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 글 |


사진전을 기획하는 일은 고되면서도 가슴 뛰는 작업입니다. 우선 선명한 전시 콘셉트를 세우는 것뿐만 아니라 관객의 동선과 관람에 대한 심리적 기준까지 감안하고 거기에 전시장의 형태까지 고려해 전체 레이아웃을 완벽하게 구성하는 선결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전시 참여자의 마음을 살피는 일이라는 점과 관객과의 교감행위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그 고된 과정쯤은 충분히 감내할 만한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에 절로 웃음 짓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어느 한 사람의 사진보다는 동일한 관점을 가진 많은 사람의 감정 가득한 사진들을 고르게 펼쳐놓고 하나하나 그 당사자의 마음을 살피는 사전 작업의 즐거움은 기획자가 누릴 수 있는 남다른 즐거움입니다. 사진을 찍은 이의 들뜬 감흥을 느끼는 순간이고 그 느낌은 예외 없이 잔잔하게 가슴을 울리는 감동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기획자로서 늘 품고 있는 온전한 전시의 형태는 바로 이 부분에서 시작됩니다. 이번 전시 <삶이 흐르는 강 MEKONG>의 기획 과정은 특히 그러했습니다.


각기 다른 언어와 피부색을 지닌 6개국 107명의 시민참여자들이 티베트 고원에서 시작해 6개 나라에 걸쳐 흐르는 메콩강을 위해 모였습니다. 서로 얼굴도 모르는 채 한마음으로 모인 이들은 모두 메콩강과 그 주변의 생태와 삶을 경험했고, 그 경험에서 얻은 가슴 벅찬 감흥의 순간들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또한, 현재 메콩강 줄기를 따라 무분별하게 세워졌거나 건설 예정인 댐들로 인해 환경 파괴 및 생존의 어려움마저 겪고 있는 수많은 이들의 현실적 고충을 알고 있다는 점 역시 전시 참여자들이 가진 공통점이었습니다. 저 또한 메콩강의 장엄함에 취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전시를 기획하는 내내 하나의 마음으로 일치하는 어떤 소망의 심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공감 사진전 <삶이 흐르는 강 MEKONG>은 메콩강의 존재적 의미를 전함과 동시에 이 강을 벗하여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의 지속적인 안녕에 대한 바람을 한데 모은 전시입니다. 6개국 전시 참여자 107명이 이 전시를 위해 제공한 사진의 수는 총 2,392점에 이릅니다. 한 장 한 장 모든 참여자의 사진 전체를 꼼꼼히 그리고 고르게 살핀 후 이 전시를 위한 총 281점의 사진을 선정하고 이를 다시 8개의 챕터로 재구성하는 과정은 실로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사진이 귀하고 특별한 데다 어찌 보면 107개의 우주를 접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챕터 1 <풍경에 들다>는 총 길이 4,350km에 이르는 메콩강의 풍경을 담은 39점의 사진들을 펼쳐놓았습니다. 하늘에서 바라본 풍경부터 멀리 또는 가까이 강을 품어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이 아름답게 이어집니다. 아침부터 한낮 그리고 저녁 시간과 밤, 다시 아침에 이르는 시간의 변화를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챕터 2 <강에 스미다>는 메콩강에 스며들어 살고 있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삶의 양식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강에서 물을 배우고 강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는 것은 물론, 쉼의 공간이자 추억을 쌓기도 하고 여기에서 저기로 이동하는 통로의 수단이기도 한 메콩강의 의미를 38점의 사진으로 함께 짚어보았습니다.


챕터 3 <생을 살다>는 6개국에 걸친 삶이 흐르는 메콩강의 존재성에 한층 더 다가설 수 있는 사진 70점으로 구성했습니다. 약 6천5백만여 명이 메콩강에 기대어 살아갑니다. 이 강에서 누군가는 고기를 잡아 시장에 내다 팔고 빨래를 하거나 여러 생필품을 파는 시장을 열기도 합니다. 또한, 누군가는 기념사진을 찍어 자신의 추억을 쌓기도 하고 물을 대 농사를 짓거나 밥을 지어 가족들의 배를 채우기도 합니다. 메콩강은 오늘 행복한 웃음을 짓게 하고 다시 내일을 준비하기 위한 소중한 자원임을 살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챕터 4 <내일을 품다>는 메콩강에서 삶을 익히고 배우는 아이들을 만나는 자리입니다. 아이들은 강에서 인생을 배우고 물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서며 즐거운 놀이터로 삼거나 자신의 미래를 열어가는 학습의 공간으로 삼기도 합니다. 이 챕터에 실린 36점의 사진을 통해 메콩강이 처음 그대로의 모습처럼 흘러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챕터 5 <안에 서다>는 무분별한 개발의 희생양이었던 우리의 강에 대한 존재적 가치를 시민의 시각으로 되살피는 사진 18점이 전시됩니다. 호수에 철새들이 날고 사계절 내내 꽃과 나무들이 내어주는 향기를 온전히 지키고자 하는 이들의 바람을 가득 담았습니다. 자연과 벗 삼아 자녀의 성장을 도모하고 다시 그 자연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자녀와 함께 대화를 통해 풀어가고자 하는 부모의 깊은 성찰의 시간도 볼 수 있습니다.


챕터 6 <상처를 입다>는 인간의 지나친 욕심이 어떠한 화를 불러일으키는지를 현실 속에서 확인하게 되는 자리입니다. 메콩강은 이미 수십여 기의 댐들이 가동 중이거나 건설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생존을 위한 개발을 넘어서는 과욕은 돌이킬 수 없는 재난이라는 현실을 속절없이 경험하게 합니다. 그럼에도 그 자리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주민들의 의지를 아프게 목도함과 동시에 메콩강이 온전하게 흘러야 하는 이유를 21점의 사진을 통해 여과 없이 느끼실 수 있습니다.


챕터 7 <삶과 닿다>는 오랜 기간 메콩강을 살펴보고 그 강을 접하고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의미롭게 지켜본 이들의 사진 33점이 펼쳐집니다. 빈곤과 피부색의 차이를 보려 하지 않으면서 그 주민들의 삶이 지닌 일상의 가치에서 감동을 얻고, 함께 친구가 되어 공존의 기회를 즐겁게 찾아가고자 하는 이들의 깊이 있는 시선을 보실 수 있습니다.


챕터 8 <그저 바라보다>는 오랜 기간 캄보디아와 인연을 맺으면서 인간과 삶에 대한 수평적 시선을 깨우치게 된 한 사진가의 고백적 시선을 모은 사진 총 26점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척박한 땅도 살기 어려운 땅도 아닌 인간이 살아 숨을 쉬고 하루하루 되풀이되는 일상성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땅. 그 땅과 하늘 아래에서 오늘도 삶을 이루어가고 있는 이들의 소중한 순간들을 살펴볼 수 있을 겁니다. 

공감 사진전 <삶이 흐르는 강 MEKONG>은 이렇게 총 8개 챕터, 281점의 사진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선정 과정에서 빠져 전시장 벽면에 올리지는 못한 나머지 2,111점의 사진들까지 별도의 공간에 모아 설치함으로써 전시 참여자의 모든 마음과 시선을 빠짐없이 내보이고자 합니다. 


메콩강은 이름은 들어봤으나 실제로 본 적이 없는 강일 수도 있습니다. 남의 나라 사정이니 지금 그 강에서 일어나고 있는 무분별한 개발 문제는 큰 관심거리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107명의 전시 참여자는 메콩강을 모두 자신의 강이라고 말합니다. 그 곁에서 자신을 느꼈으며 무한한 감동의 여흥을 가슴에 쌓았다고 전합니다. 그래서 메콩강은 우리의 강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역시 오래도록 강에 기대어 살아왔고 앞으로도 강 없이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습니다. 전시 참여자 107명은 한목소리로 메콩강이 온전히 흘러가야 한다고 소망합니다. 그 강이 삶을 품어 흐르기 때문입니다. 


달팽이사진골방 임종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