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활동가들의 마음
국제개발협력 노동 이슈 솔루션 그룹 결과 공유 포럼 후기
글쓴이: 피움 기자단 3기 | 하지민 (jimincarpediem@naver.com)
지난 12월 9일, 더 나은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노동 생태계 조성을 위해 5개월 간 진행되어 온 노동 이슈 솔루션 그룹 (이하 '노이솔그') 워크숍 시리즈의 결과 공유 포럼이 개최되었다. 온・오프라인으로 약 40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포럼은 그간의 노이솔그 활동 내용을 소개하고 그 결과로 도출된 활동가 액션 플랜과 활동가 입장문을 발표하는 시간으로 이루어졌다.
포럼은 발전대안 피다 한재광 대표가 노이솔그 프로그램을 간략히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한 대표는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분야의 활동 경험이 있는 활동가들이 모여,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이 분야의 해묵은 노동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찾아나가는 프로그램이라고 정의를 했다.
이어진 순서에서는 노이솔그 참가자들이 직접 프로그램의 진행 과정과 결과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총 5회의 워크숍으로 구성되었던 프로그램의 각 회차별 내용을 요약해 전하고, 각 조별로 진행되었던 토의에서 오갔던 이야기들 중 특징적인 사항들을 공유했다.
- 노이솔그 회차별 워크숍 내용 다시 보기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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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에 있었던 5회차 워크숍에서 노이솔그 참여자들은 프로그램의 산출물로서 해결 우선순위가 높은 노동 이슈들과 그 솔루션에 대한 액션 플랜을 도출하는 활동을 진행한 바 있는데, 해당 액션 플랜이 이날 결과 공유 포럼에서 공개되었다. 참여자들은 총 3가지 핵심적인 노동 이슈를 선정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고안하고, 그 솔루션을 실현시키기 위해 요구되는 필요한 변화를 행동 과제로 정의하고, 행동 과제의 이행을 관철하기 위한 활동가들이 실행하고자 하는 행동인 액션 플랜을 제시했다.
하나, 국제개발협력 노동이 봉사가 아니라는 합의가 필요하다
노이솔그 참여자들이 첫 번째 우선순위로 선정한 이슈는 국제개발협력 노동이 봉사라는 인식이었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노동이 봉사라는 대중들의 인식은 활동가들이 노동자이기보다 봉사와 헌신을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인식은 활동가 스스로가 노동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옹호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또한 개발 NGO에 후원하는 후원자들과 대중들에게도 ‘좋은 일 하는 사람들이 돈을 바라고 일을 하면 되나’라는 시선으로 활동가를 바라보게 한다.
노이솔그 참여자들은 지속가능한 국제개발협력을 위해서는 이 분야를 움직이는 활동가의 노동도 지속가능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활동가들의 노동은 봉사가 아니라는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활동가들의 노동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통해 국제개발협력 노동은 봉사가 아니라는 합의를 도출하고, 이러한 합의를 바탕으로 국제개발협력 활동가 역시 ‘노동자’라는 성명서를 발표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노동을 위한 변화를 요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둘, 활동가들이 자신의 노동권에 대한 의식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
두 번째 우선순위에 선정된 이슈는 활동가들을 고용함에 있어 노동권과 관련된 각종 규정들을 준수하지 않는 행태였다.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에서는 활동가들의 고용 주체인 각 단체들에서 노동권 관련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국제개발협력 활동가는 노동자라는 인식’이 단체와 활동가 스스로가 모두 부족하여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업무 환경에서 묵묵히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은 활동가들이 오래 버틸 수 없게 하여 궁극적으로는 국제개발협력 자체의 지속가능성이 흔들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이솔그 참여자들은 국제개발협력 분야 노동 환경 현황 공유 포럼을 개최하고 노동권 침해 사례집과 가이드라인을 제작・발표한다는 액션 플랜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국제개발협력 활동가들이 처한 노동 환경의 실태를 공론화함으로써 개선을 위한 관심을 모을 뿐만 아니라, 활동가들 자신이 스스로 노동자로서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주체임을 인식하도록 하여 변화를 위한 동력을 더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셋, 채용 시 노동 환경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채용 시 노동 환경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관습이 세 번째이자 마지막 우선순위 이슈로 제시되었다. 노이솔그 참여자들은 국제개발협력 활동가의 업무가 봉사에 가깝다는 인식과 노동 관련 규정이 준수되지 않는 업무 환경은 국제개발협력 분야 구인 광고를 통해서도 드러난다고 말했다. 임금에 대한 정보가 불투명한 경우, 그리고 업무 환경과 내용에 대한 자세한 안내보다는 구직자가 갖춰야 할 역량과 조건에 대한 설명이 더 많이 적혀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또한 업무를 이미 시작하고 나서 뒤늦게 근로계약서를 체결하는 경우도 많아, 활동가가 임금 등 근로계약서의 내용에 대해 협상을 하기에 불리한 처지에 놓이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액션 플랜으로 활동가들 간에 익명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기관별 노동 환경 정보 공유 플랫폼을 상설 운영하는 방안이 제시되었다. 플랫폼을 통해 일방적으로 기관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아닌 실제로 일을 했던 활동가의 의견과 업무 환경에 대한 사례를 공유하여 국제개발협력 분야 기관별 노동 환경에 대한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더 나아가서는 기관 스스로 보다 자세한 정보를 먼저 제공하게 되는 변화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플랫폼 안에서 지속적으로 노동권에 대한 교육, 노동권 침해 시 대처할 수 있는 방법 등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여 활동가 간의 연대를 도모하고자 한다고 참여자들은 밝혔다.
국제개발협력 노동자에게 더 나은 처우와 환경을 주기 위한 솔루션, 그리고 액션
활동가 액션 플랜에 이어 포럼의 마지막 순서로 노이솔그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는 참여자들의 입장문 낭독이 이루어졌다. '국제개발협력 노동자에게더 나은 처우와 환경을'이라는 부제를 가진 입장문에서 참여자들은 스스로를 "국제개발협력 활동가이자 전문 직업인, 그리고 노동자"로 규정하며, 프로그램 참여의 동기가 된 공통의 문제 의식을 확인하고, 어떤 문제들에 특히 집중했으며 어떤 대안을 제시하는지 밝히고,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분야 내의 다른 활동가들과 이해 관계자들에게 꾸준한 관심과 참여를 호소했다.
- 국제개발협력 노동 이슈 솔루션 그룹 참가자 입장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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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문 낭독 후에는 향후 계획 발표가 이어졌다. 한재광 대표는 발전대안 피다가 2023년에 노이솔그 프로그램의 후속 활동을 지원할 예정임을 밝히며, 2023년의 활동은 문제를 분석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탐색해 보는 데 집중했던 2022년의 노이솔그 활동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속가능한 국제개발협력 노동 생태계를 위해 활동가들이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액션을 중심으로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활동가들의 노동 이슈에 대해 단순히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서 나아가 실질적인 변화를 향한 움직임을 만들고, 활동가들이 연대를 통해 스스로 임파워먼트를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5개월 간의 노이솔그 대장정은 한 개인, 또는 한 단체 내의 노동자들이 아닌, 더 나은 개발협력 노동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전・현직 개발협력 시민사회 활동가라는 공통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모여, 그간 언급조차 꺼려졌던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생태계의 근본적인 노동 이슈들에 대한 깊이 있는 토의들을 진행하였다는 점에서 굉장히 고무적이었다. 이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했던 필자 또한 활동가들이 각자의 노동 이슈들을 해결하고 각자의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각개전투를 벌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쉽게 변하지 않는 이 생태계의 근본적인 문제들, 즉 노동과 봉사의 모호한 경계선, 일부 관리자들의 비전문성, 높은 진입 장벽, 고용의 불안정성 등의 문제 앞에서 연대하며 함께 노력하는 동료라는 인식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국제개발협력 활동가들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그간 변화가 요원해 보였던 현 개발협력 생태계의 문제점을 함께 나눈 것, 그리고 하나의 집단으로서 해당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목소리를 낸 것이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한다. 변화와 혁신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개발협력 활동가들의 마음이라는 결론을 노이솔그 워크숍에서 얻어 갈 수 있었다.
- 국제개발협력 노동 이슈 솔루션 그룹 결과 자료집 (링크): 프로그램 진행 과정, 그리고 결과로 도출된 솔루션 및 액션 플랜을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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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솔그 결과 공유 포럼 참여 후기
글쓴이: 핑키 (공적인사적모임)
올 5월부터 함께한 노이솔그 여정이 결과 공유 포럼을 마지막으로 마무리되었다. 매월 열린 워크숍을 빠지지 않고 참여하며 느낀 건 피다의 준비와 진행이 대단하다는 점, 개발협력 분야를 고쳐 쓰고 싶은 참여 활동가들의 의지가 높다는 점, 그리고 피움과 김칩의 콜라보 뉴스레터를 보고 안정감과 해결될 것이라는 희망을 본 국개협 활동가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먼저 피다의 만반의 준비와 짬에서 나오는(?) 진행 덕분에 그간 개발협력 활동가로 살며 겪은 노무 문제를 차분히 정리하고 대화할 수 있었고 이를 문제나무, 목표나무, 그리고 액션 플랜까지의 흐름으로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문제에 공감하더라도 정리가 되지 않고 난잡하다면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힘과 의지가 비효율화되기 마련인데 호스트인 피다의 리더십으로 문제와 해결책을 명확히 할 수 있었다.
참여한 활동가들의 문제 해결 의지도 높았다. 나의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확장하여 정의한 것은 큰 소득이다. 그리고 우리의 문제는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는, 즉 당사자인 우리가 스스로 나서야 하는 거대한 시스템적 문제임을 인식한 것 역시 큰 소득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년부터는 그 해결 의지를 구현할 기회가 마련될 것이란 희망을 본 것은 무엇보다 큰 소득이다. 덕분에 노이솔그에 참여한 활동가들은 이 척박한 환경에서 적어도 6개월, 1년이라도 더 버틸 에너지를 얻었다.
노이솔그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뉴스레터로 소식을 접한 활동가들은 다음과 같이 목소리를 내며 희망의 어깨동무 행렬에 합류했다.
지난주에 열린 노이솔그 결과 공유 포럼에서 “활동가들이 직접 실천해야 하는 일도 있겠지만, 한국의 국제개발협력계가 위에서부터 시스템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방향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라는 질문이 있었다. 이에 대해 난 1. 국개협 의사결정 과정에 청년을 포함하고 권한 나눠주기, 2. 개발 NGO 창업을 활성화하여 새로운 플레이어의 등장을 촉진하고 다양화하기, 3. 국개협 시민사회의 연대 기금 마련하기를 제안하는 것으로 답변했다.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만약 시스템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노동 지속가능성은 앞으로도 계속 지금과 같은 식일 것이다.
올해는 노이솔그를 통해 제대로 문제를 인식했다. 노동의 지속가능성은 누군가 마련해 ‘주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쟁취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린 더욱 자주 만나야 한다. 가볍거나 무거운 만날 ‘거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노이솔그 같은 노무 문제 해결에 직접 목적성을 가진 자리부터 개발협력 활동가 책 모임, 등산 모임, 수다 모임 같은 소모임까지. 크고 작은, 실용적 방법에서 문화적 방법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점을 선으로 이어야 한다. 지구촌 이웃의 지속가능성을 노래하는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가 일하는 사람의 지속가능성 역시 중요하게 챙길 수 있도록, 내년이 올해 품은 희망을 실현하는 포문을 여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함께 보면 좋을 자료
1. 떠난 이들에게 듣다: 한국 개발NGO 활동가의 활동 중단 경험 연구 (by 오민영, 백소라)
국제개발협력을 떠난 이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떠난 이들의 이야기 보기)
2. 국제개발협력, 계속해보겠습니다: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2030 활동가의 활동 실태와 지속가능성 연구 (by 국개협UP)
더 나은 분야 생태계를 위해 동료 활동가를 연구하고 실천적인 대안을 만들고자 한 연구입니다.
(2030 개발협력 활동가들의 실태는?)
3. 서울노동권익센터
지금 당장, 노무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상담 신청하셔서 도움 받으세요.
(노무 상담하기)
4. 김치앤칩스 93호
'비영리업계에서 노동조합을 보기 어려운 이유' by 세종시 고라니
(어려운 이유 확인하기)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활동 경험을 가진 30명의 활동가들이 모여 개발협력 분야의 더 나은, 더 즐거운,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노동 환경과 조직 문화를 위하여 머리를 맞대는 현장의 이야기를 매월 두 번째 피움을 통해 전해 드려요. 노동 이슈 솔루션 그룹 워크숍 소식은 특별히 개발협력 청년 활동가들의 즐거운 작당 플랫폼인 공적인사적모임에서 발행하는 국제개발협력 뉴스레터 김치앤칩스와 피움의 콜라보로 제작됩니다. 개발협력 노동 문제에 대한 관심과 공감대를 확대하기 위한 두 뉴스레터의 합작, 많이 기대해 주세요!
🔥김치앤칩스는?🍟
지구 속 세계 이야기, 세계 속 우리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개발협력 뉴스레터입니다.
청년들이 재미있게 활동할 수 있는 개발협력 생태계 조성을 미션으로 하는 자발적 플랫폼 공적인사적모임에서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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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활동가들의 마음
국제개발협력 노동 이슈 솔루션 그룹 결과 공유 포럼 후기
글쓴이: 피움 기자단 3기 | 하지민 (jimincarpediem@naver.com)
지난 12월 9일, 더 나은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노동 생태계 조성을 위해 5개월 간 진행되어 온 노동 이슈 솔루션 그룹 (이하 '노이솔그') 워크숍 시리즈의 결과 공유 포럼이 개최되었다. 온・오프라인으로 약 40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포럼은 그간의 노이솔그 활동 내용을 소개하고 그 결과로 도출된 활동가 액션 플랜과 활동가 입장문을 발표하는 시간으로 이루어졌다.
포럼은 발전대안 피다 한재광 대표가 노이솔그 프로그램을 간략히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한 대표는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분야의 활동 경험이 있는 활동가들이 모여,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이 분야의 해묵은 노동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찾아나가는 프로그램이라고 정의를 했다.
이어진 순서에서는 노이솔그 참가자들이 직접 프로그램의 진행 과정과 결과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총 5회의 워크숍으로 구성되었던 프로그램의 각 회차별 내용을 요약해 전하고, 각 조별로 진행되었던 토의에서 오갔던 이야기들 중 특징적인 사항들을 공유했다.
지난 10월에 있었던 5회차 워크숍에서 노이솔그 참여자들은 프로그램의 산출물로서 해결 우선순위가 높은 노동 이슈들과 그 솔루션에 대한 액션 플랜을 도출하는 활동을 진행한 바 있는데, 해당 액션 플랜이 이날 결과 공유 포럼에서 공개되었다. 참여자들은 총 3가지 핵심적인 노동 이슈를 선정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고안하고, 그 솔루션을 실현시키기 위해 요구되는 필요한 변화를 행동 과제로 정의하고, 행동 과제의 이행을 관철하기 위한 활동가들이 실행하고자 하는 행동인 액션 플랜을 제시했다.
하나, 국제개발협력 노동이 봉사가 아니라는 합의가 필요하다
노이솔그 참여자들이 첫 번째 우선순위로 선정한 이슈는 국제개발협력 노동이 봉사라는 인식이었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노동이 봉사라는 대중들의 인식은 활동가들이 노동자이기보다 봉사와 헌신을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인식은 활동가 스스로가 노동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옹호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또한 개발 NGO에 후원하는 후원자들과 대중들에게도 ‘좋은 일 하는 사람들이 돈을 바라고 일을 하면 되나’라는 시선으로 활동가를 바라보게 한다.
노이솔그 참여자들은 지속가능한 국제개발협력을 위해서는 이 분야를 움직이는 활동가의 노동도 지속가능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활동가들의 노동은 봉사가 아니라는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활동가들의 노동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통해 국제개발협력 노동은 봉사가 아니라는 합의를 도출하고, 이러한 합의를 바탕으로 국제개발협력 활동가 역시 ‘노동자’라는 성명서를 발표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노동을 위한 변화를 요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둘, 활동가들이 자신의 노동권에 대한 의식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
두 번째 우선순위에 선정된 이슈는 활동가들을 고용함에 있어 노동권과 관련된 각종 규정들을 준수하지 않는 행태였다.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에서는 활동가들의 고용 주체인 각 단체들에서 노동권 관련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국제개발협력 활동가는 노동자라는 인식’이 단체와 활동가 스스로가 모두 부족하여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업무 환경에서 묵묵히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은 활동가들이 오래 버틸 수 없게 하여 궁극적으로는 국제개발협력 자체의 지속가능성이 흔들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이솔그 참여자들은 국제개발협력 분야 노동 환경 현황 공유 포럼을 개최하고 노동권 침해 사례집과 가이드라인을 제작・발표한다는 액션 플랜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국제개발협력 활동가들이 처한 노동 환경의 실태를 공론화함으로써 개선을 위한 관심을 모을 뿐만 아니라, 활동가들 자신이 스스로 노동자로서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주체임을 인식하도록 하여 변화를 위한 동력을 더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셋, 채용 시 노동 환경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채용 시 노동 환경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관습이 세 번째이자 마지막 우선순위 이슈로 제시되었다. 노이솔그 참여자들은 국제개발협력 활동가의 업무가 봉사에 가깝다는 인식과 노동 관련 규정이 준수되지 않는 업무 환경은 국제개발협력 분야 구인 광고를 통해서도 드러난다고 말했다. 임금에 대한 정보가 불투명한 경우, 그리고 업무 환경과 내용에 대한 자세한 안내보다는 구직자가 갖춰야 할 역량과 조건에 대한 설명이 더 많이 적혀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또한 업무를 이미 시작하고 나서 뒤늦게 근로계약서를 체결하는 경우도 많아, 활동가가 임금 등 근로계약서의 내용에 대해 협상을 하기에 불리한 처지에 놓이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액션 플랜으로 활동가들 간에 익명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기관별 노동 환경 정보 공유 플랫폼을 상설 운영하는 방안이 제시되었다. 플랫폼을 통해 일방적으로 기관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아닌 실제로 일을 했던 활동가의 의견과 업무 환경에 대한 사례를 공유하여 국제개발협력 분야 기관별 노동 환경에 대한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더 나아가서는 기관 스스로 보다 자세한 정보를 먼저 제공하게 되는 변화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플랫폼 안에서 지속적으로 노동권에 대한 교육, 노동권 침해 시 대처할 수 있는 방법 등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여 활동가 간의 연대를 도모하고자 한다고 참여자들은 밝혔다.
국제개발협력 노동자에게 더 나은 처우와 환경을 주기 위한 솔루션, 그리고 액션
활동가 액션 플랜에 이어 포럼의 마지막 순서로 노이솔그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는 참여자들의 입장문 낭독이 이루어졌다. '국제개발협력 노동자에게더 나은 처우와 환경을'이라는 부제를 가진 입장문에서 참여자들은 스스로를 "국제개발협력 활동가이자 전문 직업인, 그리고 노동자"로 규정하며, 프로그램 참여의 동기가 된 공통의 문제 의식을 확인하고, 어떤 문제들에 특히 집중했으며 어떤 대안을 제시하는지 밝히고,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분야 내의 다른 활동가들과 이해 관계자들에게 꾸준한 관심과 참여를 호소했다.
입장문 낭독 후에는 향후 계획 발표가 이어졌다. 한재광 대표는 발전대안 피다가 2023년에 노이솔그 프로그램의 후속 활동을 지원할 예정임을 밝히며, 2023년의 활동은 문제를 분석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탐색해 보는 데 집중했던 2022년의 노이솔그 활동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속가능한 국제개발협력 노동 생태계를 위해 활동가들이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액션을 중심으로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활동가들의 노동 이슈에 대해 단순히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서 나아가 실질적인 변화를 향한 움직임을 만들고, 활동가들이 연대를 통해 스스로 임파워먼트를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5개월 간의 노이솔그 대장정은 한 개인, 또는 한 단체 내의 노동자들이 아닌, 더 나은 개발협력 노동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전・현직 개발협력 시민사회 활동가라는 공통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모여, 그간 언급조차 꺼려졌던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생태계의 근본적인 노동 이슈들에 대한 깊이 있는 토의들을 진행하였다는 점에서 굉장히 고무적이었다. 이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했던 필자 또한 활동가들이 각자의 노동 이슈들을 해결하고 각자의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각개전투를 벌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쉽게 변하지 않는 이 생태계의 근본적인 문제들, 즉 노동과 봉사의 모호한 경계선, 일부 관리자들의 비전문성, 높은 진입 장벽, 고용의 불안정성 등의 문제 앞에서 연대하며 함께 노력하는 동료라는 인식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국제개발협력 활동가들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그간 변화가 요원해 보였던 현 개발협력 생태계의 문제점을 함께 나눈 것, 그리고 하나의 집단으로서 해당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목소리를 낸 것이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한다. 변화와 혁신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개발협력 활동가들의 마음이라는 결론을 노이솔그 워크숍에서 얻어 갈 수 있었다.
노이솔그 결과 공유 포럼 참여 후기
글쓴이: 핑키 (공적인사적모임)
올 5월부터 함께한 노이솔그 여정이 결과 공유 포럼을 마지막으로 마무리되었다. 매월 열린 워크숍을 빠지지 않고 참여하며 느낀 건 피다의 준비와 진행이 대단하다는 점, 개발협력 분야를 고쳐 쓰고 싶은 참여 활동가들의 의지가 높다는 점, 그리고 피움과 김칩의 콜라보 뉴스레터를 보고 안정감과 해결될 것이라는 희망을 본 국개협 활동가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먼저 피다의 만반의 준비와 짬에서 나오는(?) 진행 덕분에 그간 개발협력 활동가로 살며 겪은 노무 문제를 차분히 정리하고 대화할 수 있었고 이를 문제나무, 목표나무, 그리고 액션 플랜까지의 흐름으로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문제에 공감하더라도 정리가 되지 않고 난잡하다면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힘과 의지가 비효율화되기 마련인데 호스트인 피다의 리더십으로 문제와 해결책을 명확히 할 수 있었다.
참여한 활동가들의 문제 해결 의지도 높았다. 나의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확장하여 정의한 것은 큰 소득이다. 그리고 우리의 문제는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는, 즉 당사자인 우리가 스스로 나서야 하는 거대한 시스템적 문제임을 인식한 것 역시 큰 소득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년부터는 그 해결 의지를 구현할 기회가 마련될 것이란 희망을 본 것은 무엇보다 큰 소득이다. 덕분에 노이솔그에 참여한 활동가들은 이 척박한 환경에서 적어도 6개월, 1년이라도 더 버틸 에너지를 얻었다.
노이솔그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뉴스레터로 소식을 접한 활동가들은 다음과 같이 목소리를 내며 희망의 어깨동무 행렬에 합류했다.
지난주에 열린 노이솔그 결과 공유 포럼에서 “활동가들이 직접 실천해야 하는 일도 있겠지만, 한국의 국제개발협력계가 위에서부터 시스템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방향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라는 질문이 있었다. 이에 대해 난 1. 국개협 의사결정 과정에 청년을 포함하고 권한 나눠주기, 2. 개발 NGO 창업을 활성화하여 새로운 플레이어의 등장을 촉진하고 다양화하기, 3. 국개협 시민사회의 연대 기금 마련하기를 제안하는 것으로 답변했다.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만약 시스템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노동 지속가능성은 앞으로도 계속 지금과 같은 식일 것이다.
올해는 노이솔그를 통해 제대로 문제를 인식했다. 노동의 지속가능성은 누군가 마련해 ‘주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쟁취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린 더욱 자주 만나야 한다. 가볍거나 무거운 만날 ‘거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노이솔그 같은 노무 문제 해결에 직접 목적성을 가진 자리부터 개발협력 활동가 책 모임, 등산 모임, 수다 모임 같은 소모임까지. 크고 작은, 실용적 방법에서 문화적 방법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점을 선으로 이어야 한다. 지구촌 이웃의 지속가능성을 노래하는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가 일하는 사람의 지속가능성 역시 중요하게 챙길 수 있도록, 내년이 올해 품은 희망을 실현하는 포문을 여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함께 보면 좋을 자료
1. 떠난 이들에게 듣다: 한국 개발NGO 활동가의 활동 중단 경험 연구 (by 오민영, 백소라)
국제개발협력을 떠난 이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떠난 이들의 이야기 보기)
2. 국제개발협력, 계속해보겠습니다: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2030 활동가의 활동 실태와 지속가능성 연구 (by 국개협UP)
더 나은 분야 생태계를 위해 동료 활동가를 연구하고 실천적인 대안을 만들고자 한 연구입니다.
(2030 개발협력 활동가들의 실태는?)
3. 서울노동권익센터
지금 당장, 노무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상담 신청하셔서 도움 받으세요.
(노무 상담하기)
4. 김치앤칩스 93호
'비영리업계에서 노동조합을 보기 어려운 이유' by 세종시 고라니
(어려운 이유 확인하기)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활동 경험을 가진 30명의 활동가들이 모여 개발협력 분야의 더 나은, 더 즐거운,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노동 환경과 조직 문화를 위하여 머리를 맞대는 현장의 이야기를 매월 두 번째 피움을 통해 전해 드려요. 노동 이슈 솔루션 그룹 워크숍 소식은 특별히 개발협력 청년 활동가들의 즐거운 작당 플랫폼인 공적인사적모임에서 발행하는 국제개발협력 뉴스레터 김치앤칩스와 피움의 콜라보로 제작됩니다. 개발협력 노동 문제에 대한 관심과 공감대를 확대하기 위한 두 뉴스레터의 합작, 많이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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