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대안 피다는 서울과 중앙 정부, 전문가 및 관료로 대표되는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중심부'에 대응되는 '주변부'를 조명하기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매월 두 번째 피움을 통해 <지방에서 국제개발협력 하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본 시리즈를 통해 지방 소재 기관에서 활동하는 활동가, 지방 소재 대학에서 국제개발협력을 공부하고 가르치는 학생과 연구자 등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들려 드리고자 합니다.
지방에서 국제개발협력 하기 #02
여전히 너무나 좁고 얕은 지방의 국제개발협력 세계
제주도 출신인 필자는 중학생 시절부터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학과 선택 및 진로 로드맵을 구축해 왔다. 성균관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과와 국제통상학과를 공부했으며, 런던정치경제대학교에서 국제 사회정책 및 공공정책(개발학) 코스를 전공했다. 옥스팜에서 YP 인턴 기간을 마친 후 현재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원으로 근무 중이다.
나를 포함한 90년대생들에게 ‘글로벌’이라는 단어는 학창 시절 사회 시험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주관식 답안이자,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직업군을 꿈꿀 수 있을 만큼 한국 사회가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했다. 그리고 국제개발협력은 국제기구에 대한 인식 확산, 미디어에 노출되기 시작한 관련 직업들에 대한 동경, 외부 세계로의 넓어진 시각 등의 유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글로벌 시대’ 학생들의 대표적인 관심 분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여러 현실적 어려움들이 국제개발협력으로의 학생들의 진입을 가로막았으며, 이는 지금도 현재진행형 문제이다. 특히 지방 출신인 나의 경험에 비추었을 때, 국제개발협력을 꿈꾸는 지방 학생들에게 커리어를 쌓는 데 있어 경제∙사회적 환경의 제약은 가장 큰 진로 장애물로 작용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국제개발협력이라는 다소 새로운 산업의 경우에는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 사회 내에서 국제개발협력은 여전히 생소한 주제인 동시에, 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충분히 해당 산업으로 유입되기에는 여전히 산업의 규모가 작고 빈약하다.
국제개발협력은 사회학, 경제학, 정치외교학, 어학 등을 포함한 다양한 학문에 걸쳐 있는 현대 사회의 대표적인 융합 학문이다. 따라서 나는 국제개발협력 산업에 ‘진입’하기 위해 굳이 국제개발협력에 특화된 ‘전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지방 대학들에 국제개발협력 학과가 설치되어 있는지 여부를 넘어, 국제개발협력 관련 경험을 할 수 있는 교내∙외 기회가 수도권에 비해 지방에서 훨씬 부족하다는 조금 더 근본적인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 한국 국제개발협력 산업 내의 다양한 기관들은 모두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며, 공공기관, 컨설팅 기관, NGO 등을 막론하고 국제개발협력 종사자 대부분이 수도권에서 근무하고 있다. 국제개발협력의 지방 분권화라는 세계적 추세에 맞게 한국 또한 지방 정부들이 적극적으로 지역 단위에서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본격화하는 작업을 시작했지만, 예산 규모 및 정치적 의지 등 현실적인 측면에서 아직 갈 길이 먼 것이 사실이다. 또한 부산, 전북, 울산, 제주 등 다양한 지역에 국제개발협력센터가 설립되어 국제개발협력에 관심을 갖고 있는 지방 학생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포럼, 네트워킹, 홍보, 교육 등 특정 기능에만 국한된 국제개발협력센터가 오히려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학생들의 상상력과 이해를 제한하지는 않는지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실제로 제주 국제개발협력센터에서 서포터즈나 인턴으로서 근무한 경험을 가진 제주대 학생들 중에는 오히려 해당 대외 활동을 계기로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꿈을 접은 학생들도 있었다. 그들은 각각 홍보 위주의 업무, 경험의 깊이 부족, 지역사회 내 부족한 지원 등을 이유로 꼽았다.
공공 부문, 민간 부문, 비영리 기관 등의 다양한 개발협력 행위자들을, 농촌 개발, 젠더, 교육 등 다양한 섹터들을, 그리고 펀드레이징, 개발협력 사업 등의 개발협력 내 많은 직무들을 아우르지 못하는 지방의 국제개발협력 세계는 여전히 너무나 좁고 얕다.
마지막으로 지방에 국제개발협력 관련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사실은 지방에서 키워진 국제개발협력 인재가 다시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짐을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KOICA를 비롯한 중앙 정부 기관 중심적인 성격과 한정된 재원을 고려할 때,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국제개발협력 기관들이 수도권 기관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로 인해 국제개발협력을 꿈꾸는 많은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서울에서 공부를 하고 일자리를 갖는다는 계획을 바탕으로 국제개발협력 산업에 뛰어든다. 따라서 국제개발협력의 지방 분권화라는 세계적 흐름에 발 맞춰 한국 지방 정부들도 보다 더 적극적으로 국제개발협력 지역사회 경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투자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특히 개발협력 인재를 키우고, 기관들의 경쟁력과 역량을 향상시키고, 지역 단위의 개발협력 사업들을 발굴함으로써 한국 국제개발협력 산업 내 다양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국제개발협력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모든 책임을 정부에게 떠넘기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첫 단추를 잘 꿰는 의무는 결국 공공 부문의 영역에 남아 있으며 국제개발협력 또한 예외는 아니기 때문이다.
글쓴이: 피움 기자단 3기
홍은선 (a63213713@gmail.com)
발전대안 피다는 서울과 중앙 정부, 전문가 및 관료로 대표되는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중심부'에 대응되는 '주변부'를 조명하기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매월 두 번째 피움을 통해 <지방에서 국제개발협력 하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본 시리즈를 통해 지방 소재 기관에서 활동하는 활동가, 지방 소재 대학에서 국제개발협력을 공부하고 가르치는 학생과 연구자 등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들려 드리고자 합니다.
지방에서 국제개발협력 하기 #02
여전히 너무나 좁고 얕은 지방의 국제개발협력 세계
제주도 출신인 필자는 중학생 시절부터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학과 선택 및 진로 로드맵을 구축해 왔다. 성균관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과와 국제통상학과를 공부했으며, 런던정치경제대학교에서 국제 사회정책 및 공공정책(개발학) 코스를 전공했다. 옥스팜에서 YP 인턴 기간을 마친 후 현재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원으로 근무 중이다.
나를 포함한 90년대생들에게 ‘글로벌’이라는 단어는 학창 시절 사회 시험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주관식 답안이자,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직업군을 꿈꿀 수 있을 만큼 한국 사회가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했다. 그리고 국제개발협력은 국제기구에 대한 인식 확산, 미디어에 노출되기 시작한 관련 직업들에 대한 동경, 외부 세계로의 넓어진 시각 등의 유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글로벌 시대’ 학생들의 대표적인 관심 분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여러 현실적 어려움들이 국제개발협력으로의 학생들의 진입을 가로막았으며, 이는 지금도 현재진행형 문제이다. 특히 지방 출신인 나의 경험에 비추었을 때, 국제개발협력을 꿈꾸는 지방 학생들에게 커리어를 쌓는 데 있어 경제∙사회적 환경의 제약은 가장 큰 진로 장애물로 작용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국제개발협력이라는 다소 새로운 산업의 경우에는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 사회 내에서 국제개발협력은 여전히 생소한 주제인 동시에, 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충분히 해당 산업으로 유입되기에는 여전히 산업의 규모가 작고 빈약하다.
국제개발협력은 사회학, 경제학, 정치외교학, 어학 등을 포함한 다양한 학문에 걸쳐 있는 현대 사회의 대표적인 융합 학문이다. 따라서 나는 국제개발협력 산업에 ‘진입’하기 위해 굳이 국제개발협력에 특화된 ‘전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지방 대학들에 국제개발협력 학과가 설치되어 있는지 여부를 넘어, 국제개발협력 관련 경험을 할 수 있는 교내∙외 기회가 수도권에 비해 지방에서 훨씬 부족하다는 조금 더 근본적인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 한국 국제개발협력 산업 내의 다양한 기관들은 모두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며, 공공기관, 컨설팅 기관, NGO 등을 막론하고 국제개발협력 종사자 대부분이 수도권에서 근무하고 있다. 국제개발협력의 지방 분권화라는 세계적 추세에 맞게 한국 또한 지방 정부들이 적극적으로 지역 단위에서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본격화하는 작업을 시작했지만, 예산 규모 및 정치적 의지 등 현실적인 측면에서 아직 갈 길이 먼 것이 사실이다. 또한 부산, 전북, 울산, 제주 등 다양한 지역에 국제개발협력센터가 설립되어 국제개발협력에 관심을 갖고 있는 지방 학생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포럼, 네트워킹, 홍보, 교육 등 특정 기능에만 국한된 국제개발협력센터가 오히려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학생들의 상상력과 이해를 제한하지는 않는지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실제로 제주 국제개발협력센터에서 서포터즈나 인턴으로서 근무한 경험을 가진 제주대 학생들 중에는 오히려 해당 대외 활동을 계기로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꿈을 접은 학생들도 있었다. 그들은 각각 홍보 위주의 업무, 경험의 깊이 부족, 지역사회 내 부족한 지원 등을 이유로 꼽았다.
공공 부문, 민간 부문, 비영리 기관 등의 다양한 개발협력 행위자들을, 농촌 개발, 젠더, 교육 등 다양한 섹터들을, 그리고 펀드레이징, 개발협력 사업 등의 개발협력 내 많은 직무들을 아우르지 못하는 지방의 국제개발협력 세계는 여전히 너무나 좁고 얕다.
마지막으로 지방에 국제개발협력 관련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사실은 지방에서 키워진 국제개발협력 인재가 다시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짐을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KOICA를 비롯한 중앙 정부 기관 중심적인 성격과 한정된 재원을 고려할 때,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국제개발협력 기관들이 수도권 기관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로 인해 국제개발협력을 꿈꾸는 많은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서울에서 공부를 하고 일자리를 갖는다는 계획을 바탕으로 국제개발협력 산업에 뛰어든다. 따라서 국제개발협력의 지방 분권화라는 세계적 흐름에 발 맞춰 한국 지방 정부들도 보다 더 적극적으로 국제개발협력 지역사회 경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투자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특히 개발협력 인재를 키우고, 기관들의 경쟁력과 역량을 향상시키고, 지역 단위의 개발협력 사업들을 발굴함으로써 한국 국제개발협력 산업 내 다양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국제개발협력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모든 책임을 정부에게 떠넘기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첫 단추를 잘 꿰는 의무는 결국 공공 부문의 영역에 남아 있으며 국제개발협력 또한 예외는 아니기 때문이다.
글쓴이: 피움 기자단 3기
홍은선 (a6321371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