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들[24호] '청소' 그리고 '야간근무' 라는 사각지대 - 인권영화제: <청소> <야근근무> 리뷰

2020-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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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움 24호 6번째 기사는 2개의 짧은 기사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름 특집으로 지난 <서울환경영화제> 상영작 소개에 이어 2020년 7월 2일부터 19일까지 개최된 <제 24회 코로나19 인권영화제 : 누구도 남겨두지 않는다> 상영작 중 피움 기자단이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작품 3편을 소개합니다. 


'청소' 그리고 '야간근무' 라는 사각지대


지난 7월 2일부터 19일, ‘누구도 남겨두지 않는다’는 슬로건 아래 <코로나19 서울인권영화제>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총 9편의 영화 중 청소 노동자와 외국인 노동자의 삶을 들여다봄으로서 ‘우리’의 범주를 되돌아볼 수 있는 영화 두 편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영화를 통해 우리는 재난 앞에서 평등하지 않고, 똑같이 아프지 않다는 서울 인권영화제의 외침이 멀리 퍼져 나가길 바란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닌 차별과 혐오 거리두기가 생명을 살리는 지름길임을 마음에 새겨보면서 두 편의 이야기를 풀어본다.


▲ 사진1. 코로나19 인권영화제 상영작 <청소 (2017, 김정근)> 스틸컷


8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동안 카메라는 두 집단을 교차해 보여주며 바쁘게 움직인다. 2017년, 서울 광장에는 ‘이게 나라냐’라는 팻말을 손에 든 사람들의 외침으로 가득했다. 많은 사람이 정의라는 뜨거운 열기에 취해 하나 됨을 만끽하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에 젖어 들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때로는 위험하게, 때로는 당연하게, 때로는 숨어서 일해야 했던 지하철 청소 노동자들이다.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는, 촛불로도 밝힐 수 없었던 그림자였다.


“근데 대통령 하나 바뀐다고 세상이 달라지겠습니까,

저는 사실 큰 기대는 안 합니다.”


어느 비정규직 지하철 청소 노동자 개인의 비관적인 태도로 봐야 할까? 그러기에는 너무나 많은 사건 사고들이 우리 사회를 장식하고 있다. 작년에는 서울대학교 청소 노동자가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인해 창문도 없는 휴게실에서 목숨을 잃는 사건이 있었다. 비단 청소 노동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 5월에는 강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갑질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 해 우리는 무고한 한 생명을 보내야 했다. 두 달이 지난 지금, 연기된 재판으로 어떠한 사과나 진상 규명이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깨끗한 바닥이 당연하지 않듯이, 노동자의 죽음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는 모두에게 영향을 미쳤지만, 누구에게나 같은 정도의 고통을 안겨준 것은 아니다. 사회적으로 거리두기를 할 수 없었던 비정규직 쿠팡 노동자들, 콜센터의 직원들은 집단 감염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었지만, 노동자임을 증명할 서류조차 없는 이들은 정부의 지원조차 받지 못했다. 이에 필자는 영화 <가버나움(Capernaum)>의 주인공 자인과 <아무도 모른다>의 네 명의 아이들이 떠올랐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두 영화는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기본적인 권리조차 누리지 못했던 아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가 우리 바로 옆에 있었다.


구조적 문제로 고통받는 이들의 삶 앞에 ‘우리’는 무고하지 않다. ‘우리’가 꿈꾸고 외쳤던 나라에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은 포함되어 있었을까? 앞으로 ‘우리’는 어떤 세상을 꿈꿔야 할까?


▲ 사진2. 코로나19 인권영화제 상영작 <야간근무 (2017, 김정은)> 스틸컷


불평등에 관한 또 다른 질문에 우리는 어떤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돈을 벌기 위해 캄보디아에서 한국에 온 ‘린’은 공장에서 야간근무를 하며 살아간다. 가족들이 보고 싶기는 하지만, 같은 공장을 다니는 ‘연희’가 있기에 타지에서의 생활도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연희와 바다에 놀러 가기 위해 린이 휴가를 요구했을 때, 공장장은 다른 외국인들도 다 일을 한다며 허락하지 않았다. “잘 버텨봐~ 연희씨는 내가 책임지고 신경 써줄게.” 라며 알뜰살뜰 연희를 챙기는 공장장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태도이다. 린은 이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그럼 연희는요?”

“그럼 한국 사람들은요?”


어쩌면 린과 연희는 좁혀지지 않는 평행선 위를 걷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희망을 찾아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가려는 연희에게 린은 ‘한국에 있으면 적어도 인종 차별을 당하지는 않잖아.’ 라는 말을 건넨다. 극중 엄마가 연희의 외국 생활을 걱정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해 서양에서는 동양인 혐오가 극심해졌다. 국내에서도 중국인을 적대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도 여전히 전세계 곳곳에서 인종차별이 잔존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러한 사건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가? 아니, 우리 사회 내부의 인종차별에는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가? 스스로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지난 3월 5일 발표한 '공적 마스크 5부제'에는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6개월 미만 체류 이주민, 유학생, 사업자등록 없이 농어촌지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마스크를 살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낯선 땅에서 ‘우리’의 범주에서 제외된 그들은 고용의 안정도, 최소한의 격리 공간도 보장받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그 폐해가 조금 더 드러났을 뿐, 이주노동자들이 받는 차별과 혐오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앙칼진 시선과 편견은 말할 것도 없이,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궂은일들을 도맡아 하면서도 정당한 보수는 지급하지 않는 것이 당연시되어왔으니 말이다.


코로나19만이 우리 사회를 어둡게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니다. 차별과 혐오로 얼룩진 사회가 서로의 삶을 재난처럼 무너뜨리고 있다. K-방역의 성공 신화에 취해 있던 때, 우리의 시선이 머물지 못한 곳은 과연 없었을까?



기사 입력 일자 : 2020-08-06


작성: 채하영 피움기자단, 숙명여자대학교 일본학/글로벌환경학 전공 대학생 (chaecindy@naver.com)



[1] 영화 상세 정보 (청소) : http://covid19shrff.org/portfolio-item/청소 

[2] 영화 상세 정보 (야간근무) : http://covid19shrff.org/portfolio-item/야간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