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과 사람들[피움X김칩] 01.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끼리 만드는 지속가능한 개발협력 노동 생태계

2022-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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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끼리 만드는 

지속가능한 개발협력 노동 생태계


글쓴이: 피움 기자단 3기 | 하지민(jimincarpediem@naver.com)


노.이.솔.그.는 무엇?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국제개발협력 활동가들의 생태계는 과연 지속가능한 것인가?”


이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솔루션을 찾아가는 7개월간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바로 발전대안 피다에서 주최하는 ‘국제개발협력 노동 이슈 솔루션 그룹’ 워크숍 시리즈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열악한 노동 환경 이슈는 활동가들 사이에서 자주 거론되는 문제였지만, 이에 대해 활동가들이 모여 적극적으로 토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본격적인 만남의 장은 열린 적이 없었다. 하지만 발전대안 피다가 지난 5월 발행한 오피니언 기사 ‘지금,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노동을 이야기해야 한다’와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주변부에 주목한다’에서 지적했듯, 이는 더 이상 묵인되어서는 안 될, 수면 위로 떠올라야 할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역사가 30년이 넘었고 주류 공여국이 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한국의 국제개발협력은 파트너 국가의 지속가능성은 차치하고 자국 활동가들의 지속가능성도 챙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발전대안 피다는 지난 2021년 ‘활동가의 목소리로 만드는 국제개발협력 속 민주시민교육’ 프로그램의 4, 5회차 온라인 행사를 통해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청년 활동가들 및 중견 활동가들과 모여 각각의 입장에서 개발협력 활동가들이 ‘더 오래,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노동 환경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눈 바 있다. 당시 행사를 통해 더 지속가능한 ‘노동으로서의 활동’에 대한 활동가들의 희구를 확인하고 2022년, 활동가들이 직접 개발협력 시민사회 분야의 노동 이슈들을 뜯어 살피고 해결책을 제시해 보는 ‘국제개발협력 노동 이슈 솔루션 그룹’ 워크숍 시리즈 프로그램을 선보이게 되었다.


누가,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


본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개발협력 시민사회 분야 활동 경험을 가진 30명의 전·현직 활동가들이 모였다. 1년차에서 15년차까지 다양한 경력과 연령대로 구성된 참가자들 중에는 해외 파견지에서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이들도, 국내에서 새로운 활동의 가능성을 찾기 위해 고민 중인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연말까지 총 5회의 워크숍을 통해 활동가의 정체성, 노동 조건, 조직 문화와 사회 인식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개발협력 시민사회의 노동 이슈들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현 가능한 해결책들을 당사자의 관점으로 제시한다.



지난 5월 31일(화)에는 첫 번째 워크숍이 개최됨으로써 ‘노동 이슈 솔루션 그룹’이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서울시NPO지원센터 2층 교육장 ‘주다’에서 열린 워크숍은 발전대안 피다 소개와 오프닝 발표, 그리고 조별 토의 및 조별 발표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오프닝 발표자로 참여한 ‘좋은 일 하시네요’팀 오민영 활동가는 2019년 진행했던 한국 개발NGO 활동가들의 활동 중단 경험 연구의 내용과 시사점을 공유해 주었다. 개발 NGO 전(前) 활동가 7명과의 심층면담을 통해 활동가들이 국제개발협력을 떠나게 되는 요인을 조사한 이 연구에서는 활동 중단의 이유를 크게 불안한 고용 형태 헌신과 희생을 당연시하는 분위기 활동가 1인에게 부여되는 과도한 책임 종교 중심의 조직문화 △해외 파견에 대한 가족의 반대와 불안정한 삶에 대한 고민 △가치 충돌로 인한 회의감과 무력감에서 찾았다. 이와 같이 활동가들의 지속가능한 노동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오민영 활동가는 기관 차원에서는 제도 및 근무 환경 개선, 활동가의 성장을 돕고 다양성을 인정하며 사람을 자산으로서 중시하는 조직문화 조성, 그리고 무엇보다 기관의 미션과 철학에 충실한 활동을 수행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활동가 개인들에게는 보다 당당하게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고 후배들을 위하여 ‘내가 원했던 선배가 되자’고 제안했다.


 


오프닝 발표에 이어서 참가자들은 5개 조(온라인 2조·오프라인 3조)로 나뉘어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영역에서 가장 문제라고 생각되는 5가지 이슈들’에 대해 토의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워크숍에 참여한 활동가들은 서로 다른 시민사회 단체에서 일하며 각기 다른 경험, 경력과 연차를 갖고 있었지만, 놀랍게도 이들 모두 매우 유사한 노동 문제들을 접했으며 매우 본질적인 노동 이슈들에 대한 공통된 문제 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떤 문제에 공감했을까?


각 조에서 뽑아 본 다섯 가지의 주요 노동 이슈들 중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대두되었던 문제는 바로 ‘열악한 임금 체계’와 ‘불안정한 계약 형태’, 그리고 ‘비전문적인 국제개발협력 업무에 대한 회의감’이었다.


 


첫 번째로 ‘열악한 임금 체계’에 대해서는, 해외로 파견되는 개발NGO 실무자들은 업무 능력과 책임 범위에 관계없이 NGO봉사단원들의 활동비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낮은 급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다양한 인턴 제도, YP, NGO봉사단 등과 같이 ‘비정규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업무 경험에 대해서는 그 업무량이나 책임 범위가 정규직 직원들에 버금갈 정도로 클지라도 온전한 경력으로서 인정해 주지 않는 등 불투명하고 부당한 임금 책정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는 사실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 ‘불안정한 계약 형태’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공통된 의견들이 많았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종사하길 꿈꾸는 청년들이 국가 청년 취업 지원 제도, NGO봉사단, KOICA 국내 사업 수행 기관 YP 등으로 국제개발협력 생태계에 첫발을 내디딜 수는 있지만, 주니어급 일자리의 수적 양산만 이룰 뿐 실제 청년들의 역량 강화나 계약 연장 및 정규직 전환 등의 기회는 매우 희박하다. 오히려 이렇게 적은 비용으로 청년 인력을 지원받을 수 있는 다양한 제도들로 인해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단체들은 정식으로 직원을 직접 고용하기보다는 해당 인력 지원 프로그램들에 과도하게 의지하며 인력의 교체 수급만 반복하는 등 지속가능하지 않은 일자리 양상만 이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비전문적인 국제개발협력 업무에 대한 회의감’이었다. 개개인이 전문적인 국제개발협력 활동가로서의 자질과 소양을 인정받기보다는, 그저 영어에 능통하고 타국을 위해 헌신하는 ‘봉사단’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더욱 많기 때문에 직업과 업무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기가 쉽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또한, 국내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단체들 가운데 상당수가 오롯이 국제개발협력을 위한, 국제개발협력에 의한 활동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선교 목적의 활동을 하거나 국내에서의 복지사업과 해외에서의 개발협력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이 탓에 각 단체와 그 단체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중간관리자들조차도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뚜렷한 이해나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또 다른 문제로 확인되었다.


노동 이슈 솔루션 그룹의 첫 워크숍은 다양한 활동가들이 서로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은 노동 이슈들에 대한 경험담과 의견들을 매우 솔직하게 나누고 함께 고민하며 연대하는 소중한 경험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7개월 후의 참여자들이 어떠한 솔루션을 내세우고 어떠한 결론에 이를 수 있을지 아직은 예상하기 어렵지만, 모두 더 나은, 지속가능한 국제개발협력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동일한 마음가짐으로 함께한다면, 분명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결국, 이 모든 건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음 워크숍은 6월 28일(화) 7시 마포구 청년 문화공간 JU 동교동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봉사단과 직업인의 사이, ‘좋은 일 하시네요’를 넘어서기’라는 큰 주제 아래 개발협력 종사자들의 정체성, 개발협력 분야 노동에 대한 이슈와 관련된 문제와 이에 대한 솔루션 토의가 이루어진다. 다음 워크숍에서는 또 어떠한 유의미한 논의가 오갈지 기대가 된다.




노이솔그 1차 워크숍 참여 후기


글쓴이: 세종시 고라니 (공적인사적모임)


개발협력 분야의 노무와 관련한 개인적 고민

시민사회단체를 떠나고 공공기관으로 이직했지만 여전히 국제개발협력 실무자들의 근무 환경, 처우 등은 열악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비록 일부 사회공헌재단에서 시민사회단체 상근자들을 위한 건강검진 프로그램처럼 근로자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지원하지만, 한시적으로 단체들에게 지원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시민사회단체 상근자들을 위한 사내복지에 대한 한계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 속담 중에 “곳간에서 인심 난다”라는 말이 있다. 내 형편이 좋아야 남을 도울 수 있는 여유와 마음이 생긴다는 속담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기 위해서 국제개발 NGO, 시민사회단체에 입사했지만,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나 자신’이 되어버리는 아이러니한 근무 환경으로 인해서 젊은 근로자들이 국제개발협력 현장에서 꿈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현장을 떠나는 것을 탓하지 말고, 눈물을 머금고 현장을 떠나기로 결심하는 그들의 마음을 잘 살펴볼 수 없는 것일까?


본 워크숍에 대한 기대감

비록 나는 시민사회단체를 떠났지만, 과거의 경험들을 떠올리면서 워크숍 참가자들과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 피다의 워크숍 결과들이 국제개발협력 현장의 근무환경, 제도 등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없겠지만, 워크숍을 통해서 변화의 물결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그 믿음을 가지고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을 동료들과 후배들에게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문제해결의 Key를 쥐고 있는 누군가에게 한 마디

고용정책 기본법 제5조에 따르면 “근로자는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여 직업생활을 하는 기간 동안 끊임없이 직업에 필요한 능력을 개발”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사업주의 책임과 의무는 근로자가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고, 그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일할 수 있도록 고용관리 개선, 고용안정, 고용평등 증진 등 다양한 노력을 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을 유의하면 좋겠다.




함께 보면 좋은 자료


1. 떠난 이들에게 듣다: 한국 개발NGO 활동가의 활동 중단 경험 연구 (by 오민영, 백소라) 

국제개발협력을 떠난 이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떠난 이들의 이야기 보기)


2. 국제개발협력, 계속해보겠습니다: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2030 활동가의 활동 실태와 지속가능성 연구 (by 국개협UP)

더 나은 분야 생태계를 위해 동료 활동가를 연구하고 실천적인 대안을 만들고자 한 연구입니다.

(2030 개발협력 활동가들의 실태는?)


3. 서울노동권익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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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활동 경험을 가진 30명의 활동가들이 모여 개발협력 분야의 더 나은, 더 즐거운,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노동 환경과 조직 문화를 위하여 머리를 맞대는 현장의 이야기를 매월 두 번째 피움을 통해 전해 드려요. 노동 이슈 솔루션 그룹 워크숍 소식은 특별히 개발협력 청년 활동가들의 즐거운 작당 플랫폼인 공적인사적모임에서 발행하는 국제개발협력 뉴스레터 김치앤칩스와 피움의 콜라보로 제작됩니다. 개발협력 노동 문제에 대한 관심과 공감대를 확대하기 위한 두 뉴스레터의 합작, 많이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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