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과 사람들[포스트코로나 특집 (4)] 엄소희 회원 인터뷰"예전만큼 현장에 직접 가서 뭘 해야 할 필요가 없어요"

2022-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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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지 2년째. 전대미문의 위기를 겪으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두가 혼란스러웠던 지난 해, 피다는 재난 속에서도 대안을 찾고 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고민을 이어가며 분투한 국제개발협력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한 자리들을 마련했었다. 상반기에는 피움 지면을 통해 <멈춘 시간 속에서 알게 된 것들 – 한 국제개발협력 활동가의 기록> 시리즈를 연재했고, 하반기에는 온라인 토크콘서트 <코로나19 재난 속,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다>를 열었다. 그로부터도 1년이 또 지난 지금, 개발협력 시민사회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작년에 이야기를 나눠 주었던 활동가들을 한 명씩 다시 만나 보기로 했다.




포스트코로나 특집 (4)

"예전만큼 현장에 직접 가서 뭘 해야 할 필요가 없어요"

- 발전대안 피다 엄소희 회원(키자미테이블 대표) 인터뷰


📌 관련 기사 _ [피움 24호] 코로나19 재난, 각자의 꽃을 살피는 시간으로 - 한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활동가의 기록 : 세 번째 이야기 (2020.6.) (링크)


2020년 연재한 '한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활동가의 기록' 시리즈의 세 번째 주인공이었던 엄소희 회원(키자미테이블 대표)을 다시 만났다. 르완다 출장에서 돌아와 자가격리에 돌입한 지 딱 열흘째 되던 날. 격리 해제 이후의 바쁜 일정이 재개되기 직전 마지막 여유 시간을 피움의 구독자들과 만나기 위해 내어 준 그는 공여국으로서 한국의 개발협력 활동가들의 역할이 새롭게 정립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르완다에서 활동하는 소셜벤처를 운영하며 최근에는 현지 법인 독립을 이루어 낸 그가 말하는 '코로나19 속 현지화' 이야기를 소개한다.


※ 키자미테이블은 개발도상국 청년들이 자신의 지역 공동체 내에서 직업을 갖고

경제적·사회적 자립을 이룰 수 있도록 활동하는 소셜벤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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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피움 구독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려요.

반갑습니다! 저는 키자미테이블이라는 소셜벤처를 운영하고 있는 엄소희라고 합니다. 피다의 후원회원이고요. 원래는 국제개발협력 분야 비영리기관에서 일을 하다가 현지에 대한 궁금증과 국제개발협력에 관한 일의 본체를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으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NGO 봉사단과 KOICA 봉사단으로 아프리카의 몇몇 나라들에서 활동을 했었어요. 국내에 돌아와서 다시 국제개발협력 분야 기관에서 일을 하다가 2017년도에 사회적 기업가 육성 사업으로 키자미테이블을 창업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르완다에서 레스토랑과 식품 가공업을 하고 있고요, 국내에서는 관련 교육이나 컨설팅 같은 일을 함께 병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인터뷰를 통해 피움 구독자분들과 만나셨던 게 벌써 재작년이에요. 당시 인터뷰 기사에서 “지금의 코로나 시기는 잠시 우리가 각자의 온실에 들어와 있는 상황 같다”고 말씀해 주셨었는데요. 지난 1년 반 동안 대표님의 온실은 어땠나요?

지금은 살짝 살짝 온실의 문이 열리는 시기죠. 그 사이 저는 온실의 문을 열고 왔다 갔다 했습니다. 당시 인터뷰 때는 모든 비행기 항로가 막혀 있었어요. 르완다에 접근할 수 있는 루트가 없는 상황이라 비대면으로 소통하고 관리했습니다. 2020년 8월 정도에 비행기 이동이 다시 재개돼서 2020년 11월에 잠깐 르완다에 가서 모니터링도 하고 저희 현지 직원들과 같이 지내다 왔고요. 작년에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 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여전히 코로나라는 상황에서 사람들 간의 접촉이 예전만큼 원활하지 않다 보니 방문을 많이 줄이고 현지에서도 대면과 비대면이 혼합된 형태로 활동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0년 당시에는 몇 달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을 했던 상황이 지금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가 경험하고 있잖아요. 이건 일시적인 게 아니라 ‘위드코로나, 함께 가는 상황이다’라고 받아들이고 사업 전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현지에 있는 키자미테이블 구성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주변 상황들을 살피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하는 과정을 지난 2년 동안 해 왔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비즈니스적인 차원에서 현지 매장에서 만들 수 있는 돌파구, 예를 들면 매장에 손님이 오지 못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방법들도 구상했고요. 

저는 키자미테이블이 르완다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사업만으로 끝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더 많은 청년들이 자기 지역 안에서 일자리를 만들 수 있게 해 보자는 구상으로 사업을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이 코로나 상황 안에서 그 구상을 또 어떤 다른 방식으로 실행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생각들을 구체화시키는 시간이었습니다.


키자미테이블 직원회의 모습 (사진 제공: 키자미테이블)


르완다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면, 다른 곳에서도 해당 지역 실정에 맞는 다른 아이템을 통해 새로운 모델을 구축해 보실 계획도 있으신가요?

그럼요. 기본적으로 저는 청년들이 자기 지역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자립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이건 한국이나 외국이나 다 비슷한 상황인 것 같아요. 농촌에 있지 못하고 도시로 떠나야 하고 일자리가 없어서 다른 나라로 가야 하는 이주 기반의 일자리가 아니라, 자기 지역 안에서 할 수 있는 걸 찾자는 거죠. 지역 내 일자리가 한정적이라면 새로운 환경이나 기술, 정보들을 접목하고요. 

르완다에서는 ‘현지식(食)’을 통해 접근을 한 거였어요. 현지식과 관련해 산업이 세분화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외식업에 대한 인식을 활용해 아이템을 개발하면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지금의 매장 사업을 세팅했고요. 현재 르완다 키자미테이블의 구성원들은 (자기 지역 내에서 일을 만들자는) 그 부분에 대해 내재화가 많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새로운 메뉴도 개발하고요. 식품 가공업 쪽으로도 접근해서 이제는 매장에서만 음식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의 재료로 제품을 만들어내는 데까지도 비즈니스가 확장되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른 지역이나 다른 나라에 사업을 적용할 때에도 완전히 분야를 바꾸진 않을 거예요. 이를테면 갑자기 IT회사나 디자인 회사가 되진 않겠죠. 기본적으로 그 땅에서 나는 것을 활용해 청년들이 새롭게 적용해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해 시장 조사를 진행 중이고, 아마 올해 안에는 키자미테이블의 확장형 모델이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해외 파견도 재개되었지만 아무래도 예전에 비해서는 현지에 가지 못하는 활동가들도 많고, 현지에서도 철수하고 들어오는 경우가 특히 초기에 많았는데요. 상대적으로 자주 현지에 다녀오신 입장에서, 현지에서 하신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일단 현지 출장은 제가 현지에서 뭔가를 한다는 것보다는 사실 현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에 더 많은 기능적인 목적이 있다고 봐요. 아무래도 비대면으로 일하면 소통한 부분이 어떻게 실현되는지 잘 모르니까요. 저한테는 현지의 환경 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보고 듣고 체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현지에서 할 수 있는 건 그렇게 많지 않아요. 특히 이런 코로나 상황에서는 사회가 대응하고 사람들이 적응하는 것이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그 상황을 알지 못하는 제가 뭔가를 하기보다는 현지에서 잘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맡겨야 돼요. 그런 상황에서 저는 제가 다시 한국에 가서 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한국에 돌아와서 그 상황에 맞는 세팅을 하는 거죠. 예전만큼 현장에 직접 가서 뭘 해야 할 필요가 더 이상 없다는 생각을 오히려 굳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위기를 계기로 국제개발협력에서 늘 강조하는 현지 중심성, 현지화를 강제로 빨리 이루어 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모두가 마주했어요. 그런 상황에서 ‘오히려 잘 하더라’, ‘오히려 우리가 없는 게 더 낫더라’는 이야기를 해 주시는 분들이 제법 있었는데요. 성공적으로 현지 법인 독립까지도 이루신 입장에서, 현지 주도성, 독립성, 현지화 등을 위해 한국의 개발협력 활동가들에게 어떤 말씀을 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이제는 역할을 새롭게 정립하는 게 필요하다고 봐요. 지금까지는 우리가 프로젝트 매니저나 코디네이터로 현장에서 실무자로서 세세한 부분까지 다 컨트롤하는 방식이 보편적이었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파트너십의 의미가 바뀌어야 하는 거죠. 파견을 통해 뭔가를 이식을 하는 방식이 아니라 소통을 통해 수요를 바탕으로 하는 지원∙협력 관계를 통한 파트너십이 많이 현실화돼야 하는 시점인 것 같고, 마음가짐이 달라져야 될 것 같아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현재 상황이 이러니 이렇게 하자’라는 우리 쪽의 제안은 현지에서 실현될 가능성이 많지 않아요. 이렇게 상황이 빠르게 변할 때는 현지에 주도권을 주고 그 안에서 제안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물론 이런 방식에 대한 리스크도 많이 이야기하시죠. 하지만 현지에서 주도성을 갖고 결정을 내리거나 실행했던 경험이 많지 않았을 때에는 그에 대한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을 텐데, 해결 방법은 무엇일까 하는 것도 과정이라고 봐요. 어느 정도의 리스크 관리는 소통과 리포트의 방식으로 보완을 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신규 사업을 구상하면서도 직접 가서 만드는 부분들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거든요. 현지의 수요와 현지의 역량을 기준으로 만들되, 협의나 실질적인 확인 정도를 위한 최소한의 방문과 대면이 필요할 것 같아요.


앞으로 국가간 이동이 다시 원활해져도 지금처럼 한국인들의 직접적인 개입은 최소한으로 하는 방향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요?

저는 그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여전히 대면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보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죠. 확실히 비대면 소통은 대면에 비해서 좀 더 긴 시간을 요구하고 아무래도 소통의 오류도 많이 발생하니까요. 그렇지만 그런 시간을 더 들인다고 하더라도 직접적인 이동으로 인한 비용 소모와 탄소 배출량 등을 고려하면 저는 충분히 대치가 가능하다고 보는 편이에요. 앞으로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을 전환해 주십사 하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다닐 것 같아요.


키자미테이블 매장 운영 모습 (사진 제공: 키자미테이블)


지난 1년 반 동안 국내에서도 여러가지 새로운 활동들을 시도해 오셨죠. 쿠킹클래스나 팝업스토어, 또 다른 개발도상국 기반 소셜벤처인 코너스톤과의 콜라보 활동 등을 하셨는데요. 국내 활동을 진행하시면서 새롭게 발견한 가능성이나 관련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한쪽에서 현지화에 집중을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현지 활동에 대해 전달하는 구조도 같이 강화되어야 양쪽의 밸런스가 맞춰진다고 생각해요. 현지에서는 현지화에 계속 집중하고, 한국에서는 비대면 상황에서 우리의 연결성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잘 표현해내는 다양한 활동이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 같아서 저도 여러 계획들을 고민해 보고 있습니다. 국가간 이동이 어려운 상황이니까 국제개발협력에 대해 오히려 관심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국의 청소년부터 일반인까지 비대면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주제의 국제개발협력 관련 교육 활동을 만들어 보려고도 하고 있는데요. 아직 구체화된 건 아니지만 코너스톤과 함께 교육 활동에 대한 계획을 만들어 보고 있어요. 세계시민교육에 현장 이야기를 담아 코너스톤이 활동하고 있는 필리핀 농촌 사회의 내부적인 빈곤이나 먹거리, 건강 문제 등을 다루고, 키자미테이블은 개발도상국 사회 내에서도 도시 빈민, 청년 일자리 문제 등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다뤄 보려고 합니다. 


지난 2년간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깨달은 것이 있다면 우리가 언제 어떤 예상하지 못할 일로 국경이 또 닫히는 위기를 겪을지 모른다는 것인데요. 개발협력을 하는 입장에서 이러한 예측불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일단 관심이 있다면 직접 가서 보는 것 말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현지의 정보를 모으고 또 공부하고,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기회가 되었을 때 같이 소통하고 그 안에서 배우는 것이 반복되는 과정이 이루어지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직접 가지 못하기 때문에 더 공부를 많이 하거든요. 기사도 훨씬 많이 찾아보고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다른 방식으로 시도하고 있어요. 그런 정보들을 통해 나의 인지와 태도를 형성하는 노력을 해야 비대면 상황에서 좀 더 수월한 소통이 될 것 같아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비대면 소통은 대면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잖아요. 그 시간에는 배경 지식을 만드는 과정도 다 포함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차원에서 저는 오히려 길이 열려 있다고 생각을 해요. 전에는 유학이나 현장 파견 활동들이 필수적인 시기가 있었는데, 오히려 지금은 어차피 모두가 다 못 가서 해외 경험, 경력이 없이 시작을 하는 때이니까요. 그렇다면 비대면 사회에서 어떻게 어떤 정보를 모으고 있는가에서 차별성이 나온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실무자들에게도 이 역량이 더 중요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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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행: 김향지 

발전대안 피다 애드보커시팀장


정리: 피움 기자단 2기

윤세리 (serizetheda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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