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제개발협력 NGO 지도부 (이사회, 대표, 사무 책임자)첫째, 각 기관 자체적으로 구성원들의 노동 문제를 중요한 아젠다로 설정해 이사회에서 정기적으로 논의해야 하며, 필요시 취약한 내용을 개선하기 위한 조직을 구성하여 운영하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정부 법령에 따라 공식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다음의 기본적인 제도들을 확실히 시행해야 한다. - 4대 보험 가입
- 노사협의회 개최 (고용 규모 30인 이상)
- 법정의무교육인 성희롱예방교육과 산업안전보건교육 실시
-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 검진 시행 (상시 근로자 1인 이상 사업장)
- 취업 규칙 비치 (상시 근로자 10인 이상 사업체 의무 사항)
- 의무적인 휴게 공간 설치(상시 근로자 20인 이상 사업장)
셋째, 낮은 수준의 임금 개선을 위한 단기 및 중장기적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채용 공고 시 임금 수준에 대해 ‘내규에 따른다’나 ‘입사 후 논의’가 아니라, 지원자가 자신의 경력을 기반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분명하게 명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채용 공고 시 근무지/파견지 및 근무 환경, 근무 분야/사업 내용 등의 중요 정보도 공개한다. 넷째, 기관은 인사 관리를 통해 구성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야 하며, 보다 공정한 방식으로 운용해야 한다. 또한 기관의 의사 결정 과정에 구성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다섯째, 직장 내 성희롱 및 괴롭힘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특히 성희롱 문제에 대해서는 음담패설, 외모에 대한 품평 등 성적 농담에 대한 문제 제기가 다른 내용에 비해 큰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업무 떠넘기기, 성과 가로채기, 업무 외 시간 통제 등 괴롭힘으로 잘 인지되지 않을 수 있는 형태의 문제에도 주목하고 개선해야 한다. 여섯째, 특정 대상에 집중된 초과 근로와 그에 대한 보상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경력 기간 3~5년’ 집단, ‘중간관리자 집단’의 초과 근로 시간이 타 그룹에 비해 20~30% 높다는 점을 중요하게 인식해야 한다. 일곱째, 국제개발협력 NGO 구성원들 중 노동 환경에 있어 가장 취약한 그룹인 ‘경력 기간 3~5년’ 집단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이 그룹은 ‘현재 삶에 대한 만족도’, ‘사회경제적 성취에 대한 만족도’, ‘현재 건강 상태 인식’, ‘평균 초과 근로 시간’, ‘임금 수준 만족도’, ‘이직 의사’, ‘그룹의 소진 정도’ 등 거의 모든 조사 항목에 있어 다른 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각 기관 지도부의 특별한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책임자의 정기적인 면담, 재교육 기회, 신체 및 정신 건강 증진을 위한 검진 및 전문가 상담 등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여덟째, 구성원의 낮은 조직 만족도와 중견 인력 이탈 현상을 고려했을 때, 조직이 구성원들에게 어떤 비전과 만족감을 제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조직으로서의 비전과 미션을 수립해 보거나 구성원의 경력 발전을 위해 내부적으로 활동 내용을 조정하고, 외부 활동을 장려하는 등의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본질적으로는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타 부문과 차별화할 수 있는 역할과 가치를 강화하는 것이 노동 환경 변화와 병행되어야 구성원들의 개인적 가치관과 노동 환경, 단체 및 분야 생태계 발전이 조화를 이룰 것이다. 아홉째, 해외로 파견된 국제개발협력 NGO 구성원들이 파견국 거주 외국인으로서 온전히 신분을 보장받은 상태에서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파견국 현지에서 비자 및 취업 허가 등 체류 자격과 관련한 행정을 처리함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고 이는 노동 환경 자체에 대한 불안으로 느껴지게 되는바, 파견 주체가 되는 기관 측에서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파견직 업무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사업 기간 또는 계약 기간 완료에 따른 인센티브를 지급할 수 있는 임금 체계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2. 국제개발협력 NGO 구성원열째, 본인이 조금 더 시야를 넓혀서 자신의 노동 환경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에 비해 대우를 받지 못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조직 내에서 더 취약한 구성원들(봉사단원, 현지 직원 등)에 더 관심을 갖고 연대하며 함께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그리고 많은 구성원들이 설문을 통해 노동 문제와 관련한 해결책을 단체 내 경영자 및 외부의 주체 등으로부터 나오는 것을 기대하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본인들 및 단체 내부로부터의 움직임 또한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음의 사항들을 제안한다. - 국제개발협력 NGO 구성원들이 스스로 모여 노동 문제를 학습하고 주변에 알리며 문제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 동료 활동가가 고립되지 않도록 연대한다. 나아가 국제개발협력을 넘어 시민사회 활동, 공익 활동 및 노동 전반으로 관심과 연대를 확장한다.
- 국제개발협력 NGO 구성원이 처한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고, 기관이 사업을 통해 개발도상국에서 성취하고자 하는 개발/발전과 같은 맥락의 일임을 기관 경영진, 후원자 및 파트너 기관과 한국 사회 구성원에게 적극적으로 알린다.
- 국제개발협력 NGO 구성원들 스스로가 좋은 노동 환경을 조성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업무 떠넘기기, 성과 가로채기, 음담패설이나 외모 품평 등의 성적 농담을 하지 않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 국제개발협력 NGO들이 하는 일이 단순한 자원봉사가 아닌 지구촌의 발전과 협력을 위한 직업이고 동시에 열심히 일을 한 대가를 받는 정당한 노동임을 기관 경영진, 후원자 및 파트너 기관과 한국 사회 구성원에게 적극적으로 알린다.
3. 국제개발협력 NGO 후원자 개인, 기업, 기관열한째, 후원하는 국제개발협력 NGO가 구성원들에게 좋은 노동 환경을 제공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를 기관에 적극적으로 질문하며, 법적 기준 또는 사회 통념상 기준으로 문제가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열둘째, 후원자 개인이나 기업 및 기관은 제공하는 후원금의 일부가 국제개발협력 NGO의 구성원들의 임금, 휴식, 노동법 준수 및 이를 위한 행정 비용에 등에 사용되는 것을 반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지지해야 한다. 열셋째, 국제개발협력 NGO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노동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자기 이익을 추구한다는 편견을 가지고 대하지 말고, 가치 있는 일을 하는 노동에 대한 정당한 요구로 인식하고 지지해야 한다.
4.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열넷째, KCOC는 국제개발협력 NGO들의 노동 환경 이슈를 중요하게 고려해 이사회에서 공식적인 의제로 설정해 정기적으로 논의해야 하고, 사무처 조직 내에 국제개발협력 NGO들의 노동 환경 이슈를 다루는 담당 조직을 구성하여 다음의 활동을 해야 한다. - KCOC가 2년마다 발행하는 ‘한국 국제개발협력 CSO 편람’에서 노동 환경에 대한 조사 항목들을 설정해 정기적으로 현황을 조사하고 발표해야 한다.
- KCOC 내 위원회에 국제개발협력NGO들의 경영진, 실무자 및 전문가로 구성된 ‘(가칭) 국제개발협력 NGO 노동 환경 위원회’를 설치해 노동 이슈를 논의하여 개선안을 이사회 및 회원 단체들에 제안하며, 그 이행 결과를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및 한국 사회에 공유해야 한다.
- 상기 언급한 ‘(가칭) 국제개발협력NGO 노동 환경 위원회’ 내에 KCOC 이사진이 참여하지 않고 국제개발협력 및 노동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독립성을 보장받는 ‘(가칭) 노동 고충 처리 소위원회’를 설립해 회원 및 비회원 단체의 노동 이슈에 대한 고충을 접수하고 이를 적절하게 처리해야 한다. 또한 긴급한 상황을 대비한 긴급연락처(hotline)을 구축한다. ‘(가칭) 노동 고충 처리 소위원회’는 필요시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활동가의 노동 인권 침해에 대한 자체 조사를 실시하도록 한다.
열다섯째,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안건 중 중요한 급여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국제개발협력 NGO 구성원들이 경력과 성과에 따라 균일한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기준점인 ‘산별 통합 임금 산정표'를 작성해 국제개발협력 NGO들에 제안한다. 열여섯째,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독립적인 노동 교육을 개설해 국제개발협력 NGO 지도부, 중간관리자,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행한다. 열일곱째, 각 단체에서 시행하는 세계시민교육의 내용에 국제개발협력 분야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국제개발협력 NGO 구성원들의 활동을 조명하는 내용을 반영하도록 권고한다. 열여덟째, 국제개발협력 NGO 구성원들이 국내외에서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얻게된 심리적·정신적 문제와 노동 문제를 상담할 수 있는 심리상담사/공익 노무사 혹은 노동 전문 변호사와의 네트워크를 마련한다. 그리고 국제개발협력 NGO 구성원들이 가진 심리적·정신적 문제 등을 편히 공유할 수 있는 동료집단(Peer Group) 구성을 지원한다. 열아홉째, 국제개발협력 NGO들이 현지에 파견하는 활동가들에 대해, 본부-지부, 파견자간 등 각 유형에 따른 갈등을 조정하는 프로토콜을 제정하고 이를 회원 단체들에게 제공한다. 현지 파견 직원에 대하여 23개월 계약 후 새롭게 계약하는 일명 ‘쪼개기 계약’으로 인한 문제를 인지하고, 그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실시하여, 이를 위반하는 국제개발협력 NGO에 대해 시정을 요구한다. 또한 무분별한 ‘쪼개기 계약’을 막기 위해 기간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는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의 전환’의 조항 내용을 선언적 내용이 아닌 실제적 실행으로 옮길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회원 단체가 이를 지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권고한다.
5. 정부 관계자 (국무조정실 국제개발협력본부, 외교부, KOICA, 고용노동부)스물째, 정부는 파트너십을 맺고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진행하는 국제개발협력 NGO의 구성원들이 정부가 규정한 법령 준수 및 사회에서 합의한 정당한 노동 환경에서 근무해야 함을 중요한 계약 조건에 반영하고 이를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경력 기간, 학위 및 분야 전문성 위주로 구성된 전문가 대우 기준이나 경력 개발 관련 정책을 현지 경험이나 이해, 이해 당사자와의 소통 능력 등 종합적인 측면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개선하여 NGO 등 다양한 경험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촉진한다. 스물한째, 정부는 한국 국제개발협력 생태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주요 행위자인 국제개발협력 NGO의 노동 환경 개선을 증진하는 연구, 세미나 등 적절한 활동을 시민사회 및 학계 등과 협력해 추진해야 한다.
6. 기타 (국회, 언론, 노동조합, 연구자)스물둘째, 국회는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되는 ODA 자금이 제공된 사업을 수행하는 국제개발협력 NGO들이 구성원들에게 정당한 노동 환경을 제공하는지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이를 점검해야 한다. 스물셋째, 언론은 국제개발협력 NGO들이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위해 시행하는 사업에만 관심을 가지지 말고 국내외 구성원들이 정당한 노동 환경에서 일을 하며, 전문적인 노동자로서 대우를 받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를 조명해야 한다. 스물넷째, 노동계는 국제개발협력 NGO에서 근무하는 구성원들의 노동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상담 및 조직 등에 필요한 지원을 연대 차원에서 제공해야 한다. 스물다섯째, 연구자들은 국제개발협력 NGO의 사업 효과성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고, 구성원들의 전문적인 직업인 및 노동자로서의 정체성, 노동 의식과 제도적 환경 등에 대해 종합적인 연구를 하고 이를 당사자들과 공유해서 건전한 노동 환경 조성에 기여해야 한다. |
지속가능발전만큼 중요한, 활동가의 지속가능노동
발전대안 피다의 2023년 개발협력 시민사회 노동 인권 옹호 활동
2019년 9월, 발전대안 피다는 단체의 중기 전략 문서인 <피다 꽃피우기 2019-2025>(링크)를 채택했다. 2016년 전환 이후 단체의 방향성을 재정립하기 위하여 피다의 회원들이 제안한 내용을 사무국과 운영위원회에서 정리하여 작성한 것으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2019년부터 2025년까지 7년간 단체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다. 본 문서는 3장에서 '사람이 꽃피는 발전을 위한 시민의 권리 침해에 대항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을 단체의 미션 중 하나로 규정하고, 이의 일환으로 구체적으로 '국내외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일하는 청년, 노동자, 활동가의 인권과 노동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이들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할 것을 제시한다.
2022년, 발전대안 피다는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주변부에 주목하는 것'을 단체의 연간 활동 방향으로 삼고(링크), (재)바보의나눔의 지원을 받아 'NGO 실무자가 꽃피는 국제개발협력 노동을 위한 솔루션 그룹' 사업을 진행한다. 이 사업은 한국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활동가들의 노동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활동가들의 목소리로 직접 현상을 진단하고 솔루션을 제안할 수 있는 공론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약 30명의 전현직 활동가들의 참여 아래 진행되었던 프로그램의 연장선상에서 2023년, 이번에는 다음세대재단의 지원으로 '더 오래, 더 즐겁게!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노동 인권 향상 액션그룹' 사업을 진행할 기회가 주어졌다. 2022년 사업을 통해 모아진 목소리들을 보다 실천적인 당사자 애드보커시의 영역으로 가져와 구체화하는 사업으로, 관련 활동에 대한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근거를 부여할 연구 조사 활동과, 전현직 활동가들이 직접 참여하는 액션 프로그램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1년간 진행된 활동의 내용과 결과를 소개한다.
2023년 현재,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노동의 스냅사진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에서 발생하는 노동 인권 문제는 최근의 일시적 현상이나 개인적 문제가 아니다. 이와 관련해 당사자인 청년 활동가들이 직접 진행한 공익 연구부터 기성 단체 및 중간지원조직에서 진행한 연구까지 다양한 조사들이 활동가들의 노동을 주제로 다루어 왔다. 그러나 보다 직접적인 노동 문제나 변화하는 환경에 관한 내용을 담지는 못했다. 즉, 조직 내에서의 노동 인권 침해 실태, 노동 인권 보호 제도 존재 여부 및 이행 현황에 대한 조사는 부족했다. 그리고 코로나19 이후 중요하게 부각된 건강 이슈와 안전 문제 등에 관한 내용도 조사하지 못했다. 또한 기존의 연구조사는 20-30대 청년 활동가 중심의 실무자를 대상으로 실행되어 노동 이슈의 또 다른 축인 40대 이상의 관리자들에 대한 내용은 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발전대안 피다는 개발협력 시민사회 노동 환경의 전반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다양한 세대와 직위를 아우르는 개발 NGO 내 구성원의 노동 환경에 대한 현황과 인식을 보다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 국제개발협력 NGO 노동 환경 실태 조사를 진행했다.
발전대안 피다 소속 시민사회 전문가와 외부 노동 문제 전문가, 개발협력 활동가 출신 연구자 등 3인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국제개발협력 NGO 소속 현직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2023년 3월 20일부터 4월 11일까지 22일간 온라인 설문 조사를 시행했다. 고위 관리자부터 실무자, YP 등 인턴, 유급 해외 파견 봉사단원까지 모든 직급과 활동 형태의 개발 NGO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는 총 175명의 응답자가 참여했으며, 이 중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응답을 추려 146건의 응답을 분석하였다. 총 28개 질문과 130개 세부 항목으로 구성된 온라인 설문 조사에서는 △ 삶에 대한 만족도와 정체성 인식 △ 조직문화에 관한 인식 △ 노동 조건 실태와 인사 관리 적용 △ 직무 만족도와 이직 의사 △ 일터에서의 인권 침해와 소진 현황 △ 연대 의지와 개선 방향으로 크게 주제를 나누어 응답자들의 의견을 알아보았다.
또한 설문 조사만으로는 파악이 어려운 현상의 발생 원인과 인식을 조사하여 연구 결과를 보완하고, 연구 결과의 발전적 활용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초점 집단 인터뷰 방식의 질적 조사도 병행했다. 2023년 4월 24일부터 5월 10일까지 약 2주간 진행된 인터뷰에는 8명의 개발 NGO 전현직 구성원이 참여했다. 초점 집단 인터뷰에서는 △ 최근 국제개발협력 NGO 노동시장의 분위기와 현황에 대한 인식 △ 임금에 대한 인식 △ 조직문화와 업무 구조에 대한 인식 △ NGO에서의 경력 발전에 대한 인식 △ 노동 환경 개선의 이해 당사자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았다.
이와 같은 설문 및 인터뷰 결과에 기반하여 발전대안 피다 연구진은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19개의 정책 제안을 구성했다. 이는 향후 진행된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노동 인권 향상 액션그룹'의 '정책제안팀' 활동을 통해 도출한 활동가 당사자 정책 제안들과 함께 하나의 문서로 작성되어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노동 환경 관련 의사 결정 및 이해관계 기관들에 송부되었다.
연구 조사 결과와 19개 정책 제안 내용을 담은 국제개발협력 NGO 노동 환경 조사 보고서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 권리는 우리가 직접 지킨다, 당사자 애드보커시 '액션그룹'
노조가 갖춰진 단체들도 거의 없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를 마치 활동가의 정신에 어긋나는 것처럼 여기는 조직의 분위기 등. 노동 문제를 겪는 국제개발협력 활동가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이야기를 털어놓을 곳이 없다"는 것이다. 자신이 겪는 어려움이 혼자만의 것도, 개인 차원의 문제만도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발전대안 피다는 그간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직접 담아내기 위해 두 번째 활동으로, 국제개발협력 NGO 활동가 노동 인권 옹호에 관심 있는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액션그룹' 활동을 진행했다.
액션그룹은 '권리옹호팀'과 '정책제안팀'으로 나뉘어서 참가자를 모집해 활동했는데, 권리옹호팀에는 전직 활동가 1명과 현직 활동가 2명, 그리고 정책제안팀에는 전직 활동가 1명과 현직 활동가 3명이 참여해 6월부터 10월까지 약 4개월간 활동했다. 이 기간 동안 권리옹호팀은 총 6차례의 팀 모임을 통해 국제개발협력 NGO 노동 인권 침해 사례집 제작 기획, 사례 수집 기획, 사례 분석 및 정리, 사례집 원고 작성을 함께 진행했다. 먼저 2023년 7월 7일부터 30일까지 온라인 설문 양식을 통해 국제개발협력 NGO 노동 인권 침해 사례를 수집했는데, 그 결과 총 37건의 제보를 확보했다. 수집된 사례들은 제보자의 개인 신원 및 개별 조직(기관) 등의 사항을 특정할 수 없도록 정보를 가공하여, 인권 침해의 유형에 따라 임금/근로 계약/근로 시간/인사/노동 안전/조직 문화 등의 카테고리로 분류해 원고를 정리했다. 최종 작성된 사례집 원고는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개인 및 기관에 대한 명예 훼손 등의 법적 문제 제기 소지가 없음을 확인한 후 배포용 책자로 제작했으며, 이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책제안팀에서는 국제개발협력 NGO 취업/근로 환경과 관련한 시스템적 보완사항에 대한 정책제안서를 작성했다. 팀원 4명 중 3명이 해외 파견 중인 특성상 모든 모임은 온라인으로 진행했는데, 총 4차례의 온라인 팀 모임을 통해 국제개발협력 NGO 활동가들의 노동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현행 법령 및 제도와 관련된 문서들을 스터디하고, 권리옹호팀에서 수집한 노동 인권 침해 사례들 가운데 정책적 접근을 통해 개선할 수 있을 만한 것이 있는지를 분석하기도 했다. 실제 개발 NGO에서 일했던 활동가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직접 도출한 정책 제안들은 앞서 소개된 국제개발협력 NGO 노동 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통해 구성한 정책 제안들과 함께 하나의 제안서로 완성이 될 수 있었는데, 특히 해외 근무 경험이 풍부한 활동가들의 시각에서 현장 파견직의 처우와 관련한 내용이 반영될 수 있었던 것이 주요한 성과였다.
지속가능한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를 위해, 변화를 요구하다
발전대안 피다는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의 노동 환경 개선 문제가 단체의 사업 효과성과 모금 확대 그리고 기관의 지속가능성 제고와 같은 다른 목적을 위한 도구로서가 아닌 그 자체로서 추구해야 할 중요한 목표라고 판단한다. 이에 상술한 '국제개발협력 NGO 노동 환경 실태 조사'와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노동 인권 개선 액션그룹' 정책제안팀 활동의 결과로 도출한 25개의 정책 제안을 발표한다. 국제개발협력 NGO 지도부, 국제개발협력 NGO 구성원, 국제개발협력 NGO 후원자 개인·기업·기관, KCOC, 정부, 국회, 언론, 연구자 등을 대상으로 한 본 제안들은 KCOC 회원 단체, KCOC, KOICA, 국무조정실, 외교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입법조사처, 국제개발협력학회 등에 송부되었다. 본 제안들이 더욱 지속가능한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1. 국제개발협력 NGO 지도부 (이사회, 대표, 사무 책임자)
첫째, 각 기관 자체적으로 구성원들의 노동 문제를 중요한 아젠다로 설정해 이사회에서 정기적으로 논의해야 하며, 필요시 취약한 내용을 개선하기 위한 조직을 구성하여 운영하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정부 법령에 따라 공식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다음의 기본적인 제도들을 확실히 시행해야 한다.
셋째, 낮은 수준의 임금 개선을 위한 단기 및 중장기적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채용 공고 시 임금 수준에 대해 ‘내규에 따른다’나 ‘입사 후 논의’가 아니라, 지원자가 자신의 경력을 기반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분명하게 명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채용 공고 시 근무지/파견지 및 근무 환경, 근무 분야/사업 내용 등의 중요 정보도 공개한다.
넷째, 기관은 인사 관리를 통해 구성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야 하며, 보다 공정한 방식으로 운용해야 한다. 또한 기관의 의사 결정 과정에 구성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다섯째, 직장 내 성희롱 및 괴롭힘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특히 성희롱 문제에 대해서는 음담패설, 외모에 대한 품평 등 성적 농담에 대한 문제 제기가 다른 내용에 비해 큰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업무 떠넘기기, 성과 가로채기, 업무 외 시간 통제 등 괴롭힘으로 잘 인지되지 않을 수 있는 형태의 문제에도 주목하고 개선해야 한다.
여섯째, 특정 대상에 집중된 초과 근로와 그에 대한 보상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경력 기간 3~5년’ 집단, ‘중간관리자 집단’의 초과 근로 시간이 타 그룹에 비해 20~30% 높다는 점을 중요하게 인식해야 한다.
일곱째, 국제개발협력 NGO 구성원들 중 노동 환경에 있어 가장 취약한 그룹인 ‘경력 기간 3~5년’ 집단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이 그룹은 ‘현재 삶에 대한 만족도’, ‘사회경제적 성취에 대한 만족도’, ‘현재 건강 상태 인식’, ‘평균 초과 근로 시간’, ‘임금 수준 만족도’, ‘이직 의사’, ‘그룹의 소진 정도’ 등 거의 모든 조사 항목에 있어 다른 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각 기관 지도부의 특별한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책임자의 정기적인 면담, 재교육 기회, 신체 및 정신 건강 증진을 위한 검진 및 전문가 상담 등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여덟째, 구성원의 낮은 조직 만족도와 중견 인력 이탈 현상을 고려했을 때, 조직이 구성원들에게 어떤 비전과 만족감을 제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조직으로서의 비전과 미션을 수립해 보거나 구성원의 경력 발전을 위해 내부적으로 활동 내용을 조정하고, 외부 활동을 장려하는 등의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본질적으로는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타 부문과 차별화할 수 있는 역할과 가치를 강화하는 것이 노동 환경 변화와 병행되어야 구성원들의 개인적 가치관과 노동 환경, 단체 및 분야 생태계 발전이 조화를 이룰 것이다.
아홉째, 해외로 파견된 국제개발협력 NGO 구성원들이 파견국 거주 외국인으로서 온전히 신분을 보장받은 상태에서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파견국 현지에서 비자 및 취업 허가 등 체류 자격과 관련한 행정을 처리함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고 이는 노동 환경 자체에 대한 불안으로 느껴지게 되는바, 파견 주체가 되는 기관 측에서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파견직 업무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사업 기간 또는 계약 기간 완료에 따른 인센티브를 지급할 수 있는 임금 체계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2. 국제개발협력 NGO 구성원
열째, 본인이 조금 더 시야를 넓혀서 자신의 노동 환경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에 비해 대우를 받지 못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조직 내에서 더 취약한 구성원들(봉사단원, 현지 직원 등)에 더 관심을 갖고 연대하며 함께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그리고 많은 구성원들이 설문을 통해 노동 문제와 관련한 해결책을 단체 내 경영자 및 외부의 주체 등으로부터 나오는 것을 기대하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본인들 및 단체 내부로부터의 움직임 또한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음의 사항들을 제안한다.
3. 국제개발협력 NGO 후원자 개인, 기업, 기관
열한째, 후원하는 국제개발협력 NGO가 구성원들에게 좋은 노동 환경을 제공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를 기관에 적극적으로 질문하며, 법적 기준 또는 사회 통념상 기준으로 문제가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열둘째, 후원자 개인이나 기업 및 기관은 제공하는 후원금의 일부가 국제개발협력 NGO의 구성원들의 임금, 휴식, 노동법 준수 및 이를 위한 행정 비용에 등에 사용되는 것을 반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지지해야 한다.
열셋째, 국제개발협력 NGO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노동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자기 이익을 추구한다는 편견을 가지고 대하지 말고, 가치 있는 일을 하는 노동에 대한 정당한 요구로 인식하고 지지해야 한다.
4.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
열넷째, KCOC는 국제개발협력 NGO들의 노동 환경 이슈를 중요하게 고려해 이사회에서 공식적인 의제로 설정해 정기적으로 논의해야 하고, 사무처 조직 내에 국제개발협력 NGO들의 노동 환경 이슈를 다루는 담당 조직을 구성하여 다음의 활동을 해야 한다.
열다섯째,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안건 중 중요한 급여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국제개발협력 NGO 구성원들이 경력과 성과에 따라 균일한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기준점인 ‘산별 통합 임금 산정표'를 작성해 국제개발협력 NGO들에 제안한다.
열여섯째,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독립적인 노동 교육을 개설해 국제개발협력 NGO 지도부, 중간관리자,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행한다.
열일곱째, 각 단체에서 시행하는 세계시민교육의 내용에 국제개발협력 분야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국제개발협력 NGO 구성원들의 활동을 조명하는 내용을 반영하도록 권고한다.
열여덟째, 국제개발협력 NGO 구성원들이 국내외에서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얻게된 심리적·정신적 문제와 노동 문제를 상담할 수 있는 심리상담사/공익 노무사 혹은 노동 전문 변호사와의 네트워크를 마련한다. 그리고 국제개발협력 NGO 구성원들이 가진 심리적·정신적 문제 등을 편히 공유할 수 있는 동료집단(Peer Group) 구성을 지원한다.
열아홉째, 국제개발협력 NGO들이 현지에 파견하는 활동가들에 대해, 본부-지부, 파견자간 등 각 유형에 따른 갈등을 조정하는 프로토콜을 제정하고 이를 회원 단체들에게 제공한다.
현지 파견 직원에 대하여 23개월 계약 후 새롭게 계약하는 일명 ‘쪼개기 계약’으로 인한 문제를 인지하고, 그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실시하여, 이를 위반하는 국제개발협력 NGO에 대해 시정을 요구한다.
또한 무분별한 ‘쪼개기 계약’을 막기 위해 기간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는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의 전환’의 조항 내용을 선언적 내용이 아닌 실제적 실행으로 옮길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회원 단체가 이를 지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권고한다.
5. 정부 관계자 (국무조정실 국제개발협력본부, 외교부, KOICA, 고용노동부)
스물째, 정부는 파트너십을 맺고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진행하는 국제개발협력 NGO의 구성원들이 정부가 규정한 법령 준수 및 사회에서 합의한 정당한 노동 환경에서 근무해야 함을 중요한 계약 조건에 반영하고 이를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경력 기간, 학위 및 분야 전문성 위주로 구성된 전문가 대우 기준이나 경력 개발 관련 정책을 현지 경험이나 이해, 이해 당사자와의 소통 능력 등 종합적인 측면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개선하여 NGO 등 다양한 경험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촉진한다.
스물한째, 정부는 한국 국제개발협력 생태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주요 행위자인 국제개발협력 NGO의 노동 환경 개선을 증진하는 연구, 세미나 등 적절한 활동을 시민사회 및 학계 등과 협력해 추진해야 한다.
6. 기타 (국회, 언론, 노동조합, 연구자)
스물둘째, 국회는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되는 ODA 자금이 제공된 사업을 수행하는 국제개발협력 NGO들이 구성원들에게 정당한 노동 환경을 제공하는지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이를 점검해야 한다.
스물셋째, 언론은 국제개발협력 NGO들이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위해 시행하는 사업에만 관심을 가지지 말고 국내외 구성원들이 정당한 노동 환경에서 일을 하며, 전문적인 노동자로서 대우를 받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를 조명해야 한다.
스물넷째, 노동계는 국제개발협력 NGO에서 근무하는 구성원들의 노동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상담 및 조직 등에 필요한 지원을 연대 차원에서 제공해야 한다.
스물다섯째, 연구자들은 국제개발협력 NGO의 사업 효과성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고, 구성원들의 전문적인 직업인 및 노동자로서의 정체성, 노동 의식과 제도적 환경 등에 대해 종합적인 연구를 하고 이를 당사자들과 공유해서 건전한 노동 환경 조성에 기여해야 한다.
전 세계적 연결 속에서 다중 위기가 심화되어 가는 오늘날, 개발도상국의 안정과 발전은 지구촌 모두의 안전과 평화와도 직결되어 있다. 국제개발협력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이며, 더 지속가능한 지구촌의 내일을 위해 일하는 국제개발협력 활동가들의 지속가능한 노동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유기도 하다. 서로 다른 나라의 시민들 간의 연대를 매개하는 소중한 역할을 하는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더 오래,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글쓴이: 김향지
발전대안 피다 애드보커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