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과 사람들[4호] 깨어있는 시민이 한다! 르완다 시민현장감시단 이야기③ 단원 4人 인터뷰

2018-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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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 시민이 한다! 르완다 시민현장감시단 이야기③

단원 4人 인터뷰


피움 4호에서는 지난해 여름 아프리카 르완다의 한국 국제개발협력 사업현장들을 돌아보고 온 발전대안 피다(당시 ODA Watch) 제2기(1기는 캄보디아) 시민현장감시단원들을 만나보았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과 배경을 지닌 시민들이 직접 보고 느낀 르완다 개발협력 사업 현장의 모습과 더불어 지난 10개월의 활동을 마무리하는 결과보고회와 결과보고서에 미처 다 담지 못한 참가자들의 생생한 소감들을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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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중인 감시단원들. 왼쪽부터 반시계방향으로 이재원 팀장, 최윤정(1기 감시단원), 손수미, 유영우, 이상혁(2기 단원) ⓒ 발전대안 피다


최윤정: 시민현장감시단 1기단원으로서 르완다 시민 현장 감시단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먼저 각자 소개를 부탁합니다.


김은파: 글로벌교육협력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원생이고, 작년에 논문을 쓰다가 10월경부터 서울대 글로벌사회공헌단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손수미: 저는 현재 잠신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윤리를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형편상 검사가 되려는 꿈을 접고 사범대학에 진학하게 되어 고민이 많았었는데 막상 발령을 받고 일하면서 교사란 직업이 학생들 개인의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교사를 하면서 점점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 같아요. 약 27년 동안 간 교사생활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상혁: 2015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열매 나눔 인터내셔널 소속 NGO 단원으로 르완다에서 활동했고 현재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에서 ODA Young Professional(YP)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초기에 인도적 지원팀에서 일하다가 지난 1월부터 평소 관심 분야였던 봉사사업팀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유영우: 현재 논골 신용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고 약 30년 동안 지역주민운동가로 활동해오고 있습니다. 지역주민들과 신용협동조합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최근에는 세미나, 포럼, 정책이나 연대 관련 활동 등을 통해 협동조합과 더불어 사회적 기업 활동에도 참여 중입니다.


이지영: 지난 2014년부터 발전대안 피다(당시 DOA Watch) 시민활동가로 NA팀(Networking&Advocacy)에서 기부문화와 관련해 활동해 왔습니다. 지금은 교육 전공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있어요.



최윤정: 르완다 시민현장감시단에 참여하게 된 동기는 무엇이었나요?


손수미: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일하는 여동생이 있는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저와 남편을 교육하곤 했어요. 처음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생사를 넘나들며 일하는 동생을 보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었는데 큰 사람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점차 감동을 하게 되었고 그만큼 깊은 관심도 가지게 되었죠. 그래서 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 글로벌 거버넌스 학과에 들어가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커리큘럼이 평소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던 분야이기도 하고 또 윤리 교사로서 고민했던 부분과도 연결되어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그러던 차에 대학원에서 피다의 한재광 대표님을 교수와 학생으로 만나면서 감시단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지영: 제 꿈은 더 많은 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뿐 아니라 국제개발협력의 전반에 대한 이해도 필요한데 현장 활동 경험이 부족한 저에게 감시단 활동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유영우: 시민감시단 1기를 통해 캄보디아에 다녀온 뒤 지역 차원의 다양한 운동들을 보고 싶었는데 마침 르완다의 주요 사업 부문이 농촌개발이어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국제개발협력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그동안 해왔던 활동이 국제개발과 맞물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죠. 다른 나라의 활동들을 보고 다시 한국에 돌아왔을 때 제가 해 왔던 그간의 활동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도 가질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이상혁: 예전에 1년 동안 르완다에서 NGO단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참여했던 파일럿 프로그램이 마무리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돌아와 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감시단이 돌아볼 현장이 르완다라는 사실에 가장 큰 매력을 느꼈고, 무엇보다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면 여러 사업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볼 기회가 될 것 같아서 지원했습니다.


김은파: 2010년 코이카 해외봉사 단원으로 이집트에 가게 되었는데 애초 한국어 교육 쪽으로 진로를 생각했던 것과 달리, 혁명 직후의 이집트에서 2년 동안 생활하면서 한 사회의 변화와 발전 에 대해 고민이 생겼어요. 그래서 귀국 후 글로벌교육협력을 전공하게 되었고, 2015년에는 우간다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했습니다. 우간다에 있으면서 옆 나라인 르완다를 가보지 못 해서 아쉬운 마음이 있었는데 이 참에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엔 시민으로서요.



최윤정: 르완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업이나 인상적인 부분을 말해주세요.


유영우: 농촌개발사업들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우리 농촌과 유사한 풍경과 정서를 느낄 수 있었고, 어려운 형편 가운데 있는 주민들이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 모습이 좋았지요


김은파: 인간의 전 생애에 걸친 학습에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서 각 사업에서 현지 주민들의 ‘배움’이라는 측면을 어떻게 고려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싶었는데 그런 고려는 많지 않았던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그렇지만 몇 군데서 마을 주민들을 위한 문해 교실을 열거나, 르완다의 사회 개발 강의(Social Development Lecture) 커리큘럼을 활용하는 예를 볼 수 있어 참 반가웠어요!


이상혁: 제게는 두 번째 방문이다 보니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살펴보았던 사업 중에 새마을 시범마을인 키가라마 마을 사업이 기억에 남습니다. 키가라마는 제가 봉사단원으로 있을 때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는데 이번에 방문해보니 사업이 종료된 상태였어요. 그 당시에는 바자도 활발히 열리고 해서 얼마나 더 잘되고 있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 갔는데 단원들이 떠난 뒤 사업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 점을 확인하게 되어 안타까웠습니다.


손수미: 빈곤 포르노 모니터링을 위해서 주민간담회를 열기로 되어 있었는데 생각보다 이동 시간이 오래 걸려서 주민들이 긴 시간 동안 우리를 기다려야 하는 죄송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도착했을 때 (손님을 맞이하는 그곳의 풍습대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환영해 주던 주민들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비록 가난하지만, 삶에 찌들어 있다거나 피곤해 보이지 않았고, 근심이나 걱정에 잠긴 표정 또한 찾을 수 없어서 놀랐습니다. 가난하다고 다 불행한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지영: 사후평가로 진행된 농림축산식품부의 사업이 기억에 남습니다. 지속 가능하지 않은 사업의 결과를 눈앞에서 확인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었어요. 한편 문해 교육을 받고 글과 숫자를 알게 되어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다던 한 아주머니의 행복했던 표정도 떠오릅니다.



최윤정: 르완다 개발 현장을 돌아보면서 한국의 국제개발협력에서 개선할 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유영우: 마치 ‘우리가 무언가를 해 준다’는 식의 관점보다는 현지 주민들의 실질적인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업이 끝난 이후에도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좀 더 치밀하게 사업이 기획되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김은파: 사실 지금처럼 프로젝트 단위로 개발협력이 이루어지는 상황의 어쩔 수 없는 한계들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분명한 목적을 두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세부 목표를 세워 실천하는 것이 논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한 마을과 사회가 ‘발전’했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큰돈이 투입되는 ODA에서는 그런 논리성이 중요하겠지만, 결국 장기적으로는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결정들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수많은 현지 주민들의 삶을 좌우하는 사업이니만큼 전 기간 그 과정을 총괄하고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현장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상혁: 사업의 시행보다 시작 단계에서의 사전 조사가 중요하다고 느꼈고, 실패했을 경우 책임 소재가 분명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인도주의적 관점의 원조도 중요하지만, 현지 주민들도 나름대로 기준과 철학에 따라 공동체를 이루어 잘 살고 있는데 좀 더 부유하다는 이유만으로 가난하니까 당신들은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태도로 접근하는 것도 문제이지 않을까요? 소득증대가 곧 삶의 질을 향상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손수미: 좀 더 전문적인 인력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코이카의 인적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지영: 사업이 시행될 국가를 파트너로 생각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함께 정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어려운 일일 테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ODA 사업이 여전히 음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게 아쉽네요. 글로 쓴 보고서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좀 더 많은 사람의 관심을 환기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최윤정: 먼 곳 르완다까지 가서 현장과 주민들을 돌아보고 난 뒤 개인의 삶이나 생각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이상혁: 그동안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은 거로, 당연하지 않은 걸 당연히 여기며 살아온 것 같습니다. 내가 내는 세금이 쓰이는 곳이니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했는데 전혀 관심이 없었고, 소득증대가 곧 삶의 질을 향상한다는 당연하지 않은 사실을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민감시단 활동은 시민으로서 생각해봐야 할 부분들을 하나씩 짚어보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국제개발협력 분야는 따뜻한 마음과 열정만으로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역량도 중요하겠구나! 하는 경각심도 갖게 되었고요.


손수미: 저는 아프리카 사람들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 등 왜곡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어요. 아프리카 사람들을 우리와 동등한 인간으로 자연스럽게 대하는 게 어려웠고 검은 피부도 유독 크게 느껴졌죠. 그러나 막상 르완다에 가서 직접 보고 경험한 이후로 그런 개인적인 편견들이 다 없어졌습니다. 서구 중심, 백인 중심의 사고가 에게 편협한 시각을 갖게 했구나 느꼈고 더 주의해야겠다고도 생각했어요,


유영우: 국제개발협력을 포함한 모든 일이 사람을 중심으로 두고 기획하고, 준비하고, 운영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 것 같습니다. 나 역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존중하며 활동하고 있나 성찰해보는 시간이 되었죠.


이지영: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 때 그것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다양하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평소에도 중요하게 생각해왔던 것이지만 한 가지 사실 (혹은 사건)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렇게 생각해봤을 때 바람직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더욱 고민하게 됩니다.


김은파: 이전에도 현장에 있었던 적이 있지만 그때는 현장의 실무자로서 사업을 굴리는 데 급급했다면, 이번에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잘 보지 못하거나 놓치고 있는 부분을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전체적으로 한국의 개발협력이 좀 더 성숙하기 위해서는 서로 대화하고, 진솔하게 경험들을 나눌 수 있는 장이 마련되면 좋겠어요.



최윤정: 시민이라는 사실을 잊고 사는 우리에게 시민으로서의 나를 돌아보게 되는 귀중한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시민으로서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가요? 참고로 저는 캄보디아 시민현장감시단 이후 피다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은파: 물론 제가 시민인 건 맞지만, 개발협력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가 있다는 점에서 순수한 시민은 아닐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개발협력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들과 이런 내용을 나눌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어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쉽게, 그렇지만 너무 단순하지는 않게 개발협력을 이해하고, 발전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초대할 지가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입니다.


손수미: 명예퇴직을 하고 난 뒤 남편과 함께 해외 국가에 장기 체류하면서 남편은 영상을, 저는 글을 써서 기금 마련 등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번 감시단을 다녀오고 난 뒤, 국제개발협력 사업으로 지원되었거나 설립한 학교 등을 직접 찾아가 보고 잘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프로젝트를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또, 저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피다를 홍보하고 기금을 마련하는 일도 기획해 볼 생각입니다.


이상혁: 앞으로 제가 일하고 싶은 단체를 찾고, 그곳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뒤 현장에서 활동하려고 합니다. ‘역량을 키우자! 꿈과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단체를 찾고 그곳에서 일하는 실무자가 되자!’ 가 제 목표입니다.


유영우: 피다가 더욱 깊숙이 시민들 속으로 들어가서 알려지고 참여를 끌어내는 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 중입니다. 청년은 물론이고 저와 같은 시니어층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활동도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시민의 세금이 재원으로 쓰이는 해외 개발협력 현장을 시민이 직접 방문하여 그들의 관점과 목소리로 평가해보는 시민현장감시단, 그 두 번째 방문지인 르완다에서 시민들은 사업보다는 사람이, 실행보다는 계획이, 속도보다는 지속성이 중요함을 발견하고 돌아온 것 같다. 전 세계 각지의 한국 개발협력 사업이 현지 주민의 삶을 우선에 두고, 필요에 맞게 잘 준비되어 오랜 기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시민현장감시단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기사 입력 일자: 2017-02-28


기록: 이재원 발전대안 피다 팀장 / tony5jw@naver.com

정리 및 작성: 최윤정 피움 편집위원 / ayc9003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