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평가대에 오른 한국 국제개발협력
: 「’17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 분석
지난 2016년은 국제개발협력을 둘러싼 국내외적 환경이 큰 변화를 맞은 시기였다.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추진전략을 담은 첫 번째 정책문서인 「국제개발협력 선진화 방안(’11-’15)」에 이어 「제2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16-’20)」을 시행하고, 빈곤퇴치를 위해 국제사회가 함께 합의한 새천년개발목표(MDGs)에 이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이행하는 첫해로, 새로운 방향성에 맞춰 변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한편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계기로 출범한 개발협력 사업 ‘코리아 에이드(Korea Aid)’가 비선 실세에 연루된 국정농단 사태의 하나로 밝혀지면서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가 처음으로 시국선언을 발표하는 등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정체성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 있기도 했다.
2017년 한국 국제개발협력은 2012년 이후 오랜만에 다시 평가대에 오르게 된다. 국내에서는 제19대 대선을 통해 새마을 ODA, 코리아 에이드 등으로 대표되는 박근혜 정권의 국제개발협력을 돌아보고 주요 대선후보들의 공약, 나아가 차기 정권의 국정과제에 어떤 새로운 내용이 담길지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국제적으로는 지난 2010년 OECD 개발원조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이하 DAC) 가입 이후 2012년에 이어 두 번째로 정식 동료검토(Peer Review)를 받게 된다. 과연 지난 2012년 동료검토 및 2015년 중기검토를 거치면서 한국 국제개발협력이 양적, 질적으로 얼마나 진전되었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할 기회이다. 이러한 중요한 계기를 앞두고, 지난해 12월 제28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이하 국개 위) 서면심의 결과로 「’17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이 발표되었다. 시행계획 내용을 꼼꼼히 따져 올 한해 한국 정부의 국제개발협력 주요 방향과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보자.
「’17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이하 ‘17년 시행계획)」의 주요 변화는?
세부적인 내용 분석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번 ‘17년 시행계획은 큰 틀에서 예년보다 두 가지 측면의 변화가 있었다. 첫째, 매년 발표하는 시행계획의 수립절차가 변경됐다. 시행계획은 개별 사업심사(2월~6월)와 예산 편성(6월~12월) 이후 확정된 사항을 바탕으로 보통 12월에 수립해 왔다. 그러나 현행 수립절차는 국제개발협력기본법 및 기본계획의 방향에 맞춰 개별 사업들을 통합적으로 조정하기 어렵다는 문제제기에 따라 제2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이하 2차 기본계획)에 ‘수립절차의 체계화’가 주요 과제로 제시되었다(표 1 참조). 따라서 2017년부터 국개위 및 주관기관이 제시하는 차기 년도 사업의 주요 추진방향에 따라 예산심의 전에 각 기관이 시행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면서 결과적으로 매년 12월에 발표되던 차기 년도 시행계획이 5월경에 먼저 공개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립절차 변경으로 각 기관별 시행계획안 제출 시기가 앞당겨졌음에도 국제개발협력기본법 시행령에서 시행계획의 수립절차를 다룬 제9조 3항에 의하면 “시행기관은 다음 연도의 시행계획을 수립하여 매년 5월 31일까지 주관기관에 제출하여야 한다.”로 명시되어 있어 이 부분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
<표 1> 연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 수립 절차

* 출처: 제2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
둘째, 매년 시행계획에 포함되었던 전년도 추진실적과 평가가 올해부터는 빠졌다. 시행계획에는 해당연도의 주요 정책 방향을 소개하기 전에 전년도의 사업실적과 주요 성과, 평가와 보완과제 등을 명시했다. 하지만 ‘17년 시행계획은 2016년에 대한 평가 없이 추진배경에 이어 곧바로 2017년 사업개요와 정책 방향으로 넘어간다. 시행계획을 작성하는 목적 자체가 2차 기본계획의 방향성에 맞춰 매년 계획을 구체화하는 것이고, 이 계획은 전년도 추진내용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수립하는 것이 적절하므로 정부 차원에서 간략하게라도 작성할 필요가 있다.
2017년 한국 ODA의 유형별 분야별 특징
2017년 ODA 규모는 2조 6,359억 원으로 2016년 예산 2조 4,394억 원 대비 8.1%(1,965억 원)가 증가했다. 작년 612억 원이 증가한 것에 비하면 꽤 많은 금액이다. 2015년 잠정통계 기준 ODA/GNI 비율은 0.14%로 2015년까지 0.25%를 달성하겠다는 공약에 크게 못 미쳤고, 정부는 2차 기본계획을 통해 2020년까지 매년 0.01%씩 증가하여 0.2%를 달성하겠다는 일보 후퇴한 계획을 수립했다. ODA/GNI 비율은 ODA 순지출 기준으로 아직 2016년, 2017년에 대한 통계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목표치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재원 마련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할 것이다. 올해 ODA를 시행하는 중앙정부부처 및 기관의 수는 지자체 9개를 포함하여 총 42개로 총 2개가 감소했고(지난해 대비 1개 기관 증가, 지자체 3개 감소), 사업 수는 총 1,243개로 지난해 대비 13개가 증가했다.
양자협력 대 다자협력 비율은 81:19로 2016년 비율(80:20)보다 양자협력 비율이 소폭 증가했고, 유상협력 대 무상협력 비율도 45:55로 2016년 비율(46:54)보다 무상협력 비율이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예산액 기준이며, 유상협력의 차관 상환 등을 포함한 순지출 기준으로는 비율이 다소 변동될 수 있는 부분이다. 정부는 2차 기본계획에서 순지출 기준 양자 대 다자 비율을 75:25, 유상 대 무상 비율을 40:60 내외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ODA 계상방식이 순지출 기준에서 증여등가액 기준으로 변경됨[1]에 따라 올해까지 유무상 비율을 현 수준인 40:60으로 유지하고, 올해 상반기 중 2018년-2020년 비율을 재설정하기로 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 중심 지원 기조를 유지하되, 아프리카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2차 기본계획의 기조에 맞춰 작년보다 아시아 비중은 다소 감소(43.8%-> 38.1%) 하고, 아프리카 비중은 다소 증가(18.7%-> 20.1% )했다. 작년에 새로 선정된 2차 중점협력국 24개국에 대한 양자협력 비중은 약 78%로 예산의 70%를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는 2차 기본계획의 목표에는 맞췄으나, 유상은 83%인데 반해 무상은 61%로 격차가 크고 무상의 지원율이 다소 낮은 편이었다.
2017년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주요 과제는?
2017년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주요 과제는 2차 기본계획의 세 가지 추진과제인 ‘통합적 ODA’, ‘내실 있는 ODA’, ‘함께하는 ODA’에 따라 각각의 하위에 ‘개발협력 구상의 차질 없는 추진’, ‘다자전략에 기반한 전략적 지원’, ‘다양한 ODA 사업 신규 발굴·추진’, ‘범국민 참여 증진을 위한 홍보 강화’, ‘국제적 위상 제고’ 등 총 7가지가 있다(표 2 참조).
<표 2> ‘17년 국제개발협력 주요 정책 방향

*출처: ‘17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
1. 통합적 ODA
① 개발협력 구상의 차질 없는 추진
개발협력 구상은 2015년 주요 국제회의에서 발표한 구상들을 중심으로 제24차 국개위에서 통과한 「개발협력 4대 구상 이행 마스터플랜」, 제25차 국개위에서 통과한 「새마을운동의 국제적 확산방안」을 통해 구체화되었다. 각 구상은 한국이 ODA를 통해 SDGs에 기여할 구체적인 주제들로 △소녀들의 보다 나은 삶, △모두를 위한 안전한 삶,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과학기술혁신, △아프리카 직업기술교육 및 ICT 활용 교육혁신, △새마을운동의 국제적 확산이 이에 해당한다. 작년에 각 구상 및 추진전략에 대해 발표했고, 구상에 따른 본격적인 사업은 올해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17년 개발협력 구상 사업예산 규모는 총 7,274억 원으로 전체 ODA 예산 중 약 28%를 차지하며, 지자체 3개를 포함해 총 18개 기관에서 314개 사업을 시행한다. 각각 유상과 무상을 전담하는 기관인 기재부, 외교부 예산이 가장 많지만, 각 구상의 내용에 따라 ‘소녀들의 보다 나은 삶’은 여성가족부, ‘모두를 위한 안전한 삶’은 보건복지부, ‘새마을운동의 국제적 확산’은 농촌진흥청과 지자체 등 관련된 기관에도 일부 예산이 편성되어 있다. 개발협력 구상은 SDGs와도 밀접하게 연계하여 기획되었기 때문에 각 구상과 SDGs 이행을 구체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며, 18개 기관이 중복되지 않고 각자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도록 사전에 잘 조정하고 협력해야 한다. 한편, 새마을 ODA의 경우 27개국에 622억 원을 지원하며, ‘16년 예산 530억 원 대비 약 11.1%가 증가해 계속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수립한 「새마을운동의 국제적 확산방안」에 따라 국개위 산하에 새마을 ODA를 총괄하고 조정하는 ‘새마을분과위’를 신설했고, 평가지표를 개발하고 주요 사업을 점검할 계획이다. 새마을 ODA가 시행된 지 5년 만에 개념을 정립하고, 기관별 역할을 조정한다는 건 뒤늦은 감이 있지만, 국내에서 상반된 평가를 받는 새마을 ODA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가 필요할 것이다.
② 다자전략에 기반한 전략적 지원
정부와 다자기구 간 협력을 의미하는 다자협력은 다자기구의 성격 및 원조 목적에 따라 국제금융기구는 기재부, 유엔 및 기타 기구는 외교부가 주관하는 분리형 체제로 운영된다. 기재부가 담당하는 국제금융기구 지원의 경우, 한국의 경제개발 경험을 공유하고 극대화할 수 있는 기금에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사업발굴 신탁기금을 설치해 기업의 해외진출 교두보를 확대하는 등 유상협력의 기조가 많이 반영되어 있다. 외교부 담당인 UN 및 기타 기구 지원은 중점협력 대상기구로 선정된 5대 유엔 기구 유엔개발계획(UNDP), 세계식량계획(WFP), 유엔아동기금(UNICEF), 세계보건기구(WHO), 유엔난민기구(UNHCR)에 예산을 40% 이상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작년 발표한 「다자협력 추진전략」에 따라 신규사업 시행 시 약정서에 구체적인 성과관리 방안을 명시하는 등 다자협력 사업에 대한 성과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다.
2. 내실 있는 ODA
① 다양한 ODA 사업 신규발굴·추진
정부는 문화적 특수성, 관광 자원 등에 잠재성이 있는 개도국을 대상으로 ODA 사업을 추진하고, 전통적인 ODA 지원 국가 외에 니카라과 등의 중미국가로 확장하는 등 다양한 분야 및 범위의 신규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그리고 관세행정, 전자정부,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이하 KSP) 등을 통해 한국 ODA의 성공 모델 및 브랜드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유독 ‘한국형 ODA 모델’을 강조하는 한국 ODA의 특징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② ODA 평가제도 개선
네 번째 과제인 ‘ODA 평가제도 개선’에서 내세운 세부과제 중 주요 ODA 시행기관의 대규모 사업에 대한 자체평가를 강화하고, 평가소위[2]를 중심으로 한 통합평가를 내실화하여 중복 평가 해소 및 평가 사각지대 발생을 예방하겠다는 계획은 내용 자체로는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 그나마 새롭게 주목할 부분은 평가소위에서 지난 2010년 출범한 ‘국제개발협력 통합평가 시스템’을 분석해 개선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현재 외교부, 기재부를 제외한 타 부처의 경우 ODA 평가를 위한 예산이 별도로 확보되지 않거나 내부평가 중심으로이뤄지고, 평가 담당자가 없는 등 체계적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마련될 개선안에는 이러한 한계점들이 더욱 구체적으로 분석되어야 할 것이다.
③ 협업 및 정보공개 강화
한국 국제개발협력 추진체계는 유〮무상이 분리되어 있고, 각 부처 및 시행기관이 개별적으로 ODA를 시행하는 구조로 ‘분절화’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있다. 분절화를 완화하는 차원에서 매년 중복사업을 줄이고 유사사업을 조정하기 위해 관계기관 간 협의를 강화하고, 2017년에도 56개 사업을 통폐합하고 62개 사업을 연계했다고 밝혔지만 분절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분절화와 관련해서는 올해 있을 대선을 계기로 ODA를 전담하는 통합기구의 설치 주장이 다시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국제원조투명성기구(IATI)에 가입하고, 그 이행으로 EDCF 및 KOICA 사업의 원조정보를 처음 공개했다. 그러나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는 기관명, 사업명 등 사업에 대한 기초정보만을 파악할 수 있는 13개 필수항목 공개를 비판하면서 공개항목의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3] 또한, EDCF와 KOICA만이 아니라 대상기관을 넓혀가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 역시 2차 기본계획, ‘16년 시행계획을 통해 이미 공개범위 및 참여기관 확대 계획은 밝혔으나, 현재 투명성을 전담하는 별도 단위가 조직되어 있지 않아 현실적으로 얼마나 진전이 있을지 의문스럽다. 또 올해는 대국민 ODA 통계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ODA 통계 시스템을 개편하고 사업목적, 사업기간 등이 포함된 사업 세부내용을 공개할 계획이다. ODA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납세자인 시민들이 이러한 정보에 얼마나 쉽게 접근하고 파악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부분이므로 통계 시스템이 더욱더 정보 접근성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개편되기를 기대한다.
3. 함께하는 ODA
① 범국민 참여증진을 위한 홍보 강화
정부는 ODA 관련 국내외 주요행사나 EDCF 30주년 등의 시기를 활용하여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국민 홍보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KOICA와 EDCF의 청년인턴 제도, WFK 해외봉사단 등을 활용해 청년층의 ODA 참여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제는 인턴 제도를 통해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안정적이고 질 높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때이다. 불과 얼마 전에도 KOICA의 2017년 ODA 사업수행기관 청년인턴사업과 관련해 KOICA가 당초 약정서에 지원내용으로 명시한 인턴의 법정보험료와 국외 출장비 지원을 갑작스레 취소하겠다고 통보해 논란이 일었다.[4] KOICA는 예산 삭감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청년인턴 제도가 올해 처음 시작된 것도 아니거니와 이미 지난달 사업수행기관과 약정 체결이 끝나 KOICA가 책임을 마냥 회피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② 국제적 위상 제고
지난 2015년 전 세계가 합의한 SDGs 달성 노력에 동참하겠다는 것이 국제적 위상 제고의 첫 번째 세부과제이다. 시행계획에는 2017년 전체 ODA 중 약 72%(1조 8,985억원)가 SDGs와 관련된다고 명시하고 있다(표 3 참조). 비율 자체만 놓고 보면 ODA와 SDGs 이행이 잘 연계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ODA 사업을 SDGs 17개 목표에 맞춰 재분류한 결과일 뿐, 이 수치만으로는 한국 정부가 ODA를 통한 SDGs 이행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SDGs 제정 이후 한국이 목표별 우선순위를 정하고, 각 목표에 따라 ODA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비교우위 분야인 산업화, 빈곤퇴치, 보건, 교육, 물과 위생 5개 분야에 집중하겠다고 했는데(74.3% 차지), 이 5개 분야는 SDGs 이전에도 여전히 한국의 중점 분야였다. 단지 비교우위 분야라는 이유만으로 SDGs 이행의 우선순위가 된 것인지, 그렇다면 SDGs 이행전략의 일환인 ‘개발협력 구상’과는 어떤 관계인지 의문이 남는다.
<표 3> SDGs 목표별 ODA 사업 현황

*출처: ‘17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서는 국제사회의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난민 문제 해소 등을 위해 인도적 지원 예산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올해 예산도 작년 461억 원(2.4%)에서 900억(4.2%)으로 두 배 이상 대폭 증가했다. 정부는 2015년 3월 「인도적 지원 전략」을 발표해 중장기적으로 인도적 지원 총액을 OECD DAC 회원국 평균수준인 6%까지 증대하겠다고 밝혔고, 지난해 9월 「난민 정상회의」에서는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 향후 3년간 2억 3,000만 달러(약 269억 원) 이상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공약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인도적 지원 예산이 전년 대비 크게 확대된 점은 긍정적이나, 여전히 한국의 경제규모에 비해 인도적 지원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작년 제4회 시리아 인도적 지원 국제회의에서 각 국가들은 시리아에 대한 인도적 지원으로 100억 달러(약 11조 9,800억 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EU가 30억 유로로 가장 많았고, 독일 26억 달러, 영국 17억 4,000만 달러, 미국은 8억 9,0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한 데 반해 한국의 지원금액은 1,2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올해를 시작으로 향후 인도적 지원 예산의 지속적인 확대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OECD DAC 동료검토에 대해서는 올해 6월로 예정된 동료검토팀 방한에 따라 2015년 중기검토 당시 미진했던 부분을 개선하여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한국은 2010년 DAC 가입 이후 2012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 동료검토를 받게 된다. 동료검토는 DAC 회원국들이 내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개발협력 정책과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권고사항을 제시함으로써 실질적인 정책변화를 이끌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는데, 평가단은 △개발협력 기조, 정책 및 전략, △개발을 위한 정책일관성, △ODA 규모, 채널 및 배분, △ODA 관련 조직 및 관리 체계, △원조효과성과 성과, △인도적 지원의 총 6가지 주제로 검토한다. 정부는 지난 2012년 동료검토의 28개 권고사항에 대해 「동료검토 권고사항 활용계획(안)」을 마련했으나, 2015년 중기검토에서 발전대안 피다를 비롯한 시민사회는 분절화 극복을 위한 조정 메커니즘으로서 국개위의 제한적인 역할과 시민사회와의 파트너십 등 미흡한 이행현황을 지적했다. 2차 기본계획의 이행 초반 단계인 현시점에서 동료검토를 통해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한 단계 전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번 시행계획에 별도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작년 한 해 한국 개발협력 계를 뒤흔들었던 코리아 에이드도 빼놓을 수 없다. 코리아 에이드는 사업효과성 논란 및 비선 실세의 개입으로 시민사회의 많은 비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42억 원만 삭감되어 올해 6개국을 대상으로 101억 원 규모의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하지만 당초 기획 당시 구상했던 사업 모델이 완전히 깨진 상황에서 향후 코리아 에이드가 어떻게 진행될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시행계획안을 제대로 잘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올해는 새 지도자 선출로 향후 몇 년간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중요한 방향이 결정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권이 끝나고 새로운 리더십을 맞아 과연 한국 국제개발협력은 어디로 흘러가게 될 것인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기사 입력 일자: 2017-01-24
작성: 이유정 발전대안 피다 간사 / daralee0123@gmail.com
[1] OECD DAC의 ODA 통계 측정방식은 공여국 정부가 제공하는 양허적 차관에서 대출 시점의 모든 금액이 ODA로 기록되고, 이후 개발도상국 정부가 대출금액을 상환하게 되면 그 금액만큼을 감액하는 '순지출 방식'이었다. 그러나 양허적 차관의 인정 범위를 객관적으로 제시하고, 더 많은 양허적 성격의 지원을 하는 노력을 공정하게 측정하기 위해 DAC은 2014년 양허적 차관의 '증여등가액'만을 ODA로 인정하기로 변경한다. 즉, 양허적 차관을 대출해주었을 때 해당국의 소득 수준과 대출 당시 현금 흐름의 현재가치를 감안해 전체 차관 금액 중 실질적인 증여 부분과 등가한 부분만을 ODA로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 출처: 국제개발협력 입문편(KOICA ODA교육원 저, 2016
[2] 평가소위는 국제개발협력 사업에 대한 통합평가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산하에 설치한 위원회로 국제개발협력 관련 통합평가정책 수립, 국재개발협력 통합 정책/전략 및 국별 평가, 연간통합평가계획 수립 등을 담당한다. 국무조정실 국정운영실장을 위원장으로 관계부처 실무국장 및 민간위원 15인 이내로 구성된다.
[3] [논평] 실망스런 “아시아국가 최초”의 한국 ODA정보공개, 국제개발협력시민사회포럼(KoFID), 2016.08.12
[4] 청년인턴 울린 '코이카(KOICA)' 갑질논란…"일방적 지원취소?", 환경일보, 2017.01.11
2017년, 평가대에 오른 한국 국제개발협력
: 「’17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 분석
지난 2016년은 국제개발협력을 둘러싼 국내외적 환경이 큰 변화를 맞은 시기였다.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추진전략을 담은 첫 번째 정책문서인 「국제개발협력 선진화 방안(’11-’15)」에 이어 「제2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16-’20)」을 시행하고, 빈곤퇴치를 위해 국제사회가 함께 합의한 새천년개발목표(MDGs)에 이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이행하는 첫해로, 새로운 방향성에 맞춰 변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한편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계기로 출범한 개발협력 사업 ‘코리아 에이드(Korea Aid)’가 비선 실세에 연루된 국정농단 사태의 하나로 밝혀지면서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가 처음으로 시국선언을 발표하는 등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정체성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 있기도 했다.
2017년 한국 국제개발협력은 2012년 이후 오랜만에 다시 평가대에 오르게 된다. 국내에서는 제19대 대선을 통해 새마을 ODA, 코리아 에이드 등으로 대표되는 박근혜 정권의 국제개발협력을 돌아보고 주요 대선후보들의 공약, 나아가 차기 정권의 국정과제에 어떤 새로운 내용이 담길지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국제적으로는 지난 2010년 OECD 개발원조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이하 DAC) 가입 이후 2012년에 이어 두 번째로 정식 동료검토(Peer Review)를 받게 된다. 과연 지난 2012년 동료검토 및 2015년 중기검토를 거치면서 한국 국제개발협력이 양적, 질적으로 얼마나 진전되었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할 기회이다. 이러한 중요한 계기를 앞두고, 지난해 12월 제28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이하 국개 위) 서면심의 결과로 「’17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이 발표되었다. 시행계획 내용을 꼼꼼히 따져 올 한해 한국 정부의 국제개발협력 주요 방향과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보자.
「’17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이하 ‘17년 시행계획)」의 주요 변화는?
세부적인 내용 분석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번 ‘17년 시행계획은 큰 틀에서 예년보다 두 가지 측면의 변화가 있었다. 첫째, 매년 발표하는 시행계획의 수립절차가 변경됐다. 시행계획은 개별 사업심사(2월~6월)와 예산 편성(6월~12월) 이후 확정된 사항을 바탕으로 보통 12월에 수립해 왔다. 그러나 현행 수립절차는 국제개발협력기본법 및 기본계획의 방향에 맞춰 개별 사업들을 통합적으로 조정하기 어렵다는 문제제기에 따라 제2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이하 2차 기본계획)에 ‘수립절차의 체계화’가 주요 과제로 제시되었다(표 1 참조). 따라서 2017년부터 국개위 및 주관기관이 제시하는 차기 년도 사업의 주요 추진방향에 따라 예산심의 전에 각 기관이 시행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면서 결과적으로 매년 12월에 발표되던 차기 년도 시행계획이 5월경에 먼저 공개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립절차 변경으로 각 기관별 시행계획안 제출 시기가 앞당겨졌음에도 국제개발협력기본법 시행령에서 시행계획의 수립절차를 다룬 제9조 3항에 의하면 “시행기관은 다음 연도의 시행계획을 수립하여 매년 5월 31일까지 주관기관에 제출하여야 한다.”로 명시되어 있어 이 부분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
<표 1> 연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 수립 절차
* 출처: 제2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
둘째, 매년 시행계획에 포함되었던 전년도 추진실적과 평가가 올해부터는 빠졌다. 시행계획에는 해당연도의 주요 정책 방향을 소개하기 전에 전년도의 사업실적과 주요 성과, 평가와 보완과제 등을 명시했다. 하지만 ‘17년 시행계획은 2016년에 대한 평가 없이 추진배경에 이어 곧바로 2017년 사업개요와 정책 방향으로 넘어간다. 시행계획을 작성하는 목적 자체가 2차 기본계획의 방향성에 맞춰 매년 계획을 구체화하는 것이고, 이 계획은 전년도 추진내용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수립하는 것이 적절하므로 정부 차원에서 간략하게라도 작성할 필요가 있다.
2017년 한국 ODA의 유형별 분야별 특징
2017년 ODA 규모는 2조 6,359억 원으로 2016년 예산 2조 4,394억 원 대비 8.1%(1,965억 원)가 증가했다. 작년 612억 원이 증가한 것에 비하면 꽤 많은 금액이다. 2015년 잠정통계 기준 ODA/GNI 비율은 0.14%로 2015년까지 0.25%를 달성하겠다는 공약에 크게 못 미쳤고, 정부는 2차 기본계획을 통해 2020년까지 매년 0.01%씩 증가하여 0.2%를 달성하겠다는 일보 후퇴한 계획을 수립했다. ODA/GNI 비율은 ODA 순지출 기준으로 아직 2016년, 2017년에 대한 통계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목표치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재원 마련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할 것이다. 올해 ODA를 시행하는 중앙정부부처 및 기관의 수는 지자체 9개를 포함하여 총 42개로 총 2개가 감소했고(지난해 대비 1개 기관 증가, 지자체 3개 감소), 사업 수는 총 1,243개로 지난해 대비 13개가 증가했다.
양자협력 대 다자협력 비율은 81:19로 2016년 비율(80:20)보다 양자협력 비율이 소폭 증가했고, 유상협력 대 무상협력 비율도 45:55로 2016년 비율(46:54)보다 무상협력 비율이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예산액 기준이며, 유상협력의 차관 상환 등을 포함한 순지출 기준으로는 비율이 다소 변동될 수 있는 부분이다. 정부는 2차 기본계획에서 순지출 기준 양자 대 다자 비율을 75:25, 유상 대 무상 비율을 40:60 내외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ODA 계상방식이 순지출 기준에서 증여등가액 기준으로 변경됨[1]에 따라 올해까지 유무상 비율을 현 수준인 40:60으로 유지하고, 올해 상반기 중 2018년-2020년 비율을 재설정하기로 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 중심 지원 기조를 유지하되, 아프리카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2차 기본계획의 기조에 맞춰 작년보다 아시아 비중은 다소 감소(43.8%-> 38.1%) 하고, 아프리카 비중은 다소 증가(18.7%-> 20.1% )했다. 작년에 새로 선정된 2차 중점협력국 24개국에 대한 양자협력 비중은 약 78%로 예산의 70%를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는 2차 기본계획의 목표에는 맞췄으나, 유상은 83%인데 반해 무상은 61%로 격차가 크고 무상의 지원율이 다소 낮은 편이었다.
2017년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주요 과제는?
2017년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주요 과제는 2차 기본계획의 세 가지 추진과제인 ‘통합적 ODA’, ‘내실 있는 ODA’, ‘함께하는 ODA’에 따라 각각의 하위에 ‘개발협력 구상의 차질 없는 추진’, ‘다자전략에 기반한 전략적 지원’, ‘다양한 ODA 사업 신규 발굴·추진’, ‘범국민 참여 증진을 위한 홍보 강화’, ‘국제적 위상 제고’ 등 총 7가지가 있다(표 2 참조).
<표 2> ‘17년 국제개발협력 주요 정책 방향
*출처: ‘17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
1. 통합적 ODA
① 개발협력 구상의 차질 없는 추진
개발협력 구상은 2015년 주요 국제회의에서 발표한 구상들을 중심으로 제24차 국개위에서 통과한 「개발협력 4대 구상 이행 마스터플랜」, 제25차 국개위에서 통과한 「새마을운동의 국제적 확산방안」을 통해 구체화되었다. 각 구상은 한국이 ODA를 통해 SDGs에 기여할 구체적인 주제들로 △소녀들의 보다 나은 삶, △모두를 위한 안전한 삶,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과학기술혁신, △아프리카 직업기술교육 및 ICT 활용 교육혁신, △새마을운동의 국제적 확산이 이에 해당한다. 작년에 각 구상 및 추진전략에 대해 발표했고, 구상에 따른 본격적인 사업은 올해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17년 개발협력 구상 사업예산 규모는 총 7,274억 원으로 전체 ODA 예산 중 약 28%를 차지하며, 지자체 3개를 포함해 총 18개 기관에서 314개 사업을 시행한다. 각각 유상과 무상을 전담하는 기관인 기재부, 외교부 예산이 가장 많지만, 각 구상의 내용에 따라 ‘소녀들의 보다 나은 삶’은 여성가족부, ‘모두를 위한 안전한 삶’은 보건복지부, ‘새마을운동의 국제적 확산’은 농촌진흥청과 지자체 등 관련된 기관에도 일부 예산이 편성되어 있다. 개발협력 구상은 SDGs와도 밀접하게 연계하여 기획되었기 때문에 각 구상과 SDGs 이행을 구체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며, 18개 기관이 중복되지 않고 각자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도록 사전에 잘 조정하고 협력해야 한다. 한편, 새마을 ODA의 경우 27개국에 622억 원을 지원하며, ‘16년 예산 530억 원 대비 약 11.1%가 증가해 계속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수립한 「새마을운동의 국제적 확산방안」에 따라 국개위 산하에 새마을 ODA를 총괄하고 조정하는 ‘새마을분과위’를 신설했고, 평가지표를 개발하고 주요 사업을 점검할 계획이다. 새마을 ODA가 시행된 지 5년 만에 개념을 정립하고, 기관별 역할을 조정한다는 건 뒤늦은 감이 있지만, 국내에서 상반된 평가를 받는 새마을 ODA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가 필요할 것이다.
② 다자전략에 기반한 전략적 지원
정부와 다자기구 간 협력을 의미하는 다자협력은 다자기구의 성격 및 원조 목적에 따라 국제금융기구는 기재부, 유엔 및 기타 기구는 외교부가 주관하는 분리형 체제로 운영된다. 기재부가 담당하는 국제금융기구 지원의 경우, 한국의 경제개발 경험을 공유하고 극대화할 수 있는 기금에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사업발굴 신탁기금을 설치해 기업의 해외진출 교두보를 확대하는 등 유상협력의 기조가 많이 반영되어 있다. 외교부 담당인 UN 및 기타 기구 지원은 중점협력 대상기구로 선정된 5대 유엔 기구 유엔개발계획(UNDP), 세계식량계획(WFP), 유엔아동기금(UNICEF), 세계보건기구(WHO), 유엔난민기구(UNHCR)에 예산을 40% 이상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작년 발표한 「다자협력 추진전략」에 따라 신규사업 시행 시 약정서에 구체적인 성과관리 방안을 명시하는 등 다자협력 사업에 대한 성과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다.
2. 내실 있는 ODA
① 다양한 ODA 사업 신규발굴·추진
정부는 문화적 특수성, 관광 자원 등에 잠재성이 있는 개도국을 대상으로 ODA 사업을 추진하고, 전통적인 ODA 지원 국가 외에 니카라과 등의 중미국가로 확장하는 등 다양한 분야 및 범위의 신규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그리고 관세행정, 전자정부,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이하 KSP) 등을 통해 한국 ODA의 성공 모델 및 브랜드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유독 ‘한국형 ODA 모델’을 강조하는 한국 ODA의 특징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② ODA 평가제도 개선
네 번째 과제인 ‘ODA 평가제도 개선’에서 내세운 세부과제 중 주요 ODA 시행기관의 대규모 사업에 대한 자체평가를 강화하고, 평가소위[2]를 중심으로 한 통합평가를 내실화하여 중복 평가 해소 및 평가 사각지대 발생을 예방하겠다는 계획은 내용 자체로는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 그나마 새롭게 주목할 부분은 평가소위에서 지난 2010년 출범한 ‘국제개발협력 통합평가 시스템’을 분석해 개선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현재 외교부, 기재부를 제외한 타 부처의 경우 ODA 평가를 위한 예산이 별도로 확보되지 않거나 내부평가 중심으로이뤄지고, 평가 담당자가 없는 등 체계적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마련될 개선안에는 이러한 한계점들이 더욱 구체적으로 분석되어야 할 것이다.
③ 협업 및 정보공개 강화
한국 국제개발협력 추진체계는 유〮무상이 분리되어 있고, 각 부처 및 시행기관이 개별적으로 ODA를 시행하는 구조로 ‘분절화’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있다. 분절화를 완화하는 차원에서 매년 중복사업을 줄이고 유사사업을 조정하기 위해 관계기관 간 협의를 강화하고, 2017년에도 56개 사업을 통폐합하고 62개 사업을 연계했다고 밝혔지만 분절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분절화와 관련해서는 올해 있을 대선을 계기로 ODA를 전담하는 통합기구의 설치 주장이 다시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국제원조투명성기구(IATI)에 가입하고, 그 이행으로 EDCF 및 KOICA 사업의 원조정보를 처음 공개했다. 그러나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는 기관명, 사업명 등 사업에 대한 기초정보만을 파악할 수 있는 13개 필수항목 공개를 비판하면서 공개항목의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3] 또한, EDCF와 KOICA만이 아니라 대상기관을 넓혀가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 역시 2차 기본계획, ‘16년 시행계획을 통해 이미 공개범위 및 참여기관 확대 계획은 밝혔으나, 현재 투명성을 전담하는 별도 단위가 조직되어 있지 않아 현실적으로 얼마나 진전이 있을지 의문스럽다. 또 올해는 대국민 ODA 통계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ODA 통계 시스템을 개편하고 사업목적, 사업기간 등이 포함된 사업 세부내용을 공개할 계획이다. ODA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납세자인 시민들이 이러한 정보에 얼마나 쉽게 접근하고 파악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부분이므로 통계 시스템이 더욱더 정보 접근성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개편되기를 기대한다.
3. 함께하는 ODA
① 범국민 참여증진을 위한 홍보 강화
정부는 ODA 관련 국내외 주요행사나 EDCF 30주년 등의 시기를 활용하여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국민 홍보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KOICA와 EDCF의 청년인턴 제도, WFK 해외봉사단 등을 활용해 청년층의 ODA 참여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제는 인턴 제도를 통해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안정적이고 질 높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때이다. 불과 얼마 전에도 KOICA의 2017년 ODA 사업수행기관 청년인턴사업과 관련해 KOICA가 당초 약정서에 지원내용으로 명시한 인턴의 법정보험료와 국외 출장비 지원을 갑작스레 취소하겠다고 통보해 논란이 일었다.[4] KOICA는 예산 삭감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청년인턴 제도가 올해 처음 시작된 것도 아니거니와 이미 지난달 사업수행기관과 약정 체결이 끝나 KOICA가 책임을 마냥 회피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② 국제적 위상 제고
지난 2015년 전 세계가 합의한 SDGs 달성 노력에 동참하겠다는 것이 국제적 위상 제고의 첫 번째 세부과제이다. 시행계획에는 2017년 전체 ODA 중 약 72%(1조 8,985억원)가 SDGs와 관련된다고 명시하고 있다(표 3 참조). 비율 자체만 놓고 보면 ODA와 SDGs 이행이 잘 연계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ODA 사업을 SDGs 17개 목표에 맞춰 재분류한 결과일 뿐, 이 수치만으로는 한국 정부가 ODA를 통한 SDGs 이행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SDGs 제정 이후 한국이 목표별 우선순위를 정하고, 각 목표에 따라 ODA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비교우위 분야인 산업화, 빈곤퇴치, 보건, 교육, 물과 위생 5개 분야에 집중하겠다고 했는데(74.3% 차지), 이 5개 분야는 SDGs 이전에도 여전히 한국의 중점 분야였다. 단지 비교우위 분야라는 이유만으로 SDGs 이행의 우선순위가 된 것인지, 그렇다면 SDGs 이행전략의 일환인 ‘개발협력 구상’과는 어떤 관계인지 의문이 남는다.
<표 3> SDGs 목표별 ODA 사업 현황
*출처: ‘17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서는 국제사회의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난민 문제 해소 등을 위해 인도적 지원 예산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올해 예산도 작년 461억 원(2.4%)에서 900억(4.2%)으로 두 배 이상 대폭 증가했다. 정부는 2015년 3월 「인도적 지원 전략」을 발표해 중장기적으로 인도적 지원 총액을 OECD DAC 회원국 평균수준인 6%까지 증대하겠다고 밝혔고, 지난해 9월 「난민 정상회의」에서는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 향후 3년간 2억 3,000만 달러(약 269억 원) 이상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공약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인도적 지원 예산이 전년 대비 크게 확대된 점은 긍정적이나, 여전히 한국의 경제규모에 비해 인도적 지원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작년 제4회 시리아 인도적 지원 국제회의에서 각 국가들은 시리아에 대한 인도적 지원으로 100억 달러(약 11조 9,800억 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EU가 30억 유로로 가장 많았고, 독일 26억 달러, 영국 17억 4,000만 달러, 미국은 8억 9,0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한 데 반해 한국의 지원금액은 1,2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올해를 시작으로 향후 인도적 지원 예산의 지속적인 확대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OECD DAC 동료검토에 대해서는 올해 6월로 예정된 동료검토팀 방한에 따라 2015년 중기검토 당시 미진했던 부분을 개선하여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한국은 2010년 DAC 가입 이후 2012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 동료검토를 받게 된다. 동료검토는 DAC 회원국들이 내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개발협력 정책과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권고사항을 제시함으로써 실질적인 정책변화를 이끌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는데, 평가단은 △개발협력 기조, 정책 및 전략, △개발을 위한 정책일관성, △ODA 규모, 채널 및 배분, △ODA 관련 조직 및 관리 체계, △원조효과성과 성과, △인도적 지원의 총 6가지 주제로 검토한다. 정부는 지난 2012년 동료검토의 28개 권고사항에 대해 「동료검토 권고사항 활용계획(안)」을 마련했으나, 2015년 중기검토에서 발전대안 피다를 비롯한 시민사회는 분절화 극복을 위한 조정 메커니즘으로서 국개위의 제한적인 역할과 시민사회와의 파트너십 등 미흡한 이행현황을 지적했다. 2차 기본계획의 이행 초반 단계인 현시점에서 동료검토를 통해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한 단계 전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번 시행계획에 별도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작년 한 해 한국 개발협력 계를 뒤흔들었던 코리아 에이드도 빼놓을 수 없다. 코리아 에이드는 사업효과성 논란 및 비선 실세의 개입으로 시민사회의 많은 비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42억 원만 삭감되어 올해 6개국을 대상으로 101억 원 규모의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하지만 당초 기획 당시 구상했던 사업 모델이 완전히 깨진 상황에서 향후 코리아 에이드가 어떻게 진행될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시행계획안을 제대로 잘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올해는 새 지도자 선출로 향후 몇 년간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중요한 방향이 결정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권이 끝나고 새로운 리더십을 맞아 과연 한국 국제개발협력은 어디로 흘러가게 될 것인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기사 입력 일자: 2017-01-24
작성: 이유정 발전대안 피다 간사 / daralee0123@gmail.com
[1] OECD DAC의 ODA 통계 측정방식은 공여국 정부가 제공하는 양허적 차관에서 대출 시점의 모든 금액이 ODA로 기록되고, 이후 개발도상국 정부가 대출금액을 상환하게 되면 그 금액만큼을 감액하는 '순지출 방식'이었다. 그러나 양허적 차관의 인정 범위를 객관적으로 제시하고, 더 많은 양허적 성격의 지원을 하는 노력을 공정하게 측정하기 위해 DAC은 2014년 양허적 차관의 '증여등가액'만을 ODA로 인정하기로 변경한다. 즉, 양허적 차관을 대출해주었을 때 해당국의 소득 수준과 대출 당시 현금 흐름의 현재가치를 감안해 전체 차관 금액 중 실질적인 증여 부분과 등가한 부분만을 ODA로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 출처: 국제개발협력 입문편(KOICA ODA교육원 저, 2016
[2] 평가소위는 국제개발협력 사업에 대한 통합평가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산하에 설치한 위원회로 국제개발협력 관련 통합평가정책 수립, 국재개발협력 통합 정책/전략 및 국별 평가, 연간통합평가계획 수립 등을 담당한다. 국무조정실 국정운영실장을 위원장으로 관계부처 실무국장 및 민간위원 15인 이내로 구성된다.
[3] [논평] 실망스런 “아시아국가 최초”의 한국 ODA정보공개, 국제개발협력시민사회포럼(KoFID), 2016.08.12
[4] 청년인턴 울린 '코이카(KOICA)' 갑질논란…"일방적 지원취소?", 환경일보, 2017.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