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피움 ㅣ 기사 보기

피움 ㅣ 코너별 보기

정책이야기[2022 원조투명성지수 평가 리뷰] 국민의 눈높이에서 신뢰할 수 있는 원조를 위해

2022-07-28
조회수 166


국민의 눈높이에서 신뢰할 수 있는 원조를 위해

2022 원조투명성지수 평가 리뷰


지난 7월 13일, 영국의 원조 투명성 글로벌 캠페인 민간기관인 Publish What You Fund(이하 PWYF)는 2022년도 원조투명성지수(Aid Transparency Index, 이하 ATI)를 발표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ATI는 지난 2011년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Busan High Level Forum on Aid Effectiveness)를 계기로 탄력을 받은 원조 투명성 증진 논의에 힘입어 당해 파일럿 시행을 거쳐 2012년부터 정기적으로 발표되고 있다.

 

원조 투명성은 원조 효과성을 증명함으로써 원조 정책 및 활동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개선을 해야 할 부분이 어디인지 보여 주며, 공여 주체들이 얼마나 책무성을 잘 실천하고 있는지 드러낸다는 측면에서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원조에 대한 데이터는 원조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고, 미래의 지출을 분석하며, 개별 프로젝트를 모니터링하고 개발 효과를 평가하는 데에 사용될 수 있다.

 

2022년, 그 어느 때보다 원조 투명성이 중요한 이유

 

PWYF는 최근의 국제개발협력 정세 속에서 원조 투명성은 더욱 그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자원 및 곡물 가격 상승이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와 결합하여 불러온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세계 곳곳에서 참혹한 위기를 낳고 있다. 아프리카의 뿔 지역, 사헬 지대, 예멘 및 아프가니스탄 등에서는 기근과 지역 내 갈등이 야기한 식량 부족이 국제 수급 난항으로 인해 심화되고 있다.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여 상향 조정하기 시작한 기준금리는 개발도상국들이 이미 안고 있는 채무 위기를 악화시킬 것이 자명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도 원래 높았던 중저소득국가의 공적 부채 수준은 2022년 초가 되자 정부 총 세입의 2.5배를 상회하는 규모까지 폭증했다. PWYF는 이것이 저소득국가들이 부채 상환을 위해 점점 더 많은 재정을 교육, 보건 등 다른 기본적인 필수 세출 분야로부터 전용해야 하는 것임을 의미하며, 국제사회가 함께 감당해야 할 부담도 커질 것임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가속화하는 기후 위기 또한 에너지와 식량의 수급에 있어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 또한 언급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원조 투명성은 당면한 전 지구촌적인 도전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휩쓸고 간 이후의 세계를 재건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의 직·간접적인 영향에 대응함에 있어 원조의 흐름을 모니터링하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질 것이다. 공여 국가들도 함께 겪고 있는 재정적 어려움, 그리고 생계비 증가가 공적 자금에 주는 부담은 원조 예산 지출의 정당화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어디에 원조 자금이 쓰이고 있고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시의적절하고 구체적인 데이터는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국민들에게 원조의 영향과 효과성을 증명하는 것은 원조와 관련된 국제적인 약속들이 지켜지도록 책무성을 보장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투명한 데이터는 주체들 간 활동을 조율하고 분명하게 확인된 니즈에 따라 원조를 수행하며 원조 중복을 감소시킴으로써 효율적인 원조 자금 집행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세계 경제가 긴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현 시국에서 필수불가결한 기능이 아닐 수 없다.

 

전 세계 50개 공여 기관의 원조 투명성 성적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원조 투명성이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는 지금, 세계 주요 공여 기관들의 원조 투명성 성적표는 어떤 모습일까? 2022년 ATI는 35개의 세부 지표를 가지고 다섯 가지 정보 항목에 대하여 이용 가능성(availability)과 접근성(accessibility)을 평가했다. 데이터 이용자들이 인식하는 정보 항목별 중요도에 따라 각 지표에 가중치를 부여하여 총 100점 만점으로 점수가 매겨졌다. 그 결과, 2022년의 지수 동향은 2020년과 유사하게 나타나 세계 주요 공여 기관들은 대체로 팬데믹 이전 수준의 원조 투명성을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평균 점수는 61.8점으로 2020년의 63.4점보다는 다소 하락하였다. 평가 대상이었던 50개의 공여 기관 중 31곳의 원조 투명성이 ‘상위’ 또는 ‘최상위’ 등급으로 분류되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최상위’ 등급을 받은 기관의 수는 총 10곳으로, 2020년의 11곳에 비해서는 1곳이 줄었다. 아프리카개발은행(국가별 포트폴리오)는 4계단 상승해 1위를 차지했다. UN 인도지원조정실(OCHA)은 평가 시작 이래 처음으로 ‘최상위’ 등급을 받았다. 글로벌펀드와 캐나다 외교부, 영국 외무·영연방부는 올해에는 우등생 자리를 지키는 데에 실패했다.

 

5개의 평가 등급 가운데 ‘상위’ 등급을 받은 공여 기관의 수가 21곳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의 유일한 원조 투명성 평가 대상 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 또한 77.7점을 받으며 2020년에 이어 ‘상위’ 등급을 수성했다. ‘평균’ 등급을 받은 기관의 수는 11곳으로 종전에 비해 5곳이 줄었으며, ‘하위’ 등급을 받은 기관은 5곳으로 독일 외무청과 미주투자공사(IDB Invest) 등 2곳을 새로 포함했다. ‘최하위’ 등급 그룹에는 2020년에 이어 연속으로 중국 상무부와 아랍에미리트 외무·국제협력부, 터키 TIKA가 자리했다.

 

공여국 중 원조 투명성 3위를 기록한 한국, 개선의 여지는 남아

 

한국에는 2022년 기준 KOICA,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각 중앙 정부 부처, 지방자치단체 등 44개 기관이 원조 활동을 수행하고 있지만 PWYF의 원조 투명성 평가 대상이 되는 곳은 KOICA 하나뿐이다. KOICA는 PWYF의 ATI 평가 초기부터 평가 대상 기관에 포함되어 왔으나 2020년 이전까지의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는 하위 그룹에 속했고, 2016년 1월 국제원조투명성기구(International Aid Transparency Initiative, 이하 IATI)에 가입하면서 그해 8월부터 IATI 기준에 맞추어 정보 공개를 시작했으나 국제 기준에 비해 미흡하다는 지적을 계속해서 받아 왔다.


연도2013년2014년2016년2018년2020년2022년
기관KOICAKOICAKOICAKOICAKOICAKOICA
점수 (100점 만점)27.936.926.137.070.777.7
순위30위34위41위38위20위13위
대상 기관 수67개68개46개45개47개50개

 

<한국 원조투명성지수 추이 (2013-2022)>


이에 KOICA는 지난 2018년 2월 발표한 ‘KOICA 10대 혁신 과제’에서 ‘개인 정보를 제외한 모든 데이터 공개’를 과제 중 하나로 밝혔고, 세부 이행 과제로 ‘IATI 및 ATI 평가 등급 향상’을 내세우며 실질적인 원조 투명성 강화를 위한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20년 평가에서는 70.7점을 받으며 전 세계 47개 평가 대상 기관 중 20위에 올랐고, 2022년 평가에서는 총 77.7점을 받아 전체 13위, 공여 국가만을 놓고 봤을 때는 3위에 오르는 발전을 보였다. 점수 상승폭을 기준으로도 전체 평가 대상 기관 중 4위를 기록했으니, 괄목할 만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KOICA 측은 2018년 하위 등급 평가 이후 평가 지표별 결과 분석을 기반으로 원조 투명성 개선 계획을 수립하고 데이터 취합 제도 개선 및 사업 통계 정보의 표준 관리, 시스템의 기술적 개선을 통해 통계 정보 관리 체계를 강화했다고 했다. 부서별로 통계 담당관을 두어 통계 품질을 개선하였고, PWYF의 권고에 따라 정보 공개 주기도 연 4회 빈도로 진행하고 있다.

 

원조 투명성은 다섯 가지의 정보 항목별로 평가되는데, △기관 계획·공약 정보(Organisational planning and commitments) △재정·예산 정보(Finance and budgets) △사업 특성 정보(Project attributes) △개발 정보 연계성(Joining-up development data) △사업 성과 정보(Performance) 등이다. KOICA는 상술한 노력에 힘입어 금번 평가에서는 5개 평가 항목 중 4개에서 개선을 보였다. 특히 재정·예산 정보 항목에서 2020년의 12.3점보다 20% 이상 상승한 17.7점(총 25점 만점)을 기록했으며, 개발 정보 연계성 항목에서도 17.6점(20점 만점)을 받으며 2020년 대비 17%의 점수 상승을 보였다. 하지만 사업 성과 정보 항목에서는 오히려 2020년에 비해 점수 하락을 보였다. 20점 만점에서 13.4점을 받았던 종전과 달리 이번에는 10.5점을 받는 데 그친 것이다. PWYF는 KOICA의 웹사이트에서 각 사업별 사전 영향성 평가 자료 공개가 미흡하여 감점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물론 2018년의 2.5점에 비하면 여전히 큰 폭으로 개선된 것임은 분명하나, 전반적인 상승을 보이는 가운데 한 항목에 대해서만 점수가 떨어진 것에 대해서는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ATI 평가의 검수자, 피다가 보는 원조 투명성


발전대안 피다는 PWYF의 독립 검토위원(Independent reviewer)으로서 2012년 ATI 시행 초창기부터 한국 시민사회를 대표하여 KOICA의 ATI 평가를 검토하는 일을 하고 있다. PWYF에서 평가를 한 내용을 보고 부연 설명을 덧붙이거나, 평가자 측에서 찾지 못했거나 확인하지 못한 자료를 추가로 찾아 첨부하는 등의 방식이다. 즉 평가자의 평가가 정당한지를 확인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2022년 ATI 리뷰를 진행하면서 받은 인상은 KOICA가 최대한 많은 정보를 공개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조금만 찾아보면 KOICA의 지난 사업 실적들에 대한 통계를 제법 자세한 수준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과거에 진행되었던 개별 사업들에 대한 정보도 온라인으로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자료들은 KOICA의 기관 공식 웹사이트나 IATI 웹사이트, ODA Korea 웹사이트, KOICA 오픈 데이터 포털, KOICA 통계 조회 서비스, ODA 정보 포털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정보량의 측면에서는 남부럽지 않을 수준의 열린 데이터베이스를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PWYF에서 지적한 개선 사항들 이외에도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국민의 입장에서는 정보 이용의 용이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오픈 데이터 포털과 통계 조회 서비스가 따로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ODA 정보 포털과 KOICA 오픈 데이터 포털의 차이는 무엇인가? 링크를 타고 넘어가다 보니 우연하게 발견되는 정보가 아니라, ‘이 정보를 찾으려면 어딜 가면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을 때 그대로 따라가면 찾을 수 있는 직관적 내비게이션이 절실했다. PWYF에서 ATI 평가를 할 때는 각 공여 기관이 IATI에 공개한 정보들도 함께 보겠지만, 일반적인 국민이 자국의 ODA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할 때 떠올리는 것이 IATI 웹사이트에서 엑셀 데이터를 다운로드하는 건 아닐 것이다. 원조 투명성이 필요한 이유 중 중요한 축 하나가 국민의 알 권리 보장, 그리고 알 권리가 충족된 사회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정당성을 얻은 원조 수행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일반적인 국민의 눈높이에서 더욱 접근 가능하고 더욱 이용이 쉬운 정보 공개를 위해 힘쓸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경기 침체를 거치면서 어려울수록 돕고 사는 정신을 발휘하는 이들도 물론 적지 않지만, 우선 각자의 앞가림을 위해 ‘나눔’에는 부득이하게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된 것은 사실이다. 이런 환경이기에 원조 투명성은 더욱 중요하다. ODA에 대한 국민의 인지는 차츰 제고되고 있으나, 원조에 대한 반대 여론 또한 늘고 있다. 원조의 효과에 대한 인식도 과거에 비해 낮아졌다. 국민은 ‘사업 결과가 실제로 저개발국에 도움이 되었는지’, 그리고 ‘예산이 효율적으로 사용되었는지’, ‘원조를 받은 나라의 주민들이 만족하고 있는지’를 가장 궁금해 한다. 원조 투명성을 공식적으로 평가하는 항목들에 대하여 개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국민의 눈높이에서 투명성을 정의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이 함께한다면 더욱 훌륭한 결과를 낳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더불어 KOICA 이외에도 한국의 또 다른 주요 원조 기관인 EDCF도 원조 투명성 평가의 대상에 포함될 것을 촉구한다. 2022년 대한민국의 유상원조는 원조 예산의 43%를 차지한다. 한국 전체 원조의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인 EDCF가 원조 투명성에 대한 책무에서 제외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ATI 측정 초기에는 EDCF도 조사 대상에 포함되었으나 2013년부터 선정 기준이 변경됨에 따라 현재는 KOICA만이 한국의 유일한 평가 대상 기관이다. 정부 차원의 무상원조 담당 기관인 KOICA가 한국 ODA의 큰 축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의 원조 집행 체계에서는 KOICA 외에도 EDCF를 비롯해 다양한 주체들이 원조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한국의 원조 투명성을 이야기할 때 KOICA의 ATI 성적표만을 내세우는 현 상황은 반드시 개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글쓴이: 김향지

발전대안 피다 애드보커시팀장

 

※ 참고자료

  • 2022 Aid Transparency Index (링크)
  • PWYF - 2022 ATI / KOICA (링크)
  • [보도자료] “해외 원조, 투명하고 책임있게” 코이카, 원조투명성지수 평가 2회 연속 ‘상위(Good)’등급 획득 (링크)
  • 2021년 ODA 국민인식 조사 (링크)
  • 2022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 (링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