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키워드로 발전을 그려나가는 사람
- 송유림 서울노동권익센터 기획전문위원/발전대안 피다 운영위원 인터뷰 -
불쑥 찾아온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는 어느새 우리 삶의 일부로 자리잡으며 일상의 모습을 바꿔가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얼굴보고 대화하기 어려워진 요즘, 발전대안 피다의 피움 기자단은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피다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담아보기로 했다. 9월 어느 저녁, 첫 인터뷰로 ODA Watch 시절부터 발전대안 피다까지 오랜 시간 함께하고 있는 송유림 운영위원을 온라인 공간에서 만났다. 청년활동가에서 시작해 피움 편집위원과 편집장을 거쳐 이제는 운영위원으로 함께 하는 그녀의 피다 이야기를 들어보자!

▲ 지난 9월 초, 송유림 운영위원을 인터뷰 하는 피움 기자단의 모습 ©발전대안피다
피움기자단 올해부터 새롭게 발전대안 피다(이하 피다)의 3기 운영위원이 되심을 환영합니다. 먼저 피움 독자분들에게 좋아하는 단어나 문장으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송유림 저는 3년 전에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서울노동권익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요즘 제가 제일 많이 접하는 키워드는 ‘노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서울시민의 노동인권을 증진하기 위한 기관에서 일하고 있기도 하고, 아무래도 요즘 제일 많이 접하는 단어가 노동, 노동조합, 노동인권이기 때문이에요.
피움기자단 현재는 국제개발협력과는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시는데요. ‘서울노동권익센터’는 어떤 곳이고 어떤 업무를 맡아 활동하고 계시는지 소개 부탁드려요!
송유림 저희 센터는 2015년에 개소를 했고, 故 박원순 시장의 노동 정책에 따라 만들어졌어요. 설립은 서울시가 하고 운영은 민간단체에 위탁하는 구조인데, 현재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라는 유서 깊은 민간단체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어요. 센터에서는 서울시민의 노동인식 개선, 노동 권익 개선을 위한 활동들을 하고 있는데요. 요즘에는 코로나로 인해 무급 휴가를 권고 받거나 부당해고를 당하는 시민들이 많아지면서 상담 등 필요한 일이 많아졌어요. 상담과 같은 사후 처리 활동이 있고, 사전에 그런 일을 당하지 않도록 법이나 인식을 교육하는 사업도 하고 있어요. 또, 시의 노동 정책에 따른 직종별, 성별, 세대별 노동 정책 연구도 합니다. 저는 서울시 내 열악한 민간 노동단체들을 지원하고 단체들 간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거버넌스 사업을 주로 맡고 있습니다.
피움기자단 지금은 개발협력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계시지만, 피다에서 꾸준히 활동해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피다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는지, 또 국제개발협력 활동에는 어떤 계기로 입문하게 되셨는지요!?
송유림 피다에서 활동한 지 10년 가까이 된 것 같아요. 저는 피다의 전신인 ODA Watch 국제개발협력 집중워크샵 교육을 들으면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당시에는 교육을 이수하면 ODA Watch 청년활동가로 활동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거든요. 그게 2011년 정도였던 걸로 기억해요.
그렇게 ODA Watch의 청년활동가로 아프리카팀에서 활동하면서 국제개발협력에 발을 딛게 되었어요. 당시 단체에는 아프리카팀 말고도 여러 팀이 있었는데, 저는 지역적 범위가 정해져 있는 활동이 좋았어요. 대학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낯선 문화를 탐구하는 것이 재미있었고, 그래서 아프리카의 문화적 특성을 팀원들과 공부하는 것이 좋기도 했고요. 그렇게 활동을 시작했는데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웃음). 그 이외에 피움 편집위원으로도 활동을 오래 해왔습니다.

▲ 발전대안 피다 10주년 기념행사에서 활동가 대표로 감사패를 받은 송유림 위원의 모습 ©발전대안피다
피움기자단 피다와 처음 만나 지금까지 함께 해오신 인연이 인상 깊습니다. 활동가로 다양한 경험과 경력을 쌓아 오셨는데 경험하신 활동 중에서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나눠주세요.
송유림 음, 활동해온 시간이 오래 되다 보니 기억에 남는 경험도 많은 것 같아요. 제가 20대 활동가였을 때만 해도 개발협력에 입문하기 위해 요구되는 코스들이 있었어요. 대학생 해외봉사단이나 ODA 청년인턴(현 ODA YP), 중·장기 해외봉사단 같은 것들이었는데, 그런 활동들을 한번씩은 다 해본 것 같아요.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필리핀 톤도에서의 경험이에요. 중·고등학생을 데리고 인솔자로 열흘 정도 단기 봉사를 다녀왔었는데, 짧은 기간이었지만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쓰레기 마을 톤도는 세계 3대 빈민지역 중 하나에요. 사람들이 어느 정도 재활용을 할 수 있는 쓰레기를 팔아서 사는 곳이지요. 그곳에서 열흘간 덤프사이트(Dump Site) 인근 데이케이센터에서 아이들과 문화활동, 체육활동 등을 했는데 덤프사이트를 방문할 때마다 악취같은 것은 물론이고, 일종의 무력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개발현장을 처음 가면 항상 충격이 있지만, 충격이라는 단어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느낌이었어요. 그 지역의 빈곤의 정도가 단순히 가난하다는 느낌을 넘어서 참담했거든요. ‘내가 개발협력 활동을 한다고 해서 이 지역 사람들의 삶이 과연 조금이라도 나아질까?’ , ‘나의 활동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라는 근본적인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개발협력 활동이 의미 없다고 까지 생각을 한 건 아니지만, 그 때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제일 안타까웠던 현장이었어요.
피움기자단 ‘근본적인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고 하셨는데요, 그렇다면 국제개발협력 분야 내에서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면서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대한 아쉬움이나 한계를 느낀 적이 있으신가요? 실제로 개발협력 분야의 현실에 가로막혀 활동을 그만두는 분들도 많이 계신데,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송유림 평생 종사할 수 있는 분야로 생각하기에는 솔직히 한계가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서울노동권익센터에서 일을 시작하고 아무래도 노동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생각하다보니 개발협력 시민사회에 있을 때 착취를 많이 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어요. 개발협력 분야도 여러 종류의 일터가 있겠지만 시민사회단체에서 일한 저의 경험으로만 비춰보자면 활동가에게 헌신을 요구하는 것이 관성화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젊은 사람을 채용해서 저임금 고강도 노동을 시키고, 1-2년 뒤에 그만두면 그와 비슷한 사람이 다시 채용되는 이런 현실이 아직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많이 안타까워요. 국제개발협력 분야는 이 부분이 큰 한계라고 생각해요. 젊었을 때 경험 삼아 할 수 있는 일은 될 수는 있지만, 평생 밥벌이로 해나가기에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솔직히 많이 했어요.
최근에 아쉽다고 생각한 점은 이렇게 전염병이 돌았을 때 현장의 최전선에서 활동할 수 있는 역량이 활동가들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거에요. 전통적으로 구호활동을 시작으로 발전해온 분야인데도 그 역량을 적절한 곳에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웠어요.

▲ 과거 미얀마에서 활동 중이었던 송유림 위원의 모습 ©송유림 페이스북
피움기자단 이와 연결해서 질문을 하나 더 드리고 싶은데요. 개발협력에 대한 연장선에서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셨을 것 같은데, 대학원을 시작했을 때 어떤 생각으로 시작했는지, 졸업 후에는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신데 이에 대한 아쉬움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송유림 저는 개발협력을 업으로 삼으려던 건 아니고 개발협력 아카데미 쪽으로 진출하고자 했어요. 그러니까 본격적으로 당시 관심을 많이 갖고 있던 미얀마에 대해 공부하고자 서른살에 대학원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대학원 공부가 어려운데다 재미까지 없더라구요(웃음). 대학원 생활을 하는게 경제적으로 힘들기도 했고요.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에 대학원에 갔는데 공부를 하며 생활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벌기 위해 일자리를 계속 찾아야 하다보니 공부를 계속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얼른 논문만 다 쓰고 취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엔 당연히 개발협력 분야에서 일자리를 찾았는데 마땅한 곳이 없더라구요. KOICA 뿐 아니라 NGO에서도 경력이 많은 전문가 청년을 원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이 두 가지는 사실 양립하기 힘든 조건이잖아요. 일부러 개발협력 분야를 떠나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 분야가 원하는 조건을 제가 갖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았어요.
제 논문의 주제가 일본 투자로 조성된 미얀마의 한 경제특구에 관한 것이었어요. 경제특구가 들어서면서 농업에서 임금노동으로 주민들의 생계 활동이 변화하는 과정에 대한 연구였는데, 이런 연구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용과 노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렇게 서울노동권익센터를 만나게 되었고요. 제 경우에는 개발협력 활동을 하면서 경험하고 관심이 생긴 주제로 나아가게 된 것 같아요. 노동도 개발과 발전 문제에 포괄할 수 있는 분야이고 또 삶의 문제이니까 비슷하다고 봐요.
피움기자단 네,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활동가로서 개발협력 분야에 대한 고민과 아쉬움을 느꼈던 경험을 공유 해주셨는데요. 개발협력 분야에서 활동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려요.
송유림 개발협력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개발협력’ 자체에만 몰두하기보다는 접목할 수 있는 주제들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요새는 범분야 이슈(cross-cutting issue)가 현안이 많이 되잖아요. 저는 논문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노동이라는 키워드를 접하게 되었지만, 그 전에는 막연했거든요. ‘미얀마’라는 지역에 몰두하긴 했었는데 대학원에서 공부한 주제로, 또 내가 있던 현장을 주제로만 길을 찾기 보다 다양하게 열어놓고 관심사를 찾아보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보통 개발협력 분야에서 청년들이 비정규직 일자리로 시작하는데, 일터에서 느끼는 처우에 대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몰라서 가만히 있었지만, 이제는 KOICA나 KCOC 같은 관련 대표기관들에 이야기를 해서 이 문제가 삶의 문제라는 것을 알리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있으면 좋겠어요. 당사자들이 이야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거든요. 문제라고 느낀다면 적극적으로 개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자신이 겪는 부당함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불평등을 말한다는 게 모순적이잖아요. 내가 한 일에 대해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먼저 가졌으면 좋겠고, 이러한 점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말할 수 있는 창구도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피움기자단 서울노동권익센터에서 일하고 계시지만 피다의 운영위원이기도 하시잖아요. 잘 연결되지 않는 두 기관이지만 어떤 기대와 계획을 가지고 피다에서 활동해 나갈 계획이신가요?
송유림 피다에서 10년 가량 활동가로 있으면서 노동 분야 말고도 마을공동체, 다문화 등등 직접적인 연결 지점이 없어 보이는 곳에서 일을 많이 해서 지금 일하는 곳이 특별하게 더 이질적인 부분은 없어요. 지금까지 그랬듯 어디에서 일하든 피다에서 계속 활동을 할 것 같아요. 개발 분야가 아니더라도 발전 이슈는 어디에든 연결고리가 있고 활동을 확장하려면 그런 고리를 적극적으로 찾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피다는 저에게 오리진(Origin)이라고 할까요? 그런 곳이에요. 지금 있는 센터 활동과 연결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문제라고 느꼈던 개발협력 분야의 많은 지점들을 노동, 고용 이슈와 연결해보기도 하면서 풀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어요. 여기에 피다가 책임 있게 이야기 할 수 있으면 저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또, 조직문화와 관련해서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최근 피다 운영위원회에서도 이와 관련해 많이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개발협력 분야의 젠더 문제 등 여러 문제에 대해서 센터에서 일하며 얻을 수 있는 자원이 많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후원금을 증액하는 것도 현실적인 도움 중 하나가 될 수 있겠네요(웃음).
피움기자단 마지막으로 혹시 못다한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나눠주세요.
송유림 여러분들이 선뜻 기자단이 되어 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학교를 못 가니까 힘들텐데 집에서 잘 지내시고, 오래 같이 할 수 있는 인연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고인물’이다 보니 새로운 시각이 많이 필요하고, 비판과 지적도 필요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피움 기자단이 기자단의 역할뿐만 아니라 쓴 소리도 해주시고, 젊은이들의 시각을 많이 전달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노동과 개발협력, 어떻게 보면 멀게 느껴지는 두 단어지만 자신만의 시선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써나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던 시간이었다. 인터뷰를 마친 후, 개발협력 활동가들의 노동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짙은 여운으로 남았다. 그녀의 말처럼 개발현장 뿐 아니라 활동가의 삶에서도 정의와 평등을 추구할 수 있을 때 사람이 꽃피는 발전이 실현되는 것이 아닐까.
기사 입력 일자 : 2020-09-21
진행 : 최수은(피움기자단) / 기록 : 채하영(피움기자단)
작성 : 최하영 피움 기자단 / zakhar10200@gmail.com
자신만의 키워드로 발전을 그려나가는 사람
- 송유림 서울노동권익센터 기획전문위원/발전대안 피다 운영위원 인터뷰 -
불쑥 찾아온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는 어느새 우리 삶의 일부로 자리잡으며 일상의 모습을 바꿔가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얼굴보고 대화하기 어려워진 요즘, 발전대안 피다의 피움 기자단은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피다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담아보기로 했다. 9월 어느 저녁, 첫 인터뷰로 ODA Watch 시절부터 발전대안 피다까지 오랜 시간 함께하고 있는 송유림 운영위원을 온라인 공간에서 만났다. 청년활동가에서 시작해 피움 편집위원과 편집장을 거쳐 이제는 운영위원으로 함께 하는 그녀의 피다 이야기를 들어보자!
▲ 지난 9월 초, 송유림 운영위원을 인터뷰 하는 피움 기자단의 모습 ©발전대안피다
피움기자단 올해부터 새롭게 발전대안 피다(이하 피다)의 3기 운영위원이 되심을 환영합니다. 먼저 피움 독자분들에게 좋아하는 단어나 문장으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송유림 저는 3년 전에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서울노동권익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요즘 제가 제일 많이 접하는 키워드는 ‘노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서울시민의 노동인권을 증진하기 위한 기관에서 일하고 있기도 하고, 아무래도 요즘 제일 많이 접하는 단어가 노동, 노동조합, 노동인권이기 때문이에요.
피움기자단 현재는 국제개발협력과는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시는데요. ‘서울노동권익센터’는 어떤 곳이고 어떤 업무를 맡아 활동하고 계시는지 소개 부탁드려요!
송유림 저희 센터는 2015년에 개소를 했고, 故 박원순 시장의 노동 정책에 따라 만들어졌어요. 설립은 서울시가 하고 운영은 민간단체에 위탁하는 구조인데, 현재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라는 유서 깊은 민간단체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어요. 센터에서는 서울시민의 노동인식 개선, 노동 권익 개선을 위한 활동들을 하고 있는데요. 요즘에는 코로나로 인해 무급 휴가를 권고 받거나 부당해고를 당하는 시민들이 많아지면서 상담 등 필요한 일이 많아졌어요. 상담과 같은 사후 처리 활동이 있고, 사전에 그런 일을 당하지 않도록 법이나 인식을 교육하는 사업도 하고 있어요. 또, 시의 노동 정책에 따른 직종별, 성별, 세대별 노동 정책 연구도 합니다. 저는 서울시 내 열악한 민간 노동단체들을 지원하고 단체들 간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거버넌스 사업을 주로 맡고 있습니다.
피움기자단 지금은 개발협력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계시지만, 피다에서 꾸준히 활동해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피다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는지, 또 국제개발협력 활동에는 어떤 계기로 입문하게 되셨는지요!?
송유림 피다에서 활동한 지 10년 가까이 된 것 같아요. 저는 피다의 전신인 ODA Watch 국제개발협력 집중워크샵 교육을 들으면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당시에는 교육을 이수하면 ODA Watch 청년활동가로 활동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거든요. 그게 2011년 정도였던 걸로 기억해요.
그렇게 ODA Watch의 청년활동가로 아프리카팀에서 활동하면서 국제개발협력에 발을 딛게 되었어요. 당시 단체에는 아프리카팀 말고도 여러 팀이 있었는데, 저는 지역적 범위가 정해져 있는 활동이 좋았어요. 대학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낯선 문화를 탐구하는 것이 재미있었고, 그래서 아프리카의 문화적 특성을 팀원들과 공부하는 것이 좋기도 했고요. 그렇게 활동을 시작했는데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웃음). 그 이외에 피움 편집위원으로도 활동을 오래 해왔습니다.
▲ 발전대안 피다 10주년 기념행사에서 활동가 대표로 감사패를 받은 송유림 위원의 모습 ©발전대안피다
피움기자단 피다와 처음 만나 지금까지 함께 해오신 인연이 인상 깊습니다. 활동가로 다양한 경험과 경력을 쌓아 오셨는데 경험하신 활동 중에서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나눠주세요.
송유림 음, 활동해온 시간이 오래 되다 보니 기억에 남는 경험도 많은 것 같아요. 제가 20대 활동가였을 때만 해도 개발협력에 입문하기 위해 요구되는 코스들이 있었어요. 대학생 해외봉사단이나 ODA 청년인턴(현 ODA YP), 중·장기 해외봉사단 같은 것들이었는데, 그런 활동들을 한번씩은 다 해본 것 같아요.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필리핀 톤도에서의 경험이에요. 중·고등학생을 데리고 인솔자로 열흘 정도 단기 봉사를 다녀왔었는데, 짧은 기간이었지만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쓰레기 마을 톤도는 세계 3대 빈민지역 중 하나에요. 사람들이 어느 정도 재활용을 할 수 있는 쓰레기를 팔아서 사는 곳이지요. 그곳에서 열흘간 덤프사이트(Dump Site) 인근 데이케이센터에서 아이들과 문화활동, 체육활동 등을 했는데 덤프사이트를 방문할 때마다 악취같은 것은 물론이고, 일종의 무력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개발현장을 처음 가면 항상 충격이 있지만, 충격이라는 단어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느낌이었어요. 그 지역의 빈곤의 정도가 단순히 가난하다는 느낌을 넘어서 참담했거든요. ‘내가 개발협력 활동을 한다고 해서 이 지역 사람들의 삶이 과연 조금이라도 나아질까?’ , ‘나의 활동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라는 근본적인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개발협력 활동이 의미 없다고 까지 생각을 한 건 아니지만, 그 때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제일 안타까웠던 현장이었어요.
피움기자단 ‘근본적인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고 하셨는데요, 그렇다면 국제개발협력 분야 내에서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면서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대한 아쉬움이나 한계를 느낀 적이 있으신가요? 실제로 개발협력 분야의 현실에 가로막혀 활동을 그만두는 분들도 많이 계신데,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송유림 평생 종사할 수 있는 분야로 생각하기에는 솔직히 한계가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서울노동권익센터에서 일을 시작하고 아무래도 노동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생각하다보니 개발협력 시민사회에 있을 때 착취를 많이 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어요. 개발협력 분야도 여러 종류의 일터가 있겠지만 시민사회단체에서 일한 저의 경험으로만 비춰보자면 활동가에게 헌신을 요구하는 것이 관성화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젊은 사람을 채용해서 저임금 고강도 노동을 시키고, 1-2년 뒤에 그만두면 그와 비슷한 사람이 다시 채용되는 이런 현실이 아직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많이 안타까워요. 국제개발협력 분야는 이 부분이 큰 한계라고 생각해요. 젊었을 때 경험 삼아 할 수 있는 일은 될 수는 있지만, 평생 밥벌이로 해나가기에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솔직히 많이 했어요.
최근에 아쉽다고 생각한 점은 이렇게 전염병이 돌았을 때 현장의 최전선에서 활동할 수 있는 역량이 활동가들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거에요. 전통적으로 구호활동을 시작으로 발전해온 분야인데도 그 역량을 적절한 곳에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웠어요.
▲ 과거 미얀마에서 활동 중이었던 송유림 위원의 모습 ©송유림 페이스북
피움기자단 이와 연결해서 질문을 하나 더 드리고 싶은데요. 개발협력에 대한 연장선에서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셨을 것 같은데, 대학원을 시작했을 때 어떤 생각으로 시작했는지, 졸업 후에는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신데 이에 대한 아쉬움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송유림 저는 개발협력을 업으로 삼으려던 건 아니고 개발협력 아카데미 쪽으로 진출하고자 했어요. 그러니까 본격적으로 당시 관심을 많이 갖고 있던 미얀마에 대해 공부하고자 서른살에 대학원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대학원 공부가 어려운데다 재미까지 없더라구요(웃음). 대학원 생활을 하는게 경제적으로 힘들기도 했고요.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에 대학원에 갔는데 공부를 하며 생활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벌기 위해 일자리를 계속 찾아야 하다보니 공부를 계속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얼른 논문만 다 쓰고 취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엔 당연히 개발협력 분야에서 일자리를 찾았는데 마땅한 곳이 없더라구요. KOICA 뿐 아니라 NGO에서도 경력이 많은 전문가 청년을 원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이 두 가지는 사실 양립하기 힘든 조건이잖아요. 일부러 개발협력 분야를 떠나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 분야가 원하는 조건을 제가 갖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았어요.
제 논문의 주제가 일본 투자로 조성된 미얀마의 한 경제특구에 관한 것이었어요. 경제특구가 들어서면서 농업에서 임금노동으로 주민들의 생계 활동이 변화하는 과정에 대한 연구였는데, 이런 연구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용과 노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렇게 서울노동권익센터를 만나게 되었고요. 제 경우에는 개발협력 활동을 하면서 경험하고 관심이 생긴 주제로 나아가게 된 것 같아요. 노동도 개발과 발전 문제에 포괄할 수 있는 분야이고 또 삶의 문제이니까 비슷하다고 봐요.
피움기자단 네,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활동가로서 개발협력 분야에 대한 고민과 아쉬움을 느꼈던 경험을 공유 해주셨는데요. 개발협력 분야에서 활동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려요.
송유림 개발협력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개발협력’ 자체에만 몰두하기보다는 접목할 수 있는 주제들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요새는 범분야 이슈(cross-cutting issue)가 현안이 많이 되잖아요. 저는 논문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노동이라는 키워드를 접하게 되었지만, 그 전에는 막연했거든요. ‘미얀마’라는 지역에 몰두하긴 했었는데 대학원에서 공부한 주제로, 또 내가 있던 현장을 주제로만 길을 찾기 보다 다양하게 열어놓고 관심사를 찾아보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보통 개발협력 분야에서 청년들이 비정규직 일자리로 시작하는데, 일터에서 느끼는 처우에 대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몰라서 가만히 있었지만, 이제는 KOICA나 KCOC 같은 관련 대표기관들에 이야기를 해서 이 문제가 삶의 문제라는 것을 알리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있으면 좋겠어요. 당사자들이 이야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거든요. 문제라고 느낀다면 적극적으로 개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자신이 겪는 부당함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불평등을 말한다는 게 모순적이잖아요. 내가 한 일에 대해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먼저 가졌으면 좋겠고, 이러한 점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말할 수 있는 창구도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피움기자단 서울노동권익센터에서 일하고 계시지만 피다의 운영위원이기도 하시잖아요. 잘 연결되지 않는 두 기관이지만 어떤 기대와 계획을 가지고 피다에서 활동해 나갈 계획이신가요?
송유림 피다에서 10년 가량 활동가로 있으면서 노동 분야 말고도 마을공동체, 다문화 등등 직접적인 연결 지점이 없어 보이는 곳에서 일을 많이 해서 지금 일하는 곳이 특별하게 더 이질적인 부분은 없어요. 지금까지 그랬듯 어디에서 일하든 피다에서 계속 활동을 할 것 같아요. 개발 분야가 아니더라도 발전 이슈는 어디에든 연결고리가 있고 활동을 확장하려면 그런 고리를 적극적으로 찾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피다는 저에게 오리진(Origin)이라고 할까요? 그런 곳이에요. 지금 있는 센터 활동과 연결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문제라고 느꼈던 개발협력 분야의 많은 지점들을 노동, 고용 이슈와 연결해보기도 하면서 풀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어요. 여기에 피다가 책임 있게 이야기 할 수 있으면 저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또, 조직문화와 관련해서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최근 피다 운영위원회에서도 이와 관련해 많이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개발협력 분야의 젠더 문제 등 여러 문제에 대해서 센터에서 일하며 얻을 수 있는 자원이 많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후원금을 증액하는 것도 현실적인 도움 중 하나가 될 수 있겠네요(웃음).
피움기자단 마지막으로 혹시 못다한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나눠주세요.
송유림 여러분들이 선뜻 기자단이 되어 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학교를 못 가니까 힘들텐데 집에서 잘 지내시고, 오래 같이 할 수 있는 인연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고인물’이다 보니 새로운 시각이 많이 필요하고, 비판과 지적도 필요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피움 기자단이 기자단의 역할뿐만 아니라 쓴 소리도 해주시고, 젊은이들의 시각을 많이 전달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노동과 개발협력, 어떻게 보면 멀게 느껴지는 두 단어지만 자신만의 시선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써나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던 시간이었다. 인터뷰를 마친 후, 개발협력 활동가들의 노동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짙은 여운으로 남았다. 그녀의 말처럼 개발현장 뿐 아니라 활동가의 삶에서도 정의와 평등을 추구할 수 있을 때 사람이 꽃피는 발전이 실현되는 것이 아닐까.
기사 입력 일자 : 2020-09-21
진행 : 최수은(피움기자단) / 기록 : 채하영(피움기자단)
작성 : 최하영 피움 기자단 / zakhar10200@gmail.com