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들[8호] 미국·중국발 '탄소 전쟁', 그리고 우리의 길- 책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

2018-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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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발 '탄소 전쟁', 그리고 우리의 길
책『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
(유엔 환경노벨상
[1] 수상자가 들려주는 기후위기 시대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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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 표지 ⓒ시우 출판사


지난 6월 1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트럼프의 탈퇴 선언은 “미국이 빠진 기후협정이 실효성이 있겠는가?”라는 회의론을 불러일으켰다. 동시에 그동안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파리기후협정에 대한 관심도 촉발했다. 미국은 지난 160년간 3,613억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지구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한 나라라는 뜻이다. 현재 기후위기로 지구 생명의 30%가 멸종했다. 인류도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런데 트럼프는 과학자들이 밝혀낸 기후위기를 부정하고, 그 동안 만들어진 각종 기후변화협정을 중국이 만들어낸 사기(hoax)라고 주장하면서 파리협정에서 탈퇴를 선언했다. 기후위기에 가장 책임이 큰 나라의 대통령 트럼프는 인류와 생명의 운명을 놓고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트럼프의 파리기후협정 탈퇴 선언에 앞서 기후변화를 부정해온 32명의 공화당 상원의원과 헤리티지 재단 등이 트럼프에게 공개서한을 발송하여 파리협정 탈퇴를 촉구했다. 이로 인해 미국이 파리협정에서 이탈하는 것이 미국의 일반적인 견해처럼 비춰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 분위기는 며칠 뒤 반전되기 시작했다. 6월 5일,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인 구글,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모터스 등 905개의 기업과 125개 도시의 시장들, 워싱턴과 뉴욕, 캘리포니아, 하와이 등 9개주들은 파리기후협정 준수를 결의하는 캠페인인 미국의 약속(America`s Pledge)에 참여를 선언했다. 이들은 트럼프 선언에 대한 반발을 넘어 자체적으로 협정이행의 효과를 만들어 내겠다고 약속했다. 심지어 화석연료 기업인 엑손 모빌도 잔류를 요구했다. 파리기후협정을 주도한 중국은 계속 이행하겠다고 선언했고, 유럽연합도 가세했다. 사실 트럼프와 그 동료들은 미국만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모양새다.

갑자기 왜들 이렇게 적극적일까? 사실 미국과 중국은 파리협정 이전의 유엔기후총회에서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기후협정 제정을 방해한 주역이었다. 그런데 이런 미국과 중국이 2015년 파리기후협정 제정을 주도했다. 이상하지 않은가? 미국, 중국의 대자본이 이제 지구가 더워지는 것을 걱정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갑자기 착해지기라도 한 것일까? 나는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에서 이들의 태도 변화를 심층적으로 정리했다.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지구적 규모의 ‘탄소전쟁’으로 말이다. 지금 기후변화로 촉발된 ‘탄소전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2016년 11월, 북아프리카의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제22차 유엔기후변화총회의 주인공은 중국과 미국이었다. ‘거대한 전환’을 논의하는 현장에서 나는 일주일 동안 많은 나라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과 만났다. 그들이 쏟아내는 메시지를 직접 접했다. 이들과 만나면서 지구촌은 저탄소 경제체제를 향한 소용돌이에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 세찬 물결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중국, 청정에너지를 통한 남남협력을 구현한다

“중국은 개발도상국 형제들과 함께 남남협력(South-South cooperation)을 이끌어 가겠습니다. 개발도상국들과 함께 기후변화 대응, 청정에너지 전환, 이를 위한 역량개발을 할 것입니다. 우리 중국이 볼 때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개도국은 인구가 많고 큰 나라들이기 때문에 지원보다 협력이 중요합니다. 중국이 금융을 활용해서 브라질이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필요한 재원 중 70%를 제공할 것이고, 브라질은 30%만 만들면 됩니다. 그러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중국 국가개발과 개혁위원회 대표의 위 발언에 대해 브라질 대표는 즉각 중국이 남남협력의 지도국가라고 대답했다. 지구상에서 달러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중국은 개발도상국들과 함께 만들어 갈 남남협력의 지도국가임을 숨기지 않았다. 아울러 중국은 이미 다른 나라들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태양광과 풍력 발전 등 청정에너지에 투자했고 가격을 낮추어 왔다. 2020년까지 중국은 석탄을 매년 8억 톤씩 줄이기 위해 청정에너지에 2조 5천억 위안(45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이런 속도로 가면 2020년에는 태양광 가격이 석탄 가격보다 더 싸질 것이다. 달러와 청정에너지로 무장한 중국은 기후변화총회가 진행된 이주일 내내 일관되게 남남협력이라는 신 지구화 전략을 드러냈다. 이것이 중국 전략의 거대한 변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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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로코 협정에서 발표하는 미국 대표(왼쪽)와 중국 대표(오른쪽) ⓒ푸른아시아


미국, ‘저탄소 상품이 아니면 탄소세를 내라’

지난해 11월 7일 미국 대통령으로 트럼프가 당선되자, 미국의 전략과 미래가 불확실해진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모로코에서 기자가 물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후퇴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갖고 있는 의문을 잘 드러낸 질문이다. 미국 대표들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어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습니다. 1,000여 개의 미국 기업들은 청정에너지를 오래전부터 개발했습니다. 이 기업들의 요구는 탄소에 가격을 부과하자는 것입니다. 트럼프 정부가 정파적인 이해로 이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와 있습니다. 미국 기업들은 정부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상품에 대해 온실가스가 얼마나 투여되는지 검증하고 온실가스를 줄일 것을 요구할 것입니다. 그 상품들이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탄소세를 물릴 겁니다. 이것을 실행하는 것은 연방 정부가 아니라 주 정부입니다. 민주당이 주지사로 있는 주 정부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이미 공화당이 잡고 있는 주 정부들도 기후변화에 많이 투자 했습니다. 미국은 이미 기술과 표준, 태양광, 풍력 발전, 청정에너지 전환, 에너지 저장장치, 그린 빌딩, 선박 등등에서 이미 온실가스를 줄이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것을 포기하는 순간 미국은 손해를 볼 것입니다.”

미국 기업들은 온실가스를 반영한 새로운 무역협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공짜 탄소는 없다‘”며 공세를 펴고 있다. 예를 들면 글로벌 대기업인 구글(Google)은 2020년까지 사용하는 에너지의 100%를 화석연료가 아닌 청정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애플, 페이스북과 테슬라 등 대규모 기업들과 각종 전기자동차 회사들도 앞 다투어 청정에너지에 투자한다. 이들이 선하고 지구의 미래를 걱정해서 그럴까? 아니다. 이들은 이미 원자력 발전단가보다 태양광 단가가 낮아지는 시대에 무엇을 해야 할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주도하여 청정에너지 시대를 만들고 여기서 경쟁해 세계의 일인자가 되고, 새로운 무역협정을 이끌어 가겠다는 것이다. 신 무역협정은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 3장에서 자세히 알 수 있다.
 

탄소 전쟁의 피해자들: 지구촌 주민 80%의 길

그런데 모로코에서 만난 사람들을 생각할 때마다 하나의 의문이 든다. “한국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지?”라는 의문이다. 한국기업을 대표하는 상공회의소 등은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 일본 등이 만들어 가는 전환에 대해 답답할 정도로 구태의연한 고탄소 패러다임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의 정치권은 미세먼지 대책 이외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사실 미세먼지의 본질이 온실가스인데 말이다. 정부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과거대로 연명하면 된다는 것이 한국 산업계의 태도이다. 한국 기업의 요구에 굴복해서 연명하는 것은 포기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당장 전환의 길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도 길을 잃을 것이다. 물론 기업은 피해를 보겠지만, 가장 큰 피해자들은 임금 노동자들과 가족들, 농민, 어민, 축산업을 하는 분들이다. 준비하지 않은 정부, 기업들, 노동자, 그 가족들, 농민, 어민들을 위기에 몰아넣을 것이다. 심각한 대규모 구조조정들이 일어나면서 수많은 노동자와 가족들은 운명의 기로에 설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노동조합들은 임금인상과 일자리를 넘어 기후위기를 수용해야 한다. 강대국들의 전략은 철저히 상업성에 근거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태양광, 풍력, 전기 자동차, 에너지 저장장치에 지급할 능력이 안 되는 지구촌 80% 이상의 사람들은 여기서 철저히 소외된다. 그래서 80% 시민들은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과연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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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몽골에 닥친 기후변화로 사막화된 바양노르 지역의 모습(왼쪽)과 2014년 푸른아시아가 피해 주민들과 함께 생태 복원한 바양노르 지역의 모습(오른쪽) ⓒ푸른아시아



자본의 뿌리에서 공동체의 뿌리로

우리는 마을, 학교, 아파트, 지역 사회, 직장 등 공동체에서 시작하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공동체야 말로 자본이 만들어온 기후변화의 피해자들인 시민들과 주민들이 선택할 뿌리이다. 자본의 뿌리에서 공동체의 뿌리로 이동하는 것, 거기서 대안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기후위기의 현장, 마을에서 생태를 복원하고, 피해주민들이 자립하는 모델은 이미 만들어지고 있다. 푸른아시아가 몽골에서 지난 18년간 만들어 온 모델이 그것이다. 처음 푸른아시아가 사막화 방지를 위해 몽골에서 2000년부터 2002년까지 3년간 진행한 나무 심기 사업은 100% 실패했다. 주민참여가 없는 나무 심기만 했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 2006년까지는 주민공동체의 참여를 중시하여 환경 난민, 즉 실업자가 된 주민들에게 월급을 주고 나무 심는 일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이 주민들은 나무를 95%까지 살렸지만 임노동자였고 주인은 아니었다. 즉 지속성의 보장이 없는 일이었다. 기후변화로 피해를 당한 지역에서 양과 염소, 가축을 모두 잃은 주민들은 그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다. 산업국가가 내 뿜은 온실가스의 피해자들이기도 한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기후변화 피해자인 이 주민들이 자립의 주인이 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려면 나무 심기와 일자리를 넘어선 대책이 필요했다. 2007년부터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면서 조림지와 경작지를 주민조직이 소유하는 자립형 모델로 전환했다. 그 뒤 10년간 여러 우여곡절과 시행착오를 1겪었다. 그런데 그 경험은 주민들이 스스로 한 것이고, 주민 공동체에 고스란히 남았다. 푸른아시아도 주민들을 교육하고, 컨설팅하고, 필요한 지원을 하면서 주민들의 변화와 공동체 원리를 배우게 된다. 즉 참여와 의사결정, 그리고 소유의 주체로서 주민 공동체 모델이 만들어진 것이다. 유엔 사막화방지협약은 몽골의 이 모델에 ‘생명의 토지상’ 최고상을 수여하여 기후변화와 사막화로 고통받는 나라에 성공모델로 권하고 있다.

이런 공동체 모델은 중요하다. 한국, 몽골, 미얀마, 중앙아시아 국가들, 인도네시아, 북한, 서아시아 등 40억 명이 살아가고 있는 아시아의 대다수 지역이 기후위기로 고통을 받고 있다. 사실 대자본이 만든 기후변화의 피해자들이다. 우리는 이런 공동체를 통해 아시아의 협력 구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에서 소개하듯, 아시아의 지역과 주민들이 협력하여 ‘테라시아(Terrasia)’를 준비할 수 있다고 본다. 테라시아는 땅을 뜻하는 Terra와 아시아를 결합한 것으로 아시아의 땅을 살리는 운동이다. 2007년 이후 푸른아시아는 국제사회에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협력적 대안으로 테라시아를 제안했다. 테라시아의 목표는 기후위기에 책임이 있는 산업국과 기후위기로 고통 받는 아시아의 정부, 국제기구, NGO, 사회적 기업, 국제개발은행, 지방정부, 시민들이 협력해서 기후변화, 사막화 등을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대안과 정책, 아이디어. 자원과 사람을 공유하는 데 있다. 테라시아의 제안에 대해 이미 유엔, 기후변화 피해국, 세계은행, NGO들, 종교계 등으로부터 대안의 플랫폼으로 지지를 받고 있다.

전환기이다. 이제 기후변화 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핵심들을 찾아 실천해야 할 때이다.



기사 입력 일자: 2017-06-30

작성: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 / ogc223@hanmail.net



[1] 유엔 사막화방지협약(UNCCD)은 현재 기후변화와 사막화, 건조화, 토지퇴화로 110개 나라, 21억 명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본다. 그래서 해결을 촉진하고 성공 모델 발굴을 위해 2011년 ‘생명의 토지상’을 제정했다. 정부, 유엔기구, NGO, 개인이 그 대상이다. UNCCD는 2014년 6월 17일 푸른아시아가 몽골에서 15년간 실행한 사막화 방지모델에 최고상을 주기로 하고, 110개 피해국에 기후변화지역의 지속 가능한 토지관리모델로 권하고 있다, 필자가 푸른아시아를 대표해서 2015년 6월 17일 ‘세계사막화방지의날’에 이 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