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다뷰[3호] 2017년 한국 국제개발협력을 논한다

2018-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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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국 국제개발협력을 논한다


2017년 정유년이 시작된 지 20여 일이 지났다. 연초에는 차분하게 한 해의 삶을 계획하며 조용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과거 많은 시민들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올해 우리는 너무나 다른 상황에 처해있다. 작년에 시작된 시대상황은 상반기 시민들의 일정을 이미 예약해 버렸다. 추운 겨울날 마음 졸이며 기다리던 대선 결과를 이제는 따스한 봄바람을 느끼며 접하게 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 추운 겨울, 우리를 차분하지 못하게 만드는 여러 일들이 있다.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헌재와 특검의 소식들과 연이어 밝혀지는 어이없는 진실들,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대결, 소녀상 설치와 관련한 아베 정부의 도발, 트럼프 정부의 걱정스러운 출발, 분열이 우려되는 유럽. 2017년 정초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올해 예측되는 국제사회의 국제개발협력 정책환경 변화는 어떠한가? 작년 6월 브렉시트 결정 이후 영국 정부는 국제개발부(DFID)의 개발협력업무와 무역을 긴밀히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2010년 이후 보수당 정권이 진행해온 원조를 넘어 더욱 포괄적인 개발을 추구하는 'beyond aid' 정책 기조 하에서 개발협력과 경제적 국익추구 기조가 더욱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신임 대통령도 미국의 대외원조 정책을 자신의 정치적 슬로건인 '미국 우선주의'에 맞추어 국익추구를 더욱 강하게 추진할 것이라는 예측이 전문가들에게서 나오고 있다. 2017년 3월의 네덜란드 총선, 5월의 프랑스 대선, 9월의 독일 총선은 극우파 득세 및 EU 탈퇴라는 중요한 의제를 안고 치뤄진다. 이러한 변화는 무엇을 말하는가? 주요 공여국들은 '모두의 이익'과 '열림' 대신 '나의 이익'과 '닫힘'을 택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더 많은 열린 협력을 필요로 하는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발전목표(이하 SDGs)' 달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주목된다.  


변화하는 국내외 환경 가운데, 2017년 한 해 한국 국제개발협력이 주목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첫째는 19대 대선이다. 대선은 국제개발협력 제도와 정책을 바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기회이다. 아직은 국제개발협력 정책이 대선후보들의 정책적 우선순위에 있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 증대에 비례해 대선마다 각 후보 진영의 관심도가 증대하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 여러 후보가 난립해 있지만, 어느 후보가 어떤 국제개발협력 정책을 내세우는지 주목해야 한다.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는 주요 의제들을 대선후보들에게 효과적으로 제시해 이를 공약화해야 한다. 그리고 내세운 공약의 달성을 정권 집권시기 내내 요구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OECD DAC 동료검토(Peer Review)이다. 지난 2012년에 이어 올해 한국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두 번째 동료검토가 진행된다. 동료검토는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문제와 개선을 점검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지난 2012년 1차 검토에서 제안된 ▲개발협력 기조, 정책 및 전략, ▲개발을 위한 정책일관성, ▲ODA 규모, 채널 및 배분, ▲ODA 관련 조직 및 관리 체계, ▲원조효과성과 성과, ▲인도적 지원의 6가지 항목의 개별 내용들이 지난 5년간 얼마나 개선되었을까? 그리고 이번에는 어떤 항목에 대한 제언이 있을까? 동료 공여국들의 조언에 귀 기울이고 받아들여 더 나은 국제개발협력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동료심사가 자칫 또 하나의 관행적 이벤트로 그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감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는 SDGs 이행이다. SDGs 15년의 중요한 첫 시작 2년 차를 정부가 어떻게 보내는지 주목해야 한다. 시민사회가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지만, 한국 정부는 여전히 범정부적 SDGs 이행 체계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선 후보들의 정책공약에 실질적인 변화가 있을지 그리고 대통령 당선자가 제도적 정책적 변화를 도모할지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올해 9월 UN이 각국의 SDGs 이행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개최하는 '고위급정치포럼(HLPF)'에서 시민사회가 제시할 '시민사회보고서(Spotlight Report')의 내용을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 정부의 국제개발협력 분야 SDGs 이행 전략 작성 여부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정부가 제시한 '개발협력 구상'만으로는 부족하며, 더욱 구체적이고 포괄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넷째는 청년인력에 대한 정책이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많은 청년이 인턴과 봉사단 그리고 대학원을 거친 뒤 좋지 않은 일자리에서 소진되고 있다. 더 많은 일자리 창출 성과를 내고 싶은 정부정책, 충분한 수의 직원을 고용할 재정이 부족한 기관 그리고 어떻게든 일을 시작하고 싶은 청년들. 이러한 상황 가운데 비정규직의 일자리만이 제공되는 현실은 양질의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에게 좌절감만을 준다. 이러한 내용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 것이 더욱 절망적이다. 최근 KOICA가 '영프로페셔널(구 ODA 청년인턴)'의 해외출장비를 지원하지 않기로 한 점, 법정보험료를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가 단체들의 항의로 다시 지원하기로 번복한 점 등 실망스러운 행보를 보인 것은 청년인력 정책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주요 정부당국자들이 '어쩔 수 없다'라는 이유로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대한다면,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청년의 관심과 참여의 열기가 낮아지는 결과를 보게 될 것이다. 이는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국민의 지지 감소로 연결될 것이다.    

다섯째, 새로운 주체의 등장과 새로운 프로그램의 도입이다. 타 공여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책 기조를 강조하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점차 경제적 국익 추구의 주체인 기업의 국제개발협력 참여가 강조되고 있다. 또한, 수년 전부터 낯설었던 과학기술, 사회적 경제 관련 프로그램이 확대되고 있다. 다양한 주체와 다양한 분야의 접근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바람직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하는 과정에서 국내외적으로 공인된 규범과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개발협력은 타인의 삶에 대해 외부에서 의도적인 개입을 하는 것이므로, 자신의 새로운 생각과 방법의 가능성을 시도할 때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여섯째, 시민사회의 변화이다. 작년 정부는 충분한 준비가 부족한 가운데 KOICA의 NGO지원사업 방식을 '보조금' 방식으로 전환했고, 이는 많은 NGO들에게 행정부담을 주어 결국 개도국 현지에서의 사업수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부정적 변화는 올해 개발 NGO의 사업과 모금 그리고 정부와의 관계에 더욱 심각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시민사회가 19대 대선 국면에서 이에 어떻게 대응하고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 또한, 2월에 예정된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 회장선거에 주목해야 한다. 2017년 새롭게 구성되는 한국 개발NGO들의 지도부는 대선, 정부와의 제도적 파트너십, SDGs체제의 적용, 국제개발협력 규범의 적용, 개발NGO의 전문성과 윤리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 모금시장의 위축 등 현재 개발 NGO들이 처한 상황을 잘 인식하고 많은 의제들을 고려하여 보다 종합적이고 전략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작년 가을부터 예전에 쉽게 접해보지 못했던 근원적인 변화의 가능성을 경험하고 있다. 바로 '촛불'로 대변되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시민의 열망'이다. 발전대안 피다는 2017년 한국 국제개발협력이 더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하기를 기대한다. 이 변화는 새로운 대통령 한 사람이 아닌 변화를 열망하는 시민 모두의 힘으로 가능하리라 믿는다. 올 한 해에도 발전대안 피다는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변화를 위해 시민들과 함께 나아갈 것이다.  



기사 입력 일자: 2017-01-24

작성: 발전대안 피다 운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