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들[곁지기 사진가 하동훈의 시선] 19. 수많은 날이 간다.

2022-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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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밖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온 아내에게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문 앞에서 ‘수고했어’ 하고는, 다른 안부는 물어볼 겨를도 없이 느지막한 저녁식사를 허겁지겁 마치고 아이와 함께 바로 침실로 드는 날이 이어졌다.


바깥 일로 바쁜데도 틈틈이 마음을 써 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

집 안팎의 일들을 동시에 치러야 하는 상황들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 

이런 것들은 차치하고서라도 아무런 무게감 없이 재잘거리며 하루동안 가득했을 그 무엇들을 생각조차 나지 않게 해주고 싶은 마음.

분명 좋은 마음들이었는데 꺼내고 전하지 못해 하나씩 쌓이다보니, 이내 머리에서 가슴에서 뱃속에서 답답하게 느껴진다.


그녀의 안녕을 제때에 물어보지 못하고 지나간 것도 너무 후회되지만, 어쩌면 나의 하루를 꽉 채우고 있는 자잘한 수고로움도 알아주지 못할 것 같아 왠지 서운하게 느껴지는 날도 있었던 듯하다.



이맘때면 왠지 하지 못한 일들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열심히 살기도 했지만, 너무 분주한 것은 아니었는지.

하루를 지내긴 했지만, 하루를 살고는 있었는지.


창을 열고 길게 숨을 내쉬어 본다.

숨을 한 번 쉰 것뿐인데, 

가슴이 툭 풀어지고, 마음에도 바람이 든다. 


많은 생각들 속에 ‘내가’ 가득했었구나.



누구에게나 날이 오고,

누구에게나 날이 간다.


같은 날이지만,

각자의 수고로움으로 하루들을 보낸다.


그렇게 수많은 날이 갔고,

그렇게 수많은 날이 올 것이다.



사진 & 글: 하동훈

‘사진하는 공감아이’ 사진치유자, 곁지가 사진가

(donghoon.ha.michae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