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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다액션[발전 대안 세미나 #2] 개발협력 하면서 현지에서 "얘네들", "걔네들" 한다고요?

2022-07-27
조회수 159

개발협력 하면서 현지에서 "얘네들", "걔네들" 한다고요?

발전 대안 세미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협력> 2회차 강의 리뷰



발전과 저발전, 선진국과 후진국. 이분법적인 발전주의를 기반으로 형성된 한국 사회는 후진국에 대한 우월감과 선진국에 대한 열등감을 오랜 기간 내면화해 왔다. 이는 한국의 국제개발협력 담론에 투영되어 오늘날 한국형 원조가 글로벌 남반구(Global South)를 협력의 파트너로 인식하는 것이 아닌, 착취 혹은 해외 진출의 대상으로 보는 '식민주의적' 태도의 답습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태도를 벗어나자는 탈식민주의의 관점에서 한국의 개발/발전 담론과 한국 원조철학의 관계를 이해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탐색하기 위해, 발전 대안 세미나 시리즈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협력>의 두 번째 강의가 지난 7월 24일 '탈식민주의와 대안 담론: "얘네들", "걔네들"이라고 부르지 마세요'를 주제로 진행됐다.


2회차 강의를 맡은 발전대안 피다 강하니 사무국장은 개발협력 분야에서 아직은 조금 낯선 '탈식민주의' 개념에 기반하여 오늘날의 협소하고 일방향적인 발전 담론에 변화의 필요성을 환기했다. 그는 글로벌 남반구의 원조기관 근무자들이 현지인들을 "얘네들", "걔네들"이라는 낯춤말로 지칭하는 모습을 목격한 본인의 경험을 공유하며, 이러한 언어 습관의 기저에 존재하는 근본 원인이 무엇일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또한 ODA와 한국의 국익을 연결 짓는 것을 당연시하는 한국의 원조 철학에 의문을 표하며 한국 사회 내 만연한 오리엔탈리즘 문제를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 의식을 바탕으로 강하니 국장은 글로벌 남반구를 바라보는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프레임을 아래 표와 같이 크게 4개로 분류했다.


담론 프레임 구분설명뿌리가 되는 인식
"희망의 씨앗을 뿌리자" 프레임글로벌 남반구를 희망이 없는 절망과 어둠의 지역으로 묘사
원조를 불행한 사람들을 돕는 인종주의, 위계주의적 시각이 강한 프레임
자선주의, 인종주의, 위계주의
"우리를 배우고 우리처럼 되어라" 프레임한국을 문명화된 국가로 설정
남반구 국가를 한국의 사례를 배우고, 배우길 원하는 대상으로 설정
동화주의
"국익을 위해 해외로 진출하고 확장하자" 프레임원조를 한국기업과 인재의 해외진출, 자원개발, 시장선점, 일자리 창출을 위한 수단으로 보는 프레임
국익담론과 함께 더 강력한 프레임으로 성장. 우리 자신도 성장이 절박한 개도국으로 표현
팽창주의
착취적 국익 추구 개념
"주체성" 프레임원조를 일방적 시혜나 자선이 아닌 개도국과의 파트너십, 협력, 동등한 관계로 인식하고 그들의 주체성을 인지협력주의
관계적 책무성


 주체성에 기반한 담론이 더욱 보편적으로 수용되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 사회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선진국 담론'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 담론은 선진국을 앞서가는 국가로, 후진국을 뒤쳐진 국가로 설정한다. 이는 경제 발전 수준으로 각 국가를 구분하는 한국 사회의 대표적 발전 담론으로, 후진국을 선진국의 주변화된 타자로서 본질적인 결함의 조합으로 묘사한다 (반인권, 비위생, 무책임, 부정부패, 혼란, 갈등, 무질서, 비상식, 비효율 등). 서구 중심 담론에서 비서구세계를 만성적인 후진 세계로 표현했던 것처럼, 한국에서 후진국을 표현할 때에도 동일한 패턴이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왜 이렇게 이분법적인 발전주의에 집착하게 된 것일까. 강하니 국장은 이에 대한 답을 <식민지 트라우마: 한국 사회 집단 불안의 기원을 찾아서 (유선영, 푸른역사, 2017)> 책에서 찾는다. 한국의 강력한 민족주의적 사상은 식민지 해방을 거치면서 민족적 감정의 형태로 시작되었다. 즉, 한국은 사상적 체계나 이론적 논리에 근거한 민족주의가 아닌 감정, 태도, 욕망, 히스테리와 같은 정신분석적 증상으로서 민족적 감정을 형성해온 것이다. 이는 박정희 정권의 근대화, 민족주의, 반공주의 사상들을 거치며 오늘날 한국사회 내에 민족 감정으로서의 민족주의와 경제적 성장으로 완결되는 민족주의가 하나의 흐름으로서 공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탈식민지주의의 대가 파농(Frantz Fanon)이 지적한 바와 같이, 식민지민이 가지고 있는 비교 콤플렉스는 서구 문명에 대한 동경과 열망, 그리고 자기 민족의 야만성 및 열등감과 짝을 이루어 나타난다. 그리고 결국 서구 근대성에 대한 숭배와 과거 민족성 전부에 대한 부정이 혼재되어 나타나는 정체성의 혼란은 식민지민을 이중의 곤경으로 밀어 넣는다. 따라서 서양의 억측과 고정관념에 대항하고, 그 동안 배제된 목소리에 주목하며, 단일화 서사에 도전하고 중증적인 목소리를 표현하는 긍정적 개념으로서의 탈식민주의가 필요하다. 즉, 우리 안에 존재하는 피식민지민으로서의 정체성과 내면화된 오리엔탈리즘을 분명하고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이를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탈식민주의의 사례에는 무엇이 있을까. 강하니 국장은 먼저 코로나 사태와 함께 등장한 한국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성찰을 소개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한국 인력이 개발협력 해외 현장에 직접 갈 수 없게 되면서 한국 국제 개발협력이 달려온 방식과 나아갈 방식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는 팬데믹 기간 동안 한국 인력의 공백을 채우기 위한 현지의 힘, 지역의 위기를 연대를 통해 극복하는 지역 시민들의 노력을 확인한 바 있다. 이는 외부인이 협력국 발전의 주체일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코로나 사태는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위기인 동시에 그 구조 자체를 뒤집는 변화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또 다른 탈식민주의의 사례로서 강하니 국장은 비서구민주주의에 대한 담론과 함께 진화하는 민주주의, 정해진 실체가 없는 민주주의에 주목했다. 서양인들이 민주주의를 만들었다는 서구 중심적 사고가 아닌, 공동체주의와 민주주의가 전 세계 다양한 문화권에서 발견된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강하니 국장은 탈식민주의의 사례로서 발전대안 피다가 직접 캄보디아에서 목격한 현지 활동가 조직과 한국 개발협력 단체에 대해 소개했다. "당신에게 발전이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해 많은 활동가들은 자신만의 철학에 대해 설명하며 발전의 다양한 얼굴들을 보여줬다. 이는 한국 국제개발협력이 금과옥조의 가치처럼 여겨 온 경제 성장을 넘어, 발전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이해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탈식민주의에 기반한 국제개발협력의 한 요소인 연대는 무엇으로 가능해지는가. 강하니 국장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타자화, 도구화, 대상화하지 않고 서로서로 배우는 태도를 바탕으로, 기회주의적 세계 인식이 아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식민주의적 생각들을 비판적으로 성찰해야 함을 이야기했다. 일방향적으로 주고 일방향적으로 받는 관계가 아닌 모두가 서로 주고받는 세계에 도달할 수 있도록, 대등한 문명교류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제개발협력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를 끝으로 강하니 국장의 강의가 마무리됐다.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 및 토론 시간에는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식민주의적 사고와 관련하여 세미나 참가자들의 참여 아래 적극적인 논의가 진행됐다. 특히 현지에서 개발협력 사업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참가자들의 경우 "코로나 이후 한국의 국제개발협력이 달라진 점이 있는지"에 대해 본인의 실제 경험은 물론 현지 주민과의 소통에 대한 고민들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식민주의적 사고에 갇힌 한국 정부의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태도, 점점 더 많아지는 정부의 ODA 수행기관, 기부 캠페인의 효과성과 한국인의 중층적인 정체성 등에 대해 강하니 국장의 주도 아래 참가자들은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나눴다. 이렇게 변화를 향한 작은 발걸음들이 모여 궁극적으로 한국 원조철학과 개발/발전 담론을 바꿀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두 번째 세미나는 끝이 났다.


두 번째 세미나에 이어 7월 27일에 진행된 3회차 세미나에서는 발전대안 피다의 운영위원인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김태균 교수가 '흔들리는 한국 원조철학 이제 스탑!'이라는 제목 하에 한국 비판국제개발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8월 3일과 10일에 각각 예정된 4회차와 5회차 강의를 끝으로 세미나 시리즈는 마무리되지만, 본 시리즈를 통해 모인 개발협력 활동가들의 ‘대안’에 대한 열망은 한국 국제개발협력 생태계에 변화의 바람을 가져올 나비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글쓴이: 피움 기자단 3기

홍은선 (a6321371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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