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다뷰2023년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보수화를 우려한다

2023-03-09
조회수 3057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0개월이 되어 간다. 정부는 2022년 5월 국정 목표 5번으로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를 제시해 대외 정책의 기조로 삼았다. 그리고 목표 99번 ‘국격에 걸맞은 글로벌 중추 국가 역할 강화’를 국제개발협력 정책의 방향으로 제시했다. 2023년은 윤 정부의 철학이 반영된 예산이 실질적으로 집행되는 첫 해다. 발전대안 피다는 2023년을 기점으로 본격화되는 윤 정부의 국제개발협력 정책 방향을 전망하고, 더불어 국제개발협력과 관련한 우리 사회의 주요 변화도 짚어 보고자 한다.    



윤석열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국제개발협력 정책  


윤석열 정부는 환경, 여성, 노동, 시민사회 분야에서 이전 정부와는 다른 기조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현재까지 윤 정부는 ‘친(親) 국제개발협력’ 성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출범 전 그동안 일관되게 증가하던 ODA 예산을 ‘축소하지는 않을까’ 하는 일각의 우려 섞인 예측은 틀렸다. 도리어 2017년 이후 2,000~3,000억 원 규모였던 전년 대비 ODA 예산 증대 수준이 2023년에는 2022년 대비 8,388억 원이다. 2023년 2월 9일 개최된 제 44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가 의결한 2023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은 2023년 추진 방향으로 ‘협력과 연대를 통한 글로벌 가치 및 상생의 국익 실현을 위해 국격에 맞게 ODA 규모를 지속 확대하고 선진적·전략적 국제개발협력 추진’을 제시했다. 2023년 ODA 예산 규모는 역대 최고 수준인 4조 7,771억 원이다.  


정부가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라는 대외 정책 기조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정책 수단으로서 ODA의 양적 증대가 과연 국제 사회에서 선진국으로 발전한 한국의 위상을 보여주기에 충분할까? ‘그렇다’라고 대답하기에 ODA 양적 규모 증대만으로는 부족하다. 방향과 내용이 중요하다. 정부가 현재 작성 중으로 상반기에 발표할 ‘인도-태평양 전략’의 세부 이행 계획 중 국제개발협력 부분을 보아야 윤 정부가 구상한 국제개발협력의 실체를 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몇 가지 사항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국제개발협력 정책의 포괄성이다. 정부는 2022년 12월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 최종 보고서에서 9개 중점 추진 과제를 제시했다. 그중 국제개발협력과 관련한 과제 ⑧은 ‘맞춤형 개발협력 파트너십 증진을 통한 적극적 기여 외교 실시’다. 이 과제가 홀로 고립된 채로 실행될지 아니면 다른 8개 과제인 ① 규범과 규칙에 기반한 인태지역 질서 구축, ② 법치주의와 인권 증진 협력, ③ 비확산·대테러 협력 강화, ④ 포괄적 안보 협력 확대, ⑤ 경제 안보 네트워크 확충, ⑥ 첨단 과학 기술 분야 협력 강화 및 역내 디지털 격차 해소 기여, ⑦ 기후 변화·에너지 안보 관련 역내 협력 주도, ⑨ 상호 이해와 교류 증진과 통합적으로 연계되어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발전을 위한 협력에 실질적으로 활용될지 주목된다.


둘째는 대외 정책인 인도-태평양 전략의 수단으로서 국제개발협력의 종속성 여부다. 기본적으로 정부는 ODA를 외교 수단으로 활용한다.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국제개발협력 정책은 어떻게 활용될까? 2023년 2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정책 보고서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특징 및 향후과제’는 한국의 “미중전략경쟁”에 대한 입장이 “전략적 명확성으로 분명해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동 보고서는 “한중 양국 간 미래 협력의 여지는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는 중국 학자들의 논평도 전했다. 


이 같은 논의의 핵심이 되는 과제는 ① ‘규범과 규칙에 기반한 인태 지역 질서 구축’이다. 과제 ①이 국제개발협력 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한데,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중점협력국 제도를 보아야 한다. 2021년 선정된 제3기 중점협력국가는 2025년에 종료되고, 늦어도 2024년에는 제4기 중점협력국가 선정이 시작될 것이다. 현재의 27개 중점협력국 구성을 보면 최빈국이 10개국, 하위중소득국이 14개국, 상위중소득국이 3개국이다. 인도-태평양 전략이 제시하는 지역적 범위는 상당히 넓다. 북태평양, 동남아·아세안, 남아시아, 오세아니아, 인도양 연안 아프리카, 그리고 유럽·중남미 등 6권역이다. 다수의 아프리카 지역, 중앙 아시아, 중동 지역 등 해당되지 않는 권역이 더 적다. 인도-태평양 전략 지역에 속한 중점협력국가의 소득별 구성을 보면 최빈국이 6개국, 하위중소득국은 8개국, 그리고 상위중소득국은 3개국이다. 윤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하에서 선정될 제4기 중점협력국가에는 몇 개의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가 선정되고 또 소득별 구성은 어떻게 될까? 그런데 국가보다 더 눈여겨 볼 것은 선정 기준이다. 특히 ‘① 규범과 규칙에 기반한 인태 지역 질서 구축’이 개발협력 기준에 우선할지 여부가 중요하다. 즉, 미국과 중국 대결 중심의 국제 질서에서 개발/발전의 필요가 아닌 가치 동맹 기준이 한국의 중점협력국 선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 가지 더 주목할 지점이 있다. 바로 ‘경제’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23일 개최된 제4차 수출전략회의에서 “모든 외교의 중심을 경제와 수출에 놓고”라고 밝혔고, 스스로 “수출 증진을 위해 1호 영업사원으로 뛰겠다”고 했다. 그동안 국제개발협력을 통한 경제적 이익 추구는 한국 국제개발협력 정책의 명시적 목표는 아니었지만, 일부 부처 정책의 기저에서 중요하게 작동해 왔다. 대통령이 외교 중심을 경제와 수출에 집중하겠다고 천명한 마당에 중점협력국가 선정을 포함한 개별 부처의 국제개발협력 정책과 전략의 최우선 초점이 한국의 경제적 이익 추구에 맞추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국 사회의 국제개발협력 인식 변화     


정부가 2021년 발표한 ‘ODA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공적개발원조(ODA)에 찬성하는 응답자 중 그 이유로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에 도움을 주기 때문’을 선택한 이의 비중은 13.7%에 불과하다. 우리 국민은 단순히 경제적 국익 중심에서 ODA에 접근하는 정책에 어느 정도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그동안 다른 국가 또는 지역에서 전쟁이 터지거나 자연 재해가 발생했을 때 우리나라가 보여준 모습은 경제적 국익 추구와는 거리가 있었다. 우리는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모금했고, 현장에서 감동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약 20여 년 전인 2000년대 초반 한국이 본격적으로 국제개발협력에 참여하면서부터 반복되어 온 현상이다. 한국 사회는 지난 20여 년 전 발생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 남아시아 쓰나미, 2010년대의 아이티와 네팔 지진을 거쳐 최근 몇 년간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과 아프가니스탄 사태, 아이티 지진, 미얀마 군부 쿠데타,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정부와 민간 구분 없이 복합적인 글로벌 인도적 위기 해결을 위해 열심히 활동했다. 


최근 일련의 사태로 인도적 위기에 처한 이웃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따뜻함은 다시 한번 확인됐지만, 다른 측면도 관측된다. 정부가 2021년 발표한 ‘ODA 국민인식조사’ 결과 공적개발원조 제공에 대한 반대 비율은 24%다. 직전 조사인 2019년 18.7%에 비해 5.3%포인트, 그리고 10년 전인 2011년 11%에 비해서는 13%포인트 증가했다. 반대 비율이 역대 최고이며, 10년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동안 선진국이 되었고, ODA 규모는 증대하며, 인도적 위기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참여는 증대하고 있지만,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의견이 증대하고 있는 것의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가 2022년 발간한 ‘2021 한국 국제개발협력 CSO 편람’을 보면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의 성장 추세에도 변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2021년 수입이 약 1조7,938억 원으로 2019년 약 1조7,301억 원에 비해 약 4% 증가했다. 그런데 2019년 수입 규모가 2017년 약 1조 5,195억 원에 비해 약 14% 증가했던 것을 보면 최근의 증가 폭이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지출은 2021년 약 1조 6,135억 원, 2019년 약 1조 6,654억 원, 2017년 약 1조 4,629억 원으로 2021년 지출 규모가 2019년에 비해 작아졌다. 개인 정기후원자 수 증가율도 정체됐다. 2021년 3,648,328명, 2019년 3,572,610명, 2017년 3,170,855명이다. 2019년이 2017년에 비해 약 13% 증가한 것에 비해 2021년은 2019년에 비해 약 2% 증가했다. 물론 응답 단체가 2021년 126개, 2019년 140개, 2017년 144개로, 2021년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그리고 2021년은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2년차가 되는 해였다. 이를 고려함에도,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의 양적 성장세가 다소 둔화된 것도 사실이다. 


20대 청년들이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대해 느끼는 매력도 떨어져 가는 것으로 보인다. 2021년 ‘ODA 국민인식조사’ 결과 ‘개발도상국의 경제・사회 상황 개선을 위한 활동 참여 의사’에 대해 부정적으로 대답한 19~29세의 비율이 2021년 46.2%로 60~79세(53.4%)를 제외하고는 조사 대상 세대 중 가장 높다. 2019년에는 부정적인 대답을 한 19~29세 비율은 51.3%로 조사 대상 세대 중 가장 낮았다. 2021년 부정적 대답을 한 20대의 비율 자체는 2019년에 비해서는 감소했다. 그러나 60~79세를 제외한 전 세대 중 두 번째로 부정적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점이 크다.  


한국 사회는 지구촌의 복합적 인도주의 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러나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장기적으로 돕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커졌다.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의 성장세가 둔화되었고, 청년들이 관심을 잃어 가고 있다. 정부의 국제개발협력 정책은 이전보다 더욱 노골적으로 국제 정치와 경제적 이익 추구의 효율적 하부 수단으로 사용될 공산이 크다. 가장 어려운 이들이 아닌 우리에게 더 도움이 되는 이들을 돕는 것이 정책의 중점 방향이 되지 않을까 예상된다. 국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정의를 버린 현실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모든 것이 보수화되어 가는 시대에 국제개발협력도 예외가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윤석열 정부가 눈앞의 단기적 국익보다 좀 더 큰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국제개발협력 정책을 추진하기를 기원한다.


글쓴이: 한재광

발전대안 피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