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과 사람들우리의 '주민'은 동료 활동가, 웃음을 주는 라운지가 되고 싶어요 - 방구석개발협력 이감독, 우베 인터뷰

2023-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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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한 연대'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 직접 전하기'가 주된 흐름이 되어 가는 국제개발협력 활동가 생태계. 발전대안 피다는 이러한 변화에 주목해 국제개발협력 활동가들의 오늘을 말하는 다양한 독립 미디어 채널들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첫 타자로 피다와도 여러 차례 협업을 진행한 팟캐스트 방구석개발협력과 이야기를 나누고 왔는데요. 언제나 에너지 넘치는 목소리의 '불도저' 이감독님, 그리고 차분하지만 허를 찌르는 유머가 넘치는 우베님과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우리의 ‘주민’은 동료 활동가, 웃음을 주는 라운지가 되고 싶어요

- 팟캐스트 ‘방구석개발협력’ 이감독, 우베 인터뷰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피움 구독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려요.


우베 | 안녕하세요. 저는 방구석개발협력에서 겉절이를 맡고 있는 우베입니다. 저도 피움 독자고요. 보통 저희는 말로 전달을 하는데 이건 글로 전달될 거라고 하니까 뭔가 새롭네요.


이감독 | 안녕하세요. 개발협력 언저리를 거니는 자 이감독입니다. 저도 피움 구독하고 있는데, 제가 구독하는 그 피움에 저희 인터뷰가 실린다고 하니까 너무 신기하네요.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방송 처음 시작하시고 이제 벌써 3년이 지났어요. 그간 여러 게스트분들과 인터뷰를 진행하셨는데, 인터뷰이의 자리에 앉게 된 소감이 어떤가요?


우베 | 예전에 아프리카인사이트와 한 번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서면으로 진행이 되었어요. 그래서 지금 대면 인터뷰는 사실상 처음이라 되게 어색한데요. 이런 기회가 있을 때 역지사지로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간 우리가 인터뷰이(interviewee)들을 많이 괴롭혔구나, 질문을 답하는 게 쉽지 않구나 하고요. 


이감독 | 이런 자리가 있을 때마다 ‘우리가 뭐라고...’ 하는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방구석개발협력을 소개할 수 있는 자리에 초대받는 일은 항상 즐겁고 감사합니다. 매번 느끼지만, 질문을 당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속 편한 것 같아요. 저희가 인터뷰하는 분들이 녹음 후에 ‘인터뷰 질문에 답을 적다가 생각이 많이 정리되었다’라는 말씀을 많이 해 주셨거든요. 저도 인터뷰 질문에 답을 하다 보니 방구석개발협력 전체의 방향성이라든가 진행자 개인으로서의 생각들이 덕분에 정리되기도 하더라고요. 오늘도 그런 기대로 인터뷰에 응해 보고자 합니다.



매 방송 각자 ‘개발협력 언저리를 거니는 자’, 그리고 ‘개발협력계의 겉절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계세요. 아까 첫 인사에서도 그렇게 표현해 주셨고요. 어떤 의미를 담아서 이런 표현을 사용하고 계신가요?


우베 | 어떤 상황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는 건 아닌데, 저희 둘 다 ‘우리가 뭐라고 개발협력 이야기를 하나, 우리가 대단하게 학술적이거나 전문적인 얘기를 할 건 아니고 그냥 편하게 얘기를 하는 자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서 나오게 됐던 것 같아요.


이감독 | 저희가 이 개발협력 신(scene)의 핵심, 중심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다 보니 소개를 그렇게 했던 것 같아요. 프로그램 타이틀은 개발협력이라고 딱 내세우고 있는데, 각자가 개인으로서는 ‘진짜 개발협력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는 좀 애매하지 않나 하는 그런 주춤함과 자조가 섞인 소개였어요. 언저리 겉절이 라임도 잘 맞고, 뭔가 나서는 듯 나서지 않는 듯한 이 소개 멘트가 개발협력 신에서 저희가 취하고 있는 포지션과 비슷한 것 같아 고르게 되었어요.

물론 지금은 ‘인(in)’, 그러니까 핵심에 자리했다고 생각해요. 사실 직장에서 하는 업무상으로는 예전에 비해 더 ‘아웃(out)’에 해당되는 일을 하고 있지만, 방구석개발협력을 처음 시작했을 때와 지금을 돌아보면 지금은 ‘너무 개발협력을 하는 사람이다’라는 확신이 들어요. 내가 이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개발협력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달까요. 멘트를 처음 할 때는 부끄러움에서 출발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냥 위트죠. 


(좌) 우베 (우) 이감독


두 분이 처음 팟캐스트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우베 | 이감독이 제게 대시를 했죠. 그때 마침 제가 석사를 졸업하고 마음이 좀 헛헛하던 시기였는데, 다른 사람들도 있는 자리에서 ‘같이 해 보고 싶은 것이 있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며칠을 숙고하다가 그 헛헛한 마음에 넘어갔습니다. 적어도 이거 하면 학교 다니느라 못 본 책은 좀 읽겠지 싶었거든요. 학교 다닐 땐 과제에 치여 살다가 방학 하면 그동안 못 본 책 읽어야지 생각은 해도, 정작 방학이 되면 글자 자체를 안 보고 싶어지잖아요. 그걸 2년 반 하고 나니까 기본적인 것도 안 했다는 공허함이 있더라고요. 


이감독 | 원래 그때 개인 팟캐스트를 시작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저는 우베가 석사 공부를 하면서 경험한 여러 강의나 자료에 대한 이야기를 옆에서 듣는 것만으로도 너무 유익하고 재미있었거든요. 그런데 정작 본인은 석사 졸업이 다가오니 허무해 하는 게 기가 막혔어요. 그래서 마침 개인적으로 하려던 팟캐스트를 우베랑 같이 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베는 당시에 에세이를 좀 써 볼까 하던 차였는데, 제 푸시를 통해서 같이 팟캐스트를 하면 좋지만 그게 안 돼도 자극을 받아 글쓰기라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제안을 하게 됐죠. 


우베 | 처음 녹음할 때는 너무 오그라들었어요. 보통 이야기를 하면 듣는 사람이 앞에 보여야 되잖아요. 듣는 사람이 앞에 없는데 나 혼자 누가 듣고 있는 척 얘기를 해야 되는 게 너무 부끄러운 거예요. 


이감독 | 처음에는 마땅히 녹음할 데가 없어서 자동차에서 핸드폰으로 녹음을 했어요. 개인 팟캐스트를 준비할 때 팟캐스트 강의를 들었는데, 강의에서 그렇게 알려 줬거든요. 차가 방음이랑 흡음이 잘 되는 공간이라 소음 없이 녹음하기 좋다고 해서요. 


우베 | 이감독 차에서 처음 녹음을 시작했는데요. 문제는 그때가 6월이었는데, 너무 더운 거예요. 그런데 에어컨을 틀면 또 소리가 심해서 켜지도 못하고, 녹음을 하다가 중간에 끊고 문 열고, 비가 오면 밖에 빗소리 들리고 하다 보니 자동차는 안 되겠더라고요.


이감독 | 그렇게 한두 번 정도 하다가 결국엔 정말로 방구석에서 녹음을 하게 되었죠. 



출발이 다사다난했네요. 콘텐츠를 만드는 데 있어서 영상(유튜브 등)이나 텍스트(블로그 등)가 아니라 오디오 매체인 ‘팟캐스트’의 형식을 택했던 이유가 있나요?


우베 | 일단 초기 자본 없이 시작할 수 있어서 진입 장벽이 낮았어요. 둘 다 라디오 키즈인데, 이감독의 경우 봉사단 시절 해외에서 팟캐스트를 많이 들어서 매체에 대한 이해도가 있었고 음악을 전공했다 보니 이미 오디오 편집 기술이 있었어요. 팟캐스트가 좋은 게, 유튜브처럼 품이 많이 들지도 않고, 장비가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얼굴이 드러나지도 않아서 아무래도 쉽게 시작할 수 있죠.



요즘 시대는 아무래도 유튜브가 대세인데, 유튜브를 하실 생각은 없나요?


우베 | 듣는 분들도 그런 질문을 많이 하시는데, 한다고 해도 팟캐스트랑은 별개로 할 것 같아요. 팟캐스트를 그만두고 유튜브만 한다거나, 팟캐스트 내용을 그대로 유튜브에 올린다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네요. 팟캐스트가 상대적으로 유입이 적고 돈이 안 되긴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유입이 적은 게 장점이기도 해요. 호의와 동료애를 갖고 들어 줄 사람들만 들으러 오니까요. 안전한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죠. 저희가 인터뷰이를 모실 때도 누가 이 사람의 말에 딴지를 걸 일이 없다는 게 장점이에요. 유튜브에 인터뷰를 올렸다가 안 좋은 댓글이라도 달리면 저희를 믿고 찾아온 손님에게도 누가 될 수 있는 거잖아요. 알고리즘이 순기능도 있지만 단점은 너무 불특정 다수에게 알려질 수 있다는 거라고 생각해요. 팟캐스트는 그런 게 없어요. 듣는 사람까지 하나의 멤버십 같은 느낌이죠. 

오디오 콘텐츠가 이미 죽었다고 말한 시기가 많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라디오나 팟캐스트를 찾아 듣는 사람들이 있어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되게 집중하지 않아도 편하게 즐길 수 있고, 피로도가 적은 것도 그 중 하나일 것 같아요. 업계 특성상 해외에서 듣는 분들도 많은데, 상대적으로 데이터 걱정 없이 이용할 수 있고요.


방구석개발협력 팟빵 채널 페이지 화면 갈무리


2020년 8월 12일 첫 방송을 하고, 첫 15화 정도는 국제개발협력 개론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셨어요. 처음 방송을 시작했을 때 생각하셨던 팟캐스트의 컨셉, 방향성은 무엇이었나요? 정보 전달 위주의 방송을 쭉 하게 될 것으로 구상하셨던 것인지, 아니면 다른 것들도 계획에 있었던 것인지 궁금합니다.


우베 | 인터뷰 콘텐츠는 처음부터도 기획에 있었어요. 코로나 시기였으니 다들 출장을 안 가서 한국에 있을 때 인터뷰를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어느 정도 회차가 쌓일 때까지는 둘이 공부하고 쉽게 연결되는 자료를 가지고 얘기해 보기로 했죠.


이감독 |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저희가 초기 준비에만 약 4-5개월이 걸렸어요. 우베 말대로 인터뷰는 방구석개발협력 기획 때부터 예정되어 있던 활동이긴 했어요. 다만 저희가 국제개발협력의 언저리와 겉절이인 만큼 누구라도 만나려면 기초 지식 정도는 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일단은 우리 두 진행자의 기초 역량을 다지고 방송 정체성 확립을 위한 기틀을 잡기 위해서 개론 서적을 읽고 리뷰하는 내용을 올리자는 취지로 시작했습니다.



준비 과정이 생각보다 굉장히 길었네요.


이감독 | 네, 2월인가 3월에 첫 이야기를 꺼내고 기획을 시작한 다음 6월에 첫 녹음을 했으니까요. 비축분이 10개는 쌓여야 올리기 시작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녹음 편수가 빨리 쌓이더라고요. 그래서 이 속도면 10편까지는 안 가도 되겠다 싶어서 6편 정도 쌓였을 때 첫 업로드를 했고, 그게 8월이었어요. 


우베 | 4-5개월을 굉장히 각 잡고 준비했다기보다는 무슨 책 할까, 제목 정해 보자, 소개 정해 보자 이러면서 시간을 보냈죠. 



처음 인터뷰 게스트를 초대했던 20화 이후로 다양한 콘텐츠를 리뷰하고, 국제개발협력 종사자들을 인터뷰하는 것이 주된 방향으로 자리잡은 것 같아요.


이감독 | 개론 책도 어느 정도 읽었고 방송 누적본도 어느 정도 쌓였으니 이제 인터뷰를 시도해 보자는 얘기가 나왔죠. 인터뷰가 처음에 마음 먹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한두 번 해 보니까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개발협력에 대한 지식을 책이나 영화 등을 통해 얻기도 하지만 인터뷰이를 만나 이야기하면서 얻게 되는 지식은 훨씬 생생하고 좋더라고요. 책을 한 권 소개하더라도 저희 진행자 둘이서만 소개하는 것보다는 작가님을 직접 초대해서 이야기를 들어 보면 훨씬 생동감 있고요. 청취 수를 보면 청취자분들도 그걸 느끼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점점 인터뷰 비율이 자연스럽게 높아진 것 같아요.


우베 | 처음에는 이감독 지인들을 중심으로 인터뷰를 했는데, 인터뷰이들이 계속 연결이 되면서 비중이 커졌어요. 인터뷰를 통해 동료들을 만나는 일이 방구석개발협력에 에너지를 주면서, 극 내향인 둘이 몸져 누울 각오를 하고 인터뷰를 반복했죠. 인터뷰는 준비 기간이 있다 보니 사이사이 접하는 작품들을 리뷰하게 되었습니다. 



세어 보니 그간 20여 건의 인터뷰를 진행하셨더라고요. 인터뷰이를 선정하는 기준과 섭외하는 과정에 대해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인터뷰는 어떤 것이었나요?


우베 | 처음에 섭외 기준 1순위는 지인이었고요. 지인의 소개와 진행자들의 니즈가 맞았을 때, 상대가 먼저 언급했을 때, 또는 드물지만 홍보나 자발적 출연 요청이 있을 때도 섭외가 되기도 했습니다. 처음 인터뷰를 했던 분도 이감독의 지인이었어요. 그 당시 곧 파견을 앞두고 있어서 가기 전에 빨리 하자고 했던 건데, 파견 예정 국가가 미얀마였던 터라 결국 가지 못하고 지금도 한국에 계시답니다.


이감독 | 요즘은 어떤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거기에 최적인 사람이 있다고 하면 저희가 먼저 섭외 요청을 하기도 해요. 그렇게 해서 성사된 건도 있고요.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아무래도 어떤 연결 고리도 없는데 섭외가 되었던 첫 팀인 국개협UP과의 인터뷰였어요. 그때도 그쪽에서 시그널을 먼저 보내 줬었는데요. 성과 발표회를 할 때 저희 방송 이름을 언급해 줬거든요. 그걸 듣고 용기를 내어 저희가 메시지를 보내면서 인터뷰를 하게 됐죠. 그때 만난 인연으로 당시 출연했던 바리님과는 ‘월간바리’라는 고정 코너도 하게 되었으니, 역시 도전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이든 한번 시작하기는 쉬워도 꾸준히 유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 두 분은 3년이 넘게 팟캐스트를 쉼 없이 이어 오고 계세요. 바쁜 업무나 개인사 등으로 녹음을 위한 시간을 내는 것이 여의치 않을 때도 분명히 있었을 것 같은데, 방송 스케줄이 버거웠던 적은 없으신가요?


이감독 | 사실 방석이(주: 방구석개발협력 청취자 애칭) 여러분들은 아시겠지만, 이전까지 매주 업로드를 하다가 올해 중반부터 격주 업로드로 개편을 했어요. 그간 저희 둘이서 자주 만나고, 녹음하고, 방송 내보내는 게 그저 재미있어서 3년간 몰입했었는데요, 어느 순간 돌아보니 내용이나 퀄리티보다는 그저 회차를 채우기에만 급급한 저희를 발견했어요. 방구석개발협력이 초기에는 매주 1편씩 내보내는 꾸준함이 트레이드마크였다면, 이제는 편당 퀄리티를 더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눈물을 머금고 매주 업로드에서 격주 업로드로 개편했답니다.


우베 | 개편이 불가피했을 만큼 버거움이 있기도 했지만, 그래도 유지할 수 있는 건 ISTJ인 진행자들의 빠른 의사 결정과 내 일처럼 지지해 주는 고정 출연진의 노력 덕인 것 같아요. 이감독과 제가 같이 일을 할 때 일 상식이 잘 맞는 편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서로 약속을 어기는 일이 잘 없어요. 크게 펑크를 내는 일도 없고요. 그런 상식이 맞으니까 계속 같이 일하는 것 같아요.


이감독 | 맞아요. 그리고 소통 면에서도 확실히 그런 게 있어요. 저희는 서로 대화할 때 누가 보면 ‘쟤네 싸우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희가 진짜 친한 친구지만 팟캐스트 얘기할 때는 정말 직설적으로, 속 시원하게 팩트만 얘기하거든요. 그렇게 해도 ‘이건 일 얘기구나’, ‘감정을 실어서 하는 말이 아니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어서 그런 면에서 스타일이 잘 맞는 것 같아요.



방구석개발협력 인스타그램 페이지 화면 갈무리


앞서 말씀하신 ‘월간바리’처럼, 방송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된 사람들과 팀/커뮤니티를 이뤄 활동을 하고 계시기도 한데요. 최근 몇 년간 개발협력 분야 활동가들(특히 2030 활동가들) 사이에 ‘느슨한 연대’를 추구하는 크고작은 모임·커뮤니티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어요. 이러한 흐름에 방구석개발협력과 같은 매체가 끼치는 영향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우베 | 저희가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영향을 많이 받고 있기는 한 것 같아요. 말씀하신 흐름은 업계의 전반적 흐름 같아요. 기존 조직으로는 해결 못하는 일들을 마음맞는 활동가들이 느슨한 연대를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을 텐데, 그게 잘 안 드러나다가 이젠 드러나는 거 같아요. 저희도 처음부터 의도한 건 아닌데 가치 있게 여기게 되는 일들이 사람을 만나는 일이 되고, 그러다 보니 고정으로 만나는 사람들이 생기고 일종의 오픈 커뮤니티가 되었구나 싶어요. 멤버를 받고 신청하고 하는 커뮤니티는 아니어도 작은 조직들을 만들어 가고 있는 거죠. 저희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부분이라면 그런 커뮤니티들을 끌어내서 소개하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요. 

사실 저희가 처음 시작할 때는 업계의 내로라하는 분들을 모셔 보자는 생각이 더 컸는데, 바리님이 처음 출연하시고 나서 방송 뒤풀이 자리에서 ‘이미 많이 노출된 사람들이 여기 나와서 할 얘기가 뭐가 더 있겠냐’고 하시더라고요. 기존에 들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찾아서 우리 채널을 통해 들리게 해야겠다고 그때 느꼈죠. 검색해서 나오지 않는 이야기들이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잘 알려진 큰 커뮤니티가 아니어도 우리가 같이 얘기해 볼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얘기해 보고요. 장기적으로는 방구석개발협력을 통해 또 다른 커뮤니티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보는데, 그런 유기적인 형태의 커뮤니티화 작업들은 계속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감독 | 저희 방송에 출연하셨던 인터뷰이분들이 많이 해 주신 말씀이 “딱히 이야기할 데가 없었는데 초대해 주어 고맙다”는 말이었어요. 특정 기관 소속으로서 초대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저희 인터뷰이의 대부분은 개인 활동(부캐)으로 초대되는 분들이었거든요. 사실 그런 비공식 모임이나 커뮤니티 활동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이 별로 없잖아요. 그래서 일단 그런 활동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조금이나마 응원이 되고 힘이 되는 장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희 방구석개발협력도 진행자 2인이 부캐로 운영하는 비공식 조직인데, 저희가 이런 활동을 지속한다는 것 자체가 많은 분들에게 직장이 아닌 다른 모임, 사람들과의 커뮤니티도 유의미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는 예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방구석개발협력이 매체로서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역할은 무엇인가요?


우베 | 최근에 갔던 행사에서 ‘사이의 일’이라는 표현을 듣게 됐는데, 이 말에 너무 공감을 했어요. 그 말씀을 하신 분은 ‘사이를 연결해서 흐르게 한다’는 의미로 ‘파이프라인’이라는 이야기를 해 주셨거든요. 저는 그게 ‘라운지’라고 생각했어요. ‘계간XX’를 같이 진행하는 커뮤니티의 이름인 ‘라운지 X’처럼요. 사이가 먼 거리는 이 라운지로 나와서 거리가 좁혀졌으면 좋겠고, 또 저희가 만드는 콘텐츠는 그 장으로 가서 다시 사이를 메우는 일이 됐으면 좋겠어요.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우리가 가야 될 방향성은 콘텐츠와 네트워크, 또는 콘텐츠이자 네트워크인 그런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가 보통 사업에서 ‘대상자’라는 말을 많이 쓰잖아요. 저희한테는 그 대상자가 동료들이라는 생각을 해요. 저는 현장에 대한 목마름을 해결하지 못하고 현장에 계속 가지 못한 사람인데, 나에게 지금 현장은 동료들과 같이 있는 이 판이고, 나의 ‘주민’들은 동료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즉 이 사람들과 같이 하는 일이 지금은 나의 개발협력인 셈이죠.



그렇다면, 방구석개발협력의 청취자들이 방송을 통해 얻어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한 가지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우베 | 웃음을 얻으셨으면 합니다. 저희는 개그 욕심이 있어요. 그리고 동료애와 집안일 메이트를 얻으셨으면 해요. 


이감독 | 진심이에요. 저희는 진심으로 웃기고 싶어요. 재밌었으면 좋겠어요.


우베 | 매 회차 웃길 수 없다면 서너 편 걸러 한 편이라도 웃겼으면 좋겠어요.


이감독 |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에게 내적 친밀감을 느끼셨으면 해요. 제가 개인적으로 라디오라는 매체를 좋아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도 이것인데요, 라디오를 꾸준히 듣다 보니까 그 진행자가 실제로 내가 아는 사람인 듯한 느낌이 드는 거예요. 직장에서든, 다른 모임에서든, 개발협력 하면서 나만 이런 생각 하나, 나만 화가 나나, 나만 착취당하나 등등 혼자인 것 같은 느낌이 드실 때 아니구나,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또 있구나 정도만이라도 느낄 수 있게 해 드린다면 저희는 그걸로 충분히 만족합니다.



각 기관의 홍보 채널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국제개발협력 분야 내에서 ‘매체'의 기능을 하고 있는 독립 채널들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생겨났어요. 각자 다른 다양한 형태로 개발협력 판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이감독 | 다 같이 오래 했으면 좋겠어요. 저희 외에도 김치앤칩스나 파도 한 스쿱, 좋은 일 하시네요 같은 채널들이 있는데요. 우리 신에 어떤 흐름이 있어서 이 채널들이 탄생한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냥 다들 오래 갔으면 좋겠어요. 



조금 다른 얘기지만, 국제개발협력 분야만의 전문 언론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혹시 하시나요?


이감독 | 그간 개발협력 분야에는 기관에서 홍보 목적으로 활용하는 매체들만 주로 있었잖아요. 그런 곳에서 다뤄지지 않는 얘기에 대한 니즈가 분명히 있어서 앞서 언급한 채널들이 생긴 거 같아요. 전문 언론이 생기면 정보 수집을 기관들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발굴하는 재미가 있으니까요. 그런 재미는 지금 이 상태로 갈 때 좀 더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우베 | 새로운 미디어가 생긴다고 해도 그 형태가 레거시 미디어의 형태는 아니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 콘텐츠를 만들고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들이 과거의 모습처럼 뉴스를 만들고 신문을 만들고 하진 않을 거 같아요. 미디어에 대한 니즈는 과거나 현재나 존재하는데, 풀어 나가는 형식이 과거와 같진 않고, 새로운 방식으로 하는 이들은 지금도 있다고 말하고 싶네요. 



동료들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엿보이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방구석개발협력의 활동이나 콘텐츠를 살짝 미리보기로 공개해 주실 수 있나요?


우베 | 올 하반기는 12월까지 업로드 스케줄이 다 짜여 있어요. 일단 KCOC와의 협업으로 다양한 커뮤니티들이 출연할 예정이에요. ‘월간바리’는 무시무시한 고전 시리즈를 계획하고 있고요. ‘계간XX’도 하반기에 마음 건강을 주제로 활동을 하고, 내년에도 관심 있는 이슈에 대해서 활동을 이어가려고 해요. 피다에서 다루고 있는 활동가 노동 이슈과 관련해서도 올해 진행 중인 활동이 마무리되면 방구석개발협력에서도 공개를 하려고 하고요. 타 커뮤니티와의 협업도 구상 중입니다. 이감독이 조만간 단기 파견을 가는데, 이와 관련한 해외 방문 콘텐츠, 그리고 환경 시리즈와 공모사업 등도 구상 중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이감독 | 미리보기보다는 홍보인데요, 저희가 격주로 콘텐츠를 내보내고 있어서 쉬어 가는 주차에는 제보 음원을 받고 있습니다. ‘내동지(내 동지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코너인데요, 사실 현재까지 우베가 두 통 보낸 것 외에 청취자들의 참여가 없긴 해요.

‘내동지’라는 코너는 개발협력 신에 있는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는 코너입니다. 내 옆자리 동료부터 바다 건너 멀리서 혼자 꿋꿋히 생활하며 버티고 있는 파견 나간 동료까지, 그 누구에게든 여러분들이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글이든, 음성이든 자유로운 방식으로 저희 방구석개발협력에 보내 주세요. 글을 보내 주시면 방구석개발협력에서 읽어 드릴 거고요, 음성으로 보내 주시면 저희가 음악을 깔아서 방송에 내보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실명이든 익명이든 상관없으니 내 동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방구석개발협력 공식 이메일, 인스타그램 DM 등을 통해 노크 부탁드립니다! 


📌 방구석개발협력 채널




인터뷰 진행・정리: 김향지

발전대안 피다 애드보커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