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대안 피다는 서울과 중앙 정부, 전문가 및 관료로 대표되는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중심부'에 대응되는 '주변부'를 조명하기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매월 두 번째 피움을 통해 <지방에서 국제개발협력 하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본 시리즈를 통해 지방 소재 기관에서 활동하는 활동가, 지방 소재 대학에서 국제개발협력을 공부하고 가르치는 학생과 연구자 등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들려 드리고자 합니다.
지방에서 국제개발협력 하기 #04
지역의 수요는 지역이 가장 잘 알 수 있어요
- 부산국제교류재단 개발협력팀 연경심 팀장 인터뷰
안녕하세요, 연경심 팀장님. 먼저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래 전부터 관심 있던 피다에서 인터뷰를 요청해 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우선 팀장님께서는 어떤 경로로 부산국제교류재단에서 일하게 되셨을지 궁금한데요,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저는 2020년 10월에 경력직 채용을 통해 부산국제교류재단에 입사해서 현재 2년 5개월째 일하고 있습니다. 재단의 설립 시기부터 계셨던 다른 팀장님들 중에서는 저는 여기서의 기간이 좀 짧은 편이죠. 저는 부산에서 나고 자랐고 부산에서만 살아왔는데요. 대학원을 졸업한 이후 운이 좋게 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의 국제 교육 협력 사업과 관련된 기관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그 사업을 통해서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발을 들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교육 정보화나 성과 관리에 관심이 있었어요. 그 이후에 일반 기업에서 7년 정도 일을 하고, 다시 APEC으로 돌아오면서 본격적으로 개발협력 일을 시작했습니다. 2014년도에 KOICA의 개발협력 사업 평가 및 성과 중심 관리라는 용역 연구 사업에 보조 연구원으로 참여하면서 성과 관리와 성과 평가에 대한 관심을 발전시킬 수 있었고요. 저는 계속 해외에 다니는 일을 하긴 했지만 (해외에서) 아주 오래 살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지역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이 일을 업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산국제교류재단이 부산의 공식적인 개발협력 기관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재단이 하는 일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립니다.
부산국제교류재단은 2005년에 부산시의 승인을 받아 2006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부산시 출연 기관입니다. 국제 교류 협력, 세계 시민 협력, 그리고 유라시아 지역 협력, 개발협력 이렇게 4개의 분야에 걸쳐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제가 일하는 개발협력팀은 2018년도에 만들어졌는데요. 재단 설립 초기부터도 해외 봉사단 파견과 초청연수 사업은 있었지만 대체로 국제 교류에 관련된 일이 더 많았다면, 개발협력팀이 만들어지면서 KOICA 사업을 수주해서 운영하는 등 ODA 사업의 체계를 갖춰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의 사업의 성과들을 매년 부산개발협력포럼이라는 자리를 통해서 홍보하고 있습니다. 이 포럼은 2011년도에 개최되었던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HLF-4)를 기념해서 만들어진 이래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고요, 11월에 있는 개발협력 주간에 열리고 있어요. 2021년부터는 부산 국제개발협력 활성화 지원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부산에서 개발협력에 관심 있는 분들이 실제로 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컨설팅 지원을 받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해 오고 있습니다.
(부산국제교류재단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http://www.bfic.kr)
그렇다면 부산에 있어서 국제개발협력이 가지는 위치나 역할은 무엇일까요? 또한 부산시에서 국제개발협력 분야가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최근 부산이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서 활발히 국제적인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이해와 어떻게 국제개발협력에 참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분들이 많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용어 역시 국제개발협력보다는 ODA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고요. 하지만 긍정적인 점은 제가 재단에 입사한 당시보다는 훨씬 더 많은 관심을 실감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특히 현재 유치를 준비하고 있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가 SDGs 달성 시점에 개최될 예정이라는 점과 우리의 발전 경험을 많은 나라들과 나눈다는 측면에서 이것 또한 개발협력의 일환으로 인식하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부산시와 시 의회에서도 관심이 커지면서 예산 역시 점차 늘고 있어서 앞으로 더 많은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사전에 부산시의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살펴보던 중에 지역 특화 사업이 눈에 띄었는데요. 지난 2019년부터 부산의 산업적인 역량을 살려서 연수 사업을 진행해 오신 것을 봤습니다. 이 사업을 진행하게 된 배경이 있을까요?
아마 대부분의 지자체가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입장일 것 같은데요. 지자체마다 차별화된 사업을 해야 한다는 미션이 있어요. 중앙 정부에서 각 지자체가 서로 중첩되지 않게 사업을 하라는 지시도 있을 뿐만 아니라, 수도권과 다르게 참여할 수 있는 기관과 사람들 등 저희가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SDGs의 17개 목표 전부를 위한 사업을 할 수 없다면,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으면서 협력국이 원하는 사업을 하자는 차원에서 지역 특화 사업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졌어요. 그래서 부산에서 정말 참여하시고 싶은 분들의 자원을 최대한 잘 활용할 수 있으면서 부산과 연관성이 있고, 부산이 잘 아는 곳에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사업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차별화가 전부이냐는 고민을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보건의료와 같이 정말 많은 지원이 필요한 분야도 있는데요. 이런 경우에는 전국의 각지에 전문가분들이 계실 것이고, 어느 한 지역에 그 분야를 특화한다고 해서 다른 지역이 하면 안 된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희는 지금 당장 참여할 수 있는 분야를 특화 사업으로 내세우면서도 교통 인프라와 같은 장기간에 걸쳐 사업이 이뤄져야 하는 분야에 대해서도 차근히 준비해 나가고 있습니다.
(부산국제교류재단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http://www.bfic.kr)
그렇다면 지방자치단체로서 사업을 운영했기 때문에 경험했던 특별한 에피소드나 사업적 특징이 있을까요?
제가 개인 전문가로 활동했던 때와 비교해 재단에 들어와서 일하게 되었을 때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외부에서 저희 기관과 함께 일하기를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협조적으로 참여해 주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지방자치단체가 가지는 공공성 때문에 많은 분이 신뢰를 가지고 지원해주시고 참여해 주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요. 또 다른 한 가지라 한다면, 저희가 국제개발협력에 참여하고 싶지만 아직은 이 분야를 잘 모르는 분들의 창구가 되어준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들어 보면 “물어볼 데가 없어서 왔어요”라고 많이 말씀해 주시거든요. 저희가 시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체계를 가지고 있는 기관이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께 더 가까운 존재로서 국제개발협력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것이 굉장히 특별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최근 KCOC에서 발간한 2021년 한국 국제개발협력 CSO 편람을 보면 부산광역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개발 NGO에 대한 통계는 찾을 수 없었는데요. 사업을 진행하시면서 이러한 지역 기반 NGO의 부재를 실감하시는지요? 혹은 NGO가 아닌 다른 방향에서의 네트워크 구축 및 협력이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부산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NGO들이 사실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존재합니다. 우선 서울에 본부를 두고 부산에 지부를 둔 기관들이 있고요. 또 저희 기관과 활발히 협업하는 지역 기반 단체로는 교육 분야 NGO인 한국국제교육개발협력원(EDCN)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교육 관련 사업을 많이 하는 곳으로, 저희와 밀접하게 교류하는 귀한 단체인데요. 그리고 또 다른 협력 파트너들로는 대학 소속의 연구소나 산학협력단 소속의 국제개발협력센터들도 있습니다.
저희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직접 해외에 나가 사업을 수행하는 데에는 제약이 있습니다. 그래서 EDCN과 같은 NGO들과 협업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요. 하지만 다양한 조직이 존재하지는 않기 때문에 아쉽게도 큰 사업을 위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하고 협력의 범위가 한정적인 상황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부산에도 NGO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연구소의 교수님과 전문가분들과 같이 경험이 있는 분들이 독립적인 단체를 만들어 가면서 다양한 단체들이 생겨나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 한국국제교육개발협력원 홈페이지 (링크)
2021년에 부산개발협력포럼을 성공적으로 개최하시면서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인식 증진에도 큰 노력을 하고 계신데요. 어떤 배경에서 포럼을 개최하셨는지, 그리고 포럼을 개최한 이후,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이 포럼에 대해서는 앞서서도 짧게 말씀드렸는데요. 2011년도에 부산에서 세계개발원조총회(HLF-4)가 열렸어요. 이를 기념하기 위해 부산 ODA 포럼을 개최한 이후, 현재는 8회차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자체에서 개발협력을 주제로 이렇게 장기간에 걸쳐 포럼을 개최하는 것은 무엇보다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ODA 사업을 알리기 위함이었습니다. 대부분의 포럼에서는 개발협력 사업이 수도권이나 중앙 정부 위주로 해석되고 알려져 왔기 때문에 저희의 생각을 그리고 저희가 하는 노력을 스스로 밖으로 알리고자 한 것이죠. 그래서 지자체에서 그리고 지역에서 왜 이런 사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지역의 청년이나 전문가분들이 이해하고, 우리가 잘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할 수 있는 장으로 이 포럼을 가꾸어 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ODA의 개념이 알려지는 계기도 될 뿐만 아니라 개발협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부산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오셔서 포럼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고, 만족도 조사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어서 뿌듯함을 느끼는 사업입니다.
부산외국어대학교 등에 국제개발협력 전공이 개설되어 있고, 꾸준하게 부산시에서 봉사단도 파견해 왔기 때문에 지역 내에 국제개발협력에 관심을 가지는 청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부산시 청년들의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관심도는 어떠한가요? 그렇다면 이러한 청년들의 국제개발협력 커리어 패스는 보통 어떻게 될까요?
네, 부산외국어대학교뿐만 아니라 부경대학교에서도 국제개발협력 전공이 개설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역의 다른 대학들에서도 개발협력 이해 증진 사업에 많이 참여하시면서 청년들이 국제개발협력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다(B.O.D.A: Busan ODA)’라는 부산 지역에서 국제개발협력을 학습하고 활동하는 모임이 있거든요. 이런 점들을 보아 부산 청년들의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공부하고 나서 어떻게 커리어를 쌓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은 상황이긴 합니다. 저희 기관에서 일한 YP들과 이야기를 해봤을 때 크게 두 가지의 경로가 있는 것 같은데요. 한 가지는 직접적인 커리어를 쌓기 위해 해외 인턴을 가거나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서울에 있는 유관기관의 개발협력 부서에 지원해 취업하는 경우였어요.
(B.O.D.A. 커뮤니티 인스타그램 계정 화면 갈무리 / www.instagram.com/busan_oda)
그렇다면 진로를 고민하는 지역의 청년들에게 조언을 해 주신다면 어떤 점을 강조하고 싶으신가요?
앞서 말했던 두 가지 중 두 번째 경우는 그렇게 기회가 많지는 않기 때문에, 저는 간접적으로 국제개발협력에 관련된 일을 하면서 경험을 쌓는 것을 제안하곤 해요. 저 역시 일반 기업에서 일을 했을 때 해외 영업 관련 직무에 있었는데요. 그 경우에 의도치 않게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곤 했어요. 예를 들어 탄자니아 정부가 발주를 내고, 월드뱅크 자금으로 운영되는 국제 입찰은 ODA 자금으로 운영되는 것이고,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월드뱅크의 입찰 프로세스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죠.
한편으로는 개발협력 분야의 일자리 기회가 아직 많이 열리지 않았고, 세금으로 운영되는 특징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곳에 기회가 갈 수밖에 없고, 네트워크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실제로 지역의 대학원에서 공부한 분들보다 서울에서 공부한 분들의 경우에 공부 과정에서부터 많은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현실이거든요.
그러면 무조건 다 서울에 가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먼저 자신의 분야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거든요. 저의 경우도 그러했고요. 그 과정에서 조금씩 관련된 경험을 넓혀 간다면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회가 더 고루 분배되기를 바라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팀장님과 같이 지방자치단체의 국제개발협력 기관에서 일하기 위해서 필요한 역량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혹은 지방에서 국제개발협력을 하는 것만의 특징이 있을까요?
아직 사업의 기준을 저희 기관이 만드는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드리기는 어렵지만, 오히려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최대한의 효과성을 만들어야 하는 실무적인 기관의 입장에서는 세 가지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은 협력국의 사정과 개발협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요. 이는 지자체에 주어진 한정된 자원과 예산을 이용해 차별화되면서도 효과적인 사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슨 목적으로 개발협력을 하는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에요. 두 번째로는 창의성이라고 생각해요. 여기서 창의성은 다양한 아이디어라기보다는 아무래도 가지고 있는 예산이 적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력국에 도움이 될 게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저희가 작년에 진행했던 초청연수 사업의 경우에도, 어떻게 하면 초청된 분들이 연수를 더 잘 준비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그 방법을 계속해서 탐색하고 의사소통하는 과정이 있었거든요. 그 결과로 사전 온라인 컨설팅과 성과 컨퍼런스를 마련하게 되었고요. 마지막으로는 다양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저도 일하는 데에 있어서 외부 전문가를 모셔야 하는 경우, 혹은 협업을 위해서 외부에 문의해야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경험을 쌓아 가면서 만나는 분들의 연락처를 꼭 잘 가지고 있으면 나중을 위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른 개발협력 사업들과 비교했을 때 지방 정부가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최근 들어서 우리나라 정부는 지자체가 개발협력 사업에 더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하지만 현재까지의 방식은 주로 역량 강화나 세미나, 워크숍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결국 중앙 정부가 정한 개발협력의 방침에 잘 따라서 참여하라는 것으로 해석돼요. 하지만 그 기준을 맞추기란 지방자치단체에 있어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커요. 그 중에서도 예산을 세우고 사용하는 체계에서 큰 문제가 있는데요. 중앙 정부에서 생각하는 KOICA 사업을 보면 대부분 3년에서 5년 정도인 다년도 사업들이고, ‘N-2년' 시스템 때문에 2년 전에 사업이 발굴되어야 시행이 가능하잖아요. 그런데 지자체의 경우에는 매년 8월과 9월 사이에 차년도 사업이 계획되고 연말에 승인을 받아 1년 동안 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중앙 정부의 체계와 지방 정부의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가끔은 중앙 정부가 정말 지자체의 개발협력 사업 참여를 원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지역의 개발협력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이런 생각은 재단에서 일하면서 깨닫게 된 점인데요. 왜냐하면 결국 개발협력 사업이 이뤄지고 변화를 보는 것은 특정한 지역이기 때문이에요. 즉, 특정 지역의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수요와 여건을 잘 알고 있는 누군가가 개발협력 사업을 할 때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자체는 국가나 중앙 부처보다 현장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일이 많기 때문에 현지의 사정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고, 사업적으로 어떤 것들이 용이한지를 지방 정부가 더 잘 알고 있습니다. 부산의 경우 캄보디아 프놈펜시와 자매도시를 맺고 있어서 사업 발굴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소통할 기회가 있거든요. 그래서 지방 정부가 사업을 한다면 실제로 필요한 사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효과성 측면에서 ‘relevance(적절성)’라는 개발협력의 평가 기준을 고려했을 때도 SDGs와 중점 협력 전략 같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현지 시민들 입장에서 너무 멀어 보일 수 있지만, 지방 정부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면 직접적으로 현장의 요구 사항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신속하고 현실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굉장히 많이 느끼고 있어요.
그렇다면 앞으로 지방 주도의 국제개발협력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 필요한 게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지방 정부가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회와 예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방 정부에서 ODA에 참여하고 싶은 수요는 많이 보이지만 그에 비해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이 부족해요. 지방 정부는 상대적으로 ODA 사업에 쓸 수 있는 예산이 한정적입니다. 또 지방 정부만을 위한 사업이나 지원도 없고요. 그래서 지방 정부들이 경험을 쌓고 독립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중앙 정부나 공여 기관에서 마련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 피움 기자단 3기
문소연 (msy1333@gmail.com)
발전대안 피다는 서울과 중앙 정부, 전문가 및 관료로 대표되는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중심부'에 대응되는 '주변부'를 조명하기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매월 두 번째 피움을 통해 <지방에서 국제개발협력 하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본 시리즈를 통해 지방 소재 기관에서 활동하는 활동가, 지방 소재 대학에서 국제개발협력을 공부하고 가르치는 학생과 연구자 등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들려 드리고자 합니다.
지방에서 국제개발협력 하기 #04
지역의 수요는 지역이 가장 잘 알 수 있어요
- 부산국제교류재단 개발협력팀 연경심 팀장 인터뷰
안녕하세요, 연경심 팀장님. 먼저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래 전부터 관심 있던 피다에서 인터뷰를 요청해 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우선 팀장님께서는 어떤 경로로 부산국제교류재단에서 일하게 되셨을지 궁금한데요,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저는 2020년 10월에 경력직 채용을 통해 부산국제교류재단에 입사해서 현재 2년 5개월째 일하고 있습니다. 재단의 설립 시기부터 계셨던 다른 팀장님들 중에서는 저는 여기서의 기간이 좀 짧은 편이죠. 저는 부산에서 나고 자랐고 부산에서만 살아왔는데요. 대학원을 졸업한 이후 운이 좋게 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의 국제 교육 협력 사업과 관련된 기관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그 사업을 통해서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발을 들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교육 정보화나 성과 관리에 관심이 있었어요. 그 이후에 일반 기업에서 7년 정도 일을 하고, 다시 APEC으로 돌아오면서 본격적으로 개발협력 일을 시작했습니다. 2014년도에 KOICA의 개발협력 사업 평가 및 성과 중심 관리라는 용역 연구 사업에 보조 연구원으로 참여하면서 성과 관리와 성과 평가에 대한 관심을 발전시킬 수 있었고요. 저는 계속 해외에 다니는 일을 하긴 했지만 (해외에서) 아주 오래 살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지역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이 일을 업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산국제교류재단이 부산의 공식적인 개발협력 기관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재단이 하는 일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립니다.
부산국제교류재단은 2005년에 부산시의 승인을 받아 2006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부산시 출연 기관입니다. 국제 교류 협력, 세계 시민 협력, 그리고 유라시아 지역 협력, 개발협력 이렇게 4개의 분야에 걸쳐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제가 일하는 개발협력팀은 2018년도에 만들어졌는데요. 재단 설립 초기부터도 해외 봉사단 파견과 초청연수 사업은 있었지만 대체로 국제 교류에 관련된 일이 더 많았다면, 개발협력팀이 만들어지면서 KOICA 사업을 수주해서 운영하는 등 ODA 사업의 체계를 갖춰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의 사업의 성과들을 매년 부산개발협력포럼이라는 자리를 통해서 홍보하고 있습니다. 이 포럼은 2011년도에 개최되었던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HLF-4)를 기념해서 만들어진 이래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고요, 11월에 있는 개발협력 주간에 열리고 있어요. 2021년부터는 부산 국제개발협력 활성화 지원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부산에서 개발협력에 관심 있는 분들이 실제로 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컨설팅 지원을 받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해 오고 있습니다.
(부산국제교류재단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http://www.bfic.kr)
그렇다면 부산에 있어서 국제개발협력이 가지는 위치나 역할은 무엇일까요? 또한 부산시에서 국제개발협력 분야가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최근 부산이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서 활발히 국제적인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이해와 어떻게 국제개발협력에 참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분들이 많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용어 역시 국제개발협력보다는 ODA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고요. 하지만 긍정적인 점은 제가 재단에 입사한 당시보다는 훨씬 더 많은 관심을 실감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특히 현재 유치를 준비하고 있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가 SDGs 달성 시점에 개최될 예정이라는 점과 우리의 발전 경험을 많은 나라들과 나눈다는 측면에서 이것 또한 개발협력의 일환으로 인식하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부산시와 시 의회에서도 관심이 커지면서 예산 역시 점차 늘고 있어서 앞으로 더 많은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사전에 부산시의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살펴보던 중에 지역 특화 사업이 눈에 띄었는데요. 지난 2019년부터 부산의 산업적인 역량을 살려서 연수 사업을 진행해 오신 것을 봤습니다. 이 사업을 진행하게 된 배경이 있을까요?
아마 대부분의 지자체가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입장일 것 같은데요. 지자체마다 차별화된 사업을 해야 한다는 미션이 있어요. 중앙 정부에서 각 지자체가 서로 중첩되지 않게 사업을 하라는 지시도 있을 뿐만 아니라, 수도권과 다르게 참여할 수 있는 기관과 사람들 등 저희가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SDGs의 17개 목표 전부를 위한 사업을 할 수 없다면,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으면서 협력국이 원하는 사업을 하자는 차원에서 지역 특화 사업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졌어요. 그래서 부산에서 정말 참여하시고 싶은 분들의 자원을 최대한 잘 활용할 수 있으면서 부산과 연관성이 있고, 부산이 잘 아는 곳에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사업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차별화가 전부이냐는 고민을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보건의료와 같이 정말 많은 지원이 필요한 분야도 있는데요. 이런 경우에는 전국의 각지에 전문가분들이 계실 것이고, 어느 한 지역에 그 분야를 특화한다고 해서 다른 지역이 하면 안 된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희는 지금 당장 참여할 수 있는 분야를 특화 사업으로 내세우면서도 교통 인프라와 같은 장기간에 걸쳐 사업이 이뤄져야 하는 분야에 대해서도 차근히 준비해 나가고 있습니다.
(부산국제교류재단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http://www.bfic.kr)
그렇다면 지방자치단체로서 사업을 운영했기 때문에 경험했던 특별한 에피소드나 사업적 특징이 있을까요?
제가 개인 전문가로 활동했던 때와 비교해 재단에 들어와서 일하게 되었을 때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외부에서 저희 기관과 함께 일하기를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협조적으로 참여해 주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지방자치단체가 가지는 공공성 때문에 많은 분이 신뢰를 가지고 지원해주시고 참여해 주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요. 또 다른 한 가지라 한다면, 저희가 국제개발협력에 참여하고 싶지만 아직은 이 분야를 잘 모르는 분들의 창구가 되어준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들어 보면 “물어볼 데가 없어서 왔어요”라고 많이 말씀해 주시거든요. 저희가 시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체계를 가지고 있는 기관이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께 더 가까운 존재로서 국제개발협력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것이 굉장히 특별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최근 KCOC에서 발간한 2021년 한국 국제개발협력 CSO 편람을 보면 부산광역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개발 NGO에 대한 통계는 찾을 수 없었는데요. 사업을 진행하시면서 이러한 지역 기반 NGO의 부재를 실감하시는지요? 혹은 NGO가 아닌 다른 방향에서의 네트워크 구축 및 협력이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부산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NGO들이 사실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존재합니다. 우선 서울에 본부를 두고 부산에 지부를 둔 기관들이 있고요. 또 저희 기관과 활발히 협업하는 지역 기반 단체로는 교육 분야 NGO인 한국국제교육개발협력원(EDCN)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교육 관련 사업을 많이 하는 곳으로, 저희와 밀접하게 교류하는 귀한 단체인데요. 그리고 또 다른 협력 파트너들로는 대학 소속의 연구소나 산학협력단 소속의 국제개발협력센터들도 있습니다.
저희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직접 해외에 나가 사업을 수행하는 데에는 제약이 있습니다. 그래서 EDCN과 같은 NGO들과 협업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요. 하지만 다양한 조직이 존재하지는 않기 때문에 아쉽게도 큰 사업을 위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하고 협력의 범위가 한정적인 상황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부산에도 NGO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연구소의 교수님과 전문가분들과 같이 경험이 있는 분들이 독립적인 단체를 만들어 가면서 다양한 단체들이 생겨나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 한국국제교육개발협력원 홈페이지 (링크)
2021년에 부산개발협력포럼을 성공적으로 개최하시면서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인식 증진에도 큰 노력을 하고 계신데요. 어떤 배경에서 포럼을 개최하셨는지, 그리고 포럼을 개최한 이후,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이 포럼에 대해서는 앞서서도 짧게 말씀드렸는데요. 2011년도에 부산에서 세계개발원조총회(HLF-4)가 열렸어요. 이를 기념하기 위해 부산 ODA 포럼을 개최한 이후, 현재는 8회차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자체에서 개발협력을 주제로 이렇게 장기간에 걸쳐 포럼을 개최하는 것은 무엇보다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ODA 사업을 알리기 위함이었습니다. 대부분의 포럼에서는 개발협력 사업이 수도권이나 중앙 정부 위주로 해석되고 알려져 왔기 때문에 저희의 생각을 그리고 저희가 하는 노력을 스스로 밖으로 알리고자 한 것이죠. 그래서 지자체에서 그리고 지역에서 왜 이런 사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지역의 청년이나 전문가분들이 이해하고, 우리가 잘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할 수 있는 장으로 이 포럼을 가꾸어 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ODA의 개념이 알려지는 계기도 될 뿐만 아니라 개발협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부산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오셔서 포럼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고, 만족도 조사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어서 뿌듯함을 느끼는 사업입니다.
부산외국어대학교 등에 국제개발협력 전공이 개설되어 있고, 꾸준하게 부산시에서 봉사단도 파견해 왔기 때문에 지역 내에 국제개발협력에 관심을 가지는 청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부산시 청년들의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관심도는 어떠한가요? 그렇다면 이러한 청년들의 국제개발협력 커리어 패스는 보통 어떻게 될까요?
네, 부산외국어대학교뿐만 아니라 부경대학교에서도 국제개발협력 전공이 개설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역의 다른 대학들에서도 개발협력 이해 증진 사업에 많이 참여하시면서 청년들이 국제개발협력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다(B.O.D.A: Busan ODA)’라는 부산 지역에서 국제개발협력을 학습하고 활동하는 모임이 있거든요. 이런 점들을 보아 부산 청년들의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공부하고 나서 어떻게 커리어를 쌓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은 상황이긴 합니다. 저희 기관에서 일한 YP들과 이야기를 해봤을 때 크게 두 가지의 경로가 있는 것 같은데요. 한 가지는 직접적인 커리어를 쌓기 위해 해외 인턴을 가거나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서울에 있는 유관기관의 개발협력 부서에 지원해 취업하는 경우였어요.
(B.O.D.A. 커뮤니티 인스타그램 계정 화면 갈무리 / www.instagram.com/busan_oda)
그렇다면 진로를 고민하는 지역의 청년들에게 조언을 해 주신다면 어떤 점을 강조하고 싶으신가요?
앞서 말했던 두 가지 중 두 번째 경우는 그렇게 기회가 많지는 않기 때문에, 저는 간접적으로 국제개발협력에 관련된 일을 하면서 경험을 쌓는 것을 제안하곤 해요. 저 역시 일반 기업에서 일을 했을 때 해외 영업 관련 직무에 있었는데요. 그 경우에 의도치 않게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곤 했어요. 예를 들어 탄자니아 정부가 발주를 내고, 월드뱅크 자금으로 운영되는 국제 입찰은 ODA 자금으로 운영되는 것이고,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월드뱅크의 입찰 프로세스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죠.
한편으로는 개발협력 분야의 일자리 기회가 아직 많이 열리지 않았고, 세금으로 운영되는 특징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곳에 기회가 갈 수밖에 없고, 네트워크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실제로 지역의 대학원에서 공부한 분들보다 서울에서 공부한 분들의 경우에 공부 과정에서부터 많은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현실이거든요.
그러면 무조건 다 서울에 가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먼저 자신의 분야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거든요. 저의 경우도 그러했고요. 그 과정에서 조금씩 관련된 경험을 넓혀 간다면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회가 더 고루 분배되기를 바라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팀장님과 같이 지방자치단체의 국제개발협력 기관에서 일하기 위해서 필요한 역량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혹은 지방에서 국제개발협력을 하는 것만의 특징이 있을까요?
아직 사업의 기준을 저희 기관이 만드는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드리기는 어렵지만, 오히려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최대한의 효과성을 만들어야 하는 실무적인 기관의 입장에서는 세 가지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은 협력국의 사정과 개발협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요. 이는 지자체에 주어진 한정된 자원과 예산을 이용해 차별화되면서도 효과적인 사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슨 목적으로 개발협력을 하는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에요. 두 번째로는 창의성이라고 생각해요. 여기서 창의성은 다양한 아이디어라기보다는 아무래도 가지고 있는 예산이 적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력국에 도움이 될 게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저희가 작년에 진행했던 초청연수 사업의 경우에도, 어떻게 하면 초청된 분들이 연수를 더 잘 준비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그 방법을 계속해서 탐색하고 의사소통하는 과정이 있었거든요. 그 결과로 사전 온라인 컨설팅과 성과 컨퍼런스를 마련하게 되었고요. 마지막으로는 다양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저도 일하는 데에 있어서 외부 전문가를 모셔야 하는 경우, 혹은 협업을 위해서 외부에 문의해야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경험을 쌓아 가면서 만나는 분들의 연락처를 꼭 잘 가지고 있으면 나중을 위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른 개발협력 사업들과 비교했을 때 지방 정부가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최근 들어서 우리나라 정부는 지자체가 개발협력 사업에 더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하지만 현재까지의 방식은 주로 역량 강화나 세미나, 워크숍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결국 중앙 정부가 정한 개발협력의 방침에 잘 따라서 참여하라는 것으로 해석돼요. 하지만 그 기준을 맞추기란 지방자치단체에 있어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커요. 그 중에서도 예산을 세우고 사용하는 체계에서 큰 문제가 있는데요. 중앙 정부에서 생각하는 KOICA 사업을 보면 대부분 3년에서 5년 정도인 다년도 사업들이고, ‘N-2년' 시스템 때문에 2년 전에 사업이 발굴되어야 시행이 가능하잖아요. 그런데 지자체의 경우에는 매년 8월과 9월 사이에 차년도 사업이 계획되고 연말에 승인을 받아 1년 동안 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중앙 정부의 체계와 지방 정부의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가끔은 중앙 정부가 정말 지자체의 개발협력 사업 참여를 원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지역의 개발협력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이런 생각은 재단에서 일하면서 깨닫게 된 점인데요. 왜냐하면 결국 개발협력 사업이 이뤄지고 변화를 보는 것은 특정한 지역이기 때문이에요. 즉, 특정 지역의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수요와 여건을 잘 알고 있는 누군가가 개발협력 사업을 할 때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자체는 국가나 중앙 부처보다 현장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일이 많기 때문에 현지의 사정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고, 사업적으로 어떤 것들이 용이한지를 지방 정부가 더 잘 알고 있습니다. 부산의 경우 캄보디아 프놈펜시와 자매도시를 맺고 있어서 사업 발굴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소통할 기회가 있거든요. 그래서 지방 정부가 사업을 한다면 실제로 필요한 사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효과성 측면에서 ‘relevance(적절성)’라는 개발협력의 평가 기준을 고려했을 때도 SDGs와 중점 협력 전략 같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현지 시민들 입장에서 너무 멀어 보일 수 있지만, 지방 정부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면 직접적으로 현장의 요구 사항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신속하고 현실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굉장히 많이 느끼고 있어요.
그렇다면 앞으로 지방 주도의 국제개발협력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 필요한 게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지방 정부가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회와 예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방 정부에서 ODA에 참여하고 싶은 수요는 많이 보이지만 그에 비해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이 부족해요. 지방 정부는 상대적으로 ODA 사업에 쓸 수 있는 예산이 한정적입니다. 또 지방 정부만을 위한 사업이나 지원도 없고요. 그래서 지방 정부들이 경험을 쌓고 독립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중앙 정부나 공여 기관에서 마련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 피움 기자단 3기
문소연 (msy133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