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야기첫 아프리카 정상회의 앞둔 한국 정부의 아프리카 개발협력 전략, 이것이 최선인가

2024-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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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아프리카 정상회의 앞둔 한국 정부의 아프리카 개발협력 전략, 이것이 최선인가

한국 정부의 2023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 분석과 제안


이미지 출처: pvproductions on Freepik (링크)


2023년 2월 개최된 제44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가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을 채택했다. 정부는 이 전략이 “첫 번째 지역전략으로서 아프리카와의 체계적 개발협력 방향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담당 기관인 국무조정실 국제개발협력본부는 이 전략에 이어 ‘아세안 개발협력전략’을 2024년 2월 제47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에서 심의할 예정이고, 상반기에는 ‘중남미 개발협력전략’을 심의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정부가 2011년 중점협력국에 대한 ‘국가협력전략(Country Partnership Strategy)’을 작성한 이후 12년 만에 본격적으로 국제개발협력 지역 전략을 작성하고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는 한국 정부의 국제개발협력 정책에서 아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주목받는 지역이다. 한국의 2024년 ODA 예산(요청액 기준)상 아프리카에 대한 예산 비중은 17.7%로, 아시아에 배정된 31.5%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예산이 집중됐다. 27개 중점협력국 중 아프리카 국가 수는 7개로 아시아 국가 수 12개에 이어 역시 두 번째다. 이같이 국제개발협력 정책에 있어서는 아시아에 이어 두 번째 우선 지역인 아프리카와의 협력을 위해 최근 정부는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정부는 2024년 6월에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외교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정부 관계 부처 차관급 및 고위급인사들로 구성된 준비위원회를 2023년 10월과 2024년 2월 두 차례 열었다.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우리 정부의 역대 최초의 아프리카 대상 정상회의”이며, “한국의 대아프리카 외교에 한 획을 긋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은 1차 준비회의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이 국제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탈바꿈한 한국의 경험을 높이 평가하면서 한국과의 협력을 열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오랜 기간 아프리카 국가들에 ODA를 제공해 왔는데, 2024년 ‘한-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한국의 개발협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발전대안 피다는 2023년 작성된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이 범정부 차원에서 작성된 최초의 지역 전략이며, 이후 작성되는 후속 전략들의 선(先) 모델이 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이 전략이 제시하는 방향, 내용 및 작성 과정 등 다양한 측면을 분석하고 제안을 도출했다. 이를 통해 한국 정부의 국제개발협력 정책이 아프리카 국가들의 발전에 더욱 실질적으로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발전대안 피다의 이 작업에는 아프리카에서 개발협력 사업을 추진하거나 연구를 수행한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 글 목차・개요 -


1.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의 개요

(1) 구성과 내용

(2) 작성 및 채택 과정 


2.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 분석 

(1) 접근 방법

  - 국가 발전 수준에 따른 단계별 접근 

(2) 전략 방향

   - SDGs 달성이 아닌 경제 성장 중심의 방향 

   - 아프리카 국가들의 복잡한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방향과 내용 

   - 전략 대상 국가 그룹 범주에 대한 명확한 규정 필요   

   - 국제 사회 원조 담론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점  

(3) 정책 이행  

   - 한국의 아프리카 국제개발협력 최상위층 정책 문서로서의 구속력 부족

   - 타 정책 및 전략문서와의 종합적 연계성 부족 

   - 성과 관리 프레임워크 부재로 인한 책무성 문제 존재 

   - 한국 시민사회와의 종합적 협력 방안 부족 

(4) 작성 과정 

   - 작성 과정에서의 다양한 이해관계자 참여 부족  

   - 제한적 현지 의견 수렴방식


3. 발전대안 피다의 제안 





1.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의 개요


(1) 구성과 내용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은 I. 추진배경, II. 현황분석, III. 추진전략, IV. 세부전략, V. 이행전략, VI. 향후계획 등 6개 장으로 구성됐고 총 분량은 24페이지다. 각 장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I. 추진배경’은 1페이지로 구성됐는데, “아프리카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협력잠재력이 높은 대륙”으로 “아프리카와의 협력 확대를 위해 보다 전략적인 개발협력[이] 필요”하고 이에 “첫 번째 지역전략으로서 아프리카와의 체계적 개발협력 방향[을] 제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 번째 장인 ‘II. 현황분석’은 “아프리카는 개발을 위한 협력 필요성이 가장 높은 대륙”이고 “아프리카는 전 세계 ODA 자금이 가장 많이 투입되는 대륙”으로 “지난 10년간 아프리카 지원규모와 비중 모두 대폭 확대”되고 있음을 밝힌다. 이어 “전략적 지원을 통해 가시성과 효과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구체적으로는 “권역별·발전수준별 특성과 수요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중점지원분야·지역을 선정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가시성 제고 추진”할 것임을 강조한다. 총 3페이지 분량이다.  


총 2페이지로 구성된 ‘III. 추진전략’은 4가지 기본 방향과 비전, 목표 그리고 3가지 지원전략 및 3가지 이행전략을 담은 전략체계도를 제시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표 1> 및 <그림 1>과 같다. 


<표 1> 기본 방향

구분
내용
1
對 아프리카 협력강화방향(VIP, ‘22.11월), 한국형 인도태평양전략(’22.12월) 등 정부의 주요 대외 정책을 ODA 차원에서 구현·지원
2
현재의 늦은 경제 협력 규모 감안, 단기적 경협 성과보다는 아프리카의 2030 지속가능발전 의제 달성 지원과 중장기 협력 기틀 마련에 집중
3
발전 수준이 상이한 국가들의 필요를 성장 단계별로 지원하기 위해 위기 극복 → 성장 동력 창출 → 미래 도약 3단계 전략 목표 설정
4
중점협력국과 분야별 협력 거점을 중심으로 지원해 파급 효과를 제고하고, 유무상 등 다양한 수단 간 효율적 역할 분담 및 연계 방안도 마련


<그림 1> 전략체계도

* 국무조정실. 2023. 아프리카 개발협력 전략(안). 제44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의결안건(제44-2호). p5. 



‘IV. 세부전략’은 3가지 전략에 따른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며, 총 13페이지로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의 여섯 개의 장 중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본 장이 제시하는 핵심적인 내용의 구성을 보면 <표2>와 같다. 


<표 2> 세부 전략 내용 구성 

구분
내용
전략 1
당면 위기 극복: SAFE AFRICA
지원 방향

중점 지원 대상: 최저개발국, 취약국 

  • 우리 경험을 살려 보건·식량 위기 대응, 난민 지원 등 국제 사회 노력에도 동참 
  • 치안 위험 등 직접 지원이 어려운 경우 국제기구의 네트워크 적극 활용
1. 보건 위기 대응

- 기초 보건 지원 강화 

- 국가 의료 체계 강화를 위한 제도·인프라 구축 

2. 식량 위기 극복

- 긴급한 식략 위기 대응을 이한 식량 직접 지원 확대 

- 식량난의 궁극적 해소를 위한 생산량 증대 기술 및 종자 지원

3. 난민·분쟁 문제 완화

- 난민의 기초 생활 여건 보장 

- 분쟁·취약 지역의 회복력 강화 지원  

전략 2
성장 동력 확충: RISING AFRICA
지원 방향

중점 지원 대상: 중소득국, 고성장 저소득국 

  • 농수산업 고도화 및 산업화로의 이행을 위한 제조업 육성 및 산업 다각화를 중점 지원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도시화도 지원
  • 정책 수립 - 인프라 구축 - 인력 양성을 연계한 종합 지원을 통해 효과성을 높이고, 향후 우리 기업 진출 및 투자·교역 확대 등 협력의 기틀도 마련
1. 농수산업 고도화

- 새마을운동 등 농촌 공동체 강화

- 현대적 농수산업 인프라·기술 보급 

- 농산업화 이행 기반 구축 

2. 제조업 발전 및 산업 다각화

- 산업화를 위한 제도적·물적 기반 강화 

- 산업 현장과 대학이 기술·연구 인력 육성 

- 무역 활성화를 위한 제도·시스템 지원

- 관광·문화 사업 등 서비스업 발전 지원 

3. 도시화 촉진

- 국토 관리·개발 관련 기초 제도·시스템 구축 

- 교통·위생 등 도시 문제 해결 지원 

- 스마트시티 등 새로운 혁신·성장 거점 구축 

전략 3
미래를 향한 도약: FUTURE AFRICA
지원 방향

중점 지원 대상: 중소득국

  • 중장기적 관점에서 아프리카의 미래 도약을 지원하도록 정책·제도 개선 등 기반 마련에 집중하고, 지속가능한 발전 측면에서 포용적 지원도 확대
1. 인적 역량·소프트 파워 강화

- 아동·청소년의 교육 기회 확대

- 국가 발전을 선도할 우수 인재 육성

2. 기후 변화 대응

- 기후 변화 적응력·회복력 제고 

- 지속가능한 녹색 전환 촉구

- 사막화 방지와 생물 다양성 보전 지원 

3. 디지털 전환 촉진

- 디지털 정부 구축 지원

- 디지털 접근성 제고 및 정보 격차 완화

- 디지털화를 위한 제도적·인적 기반 강화

4. 평등·신뢰 사회 기반 마련

- 여성의 지위 제고와 성평등 제도 기반 구축

- 부패·범죄 관련 역량 강화를 통한 법치주의 강화 지원 

* 피다 필진이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안)’문서를 정리해 작성 


‘IV. 세부전략’은 권역별·발전 수준별 중점 지원 방향을 제시한다. 권역은 북부, 서부, 중부, 동부 그리고 남부 다섯 개며, 각 권역별 지원 방향이 있다. 그리고 ‘발전 수준별-권역별 중점 지원 분야’를 제시했는데, 최저개발국, 중소득국 두 개를 다시 다섯 개 권역으로 구성해서 총 10개의 중점 지원 분야 중 해당 권역에 맞는 지원 분야를 제시한다1). (예: 최저개발국-중부 ①보건, ②식량, ③난민, ⑧기후변화, 중소득국 – 동부 ⑤산업화, ⑥도시화, ⑦인적역량, ⑨디지털) 


‘V. 이행전략’은 총 3페이지로 구성됐으며, <표 3>과 같이 총 6개의 전략을 제시한다. 유무상 통합, 프로젝트 대형화, 중점협력국과 분야별 거점 집중, 국제기구·NGO 활용, 투자·교역 기반 확충, 고위급 협의체 활용 등이 주요 내용이다. 


<표 3> 이행 전략

구분
내용
1
유무상 통합 지원을 통한 효과성 제고
2
프로젝트 대형화를 통한 가시성 제고
3
중점협력국과 분야별 거점에 대한 집중 지원
4
국제기구·NGO의 전문성과 네트워크 활용
5
개발협력을 통한 투자·교역 기반 확충
6
아프리카와의 고위급 협의체를 활용한 개발협력 강화

* 피다 필진이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안)’문서를 정리해 작성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의 마지막 장인 ‘VI. 향후계획’은 총 6줄로 구성됐으며, “아프리카 전략에 부합하는 개발협력사업 발굴·추진”과 “중점분야 패키지사업 발굴·추진”을 주 내용으로 한다.



(2) 작성 및 채택 과정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은 연구 용역을 통해 전략 문서의 기초가 되는 연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 당국이 전략을 수립하는 방식으로 작성됐다. 본 전략 작성 담당 기관인 국무조정실 국제개발협력본부는 2022년 경쟁 입찰 방식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대학교(이하 KDI 국제정책대학원)를 연구 용역 수행 기관으로 선정했다. KDI 국제정책대학원의 손욱 교수를 연구 책임자로 하여 총 9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2022년 12월 총 210페이지 분량의 ‘아프리카 ODA 추진 방향 연구’ 결과 보고서를 제시했다. 이후 국무조정실 국제개발협력본부는 자체적으로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을 작성했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작성된 본 전략 문서는 2023년 1월 18일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실무위원회 심의를 거쳐 2월 9일 제44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에서 최종 채택됐다.






2.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 분석


(1) 접근 방법


 국가 발전 수준에 따른 단계별 접근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은 단계별 접근법을 선택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국가별 ‘발전 수준’과 ‘성장 단계’에 따라 다른 ODA 수요를 가진다는 가정하에 3단계 지원 전략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발전수준이 상이한 국가들의 필요를 성장단계별로 지원”한다고 명시한 뒤, 아프리카 국가들을 ‘최저개발국’, ‘취약국’, ‘중소득국’, ‘고성장 저소득국’ 등 4개 그룹으로 분류했다. 그리고 단계와 그룹을 연계하여 3단계에 따른 집중 분야를 제시한다.


1단계의 전략 목표는 ‘위기 극복’이다. 그리고 대상은 최저개발국과 취약국이며 보건, 식량, 난민·분쟁 이슈에 집중한다. 2단계의 전략 목표는 ‘성장 동력 확충’이고 저소득국과 중소득국을 대상으로 농수산업, 제조업과 산업 그리고 도시화에 집중한다. 마지막 3단계 전략 목표는 ‘미래를 향한 도약’이다. 이 단계에서는 중소득국을 대상으로 인적 역량과 소프트 파워, 기후 변화, 디지털 전환 그리고 평등과 신뢰 사회 등에 집중해 ‘도약’을 이루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단계별 접근법은 KDI 국제정책대학원이 진행한 기초 연구가 “권역별 중점협력분야를 중심으로 사업추진을 검토하되, 권역구분에 앞서 소득별 수원국 구분을 고려”하도록 제안한 것을 기반으로 한다.


국가의 ‘발전 수준’에 따른 단계별 접근법은 1960년 미국의 근대화 이론가인 로스토우(Walt W. Rostow)가 제시한 ‘경제 성장의 단계(The Stages of Economic Growth)’와 유사하다. 이 이론은 1950년대 냉전 시기 소련을 이념적 상대로 상정한 가운데, 미국을 따라야 할 이상으로 삼은 채로 서구 중심주의와 국가별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 과도한 일반화 그리고 서구 경제 발전 과정에서의 제3세계 착취 역사의 누락 등으로 오랜 기간 동안 비판받아 왔다.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이 로스토우가 개발을 이념적 대결의 도구로 사용한 것과 같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가의 발전 과정을 둘러싼 복잡한 역사적 맥락과 개별적 특성을 무시한 단일한 발전 경로를 제시하는 접근법을 택했다는 점이 매우 닮았다.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은 일방적 관계에서 상호적 관계로 전환하려는 목표를 암시하는 ‘원조를 넘어 협력의 동반자로’라는 비전이 무색하게, 실제 내용에 있어서는 협력 국가가 처한 상황을 세심히 고려하기보다는 공여국의 관점에서 복잡한 대상을 경제 성장이라는 단일한 잣대로 단순화하는 듯 보인다.


<표 4>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과 ‘경제 성장의 단계’ 비교

세부 전략
이행 전략-발전 수준별 유무상 역할 분담안
참고: 
로스토우의 경제 성장 단계
내용
대상
내용
대상
내용

1단계 당면 위기 극복

- 보건 위기 대응

- 식량 위기 극복

- 난민, 분쟁 문제 완화

최저개발국, 취약국

무상 원조 중심

- 농촌 관개 시설, 전력망 확충, 대학 등 고등 교육 시설 등

최저개발국

전통 사회

- 기술 부족, 자급 자족 농업 의존, 전통 가치에 기반한 지배

2단계 성장 동력 확충

- 농수산업 고도화

- 제조업 발전 및 산업 다각화

- 도시화 촉진

고성장 저소득국

유상 원조 중심

- 인프라 구축+정책 컨설팅, 사후 관리, 인력 양성

- 도농 격차 해소 위한 보건의료 지원 등

중소득국

이륙(take-off) 준비

- 농업 및 채굴 산업의 상업화·전문화

- 인프라 형성

3단계 미래를 향한 도약

- 인적 역량, 소프트 파워 강화

- 기후 변화 대응

- 디지털 전환 촉진

- 평등, 신뢰 사회 기반 마련

중소득국

이륙(take-off)

- 제조업 발전

- 도시화

- 정치 및 사회 제도 발전

-
-
-
-

성숙기

- 대량 소비 사회

* 피다 필진이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안)’문서를 바탕으로 작성  


또한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이 주요하게 활용한 GNI, GDP 등 국가 경제 규모 지표를 활용한 국가별 전략 수립 방식은 해당 국가별 발전의 맥락과 국내외 불평등 등을 간과한, 몰정치적이고 비현실적이며 기술적인 사업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은 중소득국을 위한 전략에서만 성평등과 도농 격차 해소를 다루고 있는데, 이는 저발전을 경제 성장의 결핍으로 한정하고 여성 차별이나 도농 격차 같은 역사적 환경의 영향을 간과하는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2) 전략 방향


 SDGs 달성이 아닌 경제 성장 중심의 방향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이 제시하는 3단계 접근법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 성장 수준을 고려하여 제시된 것으로 SDGs의 다양한 고려 사항을 충분히 담지 못하고 있다. 즉, 전략이 경제 성장 수준만을 고려하여 3단계로 전략 목표를 제시하는 것은 자칫 한국의 대(對)아프리카 개발협력 정책의 목표가 아프리카 국가들의 SDGs 달성보다는 경제 성장에만 집중하는 것으로 이해하게 할 수 있다.


우선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이 설정한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제시한 전략이 일치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2단계 전략 목표인 ‘성장 동력 확충’을 달성하기 위해 제시된 각종 산업의 발전과 도시화가 촉진되면, 자연스럽게 빈부 격차 심화와 도시 빈민 발생, 오염 발생과 1차 산업의 희생이 동반된다. 개별 국가마다 차이가 있는 빈곤의 근본적 원인과 해결책을 찾는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한 아프리카 국가들에 단일한 시장경제적 처방이 유효한지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다. 2단계 전략 목표 ‘성장 동력 확충’과 3단계 전략 목표 ‘미래를 향한 도약’의 기치 아래 제공된 한국 ODA가 이 같은 문제들을 양산한다면 과연 이것이 유효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략적 선택에 따라 발생한 문제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더불어, 본 전략 문서는 아프리카의 SDGs 달성에 기여하겠다는 내용을 제시한다. 그런데 환경적 지속가능성의 가치와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이 가장 두드러지게 언급하는 경제 개발 및 한국의 강점인 IT산업을 필두로 하는 아프리카와의 경제 교류가 상충한다는 점은 주목할 내용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복잡한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방향과 내용 


3단계 전략 목표 설정이 실제 아프리카 현실에 적합하다고 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역사적 배경, 기후 특성 등이 권역별로 상이할 뿐 아니라, 동일 권역 내에서도 발전 수준에 편차가 있어 중점 지원 필요 분야가 다르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아프리카는 과거 타 지역 국가들이 경험한 발전 경향과 순서와는 다른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저개발국이나 취약국이 아닌 중소득국에서도 식량, 교육, 보건, 난민, 분쟁 등의 위기가 매우 심각하게 발생하고, 중소득국이 아닌 최저개발국과 취약국에서도 사회·정치 발전이 국가 발전의 주요한 과제로 인식된다. 이같이 국가의 경제적 기준을 기반으로 구성한 본 전략의 단계별 접근법이 제시하는 지원 분야에 대한 수요는 해당 국가의 경제적 상황에 관계없이 존재한다.


그러나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은 대상 그룹별로 규격화된 지원을 제시한다. 최저개발국과 취약국에는 ‘당면 위기 극복을 위해 보건 위기 대응, 식량 위기 극복, 난민·분쟁 문제 완화’를, 저소득국과 중소득국에는 ‘성장 동력 확충을 위해 농수산업 고도화, 제조업 발전 및 산업 다각화, 도시화 촉진’을 제시한다. 그리고 중소득국에는 ‘미래를 향한 도약을 위해 인적 역량과 소프트 파워 강화, 기후 변화 대응, 디지털 전환 촉진, 평등과 신뢰 사회 기반 마련’을 지원하겠다고 밝힌다. 이러한 단일적 방향하에서 한국은 저소득국과 중소득국이 직면한 보건, 교육, 식량, 난민, 분쟁 등의 위기에는 대응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또한 최저개발국이기는 하나 성장 동력과 미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국가들에 대해 인적 역량 강화, 기후 변화 대응, 디지털 전환 촉진, 평등과 신뢰 사회 기반 마련, 농수산업 고도화, 제조업 발전, 도시화 촉진 등은 한국의 지원 범주 밖에 있다는 것인가?


이같이 발전 단계에 있는 국가를 경제적 상황을 기준으로 구성한 그룹별로 두세가지 분야에만 집중하는 접근이 과연 적절한 전략인지 고민해야 한다. 물론 현재 정부가 운용 중인 중점협력국에 대한 국가협력전략(CPS)이 중점 분야 3~4개에 예산의 70%를 투입한다는 전략적 접근과 같이 본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이 단계별 접근을 통해 많은 국가들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하는 점이 정책 수단으로서의 전략이 가진 특성이자 한계인 점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53개의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단순화된 전략이 가지는 한계는 분명하다.    



 전략 대상 국가 그룹 범주에 대한 명확한 규정 필요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은 한국의 아프리카 대륙 ODA 수원국가 53개국 중 중점협력국은 7개국(가나, 르완다, 모잠비크, 세네갈, 에티오피아, 우간다, 탄자니아)에 불과한 가운데 중점협력국과 분야별 거점을 중심으로 개발협력을 지원한다고 밝히고 있다. 전략 문서에서 밝힌 확산 거점(분야별 거점) 국가 중 중점협력국이 아닌 국가는 ‘튀니지와 케냐’ 단 둘이다(19p). 2023년 현재 정부가 아프리카의 중점협력국을 확대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본 전략의 지원 대상국은 7개 중점협력국 위주이고 효과성 범주 또한 7개국 중심에 국한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은 중점협력국 7개국과 소수의 확산 거점 국가 등 약 10여개 국가를 위한 전략인가? 한국의 아프리카 대륙 ODA 수원 53개 국가 중 나머지 40여 개 국가는 이 전략의 범주 안에 어떤 위상을 가지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이 3단계에 해당하는 대상 국가의 범주를 명확히 해야 한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는 주 대상인 중점협력국 확대가 필요하다. 또한, 한국의 7개 중점협력국이 가나를 제외하면 모두 최저개발국이라는 점에서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 전략은 6개의 최저개발국을 대상으로 하는 ‘(최저개발국) 위기 극복’에 집중한다고 이해될 수 있다. 만약 한국의 중점협력국 수가 확대된다고 하더라도, 본 전략 목표는 대부분 ‘(최저개발국) 위기 극복’에 집중한다는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 아프리카 55개국 중 33개국이 최저개발국이기 때문이다. 1단계의 전략 목표인 ‘위기 극복’이 최저개발국의 보건 위기, 식량 위기, 난민·분쟁 위기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이는 한국의 아프리카 대륙의 국가들에 대한 중점 협력 분야가 실제로는 기초 보건 지원, 식량 지원, 난민·분쟁 문제 완화에 집중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것이 본 지원 전략이 실체적으로 제시하는 방향인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이 전략은 ‘(최저개발국) 위기 극복’뿐 아니라 ‘(중저소득국·중소득국) 성장 동력 창출’과 ‘(중소득국) 미래를 위한 도약’에도 동일하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이 본 전략의 대상 국가는 불명확하다.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이 지원하고자 하는 대상과 범주를 보다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국제 사회 원조 담론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점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은 지원 방향, 분야, 방식 등을 구성하는 데 있어, 효과적인 개발협력을 위해 국제 사회가 제정한 합의 사항과 권고 사항을 적절히 반영하지 않고 있다. 국제 사회는 로마선언(2003년), 파리선언(2005년), 아크라행동계획(2008년), 부산선언(2011년) 등을 통해 원조 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해서 공여자가 협력 대상국의 ‘주인 의식’을 존중해야 함을 공통적으로 강조해 왔다. 즉, 개발협력은 협력 대상국의 발전 목표, 정책, 전략에 일치하고, 공여자간 조화로운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은 ‘주인 의식’을 존중하는 내용을 언급하지 않는다. 


본 전략의 기초 연구로 KDI 국제정책대학원이 수행한 ‘아프리카 ODA 추진 방향 연구’는 아프리카 지역 공동체를 소개하고, 관련 발전 목표, 정책, 전략 등에 대한 분석을 수행했다. 그러나 이 같은 분석이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의 핵심적 접근법인 3단계 지원 전략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KDI 국제정책대학원이 수행한 ‘아프리카 ODA 추진 방향 연구’ 보고서는 작성 과정에서 연구팀이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수학했던 아프리카 27개 국가 공무원 15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연구에 반영했다고 밝힌다. 이들이 한국 유학 경험을 통해 한국의 정책을 이해하는 아프리카 국가의 공무원인 점은 맞다. 그러나 이 27개국은 아프리카 전체 55개국의 49%일 뿐이며, 이들이 공식적인 각국 대표는 아니다. 그리고 공무원이 한 국가를 온전히 대표하기에 충분한가? 공무원들이 국가 정책을 담당하는 것은 맞지만, 국가의 발전 과정에는 다양한 관계자들이 관여한다. ‘아프리카 ODA 추진 방향 연구’ 보고서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기업인, 언론인, 학자, 시민사회 관계자들이 배제된 가운데 작성됐다. 이같이 아프리카 국가 구성원들의 발전에 대한 의견을 포괄적으로 담지 않은 채 작성된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이 얼마나 타당하고 효과적일지 의문이다.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이 효과적인 개발협력을 위한 국제 사회의 합의 사항과 권장 사항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은 전문 국제기구 협력을 강조하는 ‘V. 이행전략’에서도 나타난다. 전략 문서는 한국이 현지 네트워크 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제기구와 협력하겠다고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현지 네트워크를 충분히 갖춘 전문 국제기구와 적절히 협력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지만, 그것이 유일한 대안은 아니다. 실제 국제 사회는 파리선언(2005년), 부산선언(2011년) 등을 통해 협력 대상국 정부를 직접 지원하는 수원국 시스템 활용 개발협력 방식을 적극적으로 권장해 왔다. 그렇다면 본 전략은 수원국 시스템 활용 방식을 포함한 국제 사회가 권고하는 다양한 개발협력 양식을 충분히 검토하고 반영했어야 한다. 그러나 전략 문서뿐 아니라 기초 연구인 ‘아프리카 ODA 추진 방향 연구’는 수원국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식, 지원 채널과 양식 등을 다루는 내용이 다소 부족하다. UN 기구, 다자간 및 지역개발은행, 시민사회, 민간 등 주체별 특징과 전문성 그리고 현지 실재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보다 구체적인 지원 채널과 양식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이는 전문적이고 고도화된 이행 전략이 요구되는 대아프리카 개발협력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성찰이 부족했음을 알려준다. 



(3) 정책 이행 


 한국의 아프리카 국제개발협력 최상위층 정책 문서로서의 구속력 부족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은 한국 국제개발협력 정책의 첫 번째 지역 전략으로서 아프리카와의 체계적 개발협력 방향제시’(1p)라는 정책 문서의 성격을 규정하고, 총 4가지 기본 방향2)을 제시한다. 그런데 이 전략 문서는 한국의 대아프리카 개발협력의 방향과 내용을 제시할 뿐, 실제로 정부의 상하위 정책/전략과의 위계적 관계 및 기능적 이행과 관련한 내용은 보여 주지 못한다. 즉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은 한국의 아프리카에 대한 개발협력 정책/전략에 대한 최상위층의 포괄적 정책 문서로서 위상을 가지고 아프리카에서 개발협력사업을 수행하는 하부 기관의 정책 및 전략에 대한 방향은 제시하지만, 이행에 대한 구속력을 보장하는 메커니즘의 구체성은 아쉽다. 물론 전략 문서의 마지막 장인 ‘IV. 향후계획’에서 “전략에 부합하는 ODA 사업 기획·발굴(全 시행기관)”과 “사업의 전략 부합여부 등 심사 → 종합시행계획 반영(국개위·주관기관)”을 제시하여 현 국제개발협력 정책 이행 체계상의 중요 시스템과 연결되고 있음을 밝혔다. 그런데 ‘어떻게’가 부족하다. 24페이지 분량의 전략 문서에는 이 모든 내용을 담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46개 ODA 수행 부처 및 시행 기관의 대아프리카 정책과 사업이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에 부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구속력을 가진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분명히 필요하다.


 타 정책 및 전략 문서와의 종합적 연계성 부족 


한국의 국제개발협력 정책의 최상위 수준의 정책 문서는 매 5년마다 발표하는 ‘국제개발협력 종합기본계획’이다. 이 문서에 근거해 각종 하위 정책 및 전략 문서들인 ‘연도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과 다양한 지역, 분야, 주제별 전략 문서들이 연계된다. 이에, ‘제4차 국제개발협력 종합기본계획(2026~2030)’과 본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간의 정책적 정합성 및 연계성을 제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2024년 현재 총 27개의 중점협력국 중 7개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지원 전략인 ‘국가협력전략(CPS)’과 본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이 어떻게 연계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발견하기 어렵다. 단지 “중점협력국과 분야별 협력거점을 중심으로 지원해 파급효과를 제고…”(4p), “중점협력국과 분야별 파급효과가 큰 거점을 중심으로 모범사례를 창출하고”(19p) 등 기본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정도다. 향후 2026년 시작되는 제4기 중점협력국 제도에 따른 ‘중점협력국’ 선정과 ‘국가협력전략(CPS)’ 작성은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과의 연계성을 중심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기존의 전략이 중점협력국에 대한 기본적인 방향만을 제시하는 데 비해,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은 ‘권역별·발전수준별 중점지원방향(18p)’을 제시하는 등 기존과는 다른 접근법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내용이 기존의 중점협력국 제도의 ‘국가협력전략(CPS)’이 설정하는 지원 우선순위와 어떻게 조정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드러나 있지 않다. 향후 정책적 혼선의 위험이 존재한다는 점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성과 관리 프레임워크 부재로 인한 책무성 문제 존재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은 언제까지 전략이 유효한지에 대한 기한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 전략 문서와 연계되는 중요한 문서인 정부의 중기 정책 문서인 ‘국제개발협력 종합기본계획’은 5년마다 새롭게 작성된다. 또 다른 연계 문서인 ‘국가협력전략(CPS)’도 매 5년마다 새롭게 중점협력국이 선정되면 신규로 작성되는데, 해당 협력국의 자체 발전 전략 작성 또는 정권 변화에 따른 새로운 정책 도입 등과 연계되어 수정되기도 한다.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이 두 주요 정책 문서의 중간 정책 문서로 효과적으로 기능하려면 전략 문서의 유효 기간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은 핵심 성과 목표와 지표를 점검하는 성과 중심 관리 프레임워크 및 평가 계획이 없다. 전략 문서는 ‘전략체계도’(5p)를 통해 ‘목표 (아프리카의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 기여 2030년까지 지원 규모 2배 이상 확대(’19 대비))’를 제시하고, 3대 지원 전략하에 총 10개의 내용 및 핵심 지원 대상을 설정한다. 그러나 전략 문서가 제시하는 협력 방향과 내용이 가지는 선언적 성격을 뛰어넘는, 구속력을 가지는 구체적 메커니즘은 부재하다. 즉 전략 목표로서의 성격을 가진 10개 지원 내용의 이행 여부를 확인할 세부적인 지표가 없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 본 전략이 계획대로 이행되었는지, 즉 목표를 달성했는지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전략 시행을 누가 언제 점검할지에 대한 모니터링과 평가 계획도 부재한 것도 문제로 볼 수 있다. 이는 책무성과 직결되는 문제로, 전략의 이행 여부뿐 아니라 전략 수립의 적절성까지 평가해 추후 정책 수립에 환류할 수 있는 체계의 제시가 필요하다.


 한국 시민사회와의 종합적 협력 방안 부족 


2021년 한국의 대아프리카 ODA 규모는 5,403억 원이고, 같은 해 한국 개발협력 시민사회 단체들이 아프리카에서 수행한 사업의 규모는 994.15억 원 수준에 달한다.3) 한국 개발협력 시민사회의 아프리카 협력 규모는 정부에 비해 약 18.4%에 해당하지만, 본 전략 문서는 시민사회와의 협력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지 못한다. 단지 “기초보건·영양실조 등 인도적지원 수요가 높으나 직접지원이 어려운 의료소외지역의 경우, 국제기구·NGO 협업채널을 적극 활용해 지원”(6p), “현지 진출 NGO, 공익재단과 사업발굴, 사업수행 등에서 협업하고 규모 확대도 도모”(20p)와 같은 대략적인 방향만 담고 있다. 24페이지의 짧은 전략 문서에 다양한 주체와의 파트너십을 구체적으로 서술하지 못하는 점은 이해가 가지만, 전통적으로 한국 개발 NGO들이 인도적 지원과 취약 계층 지원에 있어 정부와 상호 보완적 측면에서 특장점이 있다는 점만을 협력 방향으로 제시한다는 것에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4) 작성 과정 


 작성 과정에서의 다양한 이해관계자 참여 부족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이 작성되는 과정에는 한국 사회의 다양한 개발협력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지 못했다. 먼저 정부의 아프리카 ODA 규모에 비해 약 10%의 규모를 실행하는 시민사회는 본 전략 문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거의 배제됐다. 전략 문서의 기초가 되는 ‘아프리카 ODA 추진 방향 연구’ 최종 보고서를 작성한 KDI 국제정책대학원이 2022년 7~8월 개최한 총 3차례의 전문가 간담회에는 국책연구원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한국국제협력단(KOICA), 수출입은행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 농촌진흥청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센터(KOPI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외교안보연구소 같은 원조 시행 기관 및 정부 공공기관 인사와 아프리카 전공 교수 등 총 14명이 참여했다. 간담회에 아프리카에서 개발협력 사업을 수행하는 개발 NGO 인사는 단 한 명도 참여하지 않았다. 외교부가 국제개발협력위원회를 앞두고 2023년 2월 개최한 전략 문서 검토 회의에는 아프리카 국가의 대사 출신 교수, 국제개발협력 전공 교수, KOICA 동아프리카 실장 그리고 KCOC 실장 등 4명이 참여했다. 이 같은 내용들을 고려했을 때 전략 문서는 주요 행위자인 시민사회 참여가 매우 부족한 가운데 작성됐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전략 작성 과정에서 한국 사회 내에서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부재했다. 특히 중간 보고회나 최종 보고회 과정에서 정부 내 다양한 부처 및 기관, 지방자치단체, 학계 및 연구자, 시민사회, 언론, 민간기업, 시민 등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공청회 등의 기회가 부족했다.  

 

 제한적 현지 의견 수렴 방식 


본 전략 문서를 작성하는 데 기초가 된 ‘아프리카 ODA 추진 방향 연구’ 최종 보고서는 아프리카 현지의 의견을 반영함에 있어 KDI 국제정책대학원 동문 출신 공무원 150명의 인터뷰를 활용했다. 한국에서 유학했던 아프리카 국가 공무원들이 가지는 관점과 경험을 반영한 것이다. 그리고 국무조정실 국제개발협력본부는 가나, 에티오피아, 케냐 3국의 수원 총괄 기관과 만나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고,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국제이주기구(IOM), 유니세프 등과 면담하는 과정을 가졌다고 한다. 


이렇듯 현지의 의견을 반영하고자 노력은 했지만, 여러 측면에서 충분하지는 못하다. 더 많은 권역 내 국가들의 정부 기관, 아프리카연합(AU), 동아프리카공동체(EAC) 등 아프리카의 여러 주체들, 국제기구, 연구자, 시민사회, 언론, 민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 청취 과정이 필요했다. 제한적 현지 의견 수렴 방식은 현재의 전략 문서 작성 시스템의 결과적 현상이다. 연구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짧은 시간에 소수의 인력이 다양한 현지 의견을 심도 있게 수렴해 종합적인 지역 전략을 작성하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기대다. 현재의 전략 문서 작성 시스템의 적절성을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3. 발전대안 피다의 제안


한국 정부의 국제개발협력 정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과 같은 종합적인 지역 전략이 작성되는 것은 필연적이나, 시기가 많이 늦었다. 2023년 작성된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은 2010년 OECD DAC 가입 이후 13년이 지난 후에야 작성됐다. 2011년 정부의 중기 국제개발협력 정책 문서인 ‘국제개발협력 종합기본계획’과 중점협력국에 대한 전략 문서인 ‘국가협력전략(CPS)’이 처음 작성된 지로부터는 12년이 지난 후이다. 지난 10여 년간 한국 정부의 국제개발협력 정책은 가장 상위층의 ‘국제개발협력 종합기본계획’과 하위층의 ‘국가협력전략(CPS)’만 존재하고,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등에 대한 지역 전략은 부재했던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은 한국 정부의 국제개발협력 정책의 체계성과 완결성을 제고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 전략의 실행이 가져올 단기적인 결과는 ODA 사업의 효과성 제고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는 해당 지역 국가들의 균형 잡힌 발전과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할 것이다. 지역 전략인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이 가지는 중요성을 고려하여, 발전대안 피다는 현재 작성 중인 ‘아세안 개발협력전략’과 2024년 작성될 ‘중남미 개발협력전략’을 위해 다음의 일곱 가지 내용을 제안한다. 


첫째, 단계적 접근법이 가지는 한계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지역 전략이 단선화된 단계적 접근법을 통해 해당 지역 내의 다양한 필요를 가진 국가들의 발전을 성취하는 것은 쉽지 않다. 최저개발국, 취약국, 중소득국, 고성장 저소득국 등 경제적 기준을 활용해 국가들을 동일 그룹으로 구분했지만, 동일 그룹이 다른 경제, 사회, 정치, 문화 그리고 환경 문제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다른 그룹이 공통의 문제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둘째, 지역 전략을 통해 지역 내 다양한 국가들에 대해 차별적 지원을 하는 접근법을 선택할 때 국가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단일한 성격의 경제 수준만을 활용하기보다는 경제와 사회, 문화 그리고 정치와 환경적 상황을 진단할 수 있는 주요 지표들을 활용하는 종합적 접근을 해야 한다. 


셋째, 지역 전략은 국제 사회가 합의한 SDGs와 같은 주요 개발 목표 달성에 대한 기여와 원조 효과성 원칙과 같은 주요 규범의 준수를 중요하게 반영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해당 국가의 주인 의식 제고를 중요한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 


넷째, 정부는 지역 전략 작성 시 개발협력 정책 체계 내 정합성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중요하게 고려할 정책 문서는 다음과 같으며, 해당 문서와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 사이의 관계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 (제3차) 국제개발협력 종합기본계획 
  • (연도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
  • 중점협력국 국가협력전략(CPS)
  • 분야별, 주제별 정책/전략 문서 (인도적 지원전략, 취약국 지원전략, 농업분야 개발협력추진전략, 교육분야개발협력추진전략 등)


다섯째, 지역 전략은 이행 과정에서 중요한 주체인 시민사회, 학계, 기업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역할 및 이들과의 파트너십을 분명하게 명시해야 한다. 


여섯째, 지역 전략은 전략의 실행 기한을 명시해야 하고, 전략의 성과 목표 달성 여부를 확인하는 데 필요한 지표와 목표 수준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성과 관리 프레임워크를 작성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지역 전략에 대한 체계적인 모니터링과 평가를 실행해서 효과성 및 책무성을 담보해야 한다.  


일곱째, 지역 전략 작성 과정에서 한국 및 해당 지역과 국가 내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해당 지역의 국제·지역 기구 및 국가에서 중앙 정부의 원조 담당 부처 외에 다양한 부처, 지방 정부, 시민사회, 기업, 학계, 언론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이상과 같이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의 내용과 작성 과정을 분석함으로써 향후 발표될 다른 국제개발협력 지역 전략 문서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제안을 도출했다. 이를 통해 한국 정부의 국제개발협력 정책이 지구촌 국가들의 발전에 더욱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주석>

1) 10개의 지원 분야는 다음과 같다. ①보건, ②식량, ③난민, ④농수산업, ⑤산업화, ⑥도시화, ⑦인적역량, ⑧기후변화, ⑨디지털, ⑩평등·신뢰사회

2) ①對아프리카 협력 강화방향(VIP, ‘22.11월), 한국형 인도태평양전략(’22.12월) 등 정부의 주요 대외정책을 ODA 차원에서 구현ㆍ지원, ②현재의 낮은 경제협력 규모* 감안, 단기적 경협성과 보다는 아프리카의 2030 지속가능발전의제 달성 지원과 중장기 협력 기틀 마련에 집,③발전수준이 상이한 국가들의 필요를 성장단계별로 지원하기 위해 위기 극복 → 성장동력 창출 → 미래 도약의 3단계 전략목표 설정. ④중점협력국과 분야별 협력거점을 중심으로 지원해 파급효과를 제고하고, 유무상 등 다양한 수단간 효율적 역할분담 및 연계방도 마련

3) 관계부처합동. 2021. ‘21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확정액 기준). 제36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의결안건(제36-2호). KCOC. 2022. 2021 한국 국제개발협력CSO편람. 서울: KCOC.


📌 참고 자료: 2023년 2월 제44차 개발협력위원회 의결안건 제44-2호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안)’ (링크)



글쓴이: 발전대안 피다 아프리카 개발협력전략 분석 TF

한재광 (발전대안 피다 대표)

우승훈 (서강대 비판적글로벌스터디즈 박사과정 / 발전대안 피다 운영위원)

윤영준 (캔들 컨설팅 대표 / 발전대안 피다 전문위원)

이상훈 (르완다 PIASS대학 교수 / 발전대안 피다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