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오래, 더 즐겁게
중견활동가들의 경험과 시각으로 보는 변화의 가능성
- 활동가의 목소리로 만드는 국제개발협력 속 민주시민교육 5회차 행사 리뷰 -
지난 10월 29일 저녁, 발전대안 피다와 민주화운동기념 사업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활동가의 목소리로 만드는 국제개발협력 속 민주시민교육' 프로그램 5회차인 <더 오래, 더 즐겁게: 개발협력 활동가들의 지속가능한 활동 이야기> 행사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전날 열렸던 청년활동가편 행사에 이어, 이날 행사는 '중견활동가들의 경험과 시각으로 보는 변화의 가능성'이라는 세부 주제 아래 개발협력 및 시민사회 영역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중견활동가들을 패널로 초대하여 자유로운 이야기를 나눴다. 사회를 맡은 발전대안 피다의 양동화 운영위원이 개발협력 시민사회 중간 리더들의 고민이라는 주제로 오프닝 발표로 행사를 시작했고, 패널들과 함께 개발협력의 조직 문화와 개발협력분야에서 일하는 직업인으로서 정체성, 그리고 변화의 가능성을 짚어보며 토론이 진행되었다.

사회 및 패널
사 회 : 양동화 – 발전대안 피다의 운영위원으로, 지금도 청년의 마인드로 살아가고 있으며 청년 활동가라고 생각한다.
패널 1 : 우베 - 팟캐스트 방구석 개발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종사한 지는 10년 정도 되었다.
패널 2 : ㄴㄴ – 스스로 중간관리자라고 생각한다. 좋은 일을 하겠다고 생각하며 개발협력 분야로 이직했다.
오프닝 발표: 낄 것인가, 깰 것인가
양동화: 더 오래, 즐겁게 활동하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행사 참가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더 오래, 더 즐겁게’를 방해하는 요인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낮은 급여, 고용 불안 문제, 책임과 권한 등이 가장 응답 비율이 높더라고요. 7년 이상 활동가들은 책임과 권한, 낮은 급여, 조직 문화 순이었고요. 저는 사실 책임과 권한 그리고 조직 문화 문제는 연관되어 있고, 개발 협력의 전체적인 노동 환경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는 중간 관리자의 일반적인 고민들을 짚어 볼게요. 먼저 고민 1, ‘달라진 내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에요. 역할에 대한 고민이 참 애매하죠. 조직의 크기에 따라 역할이 다양해지기도 하고요.
고민 2, ‘누구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할까’예요. 실무자(담당자)와 최고관리자 사이에서 우리는 과연 어느 쪽의 말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할까요? 최고관리자에게는 팀원 단속을 못한다며 무능하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실무자에게는 꼰대라는 뉘앙스의 말을 종종 듣기도 하죠.
고민 3, ‘외롭다, 내 편이 없다’는 고민이에요. 어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35%는 일을 열심히 했는데 팀원들이 싫어한다, 일을 여유롭게 하면 팀이 논다고 응답했고요. 25%는 체계적으로 일하면 인간미 없다고 여기거나, 혹은 경청해서 추진하면 우유부단하다고 여겨진대요. 25%는 원칙대로 일하면 경직됐다고 하거나, 유연하게 하면 일관성이 없다고 합니다. 참 어렵죠.

고민 4, 중간 관리자로서 어려운 부분들이 참 많은데요. 35%가 위계적 모순이라고 답하셨어요. 결국 아무리 노력해 봤자 최종 결정은 위에서 한다는 거죠, 30%는 권한 부족이에요. 권한은 제한적이지만, 그에 상응하는 책임은 무한정이라는 겁니다. 25%는 멀티플레이, 즉 역할에 관한 고민입니다. 상사에게는 참모이자 후배에게는 리더인 거죠. 마지막 10%는 업무의 과중입니다. 팀원 관리도 해야 하고, 본인 고유의 업무도 있고요.
결국은 낄 것인지 깰 것인지에 관한 것입니다. 정답은 없고요. 함께 이야기를 나눠 보면 좋겠습니다.
토론 (1) #잡일이란 #세대갈등
양동화 : 저는 중간 실무자들이 고민을 나누거나 연대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고 생각해요. 가정의 책임도 있고, 육아 부담도 많고, 그렇기에 함께 만나 허심탄회하게 고민을 나누는 게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중간 관리자들의 애로사항을 맘껏 이야기해 보고 싶어요.
우베 : 사실 저는 실무를 배워 본 적이 없습니다. 인수인계를 받을 때, 전에 사용하시던 데스크탑이 전부여서 하나하나 파일을 열어가며 스스로 알아 가는 방식이었어요. 그러니까 배운 적이 없어서 가르칠 줄도 모르는 거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꼼꼼히 알려 주면 너무 까다롭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대략적으로 간략하게 알려 주면 너무 안 챙겨 준다는 소리를 들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ㄴㄴ : 저는 경력을 가진 채로 입사했는데, 어린 친구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일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왜일까 생각해 보니, 일을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더라고요. 윗사람들도 제대로 배워 본 적이 없고요. 소통의 부재로 인해 각자 나름대로 불안하다고 생각합니다.
양동화 : 그렇다면 앞에서 언급된 다섯 가지 고민을 보면서 각각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혹은 어떤 경험이 있는지 나눠 주실 수 있나요?
ㄴㄴ : 저는 사실 수평적인 좋은 조직에서 근무 중이긴 한데, 중간 관리자가 어려운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업무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주어진 역할이 많기도 하고요.
우베 : 저는 현재 중간 관리자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부로부터 받는 압박이 존재합니다. 코로나 시국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요구되는 성과나 실적에 대한 압박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사실상 세대 갈등이라고 한다면, 저는 양측 다 이해가 됩니다. 윗세대 분들은 인생의 큰 목표와 가치를 추구하며 삶 그 자체가 일이었다면, 요즘 세대들은 그게 아니니까요. 내 삶과 일을 동일시하지 않는 느낌이죠. 야근도 하려고 하지 않고, 그건 열정 페이다 등의 목소리를 많이 듣죠.
양동화 : 그렇다면 아까도 언급했지만, 3년 이하의 실무자들이 본인들의 일을 ‘잡일’이라고 여기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빨리 성과를 내고 싶은데 위에서 중요한 일을 맡기지 않는다 등)
ㄴㄴ : 이 질문에서는 꼰대력이 나올 수 밖에 없네요 (웃음). 잡일의 정의가 과연 무엇일까요? 예를 들어 심부름이나 그런 건 당연히 하면 안되는 건데. 저는 영리 비영리를 떠나서 ‘일에 잡일이 있나?’라고 생각해요. 과정 중에 꼭 필요한 일인데 왜 잡일로 치부되는지 잘 모르겠어요. 뭔가 더 멋져 보이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일까요?
우베 : 저도 꼰대인가 봐요 (웃음). 결국 잡일도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냥 일이 진행되는 과정 중 하나인 거죠. 일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역량 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양동화 : 성과 가로채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이디어는 내가 냈는데 왜 공로는 쟤가 가져가지?)
우베 : 저도 그런 상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아이디어면 저작권(혹은 출처)을 밝혀주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중간 관리자의 역할인 거죠.
ㄴㄴ : 개발협력 분야에서는 많이 보지 못한 것 같아요. 새로운 아이디어가 중요한 분야인데, 우베님 말씀처럼 출처나 저작권을 밝혀 주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양동화 : 아까 언급된 문제인데요. ‘잘 가르쳐 주는 것’과 ‘좋은 리더’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ㄴㄴ : 태도와 소통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리더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달린 것 같은데요. 같은 결정을 내려도 그게 누군가에겐 독단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리더십이 될 수도 있는 거죠. 가르침에 대한 거라면, 일에 대한 스킬보다 일의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토론 (2) #저임금 #사회인식
양동화 : 낮은 급여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하는데요, 사전 질문을 주신 분도 계셨는데 두 분은 노후 대비는 혹시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우베 : 저희가 지속가능성을 많이 이야기하잖아요? 그런데 과연 내 삶의 지속가능성은 어디에 있는가 생각이 들더라고요 (웃음). 동료들은 주식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ㄴㄴ : 저 역시도 못하고 있습니다 (웃음). 사실 열악한 건 사실이죠. 비영리다 보니 재원의 한계가 있기도 하고요, 후배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긴 한데 참 고민입니다.
양동화 :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이 일을 행복하게 하고 있을까요? 불안정한 조건에 대해서는 해결책이 없을까요?
우베 : ‘좋아하는 일 = 낮은 급여’의 공식이 무조건적인 건 아닌 것 같고요. 급여 인상 문제는 내부적, 사회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일들이 많죠. 합의도 필요하고, 사회적 인식도 바뀌어야 하고요.
ㄴㄴ : 개발협력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은 이윤을 추구하면 안된다는 무언의 사회적 인식이 있는 것 같아요. 그걸 바꿔 나가야 하는데, 해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죠.

토론 (3) #가치충돌 #젠더불균형
양동화 : 사실 조직에서는 후원자를 모집하는 것보다 프로젝트를 하나 더 하는 게 인건비나 운영비를 얻는 데 훨씬 더 빠르고 효과적일 때가 많습니다. 여러분들은 당장 급여가 없고 운영비가 없으니까 사무총장님이 이런 프로젝트를 해야 한다고 하고 있지만, 실무자는 상황과 맥락에 맞지 않은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거부를 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사무총장님 편을 들어서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 실무자의 가치 실현을 존중해서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ㄴㄴ : 고용 안정성을 생각했을 때, 한 번은 이해를 구할 것 같습니다. 근데 문제는 그 과정인 것 같습니다. 사무총장님이 혼자 엄청 고민해서 내리는 결정과, 함께 고뇌하면서 결정을 해보자 라고 한번 더 묻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랬을 때 만약에 내가 중간관리자든, 실무자든 ‘저런 결정은 알아서 하지 왜 나한테 묻는 거야’ 하고 생각한다면 저는 바람직한 조직 구성원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소통을 하고자 열었을 때 ‘아 저건 내가 할 고민이 아니야, 내 책임 아니야, 나는 그냥 나한테 주어진 일만 하면 돼’ 이렇게 말한다면 그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동료, 그러니까 선후배나 부하, 상사를 떠나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동료’가 될 수 있을까? 그건 또 아닌 것 같거든요. 그런 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베 : 저는 일단 대표가 하라고 하면 해야 하는 그 상황이 싫어서 여기까지 도망을 왔는데요. 만약에 그게 인건비 때문이라면 저 개인적으로는 할 것 같아요. 다만 제가 할 것 같아요. 저는 그것 만으로도 일을 할 수 있는 가치와 동력이 되거든요. 그래서 제가 할 것 같은데 다른 사람한테 이런 이유 때문에 하라고는 사실 못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하고 잘 벌어 오겠다,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요 (웃음).
양동화 : 조직의 리더십 이야기를 했을 때, 결국은 소통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요. 얼마큼 소통해서 나의 일이 될 것인지, 그런 부분은 우리는 그걸 충족해 주고 있는지 좀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이제 조직에 대한 이슈는 하나만 더 짧게 나눠 보겠습니다. 어제 리더십과 관련해 젠더 이슈들이 이야기됐는데, 여성 리더십들의 육아 문제나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과 같은 부분들이 성장하는 데 있어서 장애물이 있는 부분이 있다고 이야기를 했었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고, 가지고 계신 고민나 대안이 있다면 이야기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베 : ‘장애물이 있는가?’라고 생각하면 저는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해외 출장이 많고, 현지에서 경험이 있어야 이 일을 정말 일답게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그런 인식 때문에 좀 본의 아니게 밀리게 되는 일들은 있는 것 같습니다.
ㄴㄴ : 이건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는 것인가?’와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젠더 구성의 문제들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이지요. 개발협력 분야로 오고 나서 느낀 것이지만 개발협력 NGO의 대표들은 본인이 돈이 있거나 본인의 네트워크로 돈을 끌어올 수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것 같아 보였어요. 그래서 ‘내가 아무리 일을 해도 대표는 될 수 없는 거구나, 열심히 일하면 대표 밑의 2인자는 될 수 있겠지만 대표는 될 수 없겠다’ 하는 생각을 했는데요. 결국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네트워크가 우리 사회 전반에서 여성에게 더 많냐고 하면 현실은 그렇지 않은 거죠. 그래서 실무자는 여성이 많은데 리더십은 남성이 많다든지 하는 건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도 맥락을 공유한다는 생각을 했고요.
물론 (기혼 여성들이) 현지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의 문제도 있고 우리 사회의 공통의 문제인 육아도 있죠.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저는 육아로 인해서 포기하는 분들도 많이 보긴 했지만 오히려 이쪽 분야에 계신 분들은 일이 너무 하고 싶은데 육아가 이에 걸림돌이 된다는 분들보다는 내가 가진 아이 하나를 잘 키워내는 것이 너무 소중한 일이고 인간 자체에 집중하는 성향의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엄마로서 자신의 삶을) 일과 동일시하지 않고 비교하지 않는 분들이 조금 더 있었던 것 같습니다.
토론 (4) #변화를위한대안 #노동조합
양동화 : 저희가 이제 조직 문화와 노동 환경에 대한 대안 이야기로 넘어가기 전에,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ㄴㄴ님과 우베님은 노동자인가요, 활동자인가요, 실무자인가요? 셋 중 하나가 아니더라도 자기를 어떻게 정의하고, 왜 그렇게 정의하는지 한번 이야기를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우베 : 저는 개발 노동자입니다. 저는 제가 하는 일을 노동, 업으로 하고 있고요. 그만큼 노동자로서 권리도 중요하고 의무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ㄴㄴ : 노동자입니다. 저희가 활동가와 실무자를 이야기할 때 약간 느낌이 다릅니다. 뭔가 실무자가 노동자에 가까운 느낌. 저도 노동자라고 생각을 합니다.
양동화 : 그럼 노조 설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 부분에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우베 : 저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개발 NGO 중에서도 노동조합이 있는 NGO도 있는데 거기서 근무하시는 분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까 노동조합이 있기 때문에 사측에서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노동조합은 견제의 기능을 할 수 있고 의견을 모아 공론화하는 기능이 있다고 생각을 해요.
ㄴㄴ :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 이렇게 선택을 한다면 긍정적이고요, 노조가 가지고 올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 활동의 범위가 있고 긍정적인 영향이 있고 사측과 노측이 협상을 할 때 조금 더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협상하는 것을 할 수 있는데 그것이 지금 업계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냐는 또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연합해서 무언가를 만들었을 때 누구를 대상으로 우리가 이 활동을 할 것인지, 어떻게 누가 할 수 있을 것인지, 라고 생각했을 때 막히는 부분은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양동화 : 오늘 토론들을 정리하자면 결국은 이 모든 조직 문화에서의 중간관리자의 역할은 소통이었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어요.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할게요. 모두가 같이 즐겁게 일하는 개발협력 업계는 어떤 것일까요? 그리고 우리는 시작하는 실무자들에게, 동료 중간관리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번 이야기를 해 주세요.
ㄴㄴ : 10년이라는 기간을 이 분야에서 일을 하면서 예전이나 지금도 똑같이 부족함을 계속해서 보고 있다면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저의 동료들에게 같이 이야기해 보고, 논의해 보고, ‘우리가 바꿔야 되는 주체라는 것을 좀 같이 인식하자. 우리가 변화시켜야 하는 주체여야 하지 않겠니?’라고 말하고 싶고, 그것에 동의하는 일부 동료들과 더 많이 동의할지 모르는 수많은 동료들과 함께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우베 : 저는 동료들에게 오래도록 동료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고요. 여기엔 우리가 오래도록 동료로 있을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포함될 것 같습니다. 제가 바라는 조직 문화는 말할 수 있는 조직인 것 같아요. 후배 활동가들도 말을 하셨으면 좋겠고, 동료들도 말했으면 좋겠고, 저도 말하지 못해서 애쓰고 노력하고 있는데요.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니까 우리 모두 말해서 아주 작은 것 하나라도 조금씩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양동화 : 저는 거리를 좁힌다는 것은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다가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좋은, 수평적인, 건강한 조직 문화가 되기 위해서 중간 리더십이 더 많이 노력을 해야겠지만, 여러분들도 노력을 해 주시면 좋겠어요. 저희도 중간관리자는 처음이라서 그렇습니다 (웃음). 중간 실무자들, 지도자들께서 끼어 있어서 힘든 부분도 있지만 결국 우리는 힘을 갖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우리가 더 많이, 움직이고, 변화에 힘을 실어 주는 것들도 중요한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두 시간 남짓 이어진 이번 행사는 다양한 활동가들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어떻게 하면 더 오래, 더 즐겁게, 모두 함께 일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오고 간 유익한 시간이었다. 이번 행사를 통해 개발협력 분야에서 종사하고 있는 많은 활동가들이 더 많은 의견을 나누며, 함께 연대함으로써 간격을 좁혀 나가고, 서로에게 든든한 힘을 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의 장을 마련했기를 바란다.
* 본 기사에서는 토론 내용 일부가 제외되거나 축약・편집되었습니다. 행사 전체를 다시 보고 싶으신 분들은 발전대안 피다의 유튜브 채널을 방문해 주세요. (링크)
글쓴이: 피움 기자단 2기
유하랑 (hara1201@hanmail.net)
최수은 (justlikehannah@khu.ac.kr)
더 오래, 더 즐겁게
중견활동가들의 경험과 시각으로 보는 변화의 가능성
- 활동가의 목소리로 만드는 국제개발협력 속 민주시민교육 5회차 행사 리뷰 -
지난 10월 29일 저녁, 발전대안 피다와 민주화운동기념 사업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활동가의 목소리로 만드는 국제개발협력 속 민주시민교육' 프로그램 5회차인 <더 오래, 더 즐겁게: 개발협력 활동가들의 지속가능한 활동 이야기> 행사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전날 열렸던 청년활동가편 행사에 이어, 이날 행사는 '중견활동가들의 경험과 시각으로 보는 변화의 가능성'이라는 세부 주제 아래 개발협력 및 시민사회 영역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중견활동가들을 패널로 초대하여 자유로운 이야기를 나눴다. 사회를 맡은 발전대안 피다의 양동화 운영위원이 개발협력 시민사회 중간 리더들의 고민이라는 주제로 오프닝 발표로 행사를 시작했고, 패널들과 함께 개발협력의 조직 문화와 개발협력분야에서 일하는 직업인으로서 정체성, 그리고 변화의 가능성을 짚어보며 토론이 진행되었다.
사회 및 패널
사 회 : 양동화 – 발전대안 피다의 운영위원으로, 지금도 청년의 마인드로 살아가고 있으며 청년 활동가라고 생각한다.
패널 1 : 우베 - 팟캐스트 방구석 개발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종사한 지는 10년 정도 되었다.
패널 2 : ㄴㄴ – 스스로 중간관리자라고 생각한다. 좋은 일을 하겠다고 생각하며 개발협력 분야로 이직했다.
오프닝 발표: 낄 것인가, 깰 것인가
양동화: 더 오래, 즐겁게 활동하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행사 참가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더 오래, 더 즐겁게’를 방해하는 요인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낮은 급여, 고용 불안 문제, 책임과 권한 등이 가장 응답 비율이 높더라고요. 7년 이상 활동가들은 책임과 권한, 낮은 급여, 조직 문화 순이었고요. 저는 사실 책임과 권한 그리고 조직 문화 문제는 연관되어 있고, 개발 협력의 전체적인 노동 환경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는 중간 관리자의 일반적인 고민들을 짚어 볼게요. 먼저 고민 1, ‘달라진 내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에요. 역할에 대한 고민이 참 애매하죠. 조직의 크기에 따라 역할이 다양해지기도 하고요.
고민 2, ‘누구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할까’예요. 실무자(담당자)와 최고관리자 사이에서 우리는 과연 어느 쪽의 말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할까요? 최고관리자에게는 팀원 단속을 못한다며 무능하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실무자에게는 꼰대라는 뉘앙스의 말을 종종 듣기도 하죠.
고민 3, ‘외롭다, 내 편이 없다’는 고민이에요. 어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35%는 일을 열심히 했는데 팀원들이 싫어한다, 일을 여유롭게 하면 팀이 논다고 응답했고요. 25%는 체계적으로 일하면 인간미 없다고 여기거나, 혹은 경청해서 추진하면 우유부단하다고 여겨진대요. 25%는 원칙대로 일하면 경직됐다고 하거나, 유연하게 하면 일관성이 없다고 합니다. 참 어렵죠.
고민 4, 중간 관리자로서 어려운 부분들이 참 많은데요. 35%가 위계적 모순이라고 답하셨어요. 결국 아무리 노력해 봤자 최종 결정은 위에서 한다는 거죠, 30%는 권한 부족이에요. 권한은 제한적이지만, 그에 상응하는 책임은 무한정이라는 겁니다. 25%는 멀티플레이, 즉 역할에 관한 고민입니다. 상사에게는 참모이자 후배에게는 리더인 거죠. 마지막 10%는 업무의 과중입니다. 팀원 관리도 해야 하고, 본인 고유의 업무도 있고요.
결국은 낄 것인지 깰 것인지에 관한 것입니다. 정답은 없고요. 함께 이야기를 나눠 보면 좋겠습니다.
토론 (1) #잡일이란 #세대갈등
양동화 : 저는 중간 실무자들이 고민을 나누거나 연대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고 생각해요. 가정의 책임도 있고, 육아 부담도 많고, 그렇기에 함께 만나 허심탄회하게 고민을 나누는 게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중간 관리자들의 애로사항을 맘껏 이야기해 보고 싶어요.
우베 : 사실 저는 실무를 배워 본 적이 없습니다. 인수인계를 받을 때, 전에 사용하시던 데스크탑이 전부여서 하나하나 파일을 열어가며 스스로 알아 가는 방식이었어요. 그러니까 배운 적이 없어서 가르칠 줄도 모르는 거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꼼꼼히 알려 주면 너무 까다롭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대략적으로 간략하게 알려 주면 너무 안 챙겨 준다는 소리를 들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ㄴㄴ : 저는 경력을 가진 채로 입사했는데, 어린 친구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일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왜일까 생각해 보니, 일을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더라고요. 윗사람들도 제대로 배워 본 적이 없고요. 소통의 부재로 인해 각자 나름대로 불안하다고 생각합니다.
양동화 : 그렇다면 앞에서 언급된 다섯 가지 고민을 보면서 각각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혹은 어떤 경험이 있는지 나눠 주실 수 있나요?
ㄴㄴ : 저는 사실 수평적인 좋은 조직에서 근무 중이긴 한데, 중간 관리자가 어려운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업무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주어진 역할이 많기도 하고요.
우베 : 저는 현재 중간 관리자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부로부터 받는 압박이 존재합니다. 코로나 시국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요구되는 성과나 실적에 대한 압박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사실상 세대 갈등이라고 한다면, 저는 양측 다 이해가 됩니다. 윗세대 분들은 인생의 큰 목표와 가치를 추구하며 삶 그 자체가 일이었다면, 요즘 세대들은 그게 아니니까요. 내 삶과 일을 동일시하지 않는 느낌이죠. 야근도 하려고 하지 않고, 그건 열정 페이다 등의 목소리를 많이 듣죠.
양동화 : 그렇다면 아까도 언급했지만, 3년 이하의 실무자들이 본인들의 일을 ‘잡일’이라고 여기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빨리 성과를 내고 싶은데 위에서 중요한 일을 맡기지 않는다 등)
ㄴㄴ : 이 질문에서는 꼰대력이 나올 수 밖에 없네요 (웃음). 잡일의 정의가 과연 무엇일까요? 예를 들어 심부름이나 그런 건 당연히 하면 안되는 건데. 저는 영리 비영리를 떠나서 ‘일에 잡일이 있나?’라고 생각해요. 과정 중에 꼭 필요한 일인데 왜 잡일로 치부되는지 잘 모르겠어요. 뭔가 더 멋져 보이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일까요?
우베 : 저도 꼰대인가 봐요 (웃음). 결국 잡일도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냥 일이 진행되는 과정 중 하나인 거죠. 일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역량 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양동화 : 성과 가로채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이디어는 내가 냈는데 왜 공로는 쟤가 가져가지?)
우베 : 저도 그런 상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아이디어면 저작권(혹은 출처)을 밝혀주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중간 관리자의 역할인 거죠.
ㄴㄴ : 개발협력 분야에서는 많이 보지 못한 것 같아요. 새로운 아이디어가 중요한 분야인데, 우베님 말씀처럼 출처나 저작권을 밝혀 주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양동화 : 아까 언급된 문제인데요. ‘잘 가르쳐 주는 것’과 ‘좋은 리더’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ㄴㄴ : 태도와 소통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리더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달린 것 같은데요. 같은 결정을 내려도 그게 누군가에겐 독단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리더십이 될 수도 있는 거죠. 가르침에 대한 거라면, 일에 대한 스킬보다 일의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토론 (2) #저임금 #사회인식
양동화 : 낮은 급여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하는데요, 사전 질문을 주신 분도 계셨는데 두 분은 노후 대비는 혹시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우베 : 저희가 지속가능성을 많이 이야기하잖아요? 그런데 과연 내 삶의 지속가능성은 어디에 있는가 생각이 들더라고요 (웃음). 동료들은 주식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ㄴㄴ : 저 역시도 못하고 있습니다 (웃음). 사실 열악한 건 사실이죠. 비영리다 보니 재원의 한계가 있기도 하고요, 후배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긴 한데 참 고민입니다.
양동화 :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이 일을 행복하게 하고 있을까요? 불안정한 조건에 대해서는 해결책이 없을까요?
우베 : ‘좋아하는 일 = 낮은 급여’의 공식이 무조건적인 건 아닌 것 같고요. 급여 인상 문제는 내부적, 사회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일들이 많죠. 합의도 필요하고, 사회적 인식도 바뀌어야 하고요.
ㄴㄴ : 개발협력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은 이윤을 추구하면 안된다는 무언의 사회적 인식이 있는 것 같아요. 그걸 바꿔 나가야 하는데, 해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죠.
토론 (3) #가치충돌 #젠더불균형
양동화 : 사실 조직에서는 후원자를 모집하는 것보다 프로젝트를 하나 더 하는 게 인건비나 운영비를 얻는 데 훨씬 더 빠르고 효과적일 때가 많습니다. 여러분들은 당장 급여가 없고 운영비가 없으니까 사무총장님이 이런 프로젝트를 해야 한다고 하고 있지만, 실무자는 상황과 맥락에 맞지 않은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거부를 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사무총장님 편을 들어서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 실무자의 가치 실현을 존중해서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ㄴㄴ : 고용 안정성을 생각했을 때, 한 번은 이해를 구할 것 같습니다. 근데 문제는 그 과정인 것 같습니다. 사무총장님이 혼자 엄청 고민해서 내리는 결정과, 함께 고뇌하면서 결정을 해보자 라고 한번 더 묻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랬을 때 만약에 내가 중간관리자든, 실무자든 ‘저런 결정은 알아서 하지 왜 나한테 묻는 거야’ 하고 생각한다면 저는 바람직한 조직 구성원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소통을 하고자 열었을 때 ‘아 저건 내가 할 고민이 아니야, 내 책임 아니야, 나는 그냥 나한테 주어진 일만 하면 돼’ 이렇게 말한다면 그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동료, 그러니까 선후배나 부하, 상사를 떠나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동료’가 될 수 있을까? 그건 또 아닌 것 같거든요. 그런 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베 : 저는 일단 대표가 하라고 하면 해야 하는 그 상황이 싫어서 여기까지 도망을 왔는데요. 만약에 그게 인건비 때문이라면 저 개인적으로는 할 것 같아요. 다만 제가 할 것 같아요. 저는 그것 만으로도 일을 할 수 있는 가치와 동력이 되거든요. 그래서 제가 할 것 같은데 다른 사람한테 이런 이유 때문에 하라고는 사실 못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하고 잘 벌어 오겠다,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요 (웃음).
양동화 : 조직의 리더십 이야기를 했을 때, 결국은 소통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요. 얼마큼 소통해서 나의 일이 될 것인지, 그런 부분은 우리는 그걸 충족해 주고 있는지 좀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이제 조직에 대한 이슈는 하나만 더 짧게 나눠 보겠습니다. 어제 리더십과 관련해 젠더 이슈들이 이야기됐는데, 여성 리더십들의 육아 문제나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과 같은 부분들이 성장하는 데 있어서 장애물이 있는 부분이 있다고 이야기를 했었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고, 가지고 계신 고민나 대안이 있다면 이야기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베 : ‘장애물이 있는가?’라고 생각하면 저는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해외 출장이 많고, 현지에서 경험이 있어야 이 일을 정말 일답게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그런 인식 때문에 좀 본의 아니게 밀리게 되는 일들은 있는 것 같습니다.
ㄴㄴ : 이건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는 것인가?’와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젠더 구성의 문제들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이지요. 개발협력 분야로 오고 나서 느낀 것이지만 개발협력 NGO의 대표들은 본인이 돈이 있거나 본인의 네트워크로 돈을 끌어올 수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것 같아 보였어요. 그래서 ‘내가 아무리 일을 해도 대표는 될 수 없는 거구나, 열심히 일하면 대표 밑의 2인자는 될 수 있겠지만 대표는 될 수 없겠다’ 하는 생각을 했는데요. 결국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네트워크가 우리 사회 전반에서 여성에게 더 많냐고 하면 현실은 그렇지 않은 거죠. 그래서 실무자는 여성이 많은데 리더십은 남성이 많다든지 하는 건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도 맥락을 공유한다는 생각을 했고요.
물론 (기혼 여성들이) 현지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의 문제도 있고 우리 사회의 공통의 문제인 육아도 있죠.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저는 육아로 인해서 포기하는 분들도 많이 보긴 했지만 오히려 이쪽 분야에 계신 분들은 일이 너무 하고 싶은데 육아가 이에 걸림돌이 된다는 분들보다는 내가 가진 아이 하나를 잘 키워내는 것이 너무 소중한 일이고 인간 자체에 집중하는 성향의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엄마로서 자신의 삶을) 일과 동일시하지 않고 비교하지 않는 분들이 조금 더 있었던 것 같습니다.
토론 (4) #변화를위한대안 #노동조합
양동화 : 저희가 이제 조직 문화와 노동 환경에 대한 대안 이야기로 넘어가기 전에,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ㄴㄴ님과 우베님은 노동자인가요, 활동자인가요, 실무자인가요? 셋 중 하나가 아니더라도 자기를 어떻게 정의하고, 왜 그렇게 정의하는지 한번 이야기를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우베 : 저는 개발 노동자입니다. 저는 제가 하는 일을 노동, 업으로 하고 있고요. 그만큼 노동자로서 권리도 중요하고 의무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ㄴㄴ : 노동자입니다. 저희가 활동가와 실무자를 이야기할 때 약간 느낌이 다릅니다. 뭔가 실무자가 노동자에 가까운 느낌. 저도 노동자라고 생각을 합니다.
양동화 : 그럼 노조 설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 부분에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우베 : 저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개발 NGO 중에서도 노동조합이 있는 NGO도 있는데 거기서 근무하시는 분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까 노동조합이 있기 때문에 사측에서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노동조합은 견제의 기능을 할 수 있고 의견을 모아 공론화하는 기능이 있다고 생각을 해요.
ㄴㄴ :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 이렇게 선택을 한다면 긍정적이고요, 노조가 가지고 올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 활동의 범위가 있고 긍정적인 영향이 있고 사측과 노측이 협상을 할 때 조금 더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협상하는 것을 할 수 있는데 그것이 지금 업계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냐는 또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연합해서 무언가를 만들었을 때 누구를 대상으로 우리가 이 활동을 할 것인지, 어떻게 누가 할 수 있을 것인지, 라고 생각했을 때 막히는 부분은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양동화 : 오늘 토론들을 정리하자면 결국은 이 모든 조직 문화에서의 중간관리자의 역할은 소통이었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어요.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할게요. 모두가 같이 즐겁게 일하는 개발협력 업계는 어떤 것일까요? 그리고 우리는 시작하는 실무자들에게, 동료 중간관리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번 이야기를 해 주세요.
ㄴㄴ : 10년이라는 기간을 이 분야에서 일을 하면서 예전이나 지금도 똑같이 부족함을 계속해서 보고 있다면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저의 동료들에게 같이 이야기해 보고, 논의해 보고, ‘우리가 바꿔야 되는 주체라는 것을 좀 같이 인식하자. 우리가 변화시켜야 하는 주체여야 하지 않겠니?’라고 말하고 싶고, 그것에 동의하는 일부 동료들과 더 많이 동의할지 모르는 수많은 동료들과 함께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우베 : 저는 동료들에게 오래도록 동료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고요. 여기엔 우리가 오래도록 동료로 있을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포함될 것 같습니다. 제가 바라는 조직 문화는 말할 수 있는 조직인 것 같아요. 후배 활동가들도 말을 하셨으면 좋겠고, 동료들도 말했으면 좋겠고, 저도 말하지 못해서 애쓰고 노력하고 있는데요.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니까 우리 모두 말해서 아주 작은 것 하나라도 조금씩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양동화 : 저는 거리를 좁힌다는 것은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다가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좋은, 수평적인, 건강한 조직 문화가 되기 위해서 중간 리더십이 더 많이 노력을 해야겠지만, 여러분들도 노력을 해 주시면 좋겠어요. 저희도 중간관리자는 처음이라서 그렇습니다 (웃음). 중간 실무자들, 지도자들께서 끼어 있어서 힘든 부분도 있지만 결국 우리는 힘을 갖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우리가 더 많이, 움직이고, 변화에 힘을 실어 주는 것들도 중요한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두 시간 남짓 이어진 이번 행사는 다양한 활동가들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어떻게 하면 더 오래, 더 즐겁게, 모두 함께 일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오고 간 유익한 시간이었다. 이번 행사를 통해 개발협력 분야에서 종사하고 있는 많은 활동가들이 더 많은 의견을 나누며, 함께 연대함으로써 간격을 좁혀 나가고, 서로에게 든든한 힘을 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의 장을 마련했기를 바란다.
* 본 기사에서는 토론 내용 일부가 제외되거나 축약・편집되었습니다. 행사 전체를 다시 보고 싶으신 분들은 발전대안 피다의 유튜브 채널을 방문해 주세요. (링크)
글쓴이: 피움 기자단 2기
유하랑 (hara1201@hanmail.net)
최수은 (justlikehannah@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