식품영양학과)과 K-Meal 가공식품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을 체결했다. 이처럼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사업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미르재단이 쌀 가공식품 개발을 준비했다는 것은 정부의 사업계획을 미리 알았거나, 직접 사업내용을 기획했거나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 농림부 관계자는 “TF에서 미르재단 관계자로부터 이화여대가 개발한 시제품 얘기를 듣고 구매했다”고 밝혔다.[2] 이어 농림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미르재단이 개발한 쌀 가공식품을 구매해서 활용했을 뿐, 계약체결이나 특혜를 제공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영양 분야에 전문성도 없는 신생 문화재단이 개발한 쌀 가공식품을 구매한 것이 특혜가 아니라면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미르재단은 K-Meal의 홍보대행사 선정 과정에도 관여했다. K-Meal 시행기관인 농림부 산하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이하 aT)는 올해 3월 말 이 사업의 홍보대행 용역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입찰공고를 냈고, 선정 당시 aT 직원, 농촌진흥청 직원과 함께 미르재단의 류모 팀장을 외부 평가위원으로 위촉했다. 이 과정에서 ‘이지피엔피’가 사업예산을 그대로 써냈음에도 불구하고 용역업체로 최종 선정되었는데, 당초 미르재단이 공동개발한 쌀 가공식품이 ‘가공앤푸드’라는 식품기업을 거쳐 이지피엔피에 납품된 것으로 알려졌다.[3] 그리고 이지피엔피는 계약 체결 이후 미르재단을 쌀 가공식품 공급업체로 선정했다. 결과적으로 K-Meal은 처음부터 끝까지 미르재단이 미리 설계한 큰 그림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 플레이그라운드, 수의계약으로 코리아에이드 보건 동영상 제작

▲ 에티오피아 코리아에이드 출범식에서 보건 캠페인 영상 상영 ⓒ코이카


코리아에이드의 문화 분야 사업은 크게 한국문화 소개 영상과 보건 캠페인 영상으로 나뉜다. 한국문화 소개 영상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해외문화홍보원이, 보건 캠페인 영상은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이하 KOFIH)이 각각 제작을 담당했다. 이에 따라 재단은 5월 12일 최순실 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신생 광고기획사 플레이그라운드와 9,900만원에 ‘교육용 동영상, 인쇄교제 제작, 보급’에 대한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수의계약 근거로 내세운 조항에 따르면 “천재지변, 작전상의 병력 이동, 긴급한 행사, 긴급복구가 필요한 수해 등 비상재해, 원자재의 가격급등,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경우”로 되어 있으나 이 중 이번 사례에 부합하는 근거는 없어 보인다. 특히 지난 3월 개최된 제5차 TF 회의내용에 따르면 출범식 및 시범사업 관련 조치사항 중 하나로 보건 동영상 제작이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동영상 제작업체를 선정할 시간은 충분했고, 수의계약을 체결해야 할 정도의 긴급한 사안도 아니었다. 플레이그라운드는 비단 코리아에이드 사업뿐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 문화사업을 독점하고, 대기업 광고도 대거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플레이그라운드는 수의계약을 체결하기도 전인 4월 1일, KOFIH가 주재한 ‘아프리카 K프로젝트 보건교육 영상 및 인쇄교재 자문회의’에 참석했다. 이 회의에는 김성현 미르재단 사무부총장과 박모 플레이그라운드 본부장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4월 6일 코리아에이드를 시행하는 3개국 주재 한국 대사관에 플레이그라운드 사업계획서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의뢰해 정식 계약체결 이전부터 이미 내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수의계약을 체결한지 8일만에 동영상을 납품했다는 점도 이 사실을 뒷받침한다. 또, 플레이그라운드는 이 사업을 2개 업체와 2명의 개인에게 다시 위탁했는데, 그 중에서 플래시 애니메이션 및 자막 제작(4400만원), 인쇄교재 제작(1320만원) 등 전체 계약금 9900만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담당한 ‘온디자인에스이’는 김성현 미르재단 부총장이 2015년 7월 20일까지 대표로 있었던 영상제작업체로 밝혀졌다.[4] K-Meal에 이어 코리아에이드의 문화 사업 역시 비선실세와 측근들의 이권을 챙기는데 이용된 것이다.  

 

 

비선실세에 휘둘려 사업의 효과성은 뒷전

 

- 현지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사업 기획, K-Meal은 결국 폐지

아프리카 순방 당시 열린 코리아에이드 출범식에서 K-Meal의 주 사업내용은 현지 주민들에게 쌀 가공식품, 현지식과 함께 비빕밥, 불고기덮밥, 김치볶음, 양념치킨 등 한식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개발협력이 아닌 한국문화 홍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자 이후부터는 은근슬쩍 한식을 제외하고 현지식만 제공하는 것으로 수정했다. 쌀 가공식품의 경우에도 현지 KOICA 사무소에서 현지인 입맛에 맞지 않고, 특히 쌀 파우더는 물에 타서 먹어야 하는데 현지의 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후 국제기구와 협력해 현지 맞춤형 제품을 개발하거나 현지에서 자체 영양제품을 개발하는 방안 등을 추진했으나, 사업 시행기관인 KOICA에서도 결과적으로 K-Meal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마찬가지로 K-POP 뮤직비디오나 평창 동계올림픽 등을 담은 문화 분야의 한국문화 소개 영상 역시 출범식 이후 보건교육 캠페인 영상만 상영하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이렇게 사업이 시작되고 얼마 못 가 급작스럽게 내용이 변경되고 폐지에까지 이른 것은 애초부터 현지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기획되었다는 것이며 비선실세를 위해 졸속으로 추진되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 보건-음식-문화 중 1~2대의 차량만 부분적으로 운영

▲ 코리아에이드 사업 차량 ⓒ해외문화홍보원


제5차 코리아에이드 TF 회의(3월 15일 개최) 결과에 따르면 2016년 하반기 이후 사업 추진 방향으로 ‘보건, 음식, 문화 사업의 통합 추진’을 강조하며 “각 부처별 개별사업이 아닌 통합추진 방식이 수원국의 긍정적인 평가 및 사업 효과성 제고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보건, 음식, 문화 세 분야 중 1~2대의 차량만 부분적으로 운영한 적이 훨씬 더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래 <표 1>와 같이 순방 당시 출범식과 시범사업을 제외하고 6월에서 8월까지의 분야별 차랑운영 현황을 살펴보면 세 국가에서 총 26회 중 전체 운영은 7회, 부분 운영은 19회로 부분 운영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6월과 7월의 경우에는 케냐 1회를 제외하고 모두 부분 차량만 운행했고, 8월에도 세 분야 차량이 전부 운행한 경우는 에티오피아 3회, 우간다 2회, 케냐 1회로 제각각이었다.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코리아에이드를 두고 보건, 음식, 문화 세 분야가 결합된 새로운 개발협력 모델로 적극 홍보하고 통합적인 추진을 강조했던 것과 달리 실제 사업 운영에서는 그 특징마저 부각하지 못한 것이다.


< 1> 6-8월 코리아에이드 분야별 차량운영 현황

*출처: 코이카 코리아에이드 사업기획팀의 차량 운영 내역(2016.09 기준)을 바탕으로 재구성


졸속으로 처리된 내년도 예산 및 대상국가 확대

 

국제개발협력에 관한 주요 정책을 심의하고 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국무조정실 산하 국제개발협력위원회(이하 국개위)는 매년 유상 및 무상 분야별 시행계획을 바탕으로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을 의결한다. 2015년까지의 매해 종합시행계획은 예산 편성 이후 확정된 사업을 바탕으로 사후에 수립하여 해당년도 초에 발표하는 일정이었으나, 「제2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16-’20)」에서 전년도 6월에 시행계획을 미리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차년도 예산을 요구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이에 따라 2017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은 올해 5월 열린 제26차 국개위에서 통과되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8월 갑작스럽게 제27차 국개위를 서면으로 개최해 ‘17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 수정안(이하 수정안)’을 추가로 의결했다. 총 220억 규모의 4개 부처 12개 사업을 증대하겠다는 것이 수정안의 주요 내용인데, 이 중 코리아에이드 사업은 총 6개 143.6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코리아에이드 사업은 기존 3개국(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 외에 탄자니아, 라오스, 캄보디아를 신규로 추가하고, 예산도 기존 62억에서 두 배 이상으로 대폭 증대했다. 국개위 의결 직후 발전대안 피다(당시 ODA Watch)와 참여연대는 공동논평을 통해 그간 시민사회에서 제기한 우려와 비판을 무시한 채 사업의 적절성과 효과성에 대한 평가 없이 무리하게 대상국가와 예산을 대폭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국개위를 통해 수정안을 의결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먼저 위원회 운영규정 제6조에 따르면 ‘회의소집이 어렵거나 사안이 경미한 경우’에만 서면심사를 개최하기로 되어있다. 하지만 이번 수정안이 의결된 27차 국개위는 추진배경을 ‘긴급 추진 필요 사업 발생’이라고 명시하고 서면심사로 진행했다. 의견수렴 기간도 8월 26일(금)에서 29일(월)까지로 주말을 제외하면 이틀에 불과해 위원들이 안건을 충분하게 검토할 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해당 사업에 대한 다양한 우려가 표명된 상황에서 구체적인 개선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추가예산에 대한 사업 계획을 보다 면밀하게 검토 후 추진되어야 한다” 등과 같이 일부 위원들이 우려 의견을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면심사가 끝난 바로 다음날인 8월 30일 수정안을 확정했다. 일각에서는 문제제기를 한 민간위원에게 외교부 고위관계자와 청와대 관계자가 직접 전화를 걸어 통과를 독려했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5] 이렇게 여러 가지 절차적 문제를 만들면서까지 수정안을 급하게 처리해야 했던 배경에는 9월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와 뒤이은 2017년 예산안 심사 때문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코리아에이드가 대통령 순방 기념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적인 사업으로 기획했다면 시기적으로 5월 말 의결된 내년도 시행계획 원안에 포함되었어야 한다. 코리아에이드가 기획 단계부터 비선실세의 개입으로 급하게 추진되었다는 점을 재차 확인해주는 셈이다.



코리아에이드 내년도 예산, 치열한 논쟁 끝에 결국 42억원만 부분삭감 결정

 

지난 9월 국정감사를 계기로 코리아에이드 사업에 대한 비선실세의 개입 정황이 하나둘씩 드러나자 내년도 예산심사 과정에서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코리아에이드 예산 143억원을 전액 삭감하자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 발전대안 피다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국제개발협력시민사회포럼(KoFID)은 각각 성명서를 발표해 개발도상국의 사회경제적 발전을 위한 ODA 자금이 비선실세에 의해 좌지우지된 것을 비판하며 개발효과성, 책무성, 타당성 검토 등 개발협력의 원칙을 무시하고, 미르재단 등 비선실세가 개입한 코리아에이드의 내년도 예산을 전액삭감 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여러 시민단체들이 참여하여 정부 예산을 검토하는 ‘나라예산네트워크’도 코리아에이드를 “원조효과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벤트성 사업”으로 보고 전액삭감 의견을 표명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2017년도 외교통일위원회 예산안 분석자료에서 코리아에이드 2017년 신규 국가인 탄자니아, 라오스, 캄보디아에 대해 타당성 조사를 완료하기도 전에 미리 예산을 편성한 것을 문제제기하며 사업 확대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라오스(2016.10.3-7), 캄보디아(2016.9.24-30), 탄자니아(2016.9.25-30) 세 국가 모두 9월과 10월 사이에 타당성조사가 이루어졌는데, 예산은 그 이전인 8월 말 27차 국개위에서 먼저 통과된 것이다. 국무조정실 개발협력정책관실은 7월에 타당성조사를 거쳤다고 해명했으나 이는 재외공관 및 코이카 현지사무소에서 실시한 ‘사전타당성조사’이며, 절차적으로는 본 타당성조사를 하기도 전에 예산을 상정하고 통과시켰다는 점에서 문제이다.

이러한 논란 속에 코리아에이드 예산은 마지막까지 결론을 쉽사리 내지 못했다. 상임위 예산심사에서 외통위는 이미 해당국과 향후 5년간 지원하기로 합의한 기존 3개국에 배정된 각 21억원은 유지하고, 신규 3개 국가에 대한 예산 각 26억원 중 음식과 문화 분야 사업에 해당하는 14억씩을 깎아 총 42억을 감액하기로 결정했다. 상임위 안을 토대로 예산심사를 진행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미르재단 관여 의혹이 없는 나머지 예산은 유지해야 한다는 여당 의원과 사업 자체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표하며 전액삭감을 주장하는 야당 의원 간의 입장 차이로 치열한 논쟁을 벌이다 결국 상임위 안대로 최종 확정되었다.

 

 

기로에 선 한국 국제개발협력, 코리아에이드는 어디로 갈 것인가

 

지난 두 달간 제기된 많은 의문에도 불구하고 코리아에이드의 내년도 예산은 부분 삭감으로 결정되었고, 이에 따라 2017년에는 세 국가가 더 늘어난 총 여섯 국가에서 코리아에이드가 시행될 예정이다. 그간 국조실, 외교부 등 정부에서는 사업의 기본방향과 추진내용을 논의했던 회의록조차 공개를 거부하면서 코리아에이드 예산과 미르재단이 전혀 무관하다며 예산 유지를 주장해왔다. 정말로 떳떳하다면 근거 없이 “무관하다”는 입장 발표만 되풀이 할 것이 아니라, 의문들에 대해 사실관계를 제대로 밝히고 잘못한 부분은 분명히 바로잡고 이에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코리아에이드 사업 시행을 전담하는 KOICA는 ‘코리아에이드’ 명칭부터 시작해 음식, 문화 등 기존의 모델이 폐지된 상황에서 향후 사업내용을 어떻게 개선해 나갈 것인지 처음부터 다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만약 이대로 코리아에이드 사업이 계속된다면, 한국 국제개발협력은 계속해서 그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성찰의 기회로 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지난 수십 년간 쌓아온 역사를 한 번에 무너뜨릴 것인가. 한국 사회도, 한국 국제개발협력도 지금 그 기로에 서 있다.  



기사 입력 일자: 2016-12-15


작성: 이유정 발전대안 피다 간사 / daralee0123@gmail.com




[참고] 코리아에이드 관련 ‘발전대안 피다’ 성명서 목록

‘코리아에이드(Korea Aid)’는 진정 한국 원조인가?(2016.06.01)

[공동] 급조된 개발협력 사업 ‘코리아에이드’ 확대 중단해야(2016.09.01)

2016년 국정감사, 코리아에이드 의혹 분명히 밝혀야 한다(2016.09.27)

비선실세에 휘둘린 코리아에이드, 2017년 예산 전액 삭감하라(2016.10.31)



[1] 미르, 대통령 순방 TF에 참여…비선조직이었나? (2016.08.11, TV조선)

[2] 국정농단 앞장선 청와대… 미르 위해 범정부 TF 동원 정황 (2016.11.16, 한겨레21 제1137호)

[3] 미르재단 팀장, 용역업체 선정·성과품 납품 '원맨쇼' (2016.09.29, 프라임경제)

[4] 대통령 아프리카 순방, 미르재단 사무부총장까지 이권 챙겨 (2016.11.15, 한겨레21 제1137호)

[5] [ODA에도 최순실 그림자] 달랑 1장짜리 ‘코리아에이드’ 기획서… 반려하자 외교부 고위 관계자 전화 (2016.11.16,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