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야기[3호] 기업과 자본이 지나간 자리에 현지인들의 비명소리가 맴돌았다-2016 해외한국기업 인권실태조사 보고회 참관기–

2018-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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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자본이 지나간 자리에 현지인들의 비명소리가 맴돌았다

-2016 해외한국기업 인권실태조사 보고회 참관기–


▲ 2016 해외한국기업 인권실태조사 보고회 토론 진행 모습 ⓒ김설희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이 증가하면서 현지에서 인권침해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해외진출 한국 기업의 인권침해 대부분은 개발도상국 지역 저임금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노조해체, 임금체불, 폭행, 해고 등이다. 이에 공익법센터 어필을 비롯해 8개 단체가 모여 기업인권네트워크(KTNC Watch)[1]를 조직하고 지난 3년간 현지 인권실태를 조사해왔다. 기업인권네트워크는 지난 12월 28일 걸스카우트빌딩 대강당에서 ‘2016년 해외한국기업 인권실태조사 보고회[2]’를 열어 중국, 인도네시아,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현지 인권침해 사례를 발표했다.

조사단은 중국에서 노동자, 노조와 기업의 관계, 노동 3권
[3]을 둘러싼 논란 및 중국 진출 한국기업의 공급망에서의 사회적 책임 실현과 관련된 과제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제조업과 관련해서 산업재해 및 노조탄압과 위장폐업으로 인한 인권침해 사례를, 팜오일과 관련해 아동노동, 지역주민들의 인권침해, 건강권 침해 등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코포라티즘[4]으로 노조가 노동자들을 대표하지 못하는 구조를 가진 멕시코에서는 2015년 조사단이 방문해 전자산업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들의 노조결성 방해 등 노동권 침해를 조사한 바 있다. 이번 보고회에서는 2015년 조사 내용을 토대로 관련 기업들에 질의를 했고 관련해 추가 조사한 내용을 더해 보고서를 발표했다.  
 


<중국>
중국에는 현재 3,582개의 한국기업이 진출해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59%, 서비스업 14.6% 등을 차지한다. 중국 내 한국기업의 수는 2000년대 들어 증가세를 보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중국 내 한국기업들의 경쟁력이 하락하면서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다.  중국의 노동기본권 문제는 오랫동안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으며 아동노동, 저임금 노동, 산업재해 문제 등이 국제사회에 알려져 파문이 일기도 했다. 공익인권법재단 박영아 변호사는 현지 노동단체, 국제기구, 노동자, 기업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토대로 한 현지조사 결과를 ‘개별적 근로관계’와 ‘집단적 근로관계’ 두 가지로 나누어 발표했다.
 

아동노동, 열악한 노동조건. 임금체불을 피하기 위한 기업들의 폐업


먼저 개별적 근로관계 면에서 아동노동, 비정규노동, 근로시간 및 휴가, 임금 및 임금체불, 산업 안전보건과 사회보장 문제가 제기됐다.

아동노동
중국은 노동법상 만 16세 이하의 미성년자 고용이 금지돼있다. 그러나 최근까지 한국의 한 대기업 공급업체에서 16세 미만 고용사례에 대한 증언이 있었다. 2013년 한국 대기업의 한 공급업체에서 벤젠중독 직업병 발병 사례들이 있었는데 이들 중 일부는 16세 미만 미성년자였고 모두 해고됐다. 한 15세 학생은 같은 반 학생들 대부분이 공장에 보내졌다고 진술했다.

비정규노동
비정규노동 면에서는, 2012년 노동계약법이 개정되며 파견노동자가 전체 고용인력의 10%로 한정되는 등 고용이 제한됐다. 그러나 도급 등의 하청노동으로 대체되는 경향이 있고 50% 이상이 하청노동자인 경우도 있었다.

근로시간 및 휴가
연장 근로시간 법정 상한은 월 36시간이나 특히 전자산업 분야에서는 대부분 이를 어기고 60-80시간씩 연장근로를 하고 있다. 대부분의 노동자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아침 8시~저녁 7시 근무가 일상적이다.

임금 및 임금체불
이른바 기업들의 폐업 및 도주 사건들이 이어지고 있다. 인건비 상승과 각종 비용 증가로 인해 중국 진출 제조업의 운영이 어려워지자 임금 지급을 피하기 위해서다. 2013년 한 한국 금속 관련 제조업체 사장이 4개월 치 이상의 임금을 체불한 채 야반도주한 후 노동부와 산업단지의 개입으로 겨우 일주일 치 월급만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준 정부기관을 벗어난 독립노조를 합법적으로 설립할 수 없어


노동 3권과 관련한 집단적 근로관계 문제도 제기됐다. 중국에서는 ‘중화전국총공회’(이하 중국총공회)라는 노조 연맹을 통해 노조설립을 관리하고 있다. 중국총공회는 공산당이 노동자 대중과 소통하는 가교 역할을 하는 준 정부기관으로전국단위에서 지역, 시, 기업으로 이어지는 피라미드 구조를 취하고 있고 각 단위 노조설립은 상급단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중국총공회에 속하지 않은 독립노조를 합법적으로 설립할 방법이 없다.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협상권은 중국총공회를 통해 사용할 수 있지만, 박영아 변호사는 중국총공회가 노동자대표성이 없고,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한국기업이 연루된 파업과 관련해, 2014년 한국계 보석가공회사가 일감을 외주화하는 것에 대해 노동자들이 개당 생산제품 임금산정방식을 시간제 산정방식으로 바꿀 것을 요구하고 강제무급휴가에 항의하는 집단행동을 개시한 적이 있으나 회사는 협상을 거부하고 노동자 대표 해고와 직장을 폐쇄한 사례를 들었다.

또한, 이번 조사를 통해 몇 가지 시사점을 밝혔다. 하나는 비정규직과 학생실습생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인데 교육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학생실습제도가 값싼 노동력을 착취하는 제도로 이용되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일부 법제가 강화되었으나 산재와 직업병은 여전히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강조했는데, 사회보험은 보험료 미납 혹은 부분 납부로 노동자의 생활 전반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리고 폐업이나 공장이전 시 임금체불 및 보상금이 미지급되는 것, 기업 경영진이 기층공회 대표자를 선정함으로써 노동자 대표성을 차단하는 것, 마지막으로 공급사슬망에 속한 협력업체 내 노동조건과 인권실태에 대한 책임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


한국은 2012년 기준 인도네시아 투자국가 중 3위를 기록했으며 기존 의료/봉제업 위주에서 기계류와 서비스 산업에 이르기까지 인도네시아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조사단은 포스코와 인도네시아 국영회사 크라카타우의 합작 법인인 크라카타우포스코 제철소및 의류봉제산업에 대한 조사와 팜오일 산업에 대한 현지 실태 조사를 진행했다.
 


제조업: 산업재해 피해자 50여명, 노조탄압 및 위장폐업이 잇따라


제조업 관련 발표를 맡은 국제민주연대 나현필 사무국장은 인도네시아 현지 조사를 하게 된 배경으로 2015년 말 인도네시아 의류봉제업체 폐업으로 인한 연대요청이 있었고, 또한 크라카타우포스코에서 2014년도에 폭발사고가 일어나 노동자들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현지에서 이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발표에 따르면, 크라카타우포스코의 제철소 건설과정에서 한국 건설노동자를 포함한 최소 5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복수의 증언이 있었다. 나현필 사무국장은 크라카타우포스코 측이 예산을 아끼기 위해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실제 공사에서 필요한 인원보다 적은 인력을 고용하고, 한국에서 인도네시아로 이어지는 여러 단계의 하청구조가 사고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산업재해 외에도, 포스코 제철소 건설과정에서 건설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사례도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인도네시아 의류봉제업체에서도 문제가 불거졌다. 인도네시아 전체적으로 해외 브랜드 주문을 받아 수출하는 의류봉제 업체의 60%가 한국 업체다. 한국 업체들은 한인봉제협회를 결성해 인도네시아 전역에 300개 공장과 50만 명의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그런데 한인봉제업체의 로비로 자카르타 주지사는 지역 내 7개 한인업체에 대해 최저임금 상승분에 대한 지급을 미루도록 했다. 노동자들이 파업으로 이에 강력히 항의하자 노조에 대한 탄압이 강화되고 공장 폐업사례가 잇따랐다. 한국 의류업체 BTS, 태영, 명성, 한세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됐다. 특히 한세에서는  1,000명의 노동자(이 중 여성노동자 900명)가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불과 25개였다는 증언이 있었다.

나현필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인도네시아 현지 법령을 준수한다는 원칙 하에 한국정부와 기업이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한국 정부와 대사관이 인도네시아 당국과 협조해 폐업업체 노동자 피해 최소화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팜오일: 아동노동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의 생존권, 노동자들의 건강권까지 침해 받아


팜오일은 주로 식품류인 마가린, 비스킷뿐만 아니라 샴푸, 립스틱 등 생활용품에도 광범위하게 사용되며,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식물성 기름 중 약 65%가 팜오일이다. 공익법센터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는 2015년 노르웨이 국가연금 펀드가 팜오일 농장 내 환경침해 문제를 근거로 인도네시아 대우 인터내셔널에 대한 투자를 철회했고, 이러한 배경으로 인도네시아 팜오일 농장 산업에 진출한 한국기업을 조사하게 됐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을 포함해 LG상사 등 국내 기업이 인도네시아에 보유한 팜오일 농장의 면적은 총 76,000ha로 서울면적의 1.3배에 달한다. 그러나 김종철 변호사는 이 거대산업이 현지 지역주민과 노동자에 환경문제를 비롯해 심각한 인권침해를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조사단이 확인한 결과 기업들이 아동노동,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정(안전장비 미비), 선주민의 생존권과 지역주민의 물에 대한 권리, 높은 일일 노동 할당량과 낮은 임금, 금지된 화학제품 사용과 소음과 악취, 농장 안 열악한 생활조건과 공해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PT 이넥다 팜오일 농장으로 인해 인근 지역 주민들은 크게 4가지 문제를 겪고 있었다. 첫째, 팜오일 농장 내 강줄기를 훼손해 강물이 커넬을 통해 팜오일 블록 주변을 흐르게 되면서 물 부족과 오염문제가 발생했다. 둘째, 팜오일 농장이 넓어지면서, 숲으로 생계를 유지해오던 선주민들이 생계수단을 뺏기고 있다. 셋째, 선주민의 토지에 대한 소유권 주장과 회사의 팜오일 농장 경작권 사이에 다툼이 일어났다. 선주민들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근본적 이유는 공동체 공동소유 토지를 뺏겼기 때문이다. 넷째, 선주민 공동체 분열을 위해 일부 주요인물을 회유하고 있다. 현재 삼성물산과 PT 이넥다는 선주민들의 공동체 토지 권리 투쟁을 잠재울 목적으로 토지를 찾고 생존권 보장운동을 하는 주요 인물과 선주민 지도자들을 매수하고 있다.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노동자에 미치는 악영향도 뒤따른다. 우선 아동노동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팜오일 농장은 맹독성 제초제를 뿌리거나, 뱀이 많고 위험한 작업들이 이뤄지는 곳이다. 삼성물산은 아동노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아동노동은 지속되고 있었다.. 노동자들이 자녀를 동원해 일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일일 노동할당량이 높고 그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월급이 깎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이 자녀를 동원한 아동노동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요인도 크다. 둘째, 노동자들이 위험한 환경에 노출돼 안전과 건강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서 맹독성 제초제인 그라막손 등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었으며, 안전장비 또한 미비했다. 셋째, 임금과 노동조건이 열악하다. 조사단이 인터뷰한 대부분의 노동자가 노동계약서 사본을 받지 못해 사측의 일방적 해고에 노출되어 있었다. 또한, 임금 자체가 매우 낮고 실수를 한 경우 벌금이 부과돼 임금이 깎이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높은 일일 노동할당량을 맞추기 위해 긴 노동시간과 부족한 휴식시간을 견뎌야 했다. 게다가 농장 안에서 생활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겪는 물 부족과 악취, 소음 문제 또한 심각하다.

김종철 변호사는 기업과 한국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삼성물산은 앞서 제기된 문제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한국 정부 또한 인도네시아 국민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할 보호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멕시코>
 
노조결성 방해, 노동자들의 이어지는 초과근로와 휴가 사용 제한


 멕시코 진출 한국기업의 인권침해 사례는 2015년 보고회에서도 발표된 바 있다(관련 글: 2015 해외한국기업 인권실태조사 보고서 발표회 참관기 http://www.odawatch.net/468962). 이번 보고회에서는 2015년 조사 이후 관련 기업들에서 들은 답변을 토대로 현지 멕시코 조사팀 CEREAL(El Centro de Reflexion y Accion Labora : 멕시코 전자산업 노동권 관련 NGO)과의 공동 조사내용을 추가해 삼성전자와 LG 전자의 협력사인 오성전자 내 인권 침해사례를 주로 다뤘다.

희망을 만드는 법의 김동현 변호사는 조사배경 등을 간략히 소개했다. 2014년 8월 기준,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약 250여 개이며 제조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멕시코는 지난 5년간 한국기업들의 임금체불, 부당해고, 가혹 행위, 노조결성 방해 등으로 해외 언론에서 이슈가 됐다. 이어서 현지 멕시코 조사팀 CEREAL 펠리페 부르게뇨(Felipe Burgeño) 국제국장의 발표가 있었다. 펠리페 부르게뇨 국장은 삼성과 오성의 인권침해 실태, 그리고 그에 대한 회사의 대응과 현 상황을 발표했다. 2015년 조사 결과, 삼성전자는 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으며 노동자에게 계약서를 주지 않고 있었다. 또한 85%의 노동자가 원하는 때 휴가를 쓸 수 없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삼성전자는 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를 존중하고 있으며 모든 노동자가 계약서 사본을 요구할 수 있다고 하는 등 제기된 문제에 모두 반박했다. 그러나 공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노동자들은 원하는 때에 휴가를 사용할 수 없으며 노동조합 결성이 불가능했다. 한 노동자는 노조 조직을 시도했다가 해고된 사람을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오성전자에서는 10여 명의 아동 노동자를 발견했으며, 노동자들이 낮은 임금으로 인해 추가 근무가 불가피했다. 이에 대해 오성전자는 노동자 건강 관리 및 노동자 직무 순환 실현을 약속하는 등으로 대응했으나 공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여전히 증가하는 회사 생산량에 비해 임금은 동결돼있으며 과도하게 수당을 공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펠리페 부르게뇨 국장은 발표를 마무리하며, 멕시코 진출 한국기업이 노동자 인권 증진보다는 회사의 이미지 개선에만 초점을 두고 있고, 실질적 대책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두 기업 모두 계약서 제공, 근로시간, 임금 등 노동조건 관련 위반 사항들에 대해 멕시코 노동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멕시코 노동법은 임금 및 노동시간과 관련해 노동자에게 매우 불리하게 규정돼있다. 특히 멕시코 1주일 최소 식량비용이 600페소인데 멕시코 노동법상 최저임금은 일당 70페소 수준이어서 물가와 부양가족을 고려했을 때 턱없이 부족하다.


▲ 보고회 토론 및 질의응답 진행 중 ⓒ공익법재단 어필



“글로벌 트렌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구체적 해결책을 기업에 요구해야”

현지 실태 조사내용 발표 후, 좋은기업센터 유정 팀장, 환경운동연합 김춘이 처장, 슬로워크 안정권 CSO가 참가한 가운데 토론이 이어졌다. 좋은기업센터 유정 팀장은 2016 해외한국기업 인권실태조사 중국 보고서에 두 가지 제언을 더했다. 첫째, 중국진출 기업 중 절반 이상이 제조업이며 자동차, 전자, 조선 등 여러 분야 제조업들은 서로 연결망으로 협업하며 운영될 수밖에 없는데, 본 보고서에 공급망(Supply chain) 관련 이슈가 없다는 점이었다. 둘째, 한국 전자기업들의 공급망 이슈 및 인권침해현황에 대한 적극적, 포괄적 조사가 필요하며, 국제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준 적용 여부와 적용 수준을 모니터링할 것을 제안했다. 전자산업 분야에서 팍스콘
[5]의 예를 들어 글로벌 전자기업들이 국제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CSR 기준을 토대로 수준을 점검하고 있으나 실효성은 여전히 논쟁적이라고 덧붙였다.

환경운동연합 김춘이 처장은 삼성물산이 가입한 이니셔티브 RSPO(Roundtable on Sustainable Palm Oil: 지속가능한 팜유 생산을 위한 협의회. 이하 RSPO)를 둘러싼 논란을 지적했다. RSPO는 2001년 팜오일 생산업체, 팜오일 가공업체 및 무역업체, 환경 및 사회단체 등의 3,082개 단체로 구성됐으나 소속된 환경단체의 수는 32개에 불과하다. 이어 국제기구들의 팜오일 기업에 대한 대응과 성과를 소개했다. 국제엠네스티는 “The great palm oil scandal: Labor abuses behind big brand names” 보고서를 발표해 RSPO의 요구사항 미준수뿐만 아니라 아동노동, 강제노동, 초과근무시간 등을 지적했고 그 결과 RSPO는 새로운 원칙과 기준을 적용해 2017년 이행될 계획이다.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연대가 필요하며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마무리했다.

마지막으로 슬로워크 안정권 CSO는 기업활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향을 논의했다. 그는 지금까지 활동으로 기업의 경영 관행과 행동을 바꾼 성공사례가 아직 없다는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활동에 대한 시민사회의 감시, 옹호활동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또한 각종 국제 표준을 근거로 글로벌 트렌드를 이해하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업에 구체적인 해결책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과 자본의 무분별한 횡포. 그리고 이어지는 현지의 비극

기업인권네트워크의 인권실태조사 보고서를 훑어 내리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필자는 이번 발표회를 통해 한국 기업의 무책임한 행보 속에서 고통 받는 현지 노동자와 지역주민들을 마주했다. 누군가는 위험한 노동환경에서 생명을 위협받았고 또 누군가는 무책임한 고용주가 도망을 가는 바람에 임금을 떼였다. 건설과정에서 동료를 잃은 제철소 노동자의 슬픔을, 팜오일 농장이 넓어지면서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지역주민들의 분한 마음을 어떻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애플의 하청기업인 팍스콘 중국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저임금, 장시간 근로로 인해 잇따라 자살하고 있다는 뉴스를 읽고는 내 아이폰을 손에서 놓을 수밖에 없었다. 소비자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제품을 선택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
 


기사 입력 일자: 2017-01-24

작성: 김설희 피움 기자단 / chacabee@naver.com




[1] 공익법센터 어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 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국제민주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국제노동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좋은기업센터, 환경운동연합으로 구성된 기업인권네트워크(KTNC Watch)는 아름다운재단 변화의 시나리오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아 지난 2014년부터 3년간 현지 인권실태를 조사하고 발표해오고 있다.

[2] 관련한 내용은 ‘[후기] 2016 해외한국기업 인권실태조사 발표회’(http://www.apil.or.kr/2012) 에서도 만날 수 있다

[3]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4] Corporatism. 협동조합주의로도 알려짐. 자본과 노동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 개입으로 합의가 가능하도록 유도하는 것. 국가기구의 적극적 중재로 노사정이 정치적 교환에 참여하는 사회정치적 과정. (출처: 오마이뉴스 ’한국형 코포라티즘 가능한가?’ 중)

[5] 과도한 근로로 인해 중국공장에서 2010년부터 무려 10여 명의 직원이 잇따라 자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