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과 사람들[피움X김칩] 05. '활동가'라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

202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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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라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

국제개발협력 노동 이슈 솔루션 그룹 5차 워크숍 
"건강한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노동 생태계를 위한 전략과 계획"




지난 10월 25일, 발전대안 피다가 주최하는 국제개발협력 노동 이슈 솔루션 그룹(이하 ‘노이솔그’) 프로그램의 마지막 워크숍이 열렸다. 노이솔그는 매월 1회씩 총 5회에 걸쳐 진행되는 워크숍 시리즈와 결과 공유 포럼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으로,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전·현직 활동가들이 함께 모여 이 분야의 해묵은 노동 문제들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해 보는 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총 29명의 활동가들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하며 개발협력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노동권 제고를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논의하기 위해 6개월간 머리를 맞댔다.


5월 말에 진행되었던 1회차 워크숍에서는 활동가들이 생각하는 가장 주된 노동 이슈들이 무엇인지 조별로 순위를 매겨 보는 시간을 가졌다. 저임금, 고용 불안정, 조직 문화, 직업 전문성 저평가 등의 문제들이 조마다 공통적으로 제기된 가운데, 대다수의 조에서 저임금이 가장 큰 문제라고 답했다. 


6월 말에 진행된 2회차 워크숍에서는 직업인으로서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정체성과 전문성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워크숍에 앞서 참여자들에게 ‘국제개발협력 활동가로서 내가 하는 일을 주변에 어떤 말로 설명하는가’, ‘주변 사람들은 제3자에게 나의 일을 어떤 말로 설명하는가’ 하는 질문을 제시했는데, ‘좋은 일’이라는 키워드가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이 ‘좋은 일’의 프레임을 넘어선 정체성 규명을 위해 진행된 토론에서 활동가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직업인으로서의 ‘나’와 외부에서 보는 ‘좋은 일 하는 나’ 사이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개인적, 조직적, 사회적 노력이 다각적으로 필요함을 확인했다. 



이어지는 3·4회차 워크숍을 준비하며 피다는 ‘조직 내 노동 여건 개선을 위해 내가 취한 액션에는 무엇이 있는가’, ‘국제개발 NGO의 노동 환경 개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하는 질문을 참여자들에게 제시했다. 활동가들이 취했던 액션들에는 계약 거부 등 개인적인 차원의 액션도, 노동조합 결성 시도 등 집단적인 차원의 액션도 있었고, 더 온건하거나 더 강경한 액션도 있었다.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책임 주체들로는 이처럼 활동가 당사자·조직 구성원들이 언급되기도 했지만, 공여기관 및 기부자, 대중, 정책결정권자, 미디어 등 국제개발협력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주체가 여러 층위에서 다양한 책임을 지닌다는 것에 모두 동의했다. 


이를 바탕으로 8월의 3회차와 9월의 4회차 워크숍에서는 ‘더 오래, 더 즐겁게 일하기 위한 변화’를 주제로 노동 조건의 측면과 조직 문화 및 사회 인식의 측면에서 ‘누구에게’ ‘어떤 변화를’ 요구할 것인지를 토의했다. 각 단체 내부에서의 조직적인 변화부터 국제개발협력 생태계 내부의 근본적인 변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솔루션들이 제안되었다. 특히 3회차 워크숍의 논의가 한층 심화되어 이어졌던 4회차 워크숍에서는 이러한 변화들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기제로서 다양한 감시 및 페널티 시스템의 도입이 언급되었다. 


마침내 5회차 워크숍에서는 앞선 4번의 워크숍의 결과들을 총망라하며 3·4회차 워크숍에서 제시된 솔루션들을 실현하기 위한 계획, 즉 지속가능한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노동을 위해 누구에게 어떤 변화를 ‘어떻게 요구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여자들은 이전 회차 워크숍들을 통해서 확인되었던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의 다양한 노동 이슈들을 유사한 문제들끼리 묶은 것들 중 가장 대표적인 것 3개를 선정하여, 이에 대해 제시되었던 솔루션들 중 중·단기적으로 실현이 가능한 것들을 연결 지었다. 그 뒤 각 솔루션의 실현을 위해 요구되는 행동·변화와 그 주체를 규명하여 행동 과제를 도출했다. 이어 각 행동 과제의 이행을 관철하기 위해 실행할 수 있는 활동가 액션 플랜을 수립했다. 


최종적으로 선정된 3개의 노동 이슈는 △국제개발협력 노동이 봉사라는 인식 △(각 단체 내) 노동권 관련 규정 미준수 △채용 시 노동 환경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관습이었다. 첫 번째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개발협력 노동은 봉사가 아니라는 합의가, 두 번째 이슈 해결을 위해서는 활동가들의 노동권 의식 강화가, 그리고 세 번째 이슈 해결을 위해서는 기관별 노동 환경에 대한 정보 공유 활성화가 솔루션으로 제시되었다. 각각의 솔루션에 대해서는 참여자들은 △국제개발협력 활동가의 노동에 대한 공통의 합의 도출 △국제개발협력 종사자의 노동권 지식 함양 △기관별 노동 환경에 대한 활동가의 정보 접근성 확대 및 기관별 노동 환경 정보 공개 확대가 필요하다고 행동 과제를 정리했다. 


각 행동 과제의 이행을 위해 활동가들이 직접 할 수 있는 일에는 무엇이 있는가? 그 내용을 담은 활동가 액션 플랜은 오는 12월 개최되는 노이솔그 결과 공유 포럼에서 공개된다. 거대하게만 보이는 과제들이지만 활동가들이 머리를 모으고 소매를 걷어붙였을 때 실제 체감할 수 있는 변화의 물꼬가 트일 수도 있다는 것을 포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활동가의 말뜻을 이렇게 정의한다. ‘어떤 일의 성과를 거두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힘쓰는 사람’. 누군가는 국제개발협력 노동 생태계의 묵고 묵은 문제들이 활동가 몇이 나선다고 해서 해결될 일인지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피다가 6개월간 보아 온 노이솔그 참여자들은 활동가의 사전적 의미에 무엇보다도 가장 부합하는 이들이었다. 이들이 적극적으로 나섰을 때야말로 ‘노동 이슈 해결’이라는 일이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마땅한 계기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문제이기에, 또 이러니저러니 해도 애정을 가지고 몸담고 있는 분야의 문제이기에 열정적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나누어 준 29명의 ‘활동가’들에게 뜨거운 박수와 감사를 보낸다.




글쓴이: 김향지

발전대안 피다 애드보커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