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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대안<곁지기 사진가 하동훈의 시선> 다정한 내음

2022-02-24
조회수 359


골목 모퉁이를 돌아서는데, 옅지만 확실히 알고 있는 냄새가 난다. 차갑디 차가워진 맑은 공기 때문인지 그 냄새를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새어 나오는 불빛에 또 하나의 단서를 잡은 나는 냄새가 나는 곳으로 한 발 한 발 향했다.


지지난해도, 지난해도 자리를 지키고 있던 붕어빵 가게가 얼마 전부터 보이지 않아서 마음이 좋지 않았던 차였다. 냄새를 쫓아 고개를 돌리자 한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만한 좁은 계단 아래에 대차게 부는 바람을 피해 둥그런 붕어빵 틀과 함께 할머니가 자리를 잡고 계셨다. 그 아래로 향하는 계단에는 한 아주머니가 앉아서 할머니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계신 모습이 보인다.


주머니를 뒤져보니 다행히 지폐가 있어 나도 기분 좋게 붕어빵 몇 마리를 주문했다. 할머니는 동그란 빵틀을 빙빙 돌려가며 노르스름하게 잘 익은 붕어를 한 마리씩 낚아 올려 종이봉투에 담으셨고, 계단이 너무 좁은 탓에 옆에 계시던 아주머니가 봉투를 받아 나에게 건넸다.


“따뜻할 때 맛있게 드셔용~, 그리고 자주 오셔요~, 행복하시고요~”


붕어빵을 굽는 할머니는 말수가 많지 않으신데, 중간에 있던 그 아주머니가 오히려 넉살 좋게 인사까지 건네신다.


그 모습이 너무 다정해서, 가게를 그냥 지나치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했던 내 기분이 더더욱 좋아졌다.



조금이라도 바삭하게 종이봉투를 열고 갈까?

아니면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봉투를 말아서 갈까?

가게를 나서는 그 짧은 순간,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나도 내가 참 재밌게 느껴졌다.


나는 여몄던 패딩 지퍼를 내리고 가슴 팍에 종이봉투를 품고 뛰기 시작했다.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계셨던 할머니와 붕어빵 냄새가 너무도 반가웠다.

그 곁에는 사람들도 변함없이 함께 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조금 뭉클하기까지 했다.

아마도 나는 붕어빵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마주했던 마음들까지 가족들에게 전해주고 싶어서 뛰었는지도 모르겠다.


조금 눅눅해진 붕어빵이 왠지 더 부드럽게 느껴졌다.



맛집이라 소문이 난 곳들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러는 중에 또 새로운 가게가 문을 열기도 한다.


눅눅하게 쌓여가는 시간들과 함께 다정한 마음이 오가는 곳이 점점 그리워지는 날들이다.




사진 & 글: 하동훈

‘사진하는 공감아이’ 사진치유자, 곁지가 사진가

donghoon.ha.michae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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