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과 사람들[피움 기자단 토크] 발전의 패러다임 바깥의 도구로만 한정되지 않는 교육의 본질과 가치

2022-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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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의 패러다임 바깥의 도구로만 한정되지 않는 교육의 본질과 가치

피움 기자단 토크: 개발/발전 교육


대부분의 개발협력 사업에서 빠지지 않고 포함되는 사업 요소가 있다면 “교육”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히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KOICA와 같은 원조 기관은 지역 사회의 인식 변화와 중장기적 변화를 위한 접근법을 개발협력 사업에 포함시키기를 요구하고 있으며, 따라서 적은 사업 예산으로 해당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워크숍이나 디스커션 등은 오늘날 개발협력 사업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사업 활동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개발협력 현장의 양태는 발전과 교육에 대한 올바른 접근과 이해에 대한 담론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희 피움 기자단은 지난 9월 22일, 발전대안 피다의 전문위원인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유성상 교수의 강의를 온라인으로 듣고 “개발/발전 교육”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유성상 교수는 지난 4월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의 주최로 열린 평화학포럼에서 “양질의 교육과 발전교육”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발표 영상 링크). 유성상 교수에 따르면, 대다수의 경우 교육은 발전과의 관계 속에서 수단적, 종속적 위치에 존재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개발협력 현장의 양태 또한 이와 같은 교육에 대한 기능주의적 접근이 반영되어 있는 “발전을 위한 교육(Education for Development)”의 전형적인 예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달리, “발전 속 교육(Education in Development)”은 교육과 발전에 독립적이고 고유한 영역이 존재함과 동시에 서로 관계되는 부분으로서 교집합 또한 존재한다고 가정합니다. 이러한 이해는 교육과 발전이 가진 각각의 차집합을 인정하며, 따라서 발전의 패러다임 바깥에서 발전의 도구로만 한정되지 않는 교육의 본질과 가치에 대해 고민하게 만듭니다.


<유성상, 2022, 양질의 교육과 발전교육> 강의 자료 바탕으로 피움 기자단 재작성


실제로 저희 기자단이 이번 토크에서 가장 활발하게 의견을 나눈 주제 중 하나가 개발협력 사업에서의 교육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교육과 개발/발전 간 관계에 대한 유성상 교수님의 비판은 더 이상 덮어둘 수만은 없는 현실의 문제임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홍은선 기자는 네 번째 SDGs 목표인 “포괄적이고 공평한 양질의 교육을 보장하고 평생 교육의 기회 촉진”과 관련하여, 오늘날 국제개발협력의 절대적 기준으로 여겨지고 있는 SDGs조차 성과에 기반한 교육 발전과 직업기술 훈련에 치우쳐 있음을 비판합니다. 이에 대해 홍은선 기자는 교육 관련 개발협력 사업을 기획할 당시 직업기술 훈련에 치중된 SDGs 목표 및 지표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따라서 많은 개발협력 사업들이 SDGs를 기반으로 형성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경제 성장이라는 담론과 연계된 기술 발전으로서만 교육을 이해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음을 지적했습니다.


현재 옥스팜코리아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는 최수은 기자는 기능을 중심으로 나눌 수 있는 교육의 두 가지 개념인 “인간 행동의 계획적 변화”와 “바람직한 인간 행동의 계획적 변화”에 주목했습니다. 전자의 경우 사회적 변화를 전제하지 않고 유용한 인적 자원을 양성하는 목적을 위한 교육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변화는 개인의 변화가 전부입니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 바람직함이라는 가치에 대한 상반된 이해에서 충돌과 긴장이 야기되며,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이긴 쪽을 따라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의 변화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단기간에 한정된 예산으로 이루어지는 대다수의 개발협력 사업들은 오로지 전자의 개념으로만 교육을 이해하고 수단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수은 기자는 개발협력 사업에서의 교육에 대한 새로운 정의와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수은 기자의 이야기에 덧붙여 홍은선 기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개발협력 교육 현장의 가장 큰 흐름으로 자리잡은 디지털 환경 구축 및 디지털 역량 강화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공유했습니다. 현재 디지털 교육에 대한 접근성 강화를 위해 물리적 환경을 구축하는 데에 많은 자원이 집중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양질의 교육의 여러 필수 요건들이 소외되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해 우려를 표했습니다. 따라서 개발도상국들의 부족한 교육 환경을 지원하는 데 있어 과연 무엇이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국제 사회의 고찰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던졌습니다.


이는 유성상 교수가 말한 양질의 교육을 결정하는 여섯 가지 차원에 대한 이야기와 연결되는데, 여섯 가지 차원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안전하고 학습친화적인 환경, ② 교육 과정과 평가, ③ 좋은 교사, ④ 효율적인 행정 지원, ⑤ 학부모와 지역 사회의 지원, 그리고 ⑥ 한 사회가 가진 교육을 향한 가치와 문화. 이 모든 차원이 안정적으로 확보될 때 우리는 높은 수준의 양질의 교육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SDGs의 시대에도 여전히 교육 환경의 제공이라는 물적 인프라 위주의 활동이 주류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에 대해 문소연 기자는 개발도상국에서 어떻게 양질의 교육을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함을 강조하며,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요구하는 원조 기관들의 경우 교육이 가지고 있는 변화에 대한 시간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양질의 교육의 맥락에서 하지민 기자는 교육의 지속가능성을 넘어 교육의 실효성에 대한 본인의 고민을 공유했습니다. 최근 현지 조사를 목적으로 말라위의 교육 사업장을 방문한 경험을 통해, 양질의 교육을 지속가능하게 진행하는 것과는 별개로 교육 이후의 지속가능한 삶도 중요한 과제임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하지민 기자는 기아대책의 교육개발협력 사업으로 학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증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사회 경제 전반의 부족한 인프라 발전으로 인해 교육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 또한 느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말라위는 현재 대학까지 졸업하는 비율이 2퍼센트에 불과하며, 청년 실업률은 40%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따라서 하지민 기자는 양질의 교육과 지속가능한 교육은 물론, 일자리 연계 및 고용 문제와 같은 교육 이후 단계에서의 해결책 또한 함께 논의되어야 하는 과제임을 강조했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개발/발전 교육'을 주제로 한 이번 토크를 통해 피움 기자단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발전과 교육에 대한 생각들을 공유하는 것에서 나아가, 유성상 교수가 말하는 과정으로서의 교육에 대해 보다 심화된 이해와 합의가 필요할 것이라는 점에 공감했습니다. 발전을 위한 교육(Education for Development)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인지 여전히 교육과 발전을 동일한 선상에서 이해하는 데 모두 어려움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추후 유성상 교수님의 설명을 직접 듣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닿기를 바라 봅니다.




진행: 피움 기자단 3기 (문소연, 최수은, 하지민, 홍은선)

정리: 피움 기자단 3기 (홍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