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과 사람들[피움X김칩] 03. 이건 ‘어느 누군가’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

2022-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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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어느 누군가’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

국제개발협력 노동 이슈 솔루션 그룹 3차 워크숍 “더 오래, 더 즐겁게 일하기 위한 노동 조건의 변화”


글쓴이: 피움 기자단 3기 | 하지민 (jimincarpediem@naver.com)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생태계의 발전된 노동 환경을 함께 모색하기 위해 국제개발협력 노동 이슈 솔루션 그룹 워크숍 시리즈(이하 ‘노이솔그’) 참가자들이 지난 8월 30일 저녁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또다시 모였다. 지난 5월과 6월에 진행되었던 1차·2차 워크숍에 이은 세 번째 만남이었다. 앞선 모임들에서는 개발협력 활동가들이 가장 해결이 시급하다고 여기는 노동 문제들의 우선순위를 확인하고, 활동가들이 확립하고자 하는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정의했다면, 이번 3회차 워크숍에서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노동 생태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대응책들이 논의되었다.

 

본격적인 워크숍을 시작하기에 앞서, 노이솔그 참여자들이 각 참가 조별로 ‘국제개발협력 노동 환경 개선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를 주제로 사전에 토의하였던 내용들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노동 환경 개선의 책임자가 개발협력 NGO라는 의견도 있었고, KOICA 같은 공공기관, 외교부 등의 정부부처 등 다양한 주체들도 언급되었으며, 활동가들 자신도 이러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이 수많은 대답들 중 가장 공통된 목소리는 노동 환경 개선을 책임져야 하는 이는 하나의 개인이나 기관이 아닌, 우리 모두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개인과 기관은 노동 환경 문제들을 직접 마주하는 책임자로서 더 윤리적인 판단을 해야 하며, 공공기관과 정부, 그리고 대중들도 개발협력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더 나은 노동 환경을 위한 외침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 




사전 토의 내용 공유에 이어 각 조별로 '개발협력 시민사회 노동 지속가능성의 저하'라는 문제에 대하여 ‘노동 조건’의 측면에서 본격적으로 토의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문제나무 구조를 바탕으로 해당 문제의 원인, 영향과 결과,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변화해야만 하는 주체(변화를 요구해야 하는 대상)은 누구인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노동 지속가능성이 저하되는 원인 중 하나로 국제개발협력 활동에 대한 명확한 정의 및 철학의 부재가 언급되었다. 개발협력 활동가의 노동이 봉사 및 선교 활동과 구별되지 않고 직업으로서 명확히 인정받지 못하는 풍토 탓에 정당한 인건비 책정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미흡한 보상으로 이어짐으로써 활동가들의 노동 지속가능성이 저하되는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개발협력 활동가들의 노동 지속가능성이 떨어지는 또 다른 원인으로 활동가들의 노동에 대한 인식 부재도 자주 언급되었다. 이는 활동가들이 자신의 일을 노동으로 여기지 못하도록 하는 일종의 사회적 가스라이팅으로 작용하면서 이에 노출된 활동가들이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기 어렵게 하고, 종사자의 직업 의식을 모호하게 만드는 등의 문제를 유발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관 간의 역량이 양극화되고 생태계 내의 다양성이 부족한 것 또한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즉 개발협력 시민사회 내에서도 각각 다른 형태와 규모의 조직들에서 수행해야 할 몫이 따로 있는데 재원 분배의 불평등으로 인하여 기관들 간의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될수록 생태계의 판도가 획일화되고, 이는 양질의 인력이 순환되는 것을 저해하며 적자생존, 지나친 개인주의 및 경쟁주의를 유발해 노동 지속가능성을 해친다는 의견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러한 원인들을 해결하여 개발협력 시민사회의 노동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으로 여러 가지 대응책이 논의되었다. 우선 국제개발협력 활동에 대해 뚜렷한 정의를 설정해야 하고, 개발협력 활동가들의 업무를 봉사·선교 활동과 구분하기 위해 대중을 대상으로 국제개발협력과 개발협력 활동가에 대한 인식 개선 홍보 활동 및 교육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또한, 활동가 개인 및 기관들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경영 책무성 의무 교육을 강화해 더 나은 노동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들도 제기되었다. 단체들 간의 역량 상향평준화를 위한 양질의 인적 순환과 기관 간 불평등 완화를 위한 파트너십 기준 마련 역시 해결책으로 제시되었다.


이처럼 더 나은 개발협력 시민사회 생태계를 위해 해결해야 하는 수많은 노동 이슈들을 살펴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수많은 개선 방안과 해결책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변화는 하루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지만, 개발협력 활동가들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많아진다면, 더 나은 노동 환경이 언젠가는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노이솔그 4차 워크숍은 ‘더 오래, 더 즐겁게 일하기 위한 변화 (2) 조직 문화와 사회 인식’이라는 주제로 오는 9월 말 진행된다. 개발협력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노동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서 조직 문화와 사회 인식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3회차 워크숍에서 제기되었던 노동 조건의 이슈들 중 상당수는 조직 문화 및 사회 인식과 맞물려 있다. 이를 살피는 것이 개발협력 활동가들의 노동 지속가능성 문제를 보다 다면적·종합적으로 이해하고, 궁극적으로는 실천 가능한 솔루션을 위한 액션 플랜을 제시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 되기를 기대한다. 




노이솔그 3차 워크숍 참여 후기


글쓴이: 핑키 (공적인사적모임)


자생적으로 순환구조를 만들자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이들로부터 가장 자주 듣지만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있다. ‘일하기 좋은 개발NGO는 어디인가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에는 단연코 ‘엄마’라고 대답할 수 있는데, 이 질문에는 수년째 시원하게 답변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더욱 어려워졌다. 바로 팬데믹을 지나면서다.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팬데믹 직전연도인 2019년과 한참 심각했던 2021년의 개발NGO들의 공익법인 결산 공시 자료를 통해 단체들의 살림살이를 확인해 보았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단체, 작지만 고유의 전문성을 갖고 있는 단체, 설립된 지 5년 이하의 신생단체 등 15개 정도의 단체들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살펴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홈택스 홈페이지[링크] 첫 화면 우측 하단에서 세금종류별 서비스 > 공익법인 결산서류 메뉴로 들어가 회계연도와 단체명을 검색하면 확인할 수 있다). 확인한 결과는 꽤나 흥미로웠다. 팬데믹을 지나며 연간 수입이 1,000억 원이 넘는 단체들은 그 규모가 수십~수백억 원 늘어난 반면, 100억 원 이하의 단체들은 수십억 원씩 줄어들었다. 어떤 단체들은 그 규모가 절반 이상 축소되었고, 심지어는 문을 닫은 곳들도 존재했다. 팬데믹이 국제사회의 양극화를 불러온 것처럼 그 양극화를 해결하는 데에 기여하겠다는 국내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에도 양극화가 찾아왔다. 그리고 이는 당연하게도 일자리의 양극화로 이어지는 중이다. 게다가 새로 설립되는 단체는 손에 꼽는다. 매년 무수한 스타트업들이 도전하고 있는 사회적경제 영역과는 상당히 대조된다.


누군가 우리 분야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면, 필자는 국내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단체들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신생 단체들의 도전을 이끌어내는 목적의 ‘기금’을 조성할 것이다. 개념은 어렵지 않다. 국내 개발NGO들의 참여로 기금을 조성하는데 단체의 규모에 따라 구간을 나눠 매년 수입의 일정 비율을 기금에 납부하는 방식이다. 규모가 큰 곳은 조금 더 많이, 작은 곳은 보다 적게. 자금의 순환 구조를 만들어 개발협력 시민사회의 자생력을 강화하는 일련의 방법이다. 그렇게 조성된 기금은 작은 단체들의 운영을 돕고, 신생 개발NGO의 설립부터 인큐베이팅을 지원하는 것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작다고 문 닫지 않도록, 돈이 없다고 도전을 포기하지 않도록. 기금의 이름은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기금 정도로 하면 어떨까.





함께 보면 좋은 자료


1. 떠난 이들에게 듣다: 한국 개발NGO 활동가의 활동 중단 경험 연구 (by 오민영, 백소라) 

국제개발협력을 떠난 이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떠난 이들의 이야기 보기)


2. 국제개발협력, 계속해보겠습니다: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2030 활동가의 활동 실태와 지속가능성 연구 (by 국개협UP)

더 나은 분야 생태계를 위해 동료 활동가를 연구하고 실천적인 대안을 만들고자 한 연구입니다.

(2030 개발협력 활동가들의 실태는?)


3. 서울노동권익센터

지금 당장, 노무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상담 신청하셔서 도움 받으세요.

(노무상담하기)


4. 김치앤칩스 93호

'비영리업계에서 노동조합을 보기 어려운 이유' by 세종시 고라니

(어려운 이유 확인하기)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활동 경험을 가진 30명의 활동가들이 모여 개발협력 분야의 더 나은, 더 즐거운,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노동 환경과 조직 문화를 위하여 머리를 맞대는 현장의 이야기를 매월 두 번째 피움을 통해 전해 드려요. 노동 이슈 솔루션 그룹 워크숍 소식은 특별히 개발협력 청년 활동가들의 즐거운 작당 플랫폼인 공적인사적모임에서 발행하는 국제개발협력 뉴스레터 김치앤칩스와 피움의 콜라보로 제작됩니다. 개발협력 노동 문제에 대한 관심과 공감대를 확대하기 위한 두 뉴스레터의 합작, 많이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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