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다뷰[27호] 보편적 가치와 국익추구 사이에 선 제 3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 둘다 잡을 수 있을까?

2021-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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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가치와 국익추구 사이에 선 

제 3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 

둘다 잡을 수 있을까?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국익추구를 위한 전략 수단화가 본격화됐다. 2021년 1월 20일 제36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는 '제3차 국제개발협력기본계획(이하 3차 기본계획)'을 채택했다. 3차 기본계획은 2021년에서 2025년까지 5년간의 한국 국제개발협력 정책의 방향과 전략을 제시했다. 최종 비전으로 '협력과 연대를 통한 글로벌가치 및 상생의 국익실현'을 천명했고, 4대 전략으로 '포용적ODA, 상생하는ODA, 혁신적ODA, 함께하는ODA'를 설정했다. 뒤따라 12대 중점과제와 3대 이행기반이 제시됐다. 


3차 기본계획은 1, 2차 기본계획과 큰 차이점을 가지고있다. 이전 기본계획들은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초반기라 할 수 있는 2011~2020년에 해당하여, 주로 국제개발협력 수행 체계와 기본정책 마련에 집중해왔다. 이와 달리 3차 기본계획은 방향설정과 수행과제에 무게중심을 두고있다. 즉, 지난 10년간은 국제개발협력 정책을 '어떻게 실행할것인가' 초점이 맞추어졌다면 3차 기본계획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방점을 찍고있다. 그동안의 시행착오와 경험을 바탕으로 한층 진일보했다.  


그렇다면 3차 기본계획이 제시하는 '무엇'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그것은 국가전략이고 그 끝은 국익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정책이 국가의 전략 수행의 효과적 수단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도리어 그렇게 되지못하는 것이 지적받을 일이다. 그런데 국가전략에 부합하면 다 좋은 것인가? 정책이 효율적으로 시행되어 목표달성에 효과적으로 기여하면 모두 만족해야 하는가? 중요한 것은 국가전략이 어떤 가치를 가진 목표 달성을 위하는지이다.   


3차 기본계획은 중점과제로 '글로벌 보건위협 대응 강화, 취약분야 인도적 지원확대, 인간의 삶의 질 향상, 녹색전환 선도'와 같은 보편성을 담은 내용을 제시했다. 그런데 이전과는 다른 눈에 띄는 중점과제가 있다. 바로 '상생하는ODA 전략' 하에 있는 '대외정책과의 정합성제고'이다. 이 중점과제의 하부과제는 'ODA전략·사업과 대외정책의 조화, 신남방 및 신북방정책과의 연계, 정상급 외교 ODA 연계지원' 이다. 이 4개의 하부과제는 개도국 발전과 한국의 이익을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빈곤퇴치, 보건·의료협력, 인적개발, 문화교류, 농어촌 및 도시개발, 포스트코로나 시대협력강화' 등이 보편성을 가진 개도국 발전을 위한 내용이다. 그리고 '기업해외진출, 일자리 창출, 무역투자 기반구축, 미래산업육성, 비전통적 안보분야협력, 경제협력체계마련, 미래성장동력확보, 경협촉진, 대규모 인프라지원' 등은 한국의 외교·상업적 국익추구를 위한 내용이다. 4개 하부과제 중 '신남방·신북방정책과의 연계'는 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3차 기본계획이 제시하는 한국 국제개발협력이 5년간 지향하는 최고의 가치인 비전은 ‘협력과 연대를 통한 글로벌가치 및 상생의 국익실현’이다. 국익의 실현을 최종목표로 하면서도 그 내용이 ‘글로벌가치’와 ‘상생’에 부합되어야 함을 규정함으로써 국제개발협력이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와 특수한 국가이익간의 접합을 꾀한 것으로 보인다. 타 주요 공여국의 동향, 최근 국제 사회의 추세, 경제적 어려움 가운데 ODA의 중요성과 규모를 유지할 필요성, 더 많은 이해관계자의 참여 유인 등 궁극적 목표를 ‘국익실현’으로 지정하게된 많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환경을 고려한 다면 보편적 가치와 특수한 이해가 접합되어있는 3차 기본계획의 비전은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3차 기본계획의 전체적인 내용을 본다면 발전대안 피다와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대해온 외교·상업적 국익중심의 국제개발협력이 그대로 재현될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정부 부처들의 노골적 국익추구 수단화, 상업적 이익 추구를 위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기획, 대외정책의 하부수단의 심화'등이 '국익'을 국제개발협력의 최고목표에 설정함으로 예상되는 장면이다. 이렇게 된다면 국제개발협력의 인도주의적 본질은 흐려지고 자국 이익을 위한 수단이 되어갈까 우려된다.    


제 36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가 의결한 안건 중 하나가 'ODA 중점협력 국가 재선정'이다. 기존의 24개국에서 2개국이 빠지고 5개국이 새로 중점협력국으로 지정됐다. 중저소득국가인 우크라이나, 이집트, 인도, 키르키스탄, 타지키스탄이 새로 지정된 중점협력국이다. 정부는 중점협력국을 “신규 추가하여 신남방·신북방정책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인도, 키르키스탄, 타지키스탄이 이에 해당한다.  두 정책에 해당되지 않는 이집트는 “FDI·교역규모확대”, 우크라이나는 “세계 3대 곡창지대로 협력잠재력이 높은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가 주요 선정 이유다. 이제 자원이 부족하고, 전략적 가치가 없는 최빈국은 한국의 주요 국제개발협력 파트너가 되기 어려울것이다. 1차 중점협력국이었다가 2차 에서 탈락한 동티모르 같은 국가들은 다시 한국의 주요 국제개발협력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낮다. 정책의 최고목표가 외교·상업적 국익추구이고, 이를 위한 전략적 연계성이 높은 국가를 대상으로 전략을 효과적으로 실행하는 것에 집중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국제개발협력 기본법' 3조 기본정신에서 제시하는 보편적 가치들은 외교·상업적 국익추구를 빛내줄 악세사리로 전락하지 않을까 두렵다. 


정부는 3차 기본계획에서 '중견공여국'을 벗어나 'ODA 선도국가'를 향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5년간 한국 국제개발협력 사회는 '상생의 국익'에서 '상생'이 실제 가능한 것인지, 결국 중점은 외교·상업적 국익추구에 있는 것은 아닌지, 개도국의 발전이 과연 한국의 국익이라는 것이 가능한지에 주목하고 치열한 토론을 해야한다. 사회적 관심과 토론이 없다면, 5년 후에는 '상생'이 빠지고 '국익'이 홀로 최고목표에 자리잡게 될 수 있다. 그리고 머지않아 국제개발협력에 참여하는 우리 모두는 외교·상업적 국익추구에 복무하는 공무원과 기업인화 될 수 있다. 


3차 기본계획의 비전이 제시한 국익실현 속에서 '글로벌 가치추구'가 소외되어서는 안된다.  발전대안 피다는 글로벌 가치추구가 5년 뒤에는 유일한 가치로 남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한국이 보편적 글로벌 가치 추구를 실현하는 국제개발협력 선도국가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우리모두의 이익이다.



기사 입력 일자 : 2021-01-29


작성 : 한재광 발전대안 피다 대표 / hanligh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