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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3
조회수 5398

7, 9, 11, …
 
마음이 무겁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개근하다가 집안 사정으로 결석하게 된 초등학생 같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오래전부터 이어온 약속을 깨야 하는 연인이 된 심정 같기도 합니다.
 
OWL에서부터 이어져서 꼬박 11년을 매월 발행해 온 ‘피움’을 격월로 발행하기로 했습니다. 뭐 대수롭지 않게 여기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오래 고민했고, 여러 방법을 찾다가 이른 결론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현실적인 어려움입니다. 우리가 살림이 좀 더 넉넉하고, 일할 사람이 더 있고, 생각을 나누고 글을 쓸 사람이 좀 더 많다면 우리는 7월에도 8월에도 또 9월에도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매달 매 호를 만들고 싶습니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늘 어려웠지만, 점점 더 어렵습니다. ODA(공적개발원조) 감시만도 쉽지가 않았는데, ODA에서 출발해서 개발이 우리 사회 모두의 발전으로 심지어는 그 발전의 대안까지 찾아 나섰습니다. 발전대안 피다로 전환하고 피움이 창간되었습니다. 우리처럼 작은 단체가 참 바삐도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솔직히는 힘에 부치는 양입니다. 좀 덜어내고 가는 게 맞겠지요. 두 번을 한 번으로, 두 개를 한 개로. 그러나 결코 안 해도 괜찮아서는 아닙니다. 즐겁게 하기 위함이고, 잘하기 위함입니다. 해야 할 일을 미련하게 계속 이어가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토록 오랫동안 우리의 목소리를 지면에 담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떠올라서일까요? 끈질기게 만들어온 그 모든 분들과 무엇보다 매달 매 호 기다려주시는 독자 여러분께 죄송함뿐입니다. 7월부터는 격월로 찾아가겠습니다. 뜸을 들이니 더 맛있어져야겠지요. 우리의 작음과 느림을 부디 너그럽게 기다려주십시오.
 


2017. 6. 30
최은정 피움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