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지기 사진가 하동훈의 시선>
'누가 누구에게'
▲ 누가 누구에게 ©하동훈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 때문인지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더욱 바쁜 아침.
간혹 빗물에 미끄러지는 운동화 소리만 들리는 긴 통로. 옆에 누가 지나고 있는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한 곳으로만 정신이 팔린 사람들이 계속 쏟아져 들어온다. 멀리 보이는 파란색 빗물받이통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갈라진다. 발소리들로만 가득하던 통로에서 거칠어진 숨소리가 마스크를 뚫고 나왔다.
“감사합니다아”
다들 앞만 쳐다보며 걷고 있어서 누구에게 이야기하는지 알 수 없었다.
몇 발자국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같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우산 좀 털어주세요~ 감사합니다~”
이미 젖은 물걸레로 정신없이 바닥에 빗물을 훔치고 있는 아주머니 한 분.
사람들은 서로 먼저 개찰구에 닿으려는 듯 팔을 앞뒤로 흔들며 빠르게 걸었고, 그 손에 들려있는 우산 끝에 맺힌 빗물은 야속하게도 여기저기로 흩어진다.
근처에 정차하는 마을버스는 배차 간격도 없어진 것인지, 흥건히 젖은 물걸레를 짤 시간은 너무도 짧다. 잠깐 훔쳐내지 못한 곳에서 삐빅 소리가 들리면,
“미끄럽습니다, 조심하세요~ 우산 좀 털어주세요~ 감사합니다~”
몇 번이나 오가셨을까… 승객 한 무리가 또 쏟아져 오자 아주머니는 친절하면서도 힘찬 목소리로,
“미끄럽습니다, 조심하세요~ 우산 좀 털어주세요~ 감사합니다~”
분명 반복해서 하시는 말인데, 지루함이나 귀찮음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정신없이 지나가는 사람들 틈에서 한 여학생이 다소곳이 인사를 건넨다.
“아침부터 수고가 많으시네요… 감사합니다.”
“아이고… 말씀 감사해요. 출근길 조심히 잘 다녀오세요.”
이제 출근한 지 일 년이 되셨다는 아주머니는 지나시는 분들이 간혹 다치시는 경우가 있었다며, 비 오고 눈 오는 날이면 원래 출근 시간보다 두어 시간 일찍 나오신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안전하게 다니도록 하면 그뿐이라고 낮추어 말씀하신다.
나는 혹여라도 걸리적거릴까 오래 있지 못하고 인사를 드린다. 잠깐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사이 한숨을 돌리셨는지 밝아진 미소로 또 보자며 손을 흔들어주신다.
자신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이지만, 통에 우산을 털어주는 사람들이 그냥 고맙게 느껴진다고 하시던 아주머니의 말씀이 묵직하게 들려왔다.
감사함을 받아야 할 사람이 오히려 감사하다고 외치던 그 아침의 풍경.
잠깐 이야기를 나누며 마주했던 아주머니의 충혈된 두 눈이 아직도 선하다.
기사 입력 일자 : 2020-11-16
사진&글 : 하동훈 ‘사진하는 공감아이’ 사진치유자, 곁지기 사진가
/donghoon.ha.michael@gmail.com
<곁지기 사진가 하동훈의 시선>
'누가 누구에게'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 때문인지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더욱 바쁜 아침.
간혹 빗물에 미끄러지는 운동화 소리만 들리는 긴 통로. 옆에 누가 지나고 있는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한 곳으로만 정신이 팔린 사람들이 계속 쏟아져 들어온다. 멀리 보이는 파란색 빗물받이통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갈라진다. 발소리들로만 가득하던 통로에서 거칠어진 숨소리가 마스크를 뚫고 나왔다.
“감사합니다아”
다들 앞만 쳐다보며 걷고 있어서 누구에게 이야기하는지 알 수 없었다.
몇 발자국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같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우산 좀 털어주세요~ 감사합니다~”
이미 젖은 물걸레로 정신없이 바닥에 빗물을 훔치고 있는 아주머니 한 분.
사람들은 서로 먼저 개찰구에 닿으려는 듯 팔을 앞뒤로 흔들며 빠르게 걸었고, 그 손에 들려있는 우산 끝에 맺힌 빗물은 야속하게도 여기저기로 흩어진다.
근처에 정차하는 마을버스는 배차 간격도 없어진 것인지, 흥건히 젖은 물걸레를 짤 시간은 너무도 짧다. 잠깐 훔쳐내지 못한 곳에서 삐빅 소리가 들리면,
“미끄럽습니다, 조심하세요~ 우산 좀 털어주세요~ 감사합니다~”
몇 번이나 오가셨을까… 승객 한 무리가 또 쏟아져 오자 아주머니는 친절하면서도 힘찬 목소리로,
“미끄럽습니다, 조심하세요~ 우산 좀 털어주세요~ 감사합니다~”
분명 반복해서 하시는 말인데, 지루함이나 귀찮음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정신없이 지나가는 사람들 틈에서 한 여학생이 다소곳이 인사를 건넨다.
“아침부터 수고가 많으시네요… 감사합니다.”
“아이고… 말씀 감사해요. 출근길 조심히 잘 다녀오세요.”
이제 출근한 지 일 년이 되셨다는 아주머니는 지나시는 분들이 간혹 다치시는 경우가 있었다며, 비 오고 눈 오는 날이면 원래 출근 시간보다 두어 시간 일찍 나오신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안전하게 다니도록 하면 그뿐이라고 낮추어 말씀하신다.
나는 혹여라도 걸리적거릴까 오래 있지 못하고 인사를 드린다. 잠깐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사이 한숨을 돌리셨는지 밝아진 미소로 또 보자며 손을 흔들어주신다.
자신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이지만, 통에 우산을 털어주는 사람들이 그냥 고맙게 느껴진다고 하시던 아주머니의 말씀이 묵직하게 들려왔다.
감사함을 받아야 할 사람이 오히려 감사하다고 외치던 그 아침의 풍경.
잠깐 이야기를 나누며 마주했던 아주머니의 충혈된 두 눈이 아직도 선하다.
기사 입력 일자 : 2020-11-16
사진&글 : 하동훈 ‘사진하는 공감아이’ 사진치유자, 곁지기 사진가
/donghoon.ha.michae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